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법원 “소송 제기한 포스코 하청노동자 자녀 장학금 지급 배제는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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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4-05-26 23:54본문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불법파견에 따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의 자녀를 장학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려던 꼼수에 제동이 걸렸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23일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462명이 포스코 포항제철소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상대로 학자금 및 복지포인트 지급을 청구한 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 참여 중인 사내하청 노동자 자녀에게도 기금 규정에 따라 장학금 등을 지급하라고 판단한 것이다.
포스코는 2021년 6월 포항·광양지역 포스코 협력사 노사대표로 구성된 협력사 상생협의회와 ‘포스코-협력사 상생발전 공동선언식’을 열고 사내하청 노동자 자녀에게도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학자금을 실비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포항제철소 사내협력사 48개 업체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복지증진을 목적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설립했다. 기금 대부분은 포스코가 출연했고, 사내하청업체들은 직원 수에 비례한 금액을 출연했다.
공동근로복지기금은 포항제철소 사내협력사 48개 업체에 재직 중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자녀학자금과 복지카드(포인트) 지원 등의 사업을 시작했다. 사내협력업체들은 학자금 신청을 받으면서 ‘근속 1년 이상의 재직 중인 직원의 자녀’라는 지급 팔로워 구매 기준이 명시된 안내를 했다. 하지만 포스코의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달아 나오자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한 노동자들에겐 학자금과 복지포인트를 지급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포항·여수지청은 2021년 12월 학자금, 복지포인트 미지급에 대해 시정지시를 내렸다. 이듬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자녀장학금을 지급해 차별을 시정할 것을 권고했지만 공동근로복지기금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당시 공동근로복지기금 측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의 효력에 따른 고용관계 존속 여부·범위에 관한 명확한 법리나 선례가 없는 상태에서 장학금을 지급할 경우 추후 소송 결과에 따라 장학금 중복수혜 또는 수혜자격이 없는 근로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포스코는 사내하청 노동자 처우개선을 통해 차별을 해소하겠다며 근로복지기금 설립을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노동탄압에 활용했다. 포스코는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즉각 사과하고 법원 판결에 따라 장학금 등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의 조사 기한이 막바지에 다다른 지난해 9월, 피해자 A씨는 1980년 당시 광주에서 계엄군 등에게 연행된 후 강간당했다는 이야기를 처음 털어놨다. 상무대로 끌려간 뒤 폭압적인 조사를 받다가 화장실에 갔는데, 나오려는 순간 한 병사가 갑자기 들이닥치더니 자신을 강간했다는 것이다.
40년이 훌쩍 지난 일에 대한 진술을 증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화장실에 둘이 있을 때 벌어진 데다가, 너무 오래 전이라 다른 증거가 없었다. 이에 조사위는 A씨의 진술 중에서 번복되거나 바뀌지 않는 ‘핵심 진술’과 신체 깊숙이 각인된 소리, 냄새 등 ‘감각 기억’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활용했다. 이 분석을 통해 A씨 피해가 ‘강간’과 ‘성고문’, ‘성적 모욕 및 학대’에 해당한다고 봤고, 지난해 12월 진상규명 결정을 팔로워 구매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조사위 내 ‘소수의견’이다. 조사위원 총 9명 중 국민의힘 추천 위원인 이종협·이동욱·차기환 위원은 약 100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분량의 소수의견을 작성하고, 전체 조사 보고서가 공개되기 전에 관련 보도자료를 별도로 배포했다. 소수의견의 요점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추정만으로 대한민국 국군을 성폭력 가해자로 낙인찍히게 하는 보고서 내용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사위는 다수결로 총 16건에 대해 ‘진상규명 결정’을 내렸는데, 소수의견을 낸 위원들은 A씨 사건을 포함한 8건에 대해 반대했다.
