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기록의 기억] (116) 인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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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21회 작성일 24-04-03 02:29본문
탑골공원 길 건너편에서 안국동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0.7㎞의 길을 인사동길이라 부른다. 인사동길은 원래 안국동천을 복개해서 1920년대에 만들어졌다. 지금의 돌길 형태의 길은 건축가 김진애의 설계로 2000년에 재조성된 것이다.
일제강점기가 시작되어 양반들이 벼슬에 못 오르자 북촌에 거주하던 양반계층이 붕괴되었다. 그리하여 양반들이 소유하던 고서화, 도자기 등 골동품이 흘러나오게 되었다. 1926년 지금의 경복궁 자리에 조선총독부 청사가 건립되자, 가까운 거리에 있던 인사동은 일본인들이 한국의 골동품을 수집하는 중심지가 되었다.
해방 이후에도 인사동은 골동품 상점으로 유명했지만, 가짜 고서화 사건 등으로 권위가 실추되자 1960~1970년대에 화랑이나 표구, 필방, 공예품 등 미술 관련 상점이 많이 들어서게 되었다. 미술 관련 상점들이 늘자 미술 전시장들도 늘어나게 되었고, 그리하여 작가, 예술인 등이 모여들다 보니 전통찻집, 토속음식점 등이 생겨나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1925년 낙원동에서 공평동까지 ‘신작로’가 뚫렸는데, 그것이 지금의 인사동4길과 5길이다. 이 길과 인사동길이 만나는 곳을 인사동 네거리라 부른다. 1971년과 반세기가 지난 현재 사진은 인사동 네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1971년 사진에는 화랑 등이 1층에 있었던 반면, 지금의 사진을 보면 임대료가 높은 1층에는 젊은이들이나 관광객을 겨냥한 액세서리점, 기념품점, 옷가게 등이 있고 표구사 등은 2층 위에 위치한 것이 달라진 모습이다.
1987년에 (사)인사전통문화보존회가 창립되었고 1988년에 인사동은 ‘전통문화의 거리’로 지정되었다. 2000년 돌길 조성 이후 2002년 한국 제1호 문화지구로 지정되면서 인사동은 한국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거리로 등극했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듯이 오랫동안 인사동을 지켜온 상점과 업체들이 밀려나고 그 자리에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들어서게 되면서, 인사동은 갈수록 거리의 맛을 잃어가고 있다.
(115) 김포가도
(114) 우이동의 옛 그린파크호텔 입구
(113) 강화 초지진
외부 자본이 유입되면서 임대료가 상승하고 그 결과 원주민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서울 곳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시장은 동등한 경제력을 가진 자유로운 주체들의 경쟁시장이 아니다. ‘자본권력’이 지배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따라서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 제도적인 대책이 없다면 ‘거리의 공동체’는 늘 사라지고 말 것이다.
* 이 칼럼에 게재된 사진은 셀수스협동조합 사이트(celsus.org)에서 다운로드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해도 됩니다.
2003년 ‘콩코드’ 은퇴 이후 사라졌던 초음속 여객기가 부활할 날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소리보다 빨리 나는 중형 여객기를 제작하기 위한 시제기가 첫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최대 80명이 타는 초음속 중형 여객기의 목표 비행 시점은 2026년이다.
최근 과학기술매체 뉴아틀라스 등은 미국 민간기업 붐 슈퍼소닉이 개발한 초음속 시제기 ‘XB-1’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 상공에서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XB-1은 길이 19m, 날개 폭 6m짜리 기체다. 제트엔진 3개가 달렸고, 조종사 1명이 탄다. 이날 시험비행에서는 고도 2170m까지 상승했고, 최고 시속 440㎞를 달성했다.
첫 비행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번에는 초음속 비행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향후 비행에서는 속도를 높여 음속(시속 1220㎞)을 돌파할 계획이다.
붐 슈퍼소닉은 안정적인 이착륙과 초음속 순항 비행이 모두 가능한 최적화된 동체 모양을 만들기 위해 수천 번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려 XB-1 동체 설계도를 그려냈다. 또 동체 대부분을 가벼우면서 견고한 탄소 섬유 복합재로 제작했다. 전방에서 빨려 들어오는 공기를 강하게 압축해 초음속을 뿜어낼 수 있는 엔진 흡입구도 만들었다.
붐 슈퍼소닉이 XB-1을 개발한 이유는 ‘오버추어’라는 이름의 덩치 큰 초음속 여객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64~80명의 승객을 태우고 마하 1.7(시속 2080㎞)로 비행하는 것이 목표인 중형 여객기다.
현재 상용화된 여객기들은 대개 마하 0.8~0.9(시속 980~1100㎞)로 운항한다. 오버추어가 약 2배 빠르다. 오버추어를 타면 현재 10시간쯤 걸리는 인천과 로스앤젤레스 비행 시간을 5시간으로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단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버추어의 첫 시험비행은 2026년으로 예정돼 있다.
오버추어는 신기술을 동원해 초음속 비행 때 생기는 폭음, 즉 ‘소닉붐’을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거리의 소음 수준인 85데시벨(dB)로 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6년부터 운항하다가 폭발 사고와 운영 비용 과다로 인해 2003년 퇴역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소음은 110dB에 달했다. 전기톱을 돌리는 소음이다.
