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격자로 이뤄진 ‘완벽한 아름다움’···세계 거장 데려온 솔올미술관 ‘마지막 전시’ 될까 > 갤러리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갤러리

선·격자로 이뤄진 ‘완벽한 아름다움’···세계 거장 데려온 솔올미술관 ‘마지막 전시’ 될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6회 작성일 24-05-09 13:26

본문

반복적으로 그려 넣은 격자무늬, 캔버스에 그려진 수평선들 사이에 채워넣은 옅고 묽은 물감들.
아그네스 마틴(1912~2004)의 작품을 한 점만 놓고 봤을 땐 그 진가를 알아보기 힘들다. 단조롭거나 밋밋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심지어 줄노트나 격자무늬 노트를 커다란 캔버스에 확대해 놓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틴의 작품을 모아놓고 보면 다르다. 연필로 옅게 그은 선들, 서로 다른 격자와 선의 간격, 농담을 달리해 칠한 반투명 색들이 변주되고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그가 만들어낸 순수한 추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마틴의 작품은 꽉 찬 세계가 아니라 텅 비어 있어, 보는 이를 그림 속으로 초대한다.
내 그림에는 사물도 공간도 선도 아무것도 없다. 아무런 형태도 없다. 내 그림들은 빛이고, 가벼움이고, 합쳐지는 것, 무정형성에 관한 것이어서 형태를 무너뜨린다. …바다를 보려고 텅 빈 해변을 가로지르듯 시야 속으로 그저 직행해 들어가야 할 필요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다.(아그네스 마틴)
미니멀한 백색 건축물에 장식이랄 것 없는 단순한 줄과 선, 연하디 연한 색채로 이뤄진 아그네스 마틴의 그림은 맞춤한 듯 어울렸다. 통창으로 햇빛이 눈부시게 비치는 복도를 뒤로하고 전시실로 들어오면 하얀 전시실 벽에 마틴의 그림들이 걸려있다.
강원도 강릉시 솔올미술관에서 ‘아그네스 마틴 : 완벽의 순간들’ 전시가 열린다. 지난 2월 개관한 솔올미술관은 첫 전시로 ‘공간주의’를 창시한 이탈리아 거장 루치오 폰타나의 전시를 선보인데 이어 두 번째 전시로 미국 추상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아그네스 마틴의 전시를 선보인다.
캐나다 출생의 미국 여성 미술가 마틴은 1950년대 이후 미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마틴의 미술관 전시인 데다, 영국의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 명예 관장이자 올해 이화여대 조형예술대 석좌교수로 초빙된 프랜시스 모리스가 직접 큐레이팅을 맡아 기대를 모았다. 마틴의 주요 작품 54점이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 일본의 오사카 국립국제미술관, 나고야시 미술관, 리움미술관을 비롯해 해외 소장자 협력을 통해 전시된다.
2년도 훨씬 전 김석모 솔올미술관장으로부터 한국의 한 도시에 새로 지어질 미술관에서 열릴 전시 초대를 받았습니다. 새로운 건축물의 계획을 공유받았을 때, 미술관이 마틴의 작품과 조화를 이룰 것을 즉시 확신했습니다.
지난 3일 솔올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리스는 아그네스 마틴이란 예술가를 단순히 조망하는 전시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전시 제목처럼 마틴의 ‘핵심적 순간들, 완벽한 순간들’에 주목해 본질에 다가가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20년 동안 작가를 사로잡았던 회색 모노크롬 작품 시리즈와 마틴이 말년에 양로원에서 제작한 ‘순수한 사랑’ 시리즈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1955년 마틴이 구상회화를 벗어나기 시작해 원형, 삼각형, 사각형과 같은 기하학적 언어와 차분한 색상으로 옮겨가기 시작해 선과 격자로 이뤄진 완전한 추상세계로 옮겨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틴의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나무’(1964)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리움미술관 소장품인 ‘나무’는 대형 캔버스를 오로지 직사각 격자로만 채워넣었다. 마틴은 ‘나무’를 그리게 된 순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처음 그리드(격자)를 만들 때, 나는 우연히 나무의 순수함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 그리드가 마음속에 떠올랐다. 내게는 이것이 순수함을 재현하는 것 같았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것이 나의 비전이라고 생각했다.
2전시실 한 공간을 가득 채운 회색 모노크롬 회화 8점은 관람객들이 발길을 멈추고 그저 바라보게 만든다. 가로선, 격자, 명도를 달리한 회색으로만 이뤄진 그림들은 형태, 색조, 질감의 변주를 통해 채움 대신 비움으로 자신을 표현하려고 했던 마틴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준다. 관람객은 이곳에서 마틴이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얻고자 했던 명상적 상태를 보는 행위를 통해서 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
마틴이 1999년 양로원에서 그린 8점의 ‘순수한 사랑’ 시리즈로 채워넣은 3전시실은 또다른 느낌을 준다. 연필로 그어진 수평선 사이를 연노랑, 연하늘, 연분홍의 파스텔톤 색채로 칠한 그림들이 부드럽고 따스해 순수한 기쁨을 떠올리게 한다. 영국의 비평가 올리비아 랭은 모래와 살구, 아침 하늘빛을 닮은 색층이라고 말했다. 아주 묽게 희색해 투명에 가까운 색상들을 마틴은 ‘원색’이라고 불렀다.
세미나실에선 마틴을 다룬 매리 렌스의 다큐멘터리 영화 <세상을 등지고>를 볼 수 있다. 2002년 마틴의 작업실을 찾아 인터뷰한 영상을 통해 마틴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사과같이 빨간 볼, 어린아이 같은 짧은 머리카락을 한 영화 속 마틴은 자신의 그림과 같이 순수하고 꾸밈없어 보이지만, 실제 마틴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마틴은 어린 시절 지나치게 엄격한 어머니의 통제 속에 심리적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선불교와 도교를 접하면서 숨통을 트여줄 해방구를 보았다. 마틴의 작품세계는 이런 사상적 배경 속에서 형성됐다. 마틴은 ‘목소리’라 부르는 환청을 듣기도 했으며, 조현병을 앓기도 했다. 마틴에 삶에 대해 알고 나면 단순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마틴의 작품이 더 깊게 다가온다.
