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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차도와 돼지열병 울타리 사이···떼죽음 위기 천연기념물 산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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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18회 작성일 24-03-3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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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 울타리 옆에 산양 두 마리가 뛰어가고 있어요!
지난 21일 오전 강원 화천 평화의댐 인근에서 양구 방산면 방향으로 지방도를 달리던 취재차량 전방에 멸종위기 포유류 산양 두 마리가 나타났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모임(국시모) 사무국장과 함께 돌아본 강원 북부 민통선 부근 도로 약 100㎞ 구간에서 산양의 움직임을 추적하던 중이었다. 차량을 등지고 천천히 뛰어가던 산양들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차량 쪽으로 몸을 돌려 한참을 다가오던 산양들은 이내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도로 좌측은 산양이 뛰어넘지 못할 높이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울타리에 막혀 있고, 우측은 산양이 이동하기에도 경사가 심한 비탈길인 탓에 숲속으로 다시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사람은 한 방향으로 계속 가다보면 ASF울타리가 언젠가 끝난다는 것을 알지만 산양으로선 이를 알 수 없기에 나타난 현상으로 추정된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산양들은 한참 동안 차도를 달려간 끝에 민가 부근 울타리가 끝난 곳에서 숲속으로 돌아갔다. 이날 산양이 달려간 거리는 직선거리만 따져도 1㎞가 넘는다. 비탈진 곳을 다니기에 최적화된 발굽으로 차도를 달리는 것은 길을 잃은 산양에게 있어 극도로 불안하고, 초조한 일이었을 것이다. 산양들은 산으로 올라가기 전 주민이 키우는 개들에게 쫓기는 수난까지 겪었다. 그래도 이들 두 마리는 비교적 운이 좋은 개체들이었을지도 모른다. 죽지 않고 다시 서식지로 돌아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민통선 인근 지역에 빽빽하게 세워진 ASF울타리로 인해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야생동물들, 특히 산양이 고립돼 있다는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강원 화천, 양구, 인제 등 지역의 민통선 부근은 올겨울 죽어간 300여마리 산양 가운데 80% 이상의 사체가 발견된 곳이다. 환경부가 2019~2022년 사이 설치한 ASF울타리 1831㎞ 가운데 강원 지역에는 1179㎞의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이들 지역에는 지자체가 설치한 울타리까지 2중으로 막혀있는 구간들도 있다.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실제 이날 민통선 부근에선 불과 한나절 동안 산양 사체 4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문화재청 집계에 따르면 올겨울 폭설과 울타리 등 영향으로 폐사한 산양의 천연기념물 멸실 신고 건수는 지난달 말까지 총 277건이다. 이후 3월 들어 국시모가 7차례의 모니터링에서 확인한 폐사체가 7구인 것을 감안하면 폐사한 산양은 300마리가 넘을 수도 있다. 국내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약 2000마리의 15%에 달하는 숫자다.
현장에서 확인한 산양 사체 중에는 농막이나 ASF울타리로 인한 고립 등 인위적 요인으로 폐사했을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인제군 미시령 옛길 주변에선 ASF울타리가 둘러쳐져 있는 좁은 비탈 사이에서 죽은 개체가 확인됐다. 현장에 동행한 정인철 사무국장과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는 산양 배설물이 쌓인 일명 ‘산양 화장실’을 둘러본 뒤 다른 개체들도 고립돼 있는 것 같다면서 우려를 표시했다. 앞으로 겨울 폭설이 올 때 고립된 개체들이 생존할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탓이다. 이날 화천군 동촌리 주변에서도 울타리에 가로막힌 지점에 죽어있는 개체가 확인됐고, 화천군 풍산리에서 평화의댐 방향 도로에선 농막 비닐에 걸려 죽은 산양 사체가 발견됐다.
또 민통선 부근 도로 곳곳에선 ASF울타리로 가로막혀 만날 수 없는 상태가 된 산양 무리가 여러 차례 눈에 띄었다. 도로 우측 비탈에 나타난 산양 여러 마리를 관찰하다 특유의 ‘드드드드’ 하는 울음소리가 들려와 살펴보면 도로 좌측 ASF울타리 너머 절벽에 산양이 보이는 식이었다. ASF울타리가 산양 무리를 고립, 분단시키면서 멸종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임이 눈으로 확인된 것이다.
특히 민통선 부근 도로 곳곳에선 ASF울타리가 제역할을 거의 못하고 있는 모습도 확인됐다. 멧돼지들이 민가 주변 농경지를 노리고 산에서 내려올 수 있는 구간엔 아예 울타리가 없거나 설치돼 있어도 농경활동 등을 위한 출입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이른 아침에도 마을 주변과 내부의 ASF울타리 출입문들은 열려있지 않은 곳을 찾기가 어려운 수준이었다. 정 국장은 ASF울타리가 멧돼지는 못 막고, 애꿎은 산양들 이동만 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많은 수의 산양이 죽어나갔음에도 환경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대책을 세우는 것조차 미온적이다. 지난 22일 열린 전문가와 지자체 담당자 등이 모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울타리 관리 개선’ 간담회에서 환경부는 ASF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어 아직 울타리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울타리 효과 분석 용역을 수행해 관리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이미 울타리 개방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탓에 산양 떼죽음 사태가 발생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4월 환경부가 펴낸 ‘야생멧돼지 ASF 차단울타리 실태조사 및 효율적 관리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를 보면 강원 화천, 인제 등 지역의 서식지 파편화 등으로 인해 울타리 부분 개방 시범사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미 부분 개방 필요성이 확인됐음에도 환경부는 최근 거의 비슷한 내용의 용역을 또 발주했다. 산양 사체 발견 지점과 시간대 등을 기록해 GIS(지리정보시스템) 자료를 만드는 등 연구도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정 국장은 울타리 악영향을 확인했음에도 환경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산양 살해나 다름없다며 지금이라도 사체가 발견된 지점을 중심으로 울타리를 시급히 개방하고, 산양들이 받고 있는 악영향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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