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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想과 세상]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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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30회 작성일 24-04-3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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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오래된 기억 속에는 상가마다, 공장마다 폐업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그 닫힌 문들에 간신히 매달려, 믿을 수 없다는 듯 폐업 포스터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외로운 소년은 그 포스터를 뜯어 딱지를 접었다. 소년이 딱지를 내려칠 때마다 스산한 골목은 탁탁 붙었다 터졌다. 그때였다. 소년은 민들레 홀씨 하나가 어쩔 수 없이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1998년. 망해버린 시간들이었다. 아버지는 공장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얼굴을 가리고 우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그때 날아간 민들레 홀씨는 어디에서 꽃을 피웠을까? 어느새 소년은 어른이 되었고, 2024년을 살고 있다. 폐업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포스터 대신 텅 빈 가게 유리문에 붙은 ‘임대’ 두 글자가 몰락해 가는 골목을 바라보고 있다.
푸른 물방울
팽목항에서
콩나물 한 봉지 들고 너에게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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