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수의 일생의 일상]입술에 관한 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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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22회 작성일 24-05-08 12:55본문
곡우 근처. 이즈음 물에 잠긴 논을 보면 올해 농사를 준비하는 설렘이 가득하다. 논두렁은 논과 논을 구획하는 경계이지만 또한 길고 좁은 밭뙈기이기도 하다. 옛날 모내기 끝내고 어머니는 그 자투리땅도 그냥 놀릴 수 없다며, 호박이나 울콩을 심으셨지. 지난주 고향 가서 논두렁에 서서 술동이에서 막걸리 익어가듯 논바닥에서 뻐끔뻐끔 올라오는 기포를 보았다. 문득 들판의 논들을 아담하게 죄는 이 야무진 논두렁이 어째 꼭 얼굴의 입술 같다는, 조금은 엉뚱한 생각 하나가 흘러나오지 않겠는가.
입술, 인체에서 차지하는 면적이야 손바닥보다 좁아도 만만한 장소가 결코 아닌 것.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한 퀴즈. 우리가 그 이름을 불러주면 사라지는 게 뭘까? 침묵이다. 침묵의 일번지인 입술. 솜털이 몹시도 나부끼는 몸의 피부에서 드물게 황무지 같은 입술에 대해 몇 가지 더할 이야기가 있다.
뒤늦게 발심하여 한문을 공부할 때 초심자로서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한다. 눈으로 읽고, 손으로 쓰지만 가장 나은 건 입술을 움직여 문장이 노골노골해지도록 외는 게 가장 좋다. 어느 해 고전번역원 여름특강에서 맹자를 강의하시던 선생님.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라면서 특히 상구를 강조하셨다. 上口(상구), 즉 입에 올리라는 것. 더 정확히 새긴다면 입술 위에 한자를 얹어놓고 중얼거리라는 뜻이었다.
입술로 글 읽는 소리는 망외의 소득을 이끌기도 한다. 일본 물리학자 유카와 히데키. 어린 시절 할아버지 무르팍에 앉아 수염 밑으로 떨어지는 소리를 그 뜻도 모른 채 무조건 따라 외웠다고 한다. 이른바 소독(素讀)이라는 것이다. 그가 중간자의 존재를 예언하여 노벨 물리학상을 거머쥔 건 이런 한문 공부가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옛 생각에 잠겼다가 입술 같은 논두렁을 빠져나올 때 논으로 와글와글 쏟아지는 햇빛의 구조가 보이는 것 같다. 그 햇살 속 칸칸마다 그리운 얼굴들. 그리고 다시 어머니 생각. 어느 날 <가요무대> 끝나자, 노안을 찌푸리며 옥편과 <논어>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나를 안쓰럽게 보시며 하시던 말씀. 새복(새벽)에 쌀 안치러 정지(부엌)에 나갈 때, 너거 아부지 새집 할아버지한테 가서 글 읽는 소리, 담부랑 너머 들릴 때, 그거 얼마나 좋은지 아나?
서정춘이라는 시인
십 년째 오는 봄비
히읗이 없었더라면 어쩔 뻔했나
22대 총선 뒤풀이가 요란한 가운데 무감하게 잊히는 정당이 있다. 진보정당 운동의 본령인 정의당이다. 지난주 리얼미터 정기여론조사에서 정의당은 이름 없는 ‘기타 정당’으로 분류될 만큼 미미한 지지율을 기록했다. ‘진보 집권’을 꿈꾼 게 엊그제인데, 믿기지 않는 반전이다. 총선 일주일 전 117명의 지식인들이 녹색정의당 지지를 선언하면서 녹색정의당이 없는 한국 정치는 상상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여기서 녹색정의당을 ‘진보정당’으로 대체해도 무방할 터이다. 그 상상할 수 없던 것이 현실이 됐다.
22대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이 의석 확보에 실패해 원외정당으로 밀려났다. 2004년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입을 기점으로 하면, 진보정당 운동이 20년에 걸친 여정 끝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20년 진보정치 역사의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양경규 정의당 의원). 저무는 한 시대를 되짚고, 정의당의 실패를 복기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시작할’ 씨앗을 찾을 수 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10석을 확보해 단숨에 제3당으로 원내에 진입했다. 보수 일변의 국회에 노동자 정치세력화 기수인 민주노동당이 입성한 것이다. 당사에서 국회까지 걸어오는 데 5분이 걸렸지만 노동자의 국회 입성에는 50년이 걸렸다(당시 노회찬 의원). 반세기에 걸쳐 굳어져온 좌파 부재의 한국 정치 지형을 민주노동당이 전복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국회 입성을 역사적 사건으로 매김하는 이유이다.
