수원성범죄변호사 “경찰이 골든타임 놓쳐…보완수사 요구만 하라는 것 진실 덮으라는 것” 범죄피해자들이 말하는 검찰개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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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26회 작성일 26-07-16 02:40본문
수원성범죄변호사 “증거 확보에 하루하루가 시급한 사건에서 몇 달이 걸리는 보완수사 요구만 하라는 것은 그냥 진실을 덮으라는 말과 같습니다” (강화도 가정폭력 유기치상 사건 피해자 딸 한지유씨)
“검찰의 보완수사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마지막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었던 구원과도 같았습니다”(세종시 집단 성폭행 피해자 정연수씨)
인천 강화도 유기치상 사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 강력범죄 피해자 7명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집중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우려를 표했다.
강화도 가정폭력 유기치상 사건 피해자 딸인 한지유씨(가명)는 경찰이 핵심 증거를 확보해야 할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회상했다. 이 사건은 2023년 강화도에서 한씨의 의붓아버지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아내를 발견하고도 ‘가정폭력으로 오해받기 싫다’며 사진을 찍어 한씨에게 보내기만 한 뒤, 테니스를 치러 외출한 사건이다. 한씨 신고로 피해자는 뒤늦게 병원에 옮겨졌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경찰은 가해자인 의붓아버지에게 유기혐의만 적용해 송치했고,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유기치상으로 혐의를 바꿔 기소했다.
한씨는 가해자의 팔에 긁힌 상처를 발견하고, 경찰에 피해자인 어머니 손톱을 채취해 가해자의 DNA를 확보해달라고도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요청도 묵살했다고 한씨는 밝혔다. 한씨는 “담당 형사는 ‘자신은 지금 퇴근했다’며 제게 직접 ‘어머니의 손톱을 잘라 보관하라’고 했다”며 “제가 ‘직접 잘라도 되는 것이냐, 과학수사대가 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럼 저보고 다시 출근하라는 거냐’는 말을 들어야 했다”고 울먹였다.
한씨 어머니의 손톱은 결국 사건 발생 9일 뒤에야 채취됐고, 나머지 증거물인 혈흔이 묻은 피해자 옷가지와 휴대전화 등도 20일 뒤에야 수거됐다. 한씨는 “저희 사건처럼 증거 확보에 하루하루가 시급한 사건에서 몇 달이 걸리는 보완수사 요구만 하라는 것은 그냥 진실을 덮으라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
세종시 집단 성폭행 피해자 정연수씨(가명)는 경찰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씨의 입장문은 대리인이 대신 읽었다. 정씨는 2018년 집단강간을 당한 뒤 2024년 2월 고소를 했으나, 첫 경찰조사에서 “수사관은 가해자와 이미 아는 사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수사관이) ‘이런 사건은 송치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하며 조사를 시작했다”고 했다.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정씨에게 통보하면서 “새로운 증거를 가져오지 못하면 이의신청을 해도 결국 불송치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이 재수사 요청을 한 뒤 상황은 달라졌다. 경찰은 추가 증거 없이 처음 불송치 결정을 뒤집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가해자는 재판을 거쳐 유죄를 선고받았다.
정씨는 “처음 불송치 결정은 무엇을 근거로 내렸던 것인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건이 그대로 영원히 없었던 일이 될 뻔했다는걸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고 했다. 정씨는 “저의 경우 검찰의 보완수사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마지막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었던 구원과도 같았다”고 했다.
가해자의 행위를 75차례 거부하고도 성폭력 피해를 입은 한우리씨(가명)는 수사·공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제대로 참여할 수 없는 현실을 고발했다. 한씨는 “법정에 선 낯선 검사님은 제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도 못했다”며 “피고인의 변호인이 100마디를 하는 동안 검사님은 10마디도 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씨는 상고 포기 과정에서도 피해자의 의견이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상고해달라는 한씨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상고 포기의 이유조차 설명해주지 않았다. 한씨는 “사건당사자는 피해자”라며 “피해자에게 묻지 않고 기록을 보여 주지 않고 반박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기관의 간판을 아무리 바꾼들 제대로 된 수사도 제대로 된 기소도 이루어질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인 김진주씨(가명)와 서현역 차량 흉기난동 사건의 피해자인 고 김혜빈 양의 유족도 참석해 경찰의 부실 수사 과정을 지적했다. 김씨는 “결국 이렇게 피해자들을 모이게 만든 국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각자 입은 피해가 다르고 각자 생각이 다르지만 우리의 마음 하나는 똑같았다. 피해자가 없는 검찰개혁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혜빈 양의 유족은 “저희는 살인사건으로 하나밖에 없는 딸을 잃고 유가족이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해본 사람들”이라며 “최악의 사건을 겪은 피해자들은 최선을 다하는 국가를 만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위력관계 성폭행 피해자 김윤지씨(가명)와 스토킹 및 교제 폭력 피해자 최윤희씨(가명)도 대리인을 통해 피해 경험을 밝혔다.
