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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온정이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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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8회 작성일 24-05-09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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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 난입한 어린이 팬이 안전요원에 이끌려 퇴장당하는 그 짧은 순간에도 팬의 머리를 쓰다듬는 특유의 다정함을 감추지 못했던 손흥민(토트넘) 선수. 상대팀의 팬에게도 예의를 갖추고, 득점은 동료(또는 팀) 덕분이라고 공을 돌리는 그의 한결같은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인성도 월클(월드 클래스)이라는 극찬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다. 국가대표 손흥민을 사랑하는 이유는 비단 축구 실력뿐만이 아님을 그의 ‘엄한 아버지’ 손웅정씨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던’ 정(情)의 시대는 각자도생 사회를 만나 온기를 잃었다. 친절함은 사라지고 선의는 아둔함으로 각인되는 세상에서 다정은 약점이 됐다. 그럼에도 우리는 좀 더 다정할 필요가 있다. 삭막해진 사회에서 놓치고 있는 다정함의 온기를, 잊고 있던 다정함의 가치를 찾아봤다.
어떤 다정함은 존중에서 시작된다
미국의 유명 MC인 코넌 오브라이언은 NBC <투나잇 쇼>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고별 방송에서 절대 시니컬하게 굴지 말라. 그것은 어디에도 쓸모없는 것이다. 만약 네가 열심히 살고 친절하게 행동한다면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라고 당부했다. 당시 방송사 내부 갈등으로 밀려나가는 상황이었음에도 말이다.
인문학 재단에서 일하는 고한성씨는 대중 강연을 하지 않기로 유명했던 모 교수를 연사로 섭외하며 오브라이언이 언급했던 ‘놀라운 일’을 경험했다.
정중한 거절에도 섭외를 포기할 수 없었던 고씨는 교수의 논문을 찾아 읽고 그의 관점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과 간곡함을 담아 메일을 썼고 그 결과 ‘수락’이라는 응답을 얻었다.
고씨는 마침내 만나게 된 교수님께서 ‘참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다정하게 나를 초청해서 거절할 수가 없었다’고 말씀하셨다. 그 ‘다정하게’라는 네 글자의 힘이 무척 크게 느껴졌다며 다정의 힘은 가늠할 수 없다.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듯 두 사람, 세 사람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고은지 작가의 에세이 <너의 하루가 시원하길 바라>에는 은은한 햇살이 빙하를 녹이고 작은 위로가 언 마음을 녹이듯 너의 다정함은 그런 것이다. 햇살같이 따스하고 편안한 것. 그럼에도 결코 약하지 않은 것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세 살 쌍둥이 형제를 둔 박영환·정수정씨 역시 지난달 아이들과 함께 찾은 동네 식당에서 ‘햇살같이 따스한’ 위로를 받았다.
낮잠 시간을 놓쳐 칭얼거리는 아이들 탓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던 부부는 주변의 눈치를 보다 서둘러 밥값을 계산하려 일어났다. 그때 주방에서 뛰어나온 식당 주인이 두 사람을 불러 세웠다. 주인의 손에는 부부가 주문했던 메뉴와 같은 음식 2인분과 밑반찬, 김치 등이 담긴 종이 가방이 들려 있었다.
박씨는 나이가 지긋한 사장님께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잠깐 봐주고 싶은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그 또한 불편해한다고 들어 그러지 못했다. 집에 가서 차분히 먹어라. 속이 든든해야 힘을 낼 수 있다’고 하시는데 울컥 눈물이 났다며 주방에서 내내 힐끔거리는 모습을 보고 그저 이상한 분이라 생각하고 경계했던 나를 돌아봤다. 각박한 세상에 길들어 다정함을 잊고 살았구나 싶은 마음이 들어 죄송했다고 말했다.
호의는 호의로 돌아온다
다수의 학자가 밝혀낸 다정함의 기능은 다면적이다. 다정한 행동은 상대방이 존중받고 지지받고 있다는 감정이 들게 한다. 또한 갈등이나 스트레스의 상황에서도 서로를 지탱하게 하고 인간관계를 강화한다. 이렇게 돈독해진 유대감은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의견을 공유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공동체 문화를 근간으로 해온 한국 사회에서 정은 가치 있는 대상이었다. 서로에 관한 관심과 배려를 기반으로 한 다정함은 이웃 간의 결속력을 높이고 개인에게 소속감을 주며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며 다정은 ‘빛’이 아닌 ‘빚’이 됐다. 자연히 다정의 농도 또한 희석되는 분위기다.
