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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여름을 받아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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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16회 작성일 24-06-24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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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으니 진짜 여름이 시작된 것일까. 주변에 여름을 사랑하는 친구들이 많은 가운데 나는 예전부터 어쩐지 그러지를 못했다. 여름은 상쾌하고 시원하고 생기 있는 계절이지만 동시에 무덥고 끈적이고 지치는 계절이니까. 아니, 그보다 모든 것이 빨리 상하고 쉽게 썩고 금방 사라지는 계절이니까. 겨울에 모든 것이 얼어붙고 잠들어 시간이 고요하고 느리게 흐른다면 여름은 그 반대라고 생각했다. 많은 것이 태어나고 자라지만 그만큼 많은 것이 시들고 죽는다고. 금세 지는 꽃잎이나 맥없이 죽는 벌레를 볼 때마다 이렇게나 많은 생명이 요란하게 태어났다가 빠르게 사라지는 계절이 슬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몇년 전부터 여름 초입마다 안희연의 이 시구를 떠올리곤 했던 것 같다. 여름은 폐허를 번복하는 일에 골몰하였다.(‘면벽의 유령’) 이 시가 실린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창비, 2020)에서 여름이란 계절은 차라리 여러 생명이 무너져내린 쓸쓸한 장소에 가까워 보였다. 식물들이 맹렬히 자라나고 벌레들이 왕성하게 번식하는 와중에 짧은 생애 주기를 가진 이들이 스러지는 모습을 자꾸만 목격하게 되니까. 그러나 여름 언덕에서 부는 신선한 바람까지 담고 있는 이 시집은 동시에 이렇게도 말한다. 언제나 폐허가 되어야만 거기 집이 있었음을 알았다.(‘캐치볼’) 그러니까 여름은 우리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준다. 생명과 죽음이 번복되는 이 슬픈 계절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삶과 가장 가깝다고.
그래서 나는 얼마 전 출간된 안희연의 새 시집 <당근밭 걷기>(문학동네, 2024)의 표제에 저번처럼 여름이라는 단어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집 곳곳에 여름이라는 계절이 어떻게 스며 있는지 궁금했고, 이 아름다운 시를 오래 읽었다. 꿈에서 깨어나도 여름. 깊은 물속에 나를 두고 와도 여름. 잠시만 딴생각에 잠겨도 모래벌판에 도착해 있고//(…)// 오직 견딜 것./ 그것이 이곳의 룰.(‘터트리기’) 이 시의 화자는 슬픈 기억을 잊기 위해서 수십 명으로 쪼개져서 야구공, 돌, 신발, 못 등 온갖 물건을 쉴 새 없이 던진다. 그러나 한바탕 난장을 벌인다고 해도 슬픈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반복되는 꿈처럼. 여름도 그런 것이다. 모든 것을 금세 시들고 상하고 썩게 만드는 계절. 그래서 쉴 새 없이 어떤 노력을 한들 소용이 없는 계절. 그래서 보내기 위해서는 견디는 법밖에는 없는 계절.
그런데 여름을 어떻게 견디지? 여름아, 반찬이 쉽게 상하는 계절이 되었어// 이런 계절이 되어서야/ 겨우 답장을 한다//(…)// 겨우, 기껏, 고작, 간신히, 가까스로……/ 내가 사랑하는 부사들을 연달아 적으며/ 그것들의 겨움을 또한 생각한다.(‘야광운’) 아마도 힘든 시간을 보낸 듯한 이 시의 화자가 여름이 되어서야 겨우 답장을 적을 수 있었던 까닭은 아이러니하게도 여름은 모든 것이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쉽게 상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시들고 상한 것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공공연해지니까. 그런데 시에서 방점이 찍히는 것은 ‘겨우’라는 부사다. 절대로, 도무지, 결단코, 기어이, 마침내, 결국이 강하고 질긴 부사라면 겨우, 기껏, 고작, 간신히, 가까스로는 연약하고 애처로운 부사다. 새롭게 도약하거나 생동하기보다는 영원히 제자리에서 맴돌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것만 같은. 시는 이 부사들이 여름과 닮아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수많은 생명이 피어났다가 시들고 자라났다가 상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제자리에서 견디는 일. 그것이 슬픔을 다루는 일이기도 하다면 나는 여름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여름의 룰이라면 말이다.