A씨 사례에 대해 위원 3명은 피해자 본인 진술만 있고 사건 현장 목격자나 피해 내용을 알고 있는 참고인이 전혀 없는 등 사실을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증거’를 강조하며 계엄군에게 스스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입증 책임을 부여하고, 입증하지 못할 경우 계엄군을 성폭력 범죄자로 낙인찍히게 하는 것은 형사사법 절차상 범죄 입증 책임과도 맞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소수의견이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라는 조사위의 원칙부터 뒤흔들고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본다. 이재일 전 국회입법조사처 성폭력 전담 조사관은 성범죄 특성상 범죄가 가해자와 피해자만 존재하는 곳에서 발생해 목격자 등이 없고, 피해자 진술 이외에 객관적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위해 대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용어를 통해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5·18 성폭력 피해는 40여년이 지나 현재 사건보다도 조사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조사하기 어렵다는 말이 곧 피해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한편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낙인은 피해자가 수십년간 침묵할 수밖에 없게 했다. A씨의 경우 1998년 보상 신청과 2020년 조사 과정에서도 말할 기회가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신혼 초 자꾸 악몽을 꾸자 남편이 이유를 물어봐서 처음 피해 사실에 대해 꺼냈지만 결혼 생활 내내 그 사실이 약점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조사위에 너무 후회스러워 다시는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 사실에 대해 꺼낼 수 있었던 이유를 ‘답을 끌어내준 질문’에서 찾았다. 원래 조사에선 ‘심한 욕설을 듣고 엉덩이, 종아리, 가슴을 걷어차여 수치심이 들었다’ 정도로 말했는데, 뭔가 더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조사위에서 얘기를 잘 끌어내 주셨습니다.
이 때문에 외국의 과거사 진실화해위원회(이하 진화위) 사례들은 피해자 중심적으로 접근하고, 이들의 진술을 청취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샤프빌 대학살’이 발생한 1960년부터 1994년까지의 인권 침해 사실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진실화해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여성 피해자들이 사회적 낙인과 불이익을 우려해 제대로 진술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여성단체들은 여성위원 앞에서 비공개로 여성 특별 청문회를 열거나 젠더 감수성에 기초한 조사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고 진화위는 이 내용을 반영했다.
국제 형사재판인 구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CTY) 역시 국가폭력 안에서의 성폭력 범죄에서는 피해자 증언에 대해서는 확증이나 보완 증거가 필요하지 않다는 증거 규칙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 진술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신빙성을 요구하면서 피해 자체를 부정해 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조사위는 행정 기구다. 새로운 사실을 밝히거나 특정 가해자를 처벌하는 형사 재판이 아니다. 침묵된 사실을 공식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조사위는 출범하며 ‘단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도 없도록 진상조사를 추진한다’, ‘사건 후 피해자와 가족이 겪은 신체적·정신적·사회관계적 2차 피해 실상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치유와 명예 회복을 위한 국가의 책임 있는 조치를 도출한다’고 기구 목적을 밝혔다.
과거사 형사 재판은 가해자가 실제 유죄로 인정되는 사례가 드물고, 피해자 관점에서도 ‘정의 구현’이 됐다고 느끼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형사사법 절차는 피해자의 경험 진술이 아니라 가해자의 범죄 행위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국가에 의한 대규모 인권 침해 사건들에서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하거나 오래된 기억의 오류로 진술이 일치하지 않으면, 피해자 진술에 대한 신빙성이 오히려 다툼의 대상이 돼 왔다. 이번 조사위 소수의견처럼 2차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문에 해외의 과거사 진화위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성폭력 발생의 양상과 유형을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도네시아 식민 지배와 군부에 의한 인권 범죄를 규명하기 위해 2002년 꾸려진 동티모르 진화위는 1974년부터 1999년 사이 발생한 성폭력 진술 853건을 듣고 정리했다. 이를 통해 강간이 393건(46.1%)으로 피해 유형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강간 피해는 성희롱 등 다른 형태의 성폭력(27.1%)이나 성 노예화(26.8%)와 함께 이뤄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이번 5·18 조사위의 조사보고서에는 소수의견이 함께 수록돼 있다. 장임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위의 조사보고서는 해외 위원회들과 달리 확증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해 사실을 부인하는 반대 의견이 함께 수록돼 있다는 점에서 목적이 제대로 달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위원 3명은 성폭력 조사 방법에 대한 내용 뿐 아니라 5·18 민주화운동이 ‘국가폭력’이라는 정의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 나아가 조사위가 국군의 명예를 훼손한다고까지 보고 있다. 이들은 계엄군부 주도로 일부 반인권적 가해 사실이 존재하지만, 전체주의 국가들과 차이가 크다. 국가폭력 대신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전국 확대와 시민에 대한 폭력 진압은 1997년 대법원도 ‘군사 반란과 내란 행위’로 판시한 바 있다. 차경희 광주여성단체연합 젠더폭력특별대책위원장은 계엄군도 상명하복 조직 체계에서 피해자일 수 있지만 소수의견은 국군 전체를 계엄군으로 일반화시키는 주장이라며 잘못된 행위가 있었으면 그런 역사적 사실을 받아들이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게 진상규명 과정이다. 40년이 흘러 국가가 뒤늦게 조사를 했다는 것도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들은 오는 6월 발간될 종합보고서에는 소수의견이 들어가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조사보고서에 3명 위원의 소수의견이 병기된 건 국가폭력 현실이 축소·왜곡되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며 위원회의 목적과 위원으로서의 책무를 명백히 망각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점에서 동티모르 진화위의 최종보고서를 참조할 만하다. 동티모르 진화위는 가부장적 관행이 팽배한 농촌 지역에서 여성 문맹률을 낮추는 것부터 젠더 기반 범죄에서 수사 담당자를 훈련해야 한다는 내용,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낙인을 찍고 배제하는 교회 조직을 점검하고 국제 규범에 따라 여성 차별과 관련된 국내 법규를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최종 보고서에 담았다.
