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에너지 불평등을 뚫고 나온 송곳[밀양 행정대집행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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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4-06-09 08:21본문
데모하러 서울에 갔는데 마 삐까뻔쩍하이, 마 정신이 읎어. 마 대낮겉이 밝아갖고 훤-하이 그란데 마 퍼뜩 그런 생각이 들더라꼬. ‘아 여 이래 전기 갖다 쓸라꼬 우리 집 앞에다가 송전탑 세운 기구나’ (<전기, 밀양 서울> 중)
60대 밀양할매의 목소리다. 밤에도 휘황찬란한 불빛이 꺼지지 않는 도시에서, 전기는 물과 공기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콘센트만 찾으면 언제든 쉽게 쓸 수 있는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전기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져 여기까지 흘러오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잊혔거나 애써 외면되었다. 저쪽 끝에 거대한 발전소가 있고, 그 둘을 연결하는 길목에 송전탑이 놓여있다. 모두 ‘삐까뻔쩍한 서울’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미세먼지와 방사능으로 고통받는 주민도, 그리고 석탄과 우라늄을 캐는 광산 주변의 마을도, 집 앞과 논밭 한가운데 송전탑을 마주하고 살아가는 주민도. 아주아주 멀리 있다. 어딘가의 편리함과 이익을 얻기 위해 위험과 피해는 어딘가 ‘바깥’으로 떠 넘겨졌다. 우리가 지금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스템은 바로 이런 ‘외부화’에 기반하고 있다.
오랜 시간 당연한 것처럼 여겨온 외부화의 에너지 시스템을 뚫고 나온 ‘송곳’이 있었다. 10년 전 밀양이다. 새로 건설되는 원전으로부터 전기를 보내기 위한 송전탑이 밀양을 지나갔다. 765kV 초고압 송전탑을 꽂기 위해, 주민의 삶은 수십 년 뿌리내리고 살아온 터전으로부터 뽑혀 나갔다. 정부와 한전은 늘 그랬듯 돈으로 무마하고 회유했다. 하지만, 18개 마을 143가구의 밀양주민들은 달랐다. 돈 봉투를 거부하고 농성장을 만들었다. 전국에서 희망버스가 밀양을 찾았다. 농성장은 2014년 6월 11일 2천여 명의 경찰에 의해서 짓밟혔다. 송전선로 지중화와 우회노선을 논의하자던 이들의 목소리는 끝내 외면당했다. 하지만 10년 전 밀양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는 여기 사람이 있다는 외침이었다. 눈부신 성장을 위해 누군가의 희생을 당연시해온 불평등한 에너지체계의 실상을 폭로하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10년 전 밀양으로부터 정부는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듯 보인다. 지난 5월 31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이 공개되었다. 대규모 핵발전소를 3기나 새로 건설하고, 안전성이나 기술적 검증도 확보되지 않은 SMR을 추가하겠다고 한다. 2030년에도 석탄과 LNG 화석연료의 비중은 42.5%에 달한다. 반면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은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같은 21.6%에 머물고 있다. 더군다나 전력수요는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다. 수도권에 들어서는 반도체단지와 데이터센터 등이 그 이유다. 이런 계획으로는 전기가 ‘눈물을 타고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새로운 원전을 짓는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고통과 갈등이 반복될 것이다. 원전과 같은 대규모 발전시설로 수도권 대기업의 반도체단지에 전기를 공급한다는 계획은, 새로운 송전탑을 지역 곳곳에 강요하게 된다.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을 지역으로 분산하거나,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은 사라진 채, 대량 공급-대량 소비를 지속하려는 계획은 필연적으로 ‘외부화’를 가져오고 밀양의 아픔을 반복하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11차 전기본 발표 3일 후, 난데없는 석유가스전 시추계획을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다. 동해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전이 발견되었다며, 탐사시추를 통해 95번째 산유국이 되겠다고 한다. 기후위기는 안중에도 없는 참으로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 설령 석유와 가스 생산에 성공한다 한들, 화석연료 산업과 기업의 이윤은 생기겠지만, 막대한 온실가스는 대기로 버려지고, 기후위기로 인한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피해는 약한 이들의 삶부터 파고들 것이다. 기후위기를 넘어서는 것은, 어딘가의 ‘삐까뻔적한’ 성장을 위해 다른 어딘가의 삶을 희생시키는 일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당장 11차 전기본을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6월 8일, 밀양행정대집행 10주년을 맞아 전국에서 버스가 밀양을 향해 간다. 불평등한 에너지시스템을 뚫고 나올 ‘송곳’이, 이 날 밀양에서 벼려지길 희망한다.