이들을 대리한 변호사들은 검찰개혁이 단순히 ‘검찰 권한 폐지’가 아니라 ‘피해자 중심의 사법절차 개선’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지원 변호사는 “현재 발의된 형사소송법 개정안들 대부분은 검찰의 권한 남용을 막는 것에만 초점을 둔 나머지 수사지연과 부실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홍기원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만이 그나마 대안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형사소송법 개정 TF를 중심으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장윤기 사건으로 경찰의 부실·은폐 수사가 지적되자 제한적으로나마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당내 이견도 나오고 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성폭력, 아동·청소년 학대, 장애인·노인 학대, 가정폭력 등 사회적 약자 대상 사건과 민생 사건 등에서 보완수사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 반도체 품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세계 기업들의 생산시설 증설 투자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나스닥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토대로 국내 설비 확충과 함께 미국 내 메모리 제조시설 구축 검토를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첫 가동 일정을 당초보다 앞당겼다. 미국과 중국도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에 사활을 걸면서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ADR(주식예탁증서) 상장을 통해 265억 달러(약 40조원)를 조달하게 됐다. 국내외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실탄’을 확보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 자금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P&T7 첨단 패키징 공장,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등 국내 투자에 대부분 사용할 계획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상장 직후 미 CNBC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수요 증가 속도가 우리가 공장을 짓고 공급을 늘리는 속도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며 “향후 5년 안에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도 모든 고객이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전력과 용수, 인력, 공급망 생태계 등 여건 충족을 전제로 미국 내 메모리 공장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공장 후보지로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여러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인디애나의 첨단 패키징 공장과 별개로 AI 데이터센터와 AI 기술, 스타트업, 합작투자 등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 (생산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며 미국 내 메모리 생산 확대를 요구한 이후 나왔다. 그동안 반도체 관세 부과 위협을 무기로 미국 투자를 촉구해 온 트럼프 행정부가 아예 마이크론의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콕 집어 미국 중심의 메모리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용인 국가산단에 건설 중인 1호 팹 가동 목표를 당초 계획인 2030~2031년보다 1~2년 앞당긴 2029년 10월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공급난 속에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속도전’이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도 용인 산단 조성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또 평택캠퍼스 내 P4(4공장) 가동 시점을 당초 내년 1분기에서 연내로 앞당기고, P5(5공장)도 조기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400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삼성전자는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2030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상태다.
글로벌 메모리 3위인 마이크론도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대폭 늘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 9일 2035년까지 미국 내 투자 규모를 2500억달러(약 375조원)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 업체들의 시장 확대도 빨라지고 있다. 기업공개(IPO)가 임박한 창신메모리(CXMT)는 295억 위안(약 6조5000억원)을 조달해 범용 D램은 물론 HBM 등 차세대 D램 투자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38.6%), SK하이닉스(28.8%), 마이크론(22.4%) 등 ‘3강 구도’이나, 4위인 CXMT의 점유율이 전 분기 4.7%에서 7.6%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사이클이 존재하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수년 뒤 증설로 인해 ‘공급 과잉’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계속 나오고 있다. 최근 메타가 자체 AI 데이터센터에서 남는 컴퓨팅 자원을 바탕으로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추진하자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정점을 통과했다는 이른바 ‘피크아웃’ 우려가 확산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이에 대해 AI로 인해 반도체 산업이 “옛날과 같은 공급 과잉 패턴의 사이클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은 명확해졌다”며 “수요와 공급의 차가 매우 크다”고 반박했다.