조사위가 발간할 종합보고서에는 ▲5·18 성폭력 사건의 피해 실상을 부인하고 폄훼하려는 의도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에 대해선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하고, ▲복합적 후유증에 부합하는 보상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급 기준을 마련하며 ▲조사 거부·사망·자살·정신병 발병 등으로 진술을 청취하지 못한 피해자들을 위해 별도의 조사 기구를 설치하거나 기존 조직이 조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는 등의 권고안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 26일 활동을 종료하는 조사위를 대신해 남성 피해자 등 추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환경 역시 마련되어야 한다. 조사위는 이때까지 ‘질문하지 않아서 듣지 못한 피해’가 더 많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2018년 공동조사단 조사에서 한 남성 피해자는 여자들에 대한 성추행, 성폭력뿐 아니라 남자들에 대한 성희롱, 성고문도 있었다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고 진술했다. 이번 조사위에서 그는 처음으로 합수단 수사실에서 받은 성고문 방식에 대해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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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피해자는 오랫동안 성고문 피해 증언을 하지 못한 이유로 지금까지 여러 조사에서 인권 침해 사례나 피해에 관해서는 관심을 덜 두지 않았나 한다며 사실관계 위주로 접근했지, 당시 피해자가 어떤 고통을 받았고 그로 인해 현재까지 어떤 피해를 보고 있는지 묻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4년여간 활동한 조사위가 잘 마무리하기 위해선 종합보고서에 제도 개혁안과 남은 과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잘 담겨야 한다. 장임다혜 연구위원은 진상규명은 피해자의 명예와 권리 회복을 위한 선언이라며 가해자 개인이 아니라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가능하게 했던 법과 제도에 경종을 울리고, 사회 변화를 위한 제도적 개혁안을 권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23일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462명이 포스코 포항제철소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상대로 학자금 및 복지포인트 지급을 청구한 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 참여 중인 사내하청 노동자 자녀에게도 기금 규정에 따라 장학금 등을 지급하라고 판단한 것이다.
포스코는 2021년 6월 포항·광양지역 포스코 협력사 노사대표로 구성된 협력사 상생협의회와 ‘포스코-협력사 상생발전 공동선언식’을 열고 사내하청 노동자 자녀에게도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학자금을 실비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포항제철소 사내협력사 48개 업체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복지증진을 목적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설립했다. 기금 대부분은 포스코가 출연했고, 사내하청업체들은 직원 수에 비례한 금액을 출연했다.
공동근로복지기금은 포항제철소 사내협력사 48개 업체에 재직 중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자녀학자금과 복지카드(포인트) 지원 등의 사업을 시작했다. 사내협력업체들은 학자금 신청을 받으면서 ‘근속 1년 이상의 재직 중인 직원의 자녀’라는 지급 팔로워 구매 기준이 명시된 안내를 했다. 하지만 포스코의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달아 나오자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한 노동자들에겐 학자금과 복지포인트를 지급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포항·여수지청은 2021년 12월 학자금, 복지포인트 미지급에 대해 시정지시를 내렸다. 이듬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자녀장학금을 지급해 차별을 시정할 것을 권고했지만 공동근로복지기금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당시 공동근로복지기금 측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의 효력에 따른 고용관계 존속 여부·범위에 관한 명확한 법리나 선례가 없는 상태에서 장학금을 지급할 경우 추후 소송 결과에 따라 장학금 중복수혜 또는 수혜자격이 없는 근로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포스코는 사내하청 노동자 처우개선을 통해 차별을 해소하겠다며 근로복지기금 설립을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노동탄압에 활용했다. 포스코는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즉각 사과하고 법원 판결에 따라 장학금 등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의 조사 기한이 막바지에 다다른 지난해 9월, 피해자 A씨는 1980년 당시 광주에서 계엄군 등에게 연행된 후 강간당했다는 이야기를 처음 털어놨다. 상무대로 끌려간 뒤 폭압적인 조사를 받다가 화장실에 갔는데, 나오려는 순간 한 병사가 갑자기 들이닥치더니 자신을 강간했다는 것이다.