원내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를 확인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비정규직 문제,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부유세 등 원내 진보정당의 의제와 제안이 시대정신이 되었다. 이렇게 진보정당을 통해 한국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열망이 모아져 한때 국회 의석 13석, 당 지지율 20%, 대선 득표 200만표에 달하던 빛나는 시절이 있었다. 진보적 의제를 정치권에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투영하기 위해 분투할 때,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그들의 권리 옹호를 위해 헌신할 때 이룩할 수 있었던 성취다.
그 빛나던 시절을 아득한 과거로 밀어내는, 참담한 좌절이 너무 빨리 왔다. 22대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은 의석을 단 1석도 얻지 못해 원외로 밀려났다. 비례 정당득표율은 정당 해산 기준을 간신히 넘은 2.14%에 머물러 의석을 배정받지 못했다. 진보정당의 얼굴인 심상정 의원은 지역구에서 2등도 아닌 3등으로 낙선했다. 진보 유권자들로부터도 철저히 외면받은 최악의 결과다. 22대 총선에서 진짜 망한 정당은 녹색정의당이다.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내외(內外)의 여러 가지 패인이 거론된다. 우선 정체성 혼란, 민주당과의 관계에서 ‘2중대’ ‘배신자’ 프레임 사이 갈팡질팡한 태도, 선거 노선을 둘러싼 분열, 노회찬·심상정 이후 인물 부재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외인(外因)으로는 모든 의제를 집어삼킨 압도적 정권심판론, 위성정당, ‘지민비조’를 내세운 조국혁신당 돌풍 등이 지목된다.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0석 사태’를 초래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진보정당으로서 선명하지 못한 정체성이 치명적이었다. 언제부턴가 노동 중심성과 현장을 방기하고, 과도한 정체성 정치와 여의도 고공정치에 치중하면서 노선이 흐리멍덩해졌다. 오죽하면 민주당보다 덜 진보정당이란 소리를 들었을까 싶다. 선거를 앞두고 비례 1번 국회의원이 탈당해 반페미니즘 보수정당으로 넘어갔다. ‘못 믿을 정당’이란 이미지가 두텁게 쌓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조국혁신당이 정의당을 대체할 순 없다. 정의당이 원외로 밀려났지만, 진보정치의 가치와 필요성이 사라진 건 아니다.
‘이대로’ 3년은 너무 막막하다
‘조국 사태’와 ‘조국혁신당 현상’ 사이
누가 정권심판론을 잠재우나
총선 기간에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단체로 녹색정의당에 입당했다. 우리가 어려울 때 누군가는 들어줘야 하잖아요. 녹색정의당은 꼭 필요한 정당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처럼 정의당이 필요한 이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여전히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 억압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대변자 역할을 할 진보정당이 필요하다.
광야로 나온 정의당 앞에 놓인 환경은 척박하다. 몰락에 가까운 총선 득표율이 가리키는 바가 있다. 재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고 노회찬 의원의 ‘6411번 버스 연설’에 답이 들어 있다. 이제 여의도를 벗어나 밑으로, 현장으로, 민중 속으로 내려가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민간투자사업 추진 무산과 소송 등으로 10년 넘게 우여곡절을 겪은 대전 유성복합터미널 건립 사업이 연내 첫 삽을 뜰 전망이다.
대전시는 유성구 대전도시철도 1호선 구암역 인근에 건립되는 유성복합터미널의 기본설계를 지난달 완료했다고 7일 밝혔다. 기본설계가 끝남에 따라 대전시는 오는 11월까지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연내 터미널 건립 공사를 착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준공은 내년 12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성복합터미널 건립 사업은 10년 넘게 지지부진한 추진 과정을 겪어 왔다. 2010년부터 세 차례 진행된 민간사업자 공모가 무산됐고, 2018년 네 번째 공모에서 어렵게 사업자를 선정했지만 사업자 측이 자금조달 문제를 겪으면서 2021년까지 지하 4층·지상10층 규모의 복합터미널을 짓겠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대전시는 결국 민자사업 추진을 포기하고 공영개발 방식을 택하기로 했지만, 사업자와의 계약 해지 과정에서 불거진 소송이 지난해까지 이어지며 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6월에야 대법원에서 사업자와의 소송이 마무리되면서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투자심사 등 행정 절차가 진행되고, 건립 사업의 밑그림을 내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유성복합터미널은 구암역 인근 1만5000㎡ 부지에 연면적 3500㎡ 규모로 건립된다. ‘출발의 순간, 머무름의 공간’을 콘셉트로 한 터미널 기본설계에는 한옥의 처마 이미지가 활용됐다. 실내·외 공간 구성과 각종 교통수단의 연계성, 차량과 보행자 동선 등을 고려한 것이 기본설계의 특징이라고 대전시는 설명했다. 또 건물에 목구조를 사용하고 지열과 유출 지하수를 활용하는 친환경 건축 요소도 터미널 설계에 반영됐다.