대학생 최준형씨는 어느 순간부터 ‘시니컬하다’ ‘시크하다’는 말이 ‘쿨함’의 대명사가 됐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는 표현을 이런 단어들로 포장하면서 솔직함과 무례함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가 된다’는 등의 밈이 떠도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각박해져 가고 있는가를 실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직장인 박혜영씨도 간혹 후배들을 도와주거나 오지랖을 부려볼까 하다가도 ‘꼰대’라는 말을 들을까 망설여진다. 나뿐만 아니라 대다수가 좋은 사람이 되기보다는 나쁘지 않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것 같다며 한편으로는 당연하게 행해져야 할 것들이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는 시대가 기이하게 느껴진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집단주의 해체가 가속화되면서 다정의 문화가 사라지게 됐다고 해석한다. 이동휘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IMF 이후 서구식 개인주의가 유입됐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합리적 시민의식은 미처 따라오지 못한 듯 보인다며 그러다 보니 책임은 다하지 않고 자신의 권리만 강조하는 문화, 호의를 권리로 당연시하는 문화가 팽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합리 내세운 ‘쿨함’또는 쿨함을 가장한 무례함에지치고 상처받는 현대인들
다정함은 재능이자 전략존중받는다는 느낌 주고 관계 강화세련되게 연대감 이어가는 방식
또한 이 교수는 다정함은 상호호혜성이 담보되는 문화일 때 활성화되는데 현재 한국을 관통하는 흐름은 ‘손해 보지 말자’와 ‘내 가족 중심주의’다라고 짚었다. 그는 특히 익명이 보장되는 공간에서는 타인에 대한 신랄한 비난과 공격이 난무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이 교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발현되고 역지사지 인식, 공감적 이해, 인권과 윤리의식에 대한 학습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불경기가 지속되고 불공정한 사회가 이어지면서 혐오와 분노가 증폭되고, 그 과정에서 다정함이 줄어들게 됐다는 분석도 주목할 만하다. 정미연 사회학자는 다정이 미덕이었던 과거와 달리 사회적 불안과 불경기를 겪으며 자란 MZ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사고와 삶의 방식을 보인다며 내 삶의 여유가 없어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자신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분위기가 지금의 삭막함을 유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기술의 발전과 소셜미디어의 보편화 역시 감정의 전달과 다정한 태도를 단순하게 무력화시켰다는 의견도 있다. 김형선 관계 전문가는 사람들은 대화하면서 호감을 느끼고 배려라는 매너를 습득하게 되는데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감정 표현이 서툴어졌다고 말한다. 또한 대화 방식도 온·오프라인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카톡 이모티콘이 인간의 모든 감정을 표현할 수는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정은 병? 다정은 재능이다!
아카데미 시상식 7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주인공 에블린의 남편 웨이먼드는 지구를 구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아내를 향해 내가 유일하게 아는 것은 우리 모두 다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엄중한 상황에서 다소 뜬금없이 들렸던 그의 말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정신의학 교수 켈리 하딩의 책 <다정함의 과학>에는 흥미로운 실험이 등장한다. 조지아대 생명공학과 네렘 교수팀은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토끼들에게 몇달간 고지방 사료를 먹이고 콜레스테롤 수치와 심장박동수, 혈압을 측정했다. 몇달 후 모든 토끼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졌고 심장마비나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올라갔다.
그런데 유독 한 무리의 토끼들만 혈관에 쌓인 지방 성분이 60%나 적었다. 특정 연구원이 먹이를 준 무리였다. 해당 연구원은 토끼들에게 먹이를 줄 때 말을 걸고 껴안고 쓰다듬었다. ‘고지방 식단이 심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실험이 병에 걸리는 토끼와 건강을 유지하는 토끼를 나누는 것은 식단이나 유전자가 아니라 애정이라는 명제를 증명한 셈이다.