40년이 훌쩍 지난 일에 대한 진술을 증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화장실에 둘이 있을 때 벌어진 데다가, 너무 오래 전이라 다른 증거가 없었다. 이에 조사위는 A씨의 진술 중에서 번복되거나 바뀌지 않는 ‘핵심 진술’과 신체 깊숙이 각인된 소리, 냄새 등 ‘감각 기억’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활용했다. 이 분석을 통해 A씨 피해가 ‘강간’과 ‘성고문’, ‘성적 모욕 및 학대’에 해당한다고 봤고, 지난해 12월 진상규명 결정을 팔로워 구매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조사위 내 ‘소수의견’이다. 조사위원 총 9명 중 국민의힘 추천 위원인 이종협·이동욱·차기환 위원은 약 100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분량의 소수의견을 작성하고, 전체 조사 보고서가 공개되기 전에 관련 보도자료를 별도로 배포했다. 소수의견의 요점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추정만으로 대한민국 국군을 성폭력 가해자로 낙인찍히게 하는 보고서 내용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사위는 다수결로 총 16건에 대해 ‘진상규명 결정’을 내렸는데, 소수의견을 낸 위원들은 A씨 사건을 포함한 8건에 대해 반대했다.
A씨 사례에 대해 위원 3명은 피해자 본인 진술만 있고 사건 현장 목격자나 피해 내용을 알고 있는 참고인이 전혀 없는 등 사실을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증거’를 강조하며 계엄군에게 스스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입증 책임을 부여하고, 입증하지 못할 경우 계엄군을 성폭력 범죄자로 낙인찍히게 하는 것은 형사사법 절차상 범죄 입증 책임과도 맞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소수의견이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라는 조사위의 원칙부터 뒤흔들고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본다. 이재일 전 국회입법조사처 성폭력 전담 조사관은 성범죄 특성상 범죄가 가해자와 피해자만 존재하는 곳에서 발생해 목격자 등이 없고, 피해자 진술 이외에 객관적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위해 대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용어를 통해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5·18 성폭력 피해는 40여년이 지나 현재 사건보다도 조사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조사하기 어렵다는 말이 곧 피해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한편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낙인은 피해자가 수십년간 침묵할 수밖에 없게 했다. A씨의 경우 1998년 보상 신청과 2020년 조사 과정에서도 말할 기회가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신혼 초 자꾸 악몽을 꾸자 남편이 이유를 물어봐서 처음 피해 사실에 대해 꺼냈지만 결혼 생활 내내 그 사실이 약점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조사위에 너무 후회스러워 다시는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 사실에 대해 꺼낼 수 있었던 이유를 ‘답을 끌어내준 질문’에서 찾았다. 원래 조사에선 ‘심한 욕설을 듣고 엉덩이, 종아리, 가슴을 걷어차여 수치심이 들었다’ 정도로 말했는데, 뭔가 더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조사위에서 얘기를 잘 끌어내 주셨습니다.
이 때문에 외국의 과거사 진실화해위원회(이하 진화위) 사례들은 피해자 중심적으로 접근하고, 이들의 진술을 청취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샤프빌 대학살’이 발생한 1960년부터 1994년까지의 인권 침해 사실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진실화해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여성 피해자들이 사회적 낙인과 불이익을 우려해 제대로 진술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여성단체들은 여성위원 앞에서 비공개로 여성 특별 청문회를 열거나 젠더 감수성에 기초한 조사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고 진화위는 이 내용을 반영했다.
국제 형사재판인 구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CTY) 역시 국가폭력 안에서의 성폭력 범죄에서는 피해자 증언에 대해서는 확증이나 보완 증거가 필요하지 않다는 증거 규칙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 진술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신빙성을 요구하면서 피해 자체를 부정해 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조사위는 행정 기구다. 새로운 사실을 밝히거나 특정 가해자를 처벌하는 형사 재판이 아니다. 침묵된 사실을 공식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조사위는 출범하며 ‘단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도 없도록 진상조사를 추진한다’, ‘사건 후 피해자와 가족이 겪은 신체적·정신적·사회관계적 2차 피해 실상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치유와 명예 회복을 위한 국가의 책임 있는 조치를 도출한다’고 기구 목적을 밝혔다.