대전시는 터미널건립 사업에 모두 465억원을 투입한다. 준공 이후 하루 이용객은 52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유성복합터미널 건립 사업은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 될 것이라며 시민 교통 편익을 증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명품 터미널’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입술, 인체에서 차지하는 면적이야 손바닥보다 좁아도 만만한 장소가 결코 아닌 것.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한 퀴즈. 우리가 그 이름을 불러주면 사라지는 게 뭘까? 침묵이다. 침묵의 일번지인 입술. 솜털이 몹시도 나부끼는 몸의 피부에서 드물게 황무지 같은 입술에 대해 몇 가지 더할 이야기가 있다.
뒤늦게 발심하여 한문을 공부할 때 초심자로서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한다. 눈으로 읽고, 손으로 쓰지만 가장 나은 건 입술을 움직여 문장이 노골노골해지도록 외는 게 가장 좋다. 어느 해 고전번역원 여름특강에서 맹자를 강의하시던 선생님.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라면서 특히 상구를 강조하셨다. 上口(상구), 즉 입에 올리라는 것. 더 정확히 새긴다면 입술 위에 한자를 얹어놓고 중얼거리라는 뜻이었다.
입술로 글 읽는 소리는 망외의 소득을 이끌기도 한다. 일본 물리학자 유카와 히데키. 어린 시절 할아버지 무르팍에 앉아 수염 밑으로 떨어지는 소리를 그 뜻도 모른 채 무조건 따라 외웠다고 한다. 이른바 소독(素讀)이라는 것이다. 그가 중간자의 존재를 예언하여 노벨 물리학상을 거머쥔 건 이런 한문 공부가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옛 생각에 잠겼다가 입술 같은 논두렁을 빠져나올 때 논으로 와글와글 쏟아지는 햇빛의 구조가 보이는 것 같다. 그 햇살 속 칸칸마다 그리운 얼굴들. 그리고 다시 어머니 생각. 어느 날 <가요무대> 끝나자, 노안을 찌푸리며 옥편과 <논어>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나를 안쓰럽게 보시며 하시던 말씀. 새복(새벽)에 쌀 안치러 정지(부엌)에 나갈 때, 너거 아부지 새집 할아버지한테 가서 글 읽는 소리, 담부랑 너머 들릴 때, 그거 얼마나 좋은지 아나?
서정춘이라는 시인
십 년째 오는 봄비
히읗이 없었더라면 어쩔 뻔했나
22대 총선 뒤풀이가 요란한 가운데 무감하게 잊히는 정당이 있다. 진보정당 운동의 본령인 정의당이다. 지난주 리얼미터 정기여론조사에서 정의당은 이름 없는 ‘기타 정당’으로 분류될 만큼 미미한 지지율을 기록했다. ‘진보 집권’을 꿈꾼 게 엊그제인데, 믿기지 않는 반전이다. 총선 일주일 전 117명의 지식인들이 녹색정의당 지지를 선언하면서 녹색정의당이 없는 한국 정치는 상상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여기서 녹색정의당을 ‘진보정당’으로 대체해도 무방할 터이다. 그 상상할 수 없던 것이 현실이 됐다.
22대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이 의석 확보에 실패해 원외정당으로 밀려났다. 2004년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입을 기점으로 하면, 진보정당 운동이 20년에 걸친 여정 끝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20년 진보정치 역사의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양경규 정의당 의원). 저무는 한 시대를 되짚고, 정의당의 실패를 복기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시작할’ 씨앗을 찾을 수 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10석을 확보해 단숨에 제3당으로 원내에 진입했다. 보수 일변의 국회에 노동자 정치세력화 기수인 민주노동당이 입성한 것이다. 당사에서 국회까지 걸어오는 데 5분이 걸렸지만 노동자의 국회 입성에는 50년이 걸렸다(당시 노회찬 의원). 반세기에 걸쳐 굳어져온 좌파 부재의 한국 정치 지형을 민주노동당이 전복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국회 입성을 역사적 사건으로 매김하는 이유이다.
원내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를 확인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비정규직 문제,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부유세 등 원내 진보정당의 의제와 제안이 시대정신이 되었다. 이렇게 진보정당을 통해 한국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열망이 모아져 한때 국회 의석 13석, 당 지지율 20%, 대선 득표 200만표에 달하던 빛나는 시절이 있었다. 진보적 의제를 정치권에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투영하기 위해 분투할 때,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그들의 권리 옹호를 위해 헌신할 때 이룩할 수 있었던 성취다.