60대 밀양할매의 목소리다. 밤에도 휘황찬란한 불빛이 꺼지지 않는 도시에서, 전기는 물과 공기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콘센트만 찾으면 언제든 쉽게 쓸 수 있는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전기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져 여기까지 흘러오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잊혔거나 애써 외면되었다. 저쪽 끝에 거대한 발전소가 있고, 그 둘을 연결하는 길목에 송전탑이 놓여있다. 모두 ‘삐까뻔쩍한 서울’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미세먼지와 방사능으로 고통받는 주민도, 그리고 석탄과 우라늄을 캐는 광산 주변의 마을도, 집 앞과 논밭 한가운데 송전탑을 마주하고 살아가는 주민도. 아주아주 멀리 있다. 어딘가의 편리함과 이익을 얻기 위해 위험과 피해는 어딘가 ‘바깥’으로 떠 넘겨졌다. 우리가 지금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스템은 바로 이런 ‘외부화’에 기반하고 있다.
오랜 시간 당연한 것처럼 여겨온 외부화의 에너지 시스템을 뚫고 나온 ‘송곳’이 있었다. 10년 전 밀양이다. 새로 건설되는 원전으로부터 전기를 보내기 위한 송전탑이 밀양을 지나갔다. 765kV 초고압 송전탑을 꽂기 위해, 주민의 삶은 수십 년 뿌리내리고 살아온 터전으로부터 뽑혀 나갔다. 정부와 한전은 늘 그랬듯 돈으로 무마하고 회유했다. 하지만, 18개 마을 143가구의 밀양주민들은 달랐다. 돈 봉투를 거부하고 농성장을 만들었다. 전국에서 희망버스가 밀양을 찾았다. 농성장은 2014년 6월 11일 2천여 명의 경찰에 의해서 짓밟혔다. 송전선로 지중화와 우회노선을 논의하자던 이들의 목소리는 끝내 외면당했다. 하지만 10년 전 밀양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는 여기 사람이 있다는 외침이었다. 눈부신 성장을 위해 누군가의 희생을 당연시해온 불평등한 에너지체계의 실상을 폭로하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10년 전 밀양으로부터 정부는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듯 보인다. 지난 5월 31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이 공개되었다. 대규모 핵발전소를 3기나 새로 건설하고, 안전성이나 기술적 검증도 확보되지 않은 SMR을 추가하겠다고 한다. 2030년에도 석탄과 LNG 화석연료의 비중은 42.5%에 달한다. 반면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은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같은 21.6%에 머물고 있다. 더군다나 전력수요는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다. 수도권에 들어서는 반도체단지와 데이터센터 등이 그 이유다. 이런 계획으로는 전기가 ‘눈물을 타고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새로운 원전을 짓는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고통과 갈등이 반복될 것이다. 원전과 같은 대규모 발전시설로 수도권 대기업의 반도체단지에 전기를 공급한다는 계획은, 새로운 송전탑을 지역 곳곳에 강요하게 된다.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을 지역으로 분산하거나,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은 사라진 채, 대량 공급-대량 소비를 지속하려는 계획은 필연적으로 ‘외부화’를 가져오고 밀양의 아픔을 반복하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11차 전기본 발표 3일 후, 난데없는 석유가스전 시추계획을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다. 동해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전이 발견되었다며, 탐사시추를 통해 95번째 산유국이 되겠다고 한다. 기후위기는 안중에도 없는 참으로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 설령 석유와 가스 생산에 성공한다 한들, 화석연료 산업과 기업의 이윤은 생기겠지만, 막대한 온실가스는 대기로 버려지고, 기후위기로 인한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피해는 약한 이들의 삶부터 파고들 것이다. 기후위기를 넘어서는 것은, 어딘가의 ‘삐까뻔적한’ 성장을 위해 다른 어딘가의 삶을 희생시키는 일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당장 11차 전기본을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6월 8일, 밀양행정대집행 10주년을 맞아 전국에서 버스가 밀양을 향해 간다. 불평등한 에너지시스템을 뚫고 나올 ‘송곳’이, 이 날 밀양에서 벼려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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