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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판 슬램덩크’ 하이큐의 조용한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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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14회 작성일 24-06-02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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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공중에서만 치열하게 오가던 배구공이 마침내 네트를 지나 상대팀 코트 바닥에 내리꽂혔다. 조용하던 객석에서 ‘와아’ 함성과 함께 박수가 터졌다. 나이스 서브! 하나 더! 또 가자! 여기저기서 외쳤다. 한쪽 면에는 ‘날아라’, 다른 쪽 면에는 ‘(공을) 이어라’라고 적힌 종이 플래카드를 드는 이들도 있었다. ‘날아라’는 공격 중심 배구를 하는 카라스노 고등학교를, ‘이어라’는 철저히 수비 위주 경기를 하는 네코마 고등학교를 응원하는 문구다. 일본 고교 배구 경기 현장 같은 분위기의 이곳은 사실 서울 용산 CGV 아이파크몰 6관, 애니메이션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이하 ‘하이큐’)의 ‘응원 상영회’ 현장이다. 응원상영회에서는 관객들이 진짜 배구 경기장에 온 것처럼 소리를 내 응원을 하며 영화를 본다.
지난 15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하이큐’가 조용한 흥행 중이다. 개봉 2주 만에 누적 관객수 51만4695명(29일 기준)을 동원했다. <범죄도시 4>가 스크린 대부분을 장악하고,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같은 할리우드 대작들이 연이어 개봉한 가운데 거둔 의미있는 성적이다.
‘하이큐’의 인기는 지난해 깜짝 흥행한 만화 <슬램덩크>의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 하이큐는 ‘배구판 슬램덩크’라고도 불린다. 관객의 절반 이상이 10~20대인 것을 보면 ‘슬램덩크 다음 세대의 슬램덩크’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스포츠 만화의 고전, <슬램덩크>와 비슷한 듯 다른 ‘하이큐’의 매력은 무엇일까.
‘하이큐’는 배구를 소재로 한 스포츠 만화다. 2012년 연재를 시작해 8년여 만인 2020년 완결됐고, 시리즈 애니메이션은 지금도 나오고 있다. 한때 강호였으나 지금은 약체가 된 카라스노고 배구팀이 전국 대회에 나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큰 줄거리는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팀의 이야기인 <슬램덩크>와 유사하다. 약체팀의 성장기는 스포츠 만화의 전형적 서사이기도 하다. 그 전형성에 힘을 불어넣는 것은 ‘하이큐’만의 캐릭터 특성과 스토리 전개 방식이다.
두 작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주인공 캐릭터의 특성이다. <슬램덩크>의 주인공은 농구 천재, 강백호다. 키 약 190cm, 동물적 민첩함과 파워를 모두 갖춘 그는 농구에 완벽한 신체 조건을 갖고 있다. 굳이 부족한 것이 있다면 스포츠인으로서 갖춰야 할 ‘성숙한 마음가짐’ 정도다.
‘하이큐’의 주인공 히나타 쇼요 역시 배구 천재다. 333cm까지 뛰어오르는 놀라운 점프 실력과 눈 깜짝할 사이 코트 반대편까지 이동할 수 있는 스피드를 갖췄다. 강백호와 달리 이미 정신적으로도 성숙하다. 한 가지 다른 것은 신체 조건이다. 막 고등학생이 된 히나타의 키는 162cm. 네트 위로 공을 넘기고 막는 ‘높이의 스포츠’, 배구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체격이다. <슬램덩크>가 강백호가 재능과 체격을 무기로 쭉쭉 뻗어 나가는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린다면, ‘하이큐’는 히나타가 ‘키’라는 벽을 깨는 과정을 천천히 보여준다.
주인공이 사실상 둘이다. 서브 주인공인 카게야마 토비오는 천재 세터다. 세터는 공격수에게 토스를 올려주는 포지션이다. 세터가 언제, 누구에게 토스하느냐에 따라 경기 흐름이 달라진다. 카게야마는 180cm 이상의 큰 키, 뛰어난 운동신경, 세터에 필요한 냉정한 판단력을 갖췄다. 토스도 기술적으로 완벽하다. 문제는 그 토스를 받아줄 ‘그와 대등하게 뛰어난’ 파트너가 없다는 것이다. 스파이커가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강한 토스를 올리는 그에겐 독선적이라는 의미를 담은 ‘제왕’이라는 별명이 붙는다. 그는 팀과 어울리지 못하고, 팀과 어울리지 못하는 세터는 경기를 운영할 수 없다. 카게야마는 카라스노고에서 자신의 토스를 받아줄 수 있는 히나타와 만나며 배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둘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파트너이자 라이벌이 된다.