아이고, 잘못 탔다
안전운임제 살려 노동자 살려야
버섯과 원고료
붉은바다거북이 싫어하는 푸른색 불빛을 없애는 작은 배려가 바다거북의 귀향이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행정과 호텔 등에 불빛 교체를 건의하고, 바다거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 합니다.
지난 12일 제주 서귀포시 색달마을회관에서 열린 ‘제주 바다거북과 서식지 보전을 위한 한일 주민 워크숍’에서 마쓰자와 마사요시 일본바다거북협의회 회장 겸 시코쿠수족관 관장과 김상근 색달마을회장이 나눈 대화의 일부다. 색달마을회와 제주자연의벗, 자연의벗연구소 등이 공동 주최한 이날 워크숍에서 한일 양국 참석자들은 17년째 돌아오지 않고 있는 붉은바다거북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작은 배려’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것에 뜻을 모았다.
국내에서 확인되는 바다거북 총 5종 가운데 붉은바다거북은 2007년을 마지막으로 제주 연안에 찾아오지 않고 있다. 붉은바다거북이 해안에 산란하는 모습은 1998년 중문 해안사구에서 처음 확인됐다. 이후 2007년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중문에서 산란이 목격됐다.
바다거북은 태어난 모래해안을 정확히 기억하고, 돌아오는 습성이 있음에도 17년째 산란을 위한 귀향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제주 해안이 무분별한 개발로 바다거북이 돌아오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뀐 증거라고 본다. 제주 해안에서는 최근 3년간 매년 평균 30마리 정도의 바다거북이 사체로 발견되고 있기도 하다.
중문해수욕장을 둘러본 마쓰자와 회장과 오키 카즈키 아마미 해양생물연구회 회장 겸 아마미고래돌고래협회 회장은 먼저 해수욕장 인근 호텔 등에서 설치한 탐방로의 푸른색 야간조명등 색깔을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중문해수욕장 인근 탐방로의 나무 덱에는 푸른색 조명이 촘촘히 설치돼 있다.
오키 회장은 일본 규슈와 오키나와 사이의 섬인 아마미오시마에서 주민들과 함께 여러 차례 실험해 본 결과 붉은바다거북은 푸른색 빛을 싫어하는 반면 빨간색 빛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오키 회장은 붉은바다거북 새끼들의 경우 불빛 때문에 길을 잃고, 바다 쪽으로 가지 못하는 모습도 확인됐다며 캄캄한 밤에 해안에 상륙해 산란하고 가는 붉은바다거북에게는 야간 조명이 큰 방해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김상근 색달마을회장은 이에 대해 주민들이 서귀포시 등에 건의하고, 호텔 등을 설득해 불빛 색깔을 바꾸는 방안을 강구해 보겠다고 답했다.
또 야간에만 상륙하는 습성을 고려해 인근 호텔들에서 투숙객들이 야간에는 커튼을 치도록 안내하거나, 관광객이나 서퍼들에게 심야에는 바닷가 출입을 자제하자는 캠페인을 벌이자는 내용 등도 제안됐다. 오키 회장은 아마미오시마에서는 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해 ‘바다거북을 만지지 않는다’ 등의 규칙을 정해 실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일본 측 참가자들은 특히 주민 모니터링 등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30년 이상 바다거북을 연구해온 마쓰자와 회장은 바다거북 서식지들의 초창기 보호활동에서는 초등·중학생 등의 참여가 큰 역할을 했다며 도쿠시마현의 경우 1954년부터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최장기간 동안 바다거북의 산란을 모니터링한 기록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마을 어린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바다거북에 대한 인식 증진을 꾀하고 있다며 해수욕장 쓰레기 수거를 포함해 주민들이 당장 할 수 있는 일들도 찾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양수남 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은 바다거북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중문 해안사구를 복원하고, 바다거북 생태관을 만드는 등 홍보에 나선다면 바다거북 보전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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