다만 업황 하강 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선제적인 증설 투자로 메모리 수요를 선점하고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빅테크들의 인프라 투자 흐름과 AI 수요 변동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 시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가 성해나의 기담집.’
최근 출간된 소설집 <인비인>(한겨레출판)은 이 짧은 설명으로 소개가 가능하다. 지난해 출간돼 40만부 이상 판매된 <혼모노>로 한국 문학계의 차세대 주자로 이름을 올린 성해나의 신작인데, 게다가 기담이라니. 새롭고 낯설면서도 시대의 단면을 포착한 소설을 원하는 젊은 독자들의 관심을 비켜 나가기 어려워 보인다. 무엇이 작가를 기묘한 세계로 이끌었는지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었다.
‘인비인’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사람이 아닌 것, 혹은 사람이어야 마땅하나 사람이기를 스스로 멈춘 존재를 뜻한다. 책에는 이와 같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9편이 실렸다. 일제의 잔재를 다룬 소설들이 여럿 눈에 띈다.
표제작 ‘인비인’은 731부대의 생체실험에 가담했던 한 노인과 관련한 이야기를 다룬다. 책의 문을 여는 첫 소설인 ‘벚나무로 짠 5자 너비의 책상’에는 친일 후손이 물려받는 선대의 책상이, ‘소돔의 의로운 혈육들’에는 친일 유물이 소재로 쓰인다. 작가는 소설을 쓰던 당시에도, 지금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행한 <친일인명사전>을 읽었다고 했다.
“뉴라이트나 동북공정 등 역사 왜곡을 통해 수많은 이가 지켜온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에 탄식할 때도 많은데, 이는 제대로 된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 아닐까요. 시대의 불의나 현안에 타협하거나 적당히 건드리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집요하게 파고들며 의문을 품는 것이 작가로서 결코 버려서는 안 될 기개라 생각합니다. 그 뜻을 품으며 자료를 찾고 ‘친일인명사전’도 읽었어요. 시대가 문학을 통해 조금이라도 변화하고, 이를 우리의 오답이자 과제로 남기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대신하는 사회에서 진짜 인간이란 무엇인지 질문하는 작품도 있다. ‘아미고’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미고에게 밀려난 스턴트맨의 이야기다. 아미고의 초고가 쓰인 2020년과 달리 지금은 챗GPT를 포함한 생성형 AI가 보편화됐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의 육체 노동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도 현실화되고 있다.
작가는 “사라지는 직업에 대한 우려, 그 빈자리를 AI가 갈음하는 것이 이제는 당연시되는 것 같다”며 “챗GPT도 마찬가지다.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반감도 심했지만 지금은 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사회가 한 번 적응한 것에는 쉽게 무감해지고, 무심해지는 것 같다. (다만, 나는) 무감하지 못해 여전히 두렵다”고 말했다.
뉴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한 소설도 눈에 띈다. 작가는 “처음엔 친구가 조간신문을 읽고 출근한다고 해 따라 하게 됐다. 멋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이제는 습관이 됐다”며 “작품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동시대성에 집중하고, 그에 관한 소설을 쓴 터라 기민하게 세태를 읽는 데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면과 사회면, 국제면을 주로 읽는데, 가장 좋아하는 것은 ‘칼럼’이라며 “다양한 필진이 다채로운 의견으로 사회와 현상에 관해 논하는 지면이 하나의 건강한 공론장처럼 느껴져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간한 소설집 <혼모노>는 배우 박정민의 추천사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 책에는 유명인의 추천사도 평론가의 작품 해설도 없다. 대신 각 작품의 말미에 성해나가 직접 쓴 작가 해설이 수록됐다. 추천사 없이 작가 직접 해설을 쓰자는 제안은 출판사에서 먼저 했다.
그는 “‘혼모노’가 근사한 추천사 덕에 작품이 널리 알려졌다는 것은 명징한 사실이고 감사한 일이지만, 나는 내 이야기의 힘 역시 믿고 있다. (내가) 벼려온 문제의식이 작품 안에 축적되어 있다는 것을 서사와 작가 해설로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담집을 잘 읽어 보면 각각의 해설이 ‘정답’보다는 ‘질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실 것”이라며 “내 메시지에 독자분들이 자신만의 해석을 달아 더 깊은 독서 체험을 할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차기작인 장편소설은 오는 9월 박정민이 대표로 있는 출판사 무제에서 ‘듣는 소설’ 시리즈로 출간될 예정이다.