세계미술과 한국미술을 연결하는 미술관을 표방한 솔올미술관은 지난 전시에서 폰타나와 한국의 곽인식 전시를 병행해 선보인데 이어 마틴의 전시와 함께 한국 단색조 추상화가 정상화의 전시를 선보인다. 정상화의 ‘백색추상’은 캔버스에 백색 고령토를 덮어 바른 뒤 가로세로로 접어 금 간 사이를 뜯어 물감을 메우는 작업을 통해 이뤄졌다. 전시를 기획한 모리스는 두 작가는 치밀한 계획성과 즉흥성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면에서 닮았다며 마틴과 정상화의 작품이 대화를 만든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두 작가의 작품을 잘 이해하고 진가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개관한 솔올미술관은 ‘백색 건축의 거장’ 리처드 마이어의 건축 철학을 계승한 마이어 파트너스의 건축과 이탈리아 현대미술 거장 폰타나의 전시로 화제를 모았다. 3개월 만에 다시 찾은 솔올미술관은 로비 천장에서 건축의 일부인 듯 존재감을 발했던 폰타나의 백색 네온 작품 ‘제9회 밀라노 트리엔날레를 위한 네온 구조’이 철거되고 일반 조명이 설치돼 있었다.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이 위탁 운영을 맡은 솔올미술관은 오는 8월25일 전시가 막을 내리면 강릉시에 기부체납돼 시립미술관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김석모 관장은 이번 전시로 저희의 임무는 끝이 난다. 두 번째 전시이자 마지막 전시라며 향후 운영 계획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혼 후 홀로 생계와 육아를 해결해야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어요. 아이 돌봄이 필요할 때 지역아동센터에 맡기기도 했지만 거리가 멀어 한계가 있었어요. 한부모여성 지원 현장에서 만난 한 엄마의 이야기다.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한부모가족이 되는 순간 가장 먼저 마주하는 어려움은 ‘빈곤’이다. 경제적 빈곤만이 아니다. 본인과 자녀의 정서적인 어려움, 갑작스러운 가정 내 역할 변화 등으로 인해 한부모가족은 시간과 관계, 심리적인 빈곤을 동시에 겪게 된다.
특히 홀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한부모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돌봄 문제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긴급 돌봄서비스가 있으나 급한 일이 있을 때 촉박하게 요청할 경우 연결이 어렵다. 2021년 발생한 ‘한파 속 내복 아이’ 사건도 코로나19로 아이가 등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한 한부모가 집에 아이 혼자만 두고 출근한 것이 발단이 됐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한부모가족이 택하게 되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자리의 질을 낮추는 것일 때가 많다. 변수가 많은 육아 특성상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낼 수 있도록 단시간 일하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얻는 것이다. 정규직을 얻더라도 자녀 돌봄 휴직을 쓰는 건 요원한 일이다. 2023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한부모 가구의 일·생활 균형 정책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육아휴직 혹은 유연근무제를 활용한 경험이 있는 한부모는 한 명도 없었다. 이는 표본의 한계도 있겠지만 한부모가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 활용이 용이하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한부모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 조사에 따르면 151만 한부모가구 가운데 37만가구가 18세 이하 자녀를 키운다. 이 중 저소득 한부모가구(중위소득 60% 이하)는 18만5000가구에 달한다. 1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가구의 절반이 저소득 상태인 것이다. 특히 저소득 가구 중 엄마와 자녀로 구성된 모자(母子) 가구의 비율이 68%에 달한다. 이는 생계와 육아를 병행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여성이 많다는 뜻이다.
출산과 육아로 오랜 기간 경력이 단절돼 취업이 어려운 한부모여성은 아예 창업을 택하기도 한다. 일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해 육아에 시간을 더 할애할 수 있어서다. 아름다운재단은 저소득 한부모여성을 위해 창업자금을 대출하는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일종인 ‘희망가게’ 사업을 2004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자신만의 가게를 운영함으로써 경제적 능력 향상과 함께 자존감도 회복하고, 이를 바탕으로 당사자 간 네트워크도 형성하며 사회관계망을 넓혔다는 참여자들도 있었다.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아이 돌봄 지원 및 코로나19 긴급 지원 등 돌봄과 일자리, 사회적 관계망을 고려한 자립 지원은 효과적으로 이들 가정의 일상을 지키고 있다.
5월10일은 ‘한부모가족의날’이다. 한부모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실질적인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2019년 제정됐다. 앞서 언급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양부모는 한부모에 비해 자녀와 상호작용을 하는 시간이 2배 길었다. 단순히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양질의 돌봄이라 할 순 없지만 한부모가정 내 가사와 노동으로 자녀 돌봄이 밀리는 상황을 더 세심하게 바라보고 지원 공백을 메울 필요가 있다. 한부모 및 다양한 가족 형태를 고려한 일·생활 양립제도가 개선되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적극적인 사회의 관심과 정책적 지원으로, 일하며 양육하는 모든 보호자가 사회에 당당히 서고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길 응원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 게시물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접속자집계

오늘
671
어제
919
최대
2,948
전체
426,355

그누보드5
Copyright © 소유하신 도메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