다정함은 적자생존의 법칙을 넘어 인류를 이끌어온 힘이기도 하다. 진화 인류학을 연구하는 브라이언 헤어 박사와 저널리스트 버네사 우즈는 저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다라고 기술했다.
현대사회에 다정의 역할을 대입한다면 좀 더 세련되게 연대감을 이어가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재은 MBC 아나운서는 저서 <다정한 말이 똑똑한 말을 이깁니다>에서 다정한 말하기는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사람을 마주하든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다정은 다채로운 표현을 허용한다. 정답이 없기에 부담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소통 전문가 방유리씨는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다른 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착한 말로, 기분을 어루만지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다정은 재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그는 이 재능은 후천적으로도 길러진다며 지금까지의 세상은 다정함이 있어 유지됐다. 모두가 할 수 있고, 모두가 해야 하는 원칙인 셈이라고 말했다.
다정은 모두의 몫이다
초등학생인 수아양은 최근 네 차례 큰 수술을 이겨내고 학교로 돌아왔다. 오랜만의 등교에 잔뜩 기대하고 교실로 들어섰지만 그 누구도 반겨주지 않았다. 서운함과 당혹감을 보이던 찰나 노래를 부르며 케이크를 들고 오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서야 이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한 깜짝 이벤트였음을 깨달았다. 따뜻한 배려에 감동한 수아양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배운 친구들 역시 덩달아 눈물을 훔쳤다. 친구들은 당분간 휠체어를 타고 생활해야 하는 그를 ‘공주’라고 칭하며 밥을 먹을 때도 한 숟갈씩 먹여주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수아양의 이야기는 ‘학생을 울렸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영상을 제작한 김창용 교사는 앞으로도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는 친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모두가 함께 고민해 내놓은 선물이라며 교직 생활을 하며 바라본 교실은 따뜻함과 다정함이 머무는 공간이다. 아이들의 순수함 덕이다. 그 힘이 우리 사회로도 퍼져나가길 희망하며 영상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다정함은 모두의 몫이다. 누구나 다정함의 조각을 이어갈 수 있다. 김현희 상담심리학자는 관계 불화 상담을 하다 보면 ‘따뜻한 말 한마디만 있었어도’라는 가정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행위, 걱정하고 공감해주는 한마디가 행복의 원천이 되고 다정한 사회를 만든다며 마음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거창한 행동이 아닌 일상의 작은 배려, 즉 다정함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른 듯 보이지만 다정은 우리의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보물이다. 그러니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질 필요가 있다.
경기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는‘경기도 귀어학교 2기 교육생’을 오는 7일부터 24일까지 모집한다고 7일 밝혔다.
경기도 귀어학교는 귀어를 희망하거나 어촌에 살지만 어업에 종사하지 않는 주민 등을 대상으로 실습·실무 위주의 교육을 무료로 제공한다.
신청 대상은 전국의 만 18세 이상 65세 미만으로, 경기도는 이번에 서류와 면접 심사를 거쳐 총 17명을 선발한다.
이번 2기 교육생은 다음 달 10일부터 7월 12일까지 5주간 귀어학교 및 현장실습 등을 통해 다양한 교육을 받게 된다.
2기 교육생부터는 어촌 생활에 필요한 중장비(지게차·굴착기) 자격 취득 과정 프로그램이 추가됐다. 교육 수료자에게 해양레저 및 중장비 관련 자격 취득 과정의 교육 비용 절반을 지원한다.
교육생들에겐 숙식이 제공되는 경기도 귀어학교는 202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 해양수산자원연구소 누리집에서 자세한 신청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경기도귀농귀촌지원센터는 ‘농촌 한 달 체험’ 참가자를 이날부터 오는 20일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모집한다.
참여 대상은 도시에 거주하며, 농촌 체험을 희망하는 1974년~1955년생이다. 한 달간 거주하며 영농실습, 지역민 교류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체험 운영 마을은 파주시 칠중성마을, 가평군 설곡옻샘마을, 양평군 산수유꽃마을, 연천군 나룻배마을 등 4곳이다.
숙식이 지원된다. 심사를 통해 마을별 3~6팀, 총 20팀을 선정해, 6월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1~ 7월 24일 마을별 한 달 체험을 진행한다. 팀당 1~2명이 정원이며, 2명인 경우 부부와 가족으로 한정한다.
