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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의료현장]①전공의 떠난 자리 간호사·공보의로 채운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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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222회 작성일 24-03-1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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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암(3기) 진단을 받은 A씨(65)는 지난달 26일자로 지역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할 예정이었다. 피검사 등 수술 전 검사 비용도 다 지불한 상태였다. 그런데 진료 예약일을 이틀 앞뒀던 지난달 24일 병원에서 연락을 받았다. A씨는 원래 수술을 하기로 했었는데 병원에서 방사선 치료를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며 이런 저런 설명이 없었는데 나중에 들으니 ‘의사가 없어서’ 그렇다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고 현재는 무한 대기 중이라고 했다.
A씨는 중증환자들에겐 ‘골든타임’이라는 것이 있다며 (다른 신체기관으로) 전이가 되면 (제때 치료를 못할 땐) 엄청난 돈이 들고, 시간 문제 같은 것(상태가 악화하는 것)의 문제는 말로 다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언론에서도 정부나 의료계 대표 목소리만 나오는데 정작 중증환자와 응급환자들은 목숨을 두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며 중증환자들은 지금 너무 아프니까 다툴 여력조차 없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19~20일 무렵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정부가 제시한 복귀 시한(2월29일)이 지났지만 전공의 대다수는 무려 20일 가까이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1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11시 기준 전국 100개 수련병원에서 계약을 포기하거나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는 1만1994명(92.9%)에 달한다.
의료공백이 길어지면서 중증환자들은 실질적 피해를 입고 있다. 조규홍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응급의료기관 중등도 이하 환자는 지난 7일 기준 지난달 1~7일 대비 32.1% 감소했지만 중증·응급 환자는 큰 변동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상급종합병원 입원환자 수’가 이전과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을 근거로 한 말이지만 ‘안정적 유지’란 정부 평가에서 ‘통계’ 밖으로 비켜나간 중증환자의 사연은 빠져 있다.
지난 20일간 전공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병원들은 수술 취소와 진료 연기, 환자 전원 등으로 진료기능을 축소했다. 그리고 남아 있는 교수와 전임의, 간호사 등이 의료현장을 지켰다. 갑작스러운 역할 변동은 혼선을 낳고 있고, 남아 있는 의료진의 업무는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서도 환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한 서울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간호사 B씨는 지금 교수님들이 전공의 선생님들 대신 처방을 하는데 아무래도 하던 일이 아니다보니까 업무 혼선이 생길 때가 있다며 그러면 간호사 업무 부담이 가중되기도 하고, 환자 상태 변화에 대한 대처가 늦어지는 사례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대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저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남아 있는 의료진의 소진(번아웃)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공의가 있는 수련병원들은 비슷한 상황일 텐데 진료량을 줄이면서 응급·중증환자 진료 위주로 유지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보기에는 남아 있는 인력으로는 더는 불가능할 것 같다. 이번주가 고비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저만 해도 이번 달에 주간당직 3번, 야간당직 7번을 하고 있다며 더 많이 당직하는 분들도 있는데 외래진료나 수술을 일부 줄여도 이 정도 잦은 당직을 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엄 교수는 몸이 힘든 것도 있지만 정신적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며 전공의들이 떠난 데 대해 선배로서, 선생으로서 느끼는 괴로움이 있고 또 의료계가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상황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심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전공의 대신 진료를 맡던 교수들의 사직 움직임도 더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엄 교수는 전했다.
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이대서울병원·고대안암병원 분당차병원 등 8개 병원 교수와 전문의 16명은 지난 8일 소속과 실명을 밝히고 ‘의료 붕괴를 경고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는 환자를 위해 현장에서 사력을 다하며 매일을 버티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으며, 최악의 의료 파국이 임박하고 있음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했다.
정부는 떠난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지난달 27일 간호사들의 업무를 확대하는 내용의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일부터는 시범사업 보완지침을 마련해 간호사들에게 심전도·초음파 검사, 심폐소생술, 응급약물 투여 등의 일부 의료행위를 허용했다.
시범사업은 이번주부터 현장에 본격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빅5’(서울대·세브란스·서울성모·서울아산·삼성서울병원) 내과에서 일하는 간호사 C씨는 간호사 입장에서 (업무 확대 시범사업은) 도움이 된다며 밤에 갑자기 환자분이 심전도 검사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전공의 선생님이 바로 와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 있었다고 전했다. C씨는 환자 드레싱(상처 치료 과정)도 의사·간호사 업무가 걸쳐 있는데 의사가 없으니 간호사들이 어쩔 수 없이 다 하는 상황들이 있는 걸로 안다. 정부는 그동안 간호사들을 보호해주지 않았는데, 이번에 그런 지침이 나왔다는 것엔 씁쓸한 면도 있다고 했다.
이 지침이 당장 현장에서 잘 적용될지를 두고 우려도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8일 성명을 내 이번 시범사업이 의사의 업무를 간호사에 전가한 측면이 있다면서 간호사 업무 범위를 의료기관장과 간호부서가 협의해 설정하도록 재량권을 준 것은 현장 혼선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의료사고 발생 시 간호사들이 보호받을 장치가 부족하다고 했다.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 확대만으로는 의사들의 빈 자리를 채울 수 없다. 정부는 오는 11일부터 4주간 20개 의료기관에 군의관 20명, 공중보건의사(공보의) 138명 등 총 158명을 파견한다. 공보의들은 이른바 ‘빅5’ 서울 대형병원을 비롯해 거점 지역 국립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 등에 파견된다.
간호사 업무를 확대하고 공보의·군의관을 투입해도 ‘대형병원 전공의 1만명’의 역할을 대체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절대 인력 규모에 차이가 있고, 무엇보다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공보의·군의관은 파견된 의료기관에서 진료업무를 새롭게 익혀야 한다. 진료보조인력(PA 간호사)들도 상당한 훈련기간을 필요로 한다.
공보의·군의관 파견을 두고 적절한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공보의 파견은 ‘밑돌 빼서 윗돌 괴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공보의는 군 복무 대신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지의 보건소나 보건지소, 지방의료원 등에서 3년간 진료업무를 담당하는 의사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대형병원들의 전공의 의존 문제를 해소하려면, 또 전공의가 없어 발생한 의료공백 문제를 해결하려면 병원이 전문의를 더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병원은 또 다른 값싼 노동력으로, 정부는 공보의 인력을 파견해 땜질식 대응을 하는 것이라며 최소 4주간 공보의들이 빠져 나간 인스타 팔로워 구매 지역 보건소 등에선 그 빈자리만큼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엄중식 교수도 공보의는 지역의료를 살리고, 군의관은 군의료를 위해 일하는 특수한 의료인력이라며 정부가 전쟁상황에 준하는 위기일 때 이들을 파견할 수 있지만,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의 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꾸기 위해 공공인력이 파견된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엄 교수는 지역의료를 살리자고 뽑은 공보의를 수도권 대형병원에 투입한다는 것은 정부 정책 방향이랑 반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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