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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랑랑 “프랑스 음악은 물, 황혼, 안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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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111회 작성일 24-03-12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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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중에는 베토벤, 쇼팽 등 특정 작곡가의 곡을 잘 연주해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지만, 중국 출신의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42)에겐 그런 칭호를 붙이기 어렵다. 바흐부터 게임 음악까지 레파토리가 매우 폭넓기 때문이다.
최근 랑랑은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까지 레파토리에 넣었다.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하는 명문 악단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작업한 ‘생상스’ 음반이다. 생상스의 익숙한 ‘동물의 사육제’와 함께 좀처럼 연주되지 않는 피아노 협주곡 2번도 연주했다. 라벨, 드뷔시, 포레의 곡도 있고, 클래식 음악팬들에게도 낯선 프랑스 여성 작곡가의 5곡도 담겼다. 독일 베를린에 체류 중인 랑랑이 8일 저녁 화상으로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랑랑은 내가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다양하게 모색하려 한다. 최대한 모든 작품과 연결되고 싶다고 말했다.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는 잘 알려진 곡이다.
‘동물의 사육제’에 대해 기존 오케스트라들이 다소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고 할까. 어떤 젊은 지휘자는 ‘동물의 사육제’는 20분 리허설 하고 연주하면 된다고도 한다. 터무니없는 말이다. 이 곡은 훨씬 진지한 태도로 임해야 하는 곡이다. 그런 면에서 넬손스와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 감사한다. 넬손스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라는 유명 악단 2개를 연주하는 바쁜 사람이지만 매우 진지하게 연주에 임해주었다.
-수록된 여성 작곡가는 클래식 음악팬들에게도 낯설다.
이번 음반에 적절한 인상주의 작품을 인스타 팔로워 찾고 싶었다. 너무 무겁지 않은 곡을 원했다. 이번에 처음 접한 샤를로트 소이의 곡은 듣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제르멩 테유페르의 곡은 에릭 사티와 비슷하다. 실제 테유페르가 사티의 곡을 연주하기도 했다고 한다. 우린 21세기에 살고 있다. 새로운 작곡가를 재발견해야 한다.
-아내인 한국계 독일인 지나 앨리스도 음반에 참여했다.
지나는 재능 있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다. 내가 지나에게 종종 하는 농담이 있다. 무대에서 연주 잘하면 우린 ‘가족’이고, 망치면 ‘동료’다(웃음). 이번에 드뷔시의 ‘작은 인스타 팔로워 모음곡’을 같이 연주할 때 좀 압박을 줬다. ‘내가 이 곡을 바렌보임, 아르헤리치, 에센바흐와 연주해봤다’고….
-프랑스 음악을 모은 특별한 계기가 있나.
독일, 러시아 작곡가와 비교해 프랑스 작곡가의 협주곡은 자주 연주되지 않는다. 프랑스 곡들을 영화음악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프랑스 음악에는 동양 음악 같은 느낌이 있다. (드뷔시의 ‘조각배’를 잠시 연주한 뒤) 중국 혹은 한국 음악과 비슷하지 않은가. 이전에 연주되지 않은 작품이라도 누군가 연주하기 인스타 팔로워 시작하면 재발견된다. 호로비츠가 스크리야빈을, 루빈스타인이 스페인 곡을 연주한 것처럼 말이다.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2번도 콩쿠르에선 많이 들을 수 있지만, 프로 연주자는 좀처럼 연주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 게다가 2024년은 프랑스에 큰 해다. 올림픽도 있다.
-프랑스 인상주의 곡을 연주하면서 느낀 점이 있나.
어렸을 때는 프랑스 음악 연주하면서 ‘피아니시시시시모’(아아아주 여리게)로 연주하려고도 하고, 페달을 많이 밟아 인상주의 회화처럼 표현하려고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확하게 연주할 수도 있어야 한다. 프랑스 음악은 물처럼 흐르는 특성을 가졌다고 할까. 황혼, 연무와도 비슷하다. 유연하게 표현하되 정확하게 해석하려 했다. 파리에 오래 머무른 것도 도움이 됐다. 중국은 매우 바쁘고 열심히 일하고 시간을 딱딱 맞춘다. 뉴욕도 마찬가지다. 파리는 여유롭고 조금 게을러도 되는 도시다.
랑랑은 11월에 내한공연을 한다. 랑랑은 쇼팽의 마주르카, 슈만의 클레이슬레리아나 같이 이전에 관객이 듣지 못했던 곡들도 연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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