‘하이큐’에는 배구는 6명이 하는거야 라는 대사가 자주 나온다. 만화는 집요할 정도로 ‘팀’을 강조한다. 카라스노고가 자기보다 센 상대로 승리하는 이유는 히나타와 카게야마라는 ‘괴물 콤비’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이들의 부족한 점을 나머지 4명이 메워주기 때문이다. 어떤 어려움은 혼자 극복할 필요도, 극복할 수도 없다는 것, 함께 가야만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 만화의 주제 의식이다.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을 자세하게 조명하는 것도 ‘하이큐’의 특징이다. 만화는 상대팀 선수와 감독의 개인적 서사, 심지어 상대팀 A와 B가 하는 경기까지도 자세히 그린다. 어떤 회차에는 카라스노고가 거의 나오지도 않는다. 보다보면 주인공팀보다 상대팀을 응원하게 되어버리기도 한다.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은 카라스노고의 라이벌 학교인 네코마고와의 시합을 담고 있다. 원작에서 가장 인기있는 에피소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강백호가 아닌 송태섭을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낸 것처럼, ‘하이큐’ 역시 히나타가 아닌 네코마고의 세터인 코즈메 켄마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주인공이 누구인지 헷갈릴 수 있지만 내용을 이해하는데 별 무리는 없다. 바닥에 배구화가 ‘끼익 끼익’ 끌리는 소리, 랠리가 계속되며 점점 지쳐가는 선수들의 숨소리가 실감 나게 구현됐다. 특히 후반부에 코즈메의 시점으로 묘사되는 경기 장면은 웬만한 실사 영화보다 더 생생하다. 마지막에 쿠키 영상이 있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유럽방송연합 소속 30여개국의 대표 가수를 출전시켜 우승자를 뽑는 음악 경연대회다. 1956년부터 시작되어 매년 열리는 이 경연은 아바, 셀린 디옹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를 배출하였고, 결승전 시청자는 약 2억명에 달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유지해왔다. 또한 참여국 대부분이 유럽연합 소속 국가라서 유럽연합의 연대를 강화했다는 연구도 있을 만큼 이 경연이 끼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나도 해마다 열리는 이 대회를 즐겨 보곤 했다. 현대 대중음악이 추구하는 완성도나 세련됨을 내세우기보다는 각국의 전통 악기와 자국 언어를 활용하고, 문화를 강조한 음악으로 경쟁하는 모습이 신선했고, 보기 좋았다.
하지만 올해 5월11일 스웨덴 말뫼에서 열린 2024년 유로비전은 보이콧, 시위, 실격 등 논란으로 점철된 행사로 기록되었다. 논란의 시작은 이스라엘의 가수 에딘 골란의 경연 참가에서부터였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를 다수 양산한 이스라엘의 유로비전 참가를 불편해한 핀란드, 스웨덴 등의 국가들과 개별 아티스트, 팬들이 이스라엘의 경연 참가 금지를 요구하고, 대회 보이콧을 논의하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다수의 음악업계 관계자와 언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경연에서 제외된 2022년의 상황을 비교하며 이스라엘의 참가 제외를 예상했으나 주최 측인 유럽방송연합은 유로비전은 가수들 간 경쟁이지, 국가 간 경쟁이 아니라며 골란의 출전을 허용했다. 일관성 없는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이를 둘러싼 긴장 상태는 경연 당일까지 이어져 개최도시인 말뫼뿐 아니라 유럽 도시 곳곳에서 대규모 반이스라엘 시위가 벌어지는 등 불안이 고조되기도 했다. 특히 말뫼는 스웨덴에서 무슬림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인지라 지역 경찰당국은 경연 몇달 전부터 시위 및 충돌을 대비한 치안 강화에 나섰다. 이밖에도 경연을 앞두고 네덜란드 참가자가 스웨덴 제작진에 부적절한 행동을 하여 실격을 당하기도 했으며, 아일랜드 참가자는 팔레스타인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는 이유로 리허설 도중 이스라엘 해설자, 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혀 경연 전 혼란이 가중되었다.
논란 속에 펼쳐진 올해 유로비전의 우승자는 스위스의 논바이너리 가수, 니모(Nemo)에게 돌아갔다. 니모는 더 코드(The Code)라는 경연곡으로 자신의 비이분법적 성 정체성을 매력적으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으며 유로비전 역사상 첫 논바이너리 우승자가 됐다. 한편 니모는 경연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스위스 법무부 장관을 만나 남성, 여성이 아닌 제3의 성에 대한 인정과 권리를 요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동안 지나친 정치화를 경계해왔던 유로비전이지만 최근 들어 참가자들이 이와 같은 사회적 목소리를 거침없이 내고 있어 경연의 의도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결국 올해 유로비전은 ‘음악으로 하나 된’(United By Music)이라는 슬로건을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긴장과 대중의 불만으로 인해 음악을 중심에 두지 못한 논란의 경연으로 남게 되었다. 우승자를 배출하여 내년 유로비전을 개최하게 될 스위스는 음악으로 세계 평화와 연대를 꿈꾸던 경연의 본래 모습을 되찾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내년에는 음악으로 하나 된 유로비전을 다시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가자엔 남아 있는 대학교가 없다
선주권 인정과 과거 청산
기후위기는 인권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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