과거사 형사 재판은 가해자가 실제 유죄로 인정되는 사례가 드물고, 피해자 관점에서도 ‘정의 구현’이 됐다고 느끼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형사사법 절차는 피해자의 경험 진술이 아니라 가해자의 범죄 행위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국가에 의한 대규모 인권 침해 사건들에서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하거나 오래된 기억의 오류로 진술이 일치하지 않으면, 피해자 진술에 대한 신빙성이 오히려 다툼의 대상이 돼 왔다. 이번 조사위 소수의견처럼 2차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문에 해외의 과거사 진화위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성폭력 발생의 양상과 유형을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도네시아 식민 지배와 군부에 의한 인권 범죄를 규명하기 위해 2002년 꾸려진 동티모르 진화위는 1974년부터 1999년 사이 발생한 성폭력 진술 853건을 듣고 정리했다. 이를 통해 강간이 393건(46.1%)으로 피해 유형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강간 피해는 성희롱 등 다른 형태의 성폭력(27.1%)이나 성 노예화(26.8%)와 함께 이뤄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이번 5·18 조사위의 조사보고서에는 소수의견이 함께 수록돼 있다. 장임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위의 조사보고서는 해외 위원회들과 달리 확증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해 사실을 부인하는 반대 의견이 함께 수록돼 있다는 점에서 목적이 제대로 달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위원 3명은 성폭력 조사 방법에 대한 내용 뿐 아니라 5·18 민주화운동이 ‘국가폭력’이라는 정의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 나아가 조사위가 국군의 명예를 훼손한다고까지 보고 있다. 이들은 계엄군부 주도로 일부 반인권적 가해 사실이 존재하지만, 전체주의 국가들과 차이가 크다. 국가폭력 대신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전국 확대와 시민에 대한 폭력 진압은 1997년 대법원도 ‘군사 반란과 내란 행위’로 판시한 바 있다. 차경희 광주여성단체연합 젠더폭력특별대책위원장은 계엄군도 상명하복 조직 체계에서 피해자일 수 있지만 소수의견은 국군 전체를 계엄군으로 일반화시키는 주장이라며 잘못된 행위가 있었으면 그런 역사적 사실을 받아들이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게 진상규명 과정이다. 40년이 흘러 국가가 뒤늦게 조사를 했다는 것도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들은 오는 6월 발간될 종합보고서에는 소수의견이 들어가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조사보고서에 3명 위원의 소수의견이 병기된 건 국가폭력 현실이 축소·왜곡되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며 위원회의 목적과 위원으로서의 책무를 명백히 망각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점에서 동티모르 진화위의 최종보고서를 참조할 만하다. 동티모르 진화위는 가부장적 관행이 팽배한 농촌 지역에서 여성 문맹률을 낮추는 것부터 젠더 기반 범죄에서 수사 담당자를 훈련해야 한다는 내용,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낙인을 찍고 배제하는 교회 조직을 점검하고 국제 규범에 따라 여성 차별과 관련된 국내 법규를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최종 보고서에 담았다.
조사위가 발간할 종합보고서에는 ▲5·18 성폭력 사건의 피해 실상을 부인하고 폄훼하려는 의도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에 대해선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하고, ▲복합적 후유증에 부합하는 보상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급 기준을 마련하며 ▲조사 거부·사망·자살·정신병 발병 등으로 진술을 청취하지 못한 피해자들을 위해 별도의 조사 기구를 설치하거나 기존 조직이 조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는 등의 권고안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 26일 활동을 종료하는 조사위를 대신해 남성 피해자 등 추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환경 역시 마련되어야 한다. 조사위는 이때까지 ‘질문하지 않아서 듣지 못한 피해’가 더 많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2018년 공동조사단 조사에서 한 남성 피해자는 여자들에 대한 성추행, 성폭력뿐 아니라 남자들에 대한 성희롱, 성고문도 있었다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고 진술했다. 이번 조사위에서 그는 처음으로 합수단 수사실에서 받은 성고문 방식에 대해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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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피해자는 오랫동안 성고문 피해 증언을 하지 못한 이유로 지금까지 여러 조사에서 인권 침해 사례나 피해에 관해서는 관심을 덜 두지 않았나 한다며 사실관계 위주로 접근했지, 당시 피해자가 어떤 고통을 받았고 그로 인해 현재까지 어떤 피해를 보고 있는지 묻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4년여간 활동한 조사위가 잘 마무리하기 위해선 종합보고서에 제도 개혁안과 남은 과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잘 담겨야 한다. 장임다혜 연구위원은 진상규명은 피해자의 명예와 권리 회복을 위한 선언이라며 가해자 개인이 아니라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가능하게 했던 법과 제도에 경종을 울리고, 사회 변화를 위한 제도적 개혁안을 권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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