그 빛나던 시절을 아득한 과거로 밀어내는, 참담한 좌절이 너무 빨리 왔다. 22대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은 의석을 단 1석도 얻지 못해 원외로 밀려났다. 비례 정당득표율은 정당 해산 기준을 간신히 넘은 2.14%에 머물러 의석을 배정받지 못했다. 진보정당의 얼굴인 심상정 의원은 지역구에서 2등도 아닌 3등으로 낙선했다. 진보 유권자들로부터도 철저히 외면받은 최악의 결과다. 22대 총선에서 진짜 망한 정당은 녹색정의당이다.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내외(內外)의 여러 가지 패인이 거론된다. 우선 정체성 혼란, 민주당과의 관계에서 ‘2중대’ ‘배신자’ 프레임 사이 갈팡질팡한 태도, 선거 노선을 둘러싼 분열, 노회찬·심상정 이후 인물 부재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외인(外因)으로는 모든 의제를 집어삼킨 압도적 정권심판론, 위성정당, ‘지민비조’를 내세운 조국혁신당 돌풍 등이 지목된다.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0석 사태’를 초래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진보정당으로서 선명하지 못한 정체성이 치명적이었다. 언제부턴가 노동 중심성과 현장을 방기하고, 과도한 정체성 정치와 여의도 고공정치에 치중하면서 노선이 흐리멍덩해졌다. 오죽하면 민주당보다 덜 진보정당이란 소리를 들었을까 싶다. 선거를 앞두고 비례 1번 국회의원이 탈당해 반페미니즘 보수정당으로 넘어갔다. ‘못 믿을 정당’이란 이미지가 두텁게 쌓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조국혁신당이 정의당을 대체할 순 없다. 정의당이 원외로 밀려났지만, 진보정치의 가치와 필요성이 사라진 건 아니다.
‘이대로’ 3년은 너무 막막하다
‘조국 사태’와 ‘조국혁신당 현상’ 사이
누가 정권심판론을 잠재우나
총선 기간에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단체로 녹색정의당에 입당했다. 우리가 어려울 때 누군가는 들어줘야 하잖아요. 녹색정의당은 꼭 필요한 정당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처럼 정의당이 필요한 이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여전히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 억압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대변자 역할을 할 진보정당이 필요하다.
광야로 나온 정의당 앞에 놓인 환경은 척박하다. 몰락에 가까운 총선 득표율이 가리키는 바가 있다. 재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고 노회찬 의원의 ‘6411번 버스 연설’에 답이 들어 있다. 이제 여의도를 벗어나 밑으로, 현장으로, 민중 속으로 내려가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민간투자사업 추진 무산과 소송 등으로 10년 넘게 우여곡절을 겪은 대전 유성복합터미널 건립 사업이 연내 첫 삽을 뜰 전망이다.
대전시는 유성구 대전도시철도 1호선 구암역 인근에 건립되는 유성복합터미널의 기본설계를 지난달 완료했다고 7일 밝혔다. 기본설계가 끝남에 따라 대전시는 오는 11월까지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연내 터미널 건립 공사를 착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준공은 내년 12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성복합터미널 건립 사업은 10년 넘게 지지부진한 추진 과정을 겪어 왔다. 2010년부터 세 차례 진행된 민간사업자 공모가 무산됐고, 2018년 네 번째 공모에서 어렵게 사업자를 선정했지만 사업자 측이 자금조달 문제를 겪으면서 2021년까지 지하 4층·지상10층 규모의 복합터미널을 짓겠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대전시는 결국 민자사업 추진을 포기하고 공영개발 방식을 택하기로 했지만, 사업자와의 계약 해지 과정에서 불거진 소송이 지난해까지 이어지며 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6월에야 대법원에서 사업자와의 소송이 마무리되면서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투자심사 등 행정 절차가 진행되고, 건립 사업의 밑그림을 내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유성복합터미널은 구암역 인근 1만5000㎡ 부지에 연면적 3500㎡ 규모로 건립된다. ‘출발의 순간, 머무름의 공간’을 콘셉트로 한 터미널 기본설계에는 한옥의 처마 이미지가 활용됐다. 실내·외 공간 구성과 각종 교통수단의 연계성, 차량과 보행자 동선 등을 고려한 것이 기본설계의 특징이라고 대전시는 설명했다. 또 건물에 목구조를 사용하고 지열과 유출 지하수를 활용하는 친환경 건축 요소도 터미널 설계에 반영됐다.
대전시는 터미널건립 사업에 모두 465억원을 투입한다. 준공 이후 하루 이용객은 52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유성복합터미널 건립 사업은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 될 것이라며 시민 교통 편익을 증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명품 터미널’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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