“검찰의 보완수사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마지막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었던 구원과도 같았습니다”(세종시 집단 성폭행 피해자 정연수씨)
인천 강화도 유기치상 사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 강력범죄 피해자 7명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집중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우려를 표했다.
강화도 가정폭력 유기치상 사건 피해자 딸인 한지유씨(가명)는 경찰이 핵심 증거를 확보해야 할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회상했다. 이 사건은 2023년 강화도에서 한씨의 의붓아버지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아내를 발견하고도 ‘가정폭력으로 오해받기 싫다’며 사진을 찍어 한씨에게 보내기만 한 뒤, 테니스를 치러 외출한 사건이다. 한씨 신고로 피해자는 뒤늦게 병원에 옮겨졌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경찰은 가해자인 의붓아버지에게 유기혐의만 적용해 송치했고,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유기치상으로 혐의를 바꿔 기소했다.
한씨는 가해자의 팔에 긁힌 상처를 발견하고, 경찰에 피해자인 어머니 손톱을 채취해 가해자의 DNA를 확보해달라고도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요청도 묵살했다고 한씨는 밝혔다. 한씨는 “담당 형사는 ‘자신은 지금 퇴근했다’며 제게 직접 ‘어머니의 손톱을 잘라 보관하라’고 했다”며 “제가 ‘직접 잘라도 되는 것이냐, 과학수사대가 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럼 저보고 다시 출근하라는 거냐’는 말을 들어야 했다”고 울먹였다.
한씨 어머니의 손톱은 결국 사건 발생 9일 뒤에야 채취됐고, 나머지 증거물인 혈흔이 묻은 피해자 옷가지와 휴대전화 등도 20일 뒤에야 수거됐다. 한씨는 “저희 사건처럼 증거 확보에 하루하루가 시급한 사건에서 몇 달이 걸리는 보완수사 요구만 하라는 것은 그냥 진실을 덮으라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
세종시 집단 성폭행 피해자 정연수씨(가명)는 경찰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씨의 입장문은 대리인이 대신 읽었다. 정씨는 2018년 집단강간을 당한 뒤 2024년 2월 고소를 했으나, 첫 경찰조사에서 “수사관은 가해자와 이미 아는 사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수사관이) ‘이런 사건은 송치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하며 조사를 시작했다”고 했다.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정씨에게 통보하면서 “새로운 증거를 가져오지 못하면 이의신청을 해도 결국 불송치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이 재수사 요청을 한 뒤 상황은 달라졌다. 경찰은 추가 증거 없이 처음 불송치 결정을 뒤집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가해자는 재판을 거쳐 유죄를 선고받았다.
정씨는 “처음 불송치 결정은 무엇을 근거로 내렸던 것인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건이 그대로 영원히 없었던 일이 될 뻔했다는걸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고 했다. 정씨는 “저의 경우 검찰의 보완수사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마지막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었던 구원과도 같았다”고 했다.
가해자의 행위를 75차례 거부하고도 성폭력 피해를 입은 한우리씨(가명)는 수사·공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제대로 참여할 수 없는 현실을 고발했다. 한씨는 “법정에 선 낯선 검사님은 제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도 못했다”며 “피고인의 변호인이 100마디를 하는 동안 검사님은 10마디도 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씨는 상고 포기 과정에서도 피해자의 의견이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상고해달라는 한씨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상고 포기의 이유조차 설명해주지 않았다. 한씨는 “사건당사자는 피해자”라며 “피해자에게 묻지 않고 기록을 보여 주지 않고 반박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기관의 간판을 아무리 바꾼들 제대로 된 수사도 제대로 된 기소도 이루어질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인 김진주씨(가명)와 서현역 차량 흉기난동 사건의 피해자인 고 김혜빈 양의 유족도 참석해 경찰의 부실 수사 과정을 지적했다. 김씨는 “결국 이렇게 피해자들을 모이게 만든 국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각자 입은 피해가 다르고 각자 생각이 다르지만 우리의 마음 하나는 똑같았다. 피해자가 없는 검찰개혁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혜빈 양의 유족은 “저희는 살인사건으로 하나밖에 없는 딸을 잃고 유가족이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해본 사람들”이라며 “최악의 사건을 겪은 피해자들은 최선을 다하는 국가를 만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위력관계 성폭행 피해자 김윤지씨(가명)와 스토킹 및 교제 폭력 피해자 최윤희씨(가명)도 대리인을 통해 피해 경험을 밝혔다.