자세한 내용은 경기도귀농귀촌지원센터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소개팅을 앞둔 친구에게 가장 먼저 물어본 건 그 사람 카톡 프사가 뭐야?였다. 프로필 사진은 종종 소개팅용 신상 정보보다 그 사람에 관한 더 많은 걸 말해준다. 만약 프로필 사진이 귀여운 동물 사진이면 난 꽤 단호하게 말한다. 진국이네. 정작 나 자신은 친구의 인생 사진을 찍고는 말한다. 이거 프사각. 당장 이걸로 바꿔.
프로필 사진은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증명사진’과는 역할이 다르다. 내가 지명하지 않은 누군가가 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선택된 프로필 사진은 증명 대신 설명을 한다. 내가 아끼는 것, 하고 싶은 말 혹은 내가 엄선한 나의 모습을 담는다. 아무 의미나 의도가 없는 사진을 골랐다는 선택 자체도 그 사람의 성향을 반영한다. 페이스북이 대중화시킨 디지털 ‘프로필 사진’ 덕에 디지털 세계에 자신의 정체성을 이미지로 등록하는 이 설정에 모두가 익숙해졌고, 프로필 사진의 역사성은 프로필 사진의 장르와 코드를 만들었다. ‘무관심’ ‘부지런’ ‘아리송’ ‘표출형’ ‘개그’ ‘힙스터’ 등 다양한 프사 코드가 존재한다.
‘프사’가 개인의 정체성을 완전히 대변할 수는 없지만, ‘보여지고’ 싶은 나의 모습을 설정하는 장치임은 확실하다. 모두가 온라인 세계에 ‘프로필’ 사진을 경유하여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 시대에 프로필 사진이 지닌 무거운 존재감을 가볍게 승화시킨 단어가 바로 ‘프사각’이다. 프사각은 ‘프로필 사진이 되기 충분한 자질을 갖추었다는 뜻’이다. 그 이미지가 우리 사회에서 선호하는 인물상에 부합한다면 클리셰를 따르는 프사각이고, 본인이 추구하는 자아상을 반영하는 이미지와 유사하다면 오리지널리티를 담은 프사각이다. 안정적 클리셰에 충실하든 도전적 오리지널리티를 지향하든, 내가 ‘보여지고 싶은 나’를 기획하고 편집해 선보인다는 점에서 프사각을 따르는 프로필 사진을 설정하는 일은 자신과 사회를 탐구하는 창작 활동이다.
그러고 보면 친구 소개팅 상대의 프로필 사진을 장르적 특성을 바탕으로 독해하고, 오리지널리티를 발굴해가며 ‘이 사람은 이런 성향일 거야’라고 판단하고 추측하는 나의 모습은, 현대미술 작품 앞에서 작가의 의도를 추측하던 모습과 꽤 닮았다. <현대미술이란 무엇인가>를 쓴 오자키 테츠야는 현대미술의 3요소를 ‘임팩트, 콘셉트, 레이어’라 정리했는데 이들 요소는 프사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에 딱 알맞다. 프사각을 만족하는 이미지 역시 명확한 ‘콘셉트’ 기획, 그 콘셉트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임팩트’, 시의적이며 개인적인 ‘레이어’가 내포되어 있다.
만약 우리의 프로필 사진이 현대미술과 좀 더 공통점을 넓혀가는 방식으로 발전한다면 어떨까? 인증과 표현을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프사각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말이다. 피카소가 인물을 정확히 묘사하는 걸 목표하던 기존 자화상의 작법을 완전히 깨부수고 내적 갈등이나 복잡한 감정까지 고스란히 담아내며 새로운 자화상의 틀을 개척했던 것처럼 프로필 사진계에도 유쾌한 혁명이 일어날 수 있을까? ‘잘 나왔거나 그럴듯하거나’를 전시 목표로 삼지 않는 새로운 프사각이 존재할 수 있을까? 있어 보이지도, 더 나아 보이지도 않는 ‘나’를 통해 ‘임팩트 있는’ 프사각을 세울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게 최선의 프사는 ‘강아지 사진’인 것만 같지만, 나보다 더 위대한 혁명가가 그 각을 열어준다면 난 기꺼이 따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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