이들을 대리한 변호사들은 검찰개혁이 단순히 ‘검찰 권한 폐지’가 아니라 ‘피해자 중심의 사법절차 개선’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지원 변호사는 “현재 발의된 형사소송법 개정안들 대부분은 검찰의 권한 남용을 막는 것에만 초점을 둔 나머지 수사지연과 부실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홍기원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만이 그나마 대안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형사소송법 개정 TF를 중심으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장윤기 사건으로 경찰의 부실·은폐 수사가 지적되자 제한적으로나마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당내 이견도 나오고 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성폭력, 아동·청소년 학대, 장애인·노인 학대, 가정폭력 등 사회적 약자 대상 사건과 민생 사건 등에서 보완수사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 반도체 품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세계 기업들의 생산시설 증설 투자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나스닥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토대로 국내 설비 확충과 함께 미국 내 메모리 제조시설 구축 검토를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첫 가동 일정을 당초보다 앞당겼다. 미국과 중국도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에 사활을 걸면서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ADR(주식예탁증서) 상장을 통해 265억 달러(약 40조원)를 조달하게 됐다. 국내외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실탄’을 확보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 자금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P&T7 첨단 패키징 공장,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등 국내 투자에 대부분 사용할 계획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상장 직후 미 CNBC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수요 증가 속도가 우리가 공장을 짓고 공급을 늘리는 속도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며 “향후 5년 안에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도 모든 고객이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전력과 용수, 인력, 공급망 생태계 등 여건 충족을 전제로 미국 내 메모리 공장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공장 후보지로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여러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인디애나의 첨단 패키징 공장과 별개로 AI 데이터센터와 AI 기술, 스타트업, 합작투자 등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 (생산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며 미국 내 메모리 생산 확대를 요구한 이후 나왔다. 그동안 반도체 관세 부과 위협을 무기로 미국 투자를 촉구해 온 트럼프 행정부가 아예 마이크론의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콕 집어 미국 중심의 메모리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용인 국가산단에 건설 중인 1호 팹 가동 목표를 당초 계획인 2030~2031년보다 1~2년 앞당긴 2029년 10월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공급난 속에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속도전’이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도 용인 산단 조성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또 평택캠퍼스 내 P4(4공장) 가동 시점을 당초 내년 1분기에서 연내로 앞당기고, P5(5공장)도 조기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400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삼성전자는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2030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상태다.
글로벌 메모리 3위인 마이크론도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대폭 늘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 9일 2035년까지 미국 내 투자 규모를 2500억달러(약 375조원)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 업체들의 시장 확대도 빨라지고 있다. 기업공개(IPO)가 임박한 창신메모리(CXMT)는 295억 위안(약 6조5000억원)을 조달해 범용 D램은 물론 HBM 등 차세대 D램 투자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38.6%), SK하이닉스(28.8%), 마이크론(22.4%) 등 ‘3강 구도’이나, 4위인 CXMT의 점유율이 전 분기 4.7%에서 7.6%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사이클이 존재하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수년 뒤 증설로 인해 ‘공급 과잉’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계속 나오고 있다. 최근 메타가 자체 AI 데이터센터에서 남는 컴퓨팅 자원을 바탕으로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추진하자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정점을 통과했다는 이른바 ‘피크아웃’ 우려가 확산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이에 대해 AI로 인해 반도체 산업이 “옛날과 같은 공급 과잉 패턴의 사이클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은 명확해졌다”며 “수요와 공급의 차가 매우 크다”고 반박했다.
다만 업황 하강 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선제적인 증설 투자로 메모리 수요를 선점하고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빅테크들의 인프라 투자 흐름과 AI 수요 변동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 시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가 성해나의 기담집.’
최근 출간된 소설집 <인비인>(한겨레출판)은 이 짧은 설명으로 소개가 가능하다. 지난해 출간돼 40만부 이상 판매된 <혼모노>로 한국 문학계의 차세대 주자로 이름을 올린 성해나의 신작인데, 게다가 기담이라니. 새롭고 낯설면서도 시대의 단면을 포착한 소설을 원하는 젊은 독자들의 관심을 비켜 나가기 어려워 보인다. 무엇이 작가를 기묘한 세계로 이끌었는지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었다.
‘인비인’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사람이 아닌 것, 혹은 사람이어야 마땅하나 사람이기를 스스로 멈춘 존재를 뜻한다. 책에는 이와 같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9편이 실렸다. 일제의 잔재를 다룬 소설들이 여럿 눈에 띈다.
표제작 ‘인비인’은 731부대의 생체실험에 가담했던 한 노인과 관련한 이야기를 다룬다. 책의 문을 여는 첫 소설인 ‘벚나무로 짠 5자 너비의 책상’에는 친일 후손이 물려받는 선대의 책상이, ‘소돔의 의로운 혈육들’에는 친일 유물이 소재로 쓰인다. 작가는 소설을 쓰던 당시에도, 지금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행한 <친일인명사전>을 읽었다고 했다.
“뉴라이트나 동북공정 등 역사 왜곡을 통해 수많은 이가 지켜온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에 탄식할 때도 많은데, 이는 제대로 된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 아닐까요. 시대의 불의나 현안에 타협하거나 적당히 건드리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집요하게 파고들며 의문을 품는 것이 작가로서 결코 버려서는 안 될 기개라 생각합니다. 그 뜻을 품으며 자료를 찾고 ‘친일인명사전’도 읽었어요. 시대가 문학을 통해 조금이라도 변화하고, 이를 우리의 오답이자 과제로 남기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대신하는 사회에서 진짜 인간이란 무엇인지 질문하는 작품도 있다. ‘아미고’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미고에게 밀려난 스턴트맨의 이야기다. 아미고의 초고가 쓰인 2020년과 달리 지금은 챗GPT를 포함한 생성형 AI가 보편화됐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의 육체 노동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도 현실화되고 있다.
작가는 “사라지는 직업에 대한 우려, 그 빈자리를 AI가 갈음하는 것이 이제는 당연시되는 것 같다”며 “챗GPT도 마찬가지다.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반감도 심했지만 지금은 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사회가 한 번 적응한 것에는 쉽게 무감해지고, 무심해지는 것 같다. (다만, 나는) 무감하지 못해 여전히 두렵다”고 말했다.
뉴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한 소설도 눈에 띈다. 작가는 “처음엔 친구가 조간신문을 읽고 출근한다고 해 따라 하게 됐다. 멋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이제는 습관이 됐다”며 “작품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동시대성에 집중하고, 그에 관한 소설을 쓴 터라 기민하게 세태를 읽는 데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면과 사회면, 국제면을 주로 읽는데, 가장 좋아하는 것은 ‘칼럼’이라며 “다양한 필진이 다채로운 의견으로 사회와 현상에 관해 논하는 지면이 하나의 건강한 공론장처럼 느껴져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간한 소설집 <혼모노>는 배우 박정민의 추천사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 책에는 유명인의 추천사도 평론가의 작품 해설도 없다. 대신 각 작품의 말미에 성해나가 직접 쓴 작가 해설이 수록됐다. 추천사 없이 작가 직접 해설을 쓰자는 제안은 출판사에서 먼저 했다.
그는 “‘혼모노’가 근사한 추천사 덕에 작품이 널리 알려졌다는 것은 명징한 사실이고 감사한 일이지만, 나는 내 이야기의 힘 역시 믿고 있다. (내가) 벼려온 문제의식이 작품 안에 축적되어 있다는 것을 서사와 작가 해설로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담집을 잘 읽어 보면 각각의 해설이 ‘정답’보다는 ‘질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실 것”이라며 “내 메시지에 독자분들이 자신만의 해석을 달아 더 깊은 독서 체험을 할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차기작인 장편소설은 오는 9월 박정민이 대표로 있는 출판사 무제에서 ‘듣는 소설’ 시리즈로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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