붐 슈퍼소닉은 공식 자료를 통해 콩코드가 은퇴한 지 20년이 지났다며 XB-1이 초음속 여행의 부활을 위한 길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현재 초음속 여객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X-59’라는 시제기를 제작했고, 올해 안에 첫 시험비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향후 지구촌을 하루 생활권으로 만들기 위한 경쟁에도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간병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녹색정의당은 각각 4·10 총선 주요 공약으로 ‘간병비 부담 완화’를 내걸었다. 간병 문제가 국가가 나서 함께 고민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재원 마련 방안이나 간호인력 확보 방안 등 공약 현실화까지 선결과제가 많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대 정당의 간병비 공약의 초점은 ‘요양병원’ 간병 지원에 맞춰져 있다. 보통 급성기 환자들은 종합병원 이상 상급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이후 회복기 환자나 만성기 환자들은 요양병원 또는 요양시설(요양원)을 이용한다. 병원에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요양원에선 장기요양보험 대상자라면 간병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요양병원에선 이러한 기존 간병 지원 제도를 아예 이용할 수 없다.
가장 큰 관건은 재정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이다. 건강보험연구원 추계에 따르면 국내 요양병원 환자들의 간병비에 건보를 적용하면 매년 최소 15조원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당은 일단 대상자를 선별해 간병비를 지원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건강보험 재정으로 장기요양보험 1·2등급 대상자에 한해서 간병비를 지원(일부 본인부담)하자고 했다. 건강보험 재정 투입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국민의힘 공약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와 당정협의를 통해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담았다. 보건복지부는 이달부터 내년 12월까지 요양병원 20곳에서 의료필요도 최고도·고도 환자이면서 장기요양 1·2등급인 환자 1200여명을 대상으로 간병비 지원(일부 본인부담)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여기에 85억원의 국고가 투입된다. 향후 본사업의 재정 투입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맞지만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에 총선 공약을 ‘다 해주겠다’는 것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정치권이 해결에 나섰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면서 요양병원이 1500개가 넘고 다양하게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구조 개편도 필요하다고 했다.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제도화 이전에 경증환자가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는 관행을 바꾸고 집에서 의료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는 지역통합돌봄체계를 만드는 정책을 더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시민단체 및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건강보험 재정) 확대를 주문했다. 2015년 도입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보호자 없이 간호사가 간호조무사, 보조인력 등과 팀을 이뤄 간호·간병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사업이다. 일반 병동보다 간호사 배치 인원이 많은데다 사적 간병비를 이용할 때보다 의료비가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어 이용자 만족도가 높다.
그러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요양·군·정신병원 제외)이 운영할 수 있는데, 지난해 말 기준 대상 병상의 26% 수준인 7만4867개에서만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의료기관이 상대적으로 돌보기 쉬운 경증 환자 위주로 통합병동에 입원시키면서 오히려 중증환자가 이용하기 어려웠다.
3개 정당 모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공급 확대를 공약했다. 국민의힘은 복지부가 현재 추진 중인 내용 그대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혜택을 연 230만명에서 400만명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민주당은 요양병원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인력배치 기준을 마련해 회복기 및 만성기 환자에 적합한 간병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녹색정의당은 공공병원, 상급종합병원은 물론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및 요양병원의 모든 병동에서 전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리려면 통합병동 간호사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 의료기관 보상을 늘리면서 요양병원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역시나 건보 재정이 많이 소요된다. 정부와 정치권이 건강보험 재정 확보, 정책 지원 방안을 두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일제강점기가 시작되어 양반들이 벼슬에 못 오르자 북촌에 거주하던 양반계층이 붕괴되었다. 그리하여 양반들이 소유하던 고서화, 도자기 등 골동품이 흘러나오게 되었다. 1926년 지금의 경복궁 자리에 조선총독부 청사가 건립되자, 가까운 거리에 있던 인사동은 일본인들이 한국의 골동품을 수집하는 중심지가 되었다.
해방 이후에도 인사동은 골동품 상점으로 유명했지만, 가짜 고서화 사건 등으로 권위가 실추되자 1960~1970년대에 화랑이나 표구, 필방, 공예품 등 미술 관련 상점이 많이 들어서게 되었다. 미술 관련 상점들이 늘자 미술 전시장들도 늘어나게 되었고, 그리하여 작가, 예술인 등이 모여들다 보니 전통찻집, 토속음식점 등이 생겨나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1925년 낙원동에서 공평동까지 ‘신작로’가 뚫렸는데, 그것이 지금의 인사동4길과 5길이다. 이 길과 인사동길이 만나는 곳을 인사동 네거리라 부른다. 1971년과 반세기가 지난 현재 사진은 인사동 네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1971년 사진에는 화랑 등이 1층에 있었던 반면, 지금의 사진을 보면 임대료가 높은 1층에는 젊은이들이나 관광객을 겨냥한 액세서리점, 기념품점, 옷가게 등이 있고 표구사 등은 2층 위에 위치한 것이 달라진 모습이다.
1987년에 (사)인사전통문화보존회가 창립되었고 1988년에 인사동은 ‘전통문화의 거리’로 지정되었다. 2000년 돌길 조성 이후 2002년 한국 제1호 문화지구로 지정되면서 인사동은 한국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거리로 등극했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듯이 오랫동안 인사동을 지켜온 상점과 업체들이 밀려나고 그 자리에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들어서게 되면서, 인사동은 갈수록 거리의 맛을 잃어가고 있다.
(115) 김포가도
(114) 우이동의 옛 그린파크호텔 입구
(113) 강화 초지진
외부 자본이 유입되면서 임대료가 상승하고 그 결과 원주민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서울 곳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시장은 동등한 경제력을 가진 자유로운 주체들의 경쟁시장이 아니다. ‘자본권력’이 지배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따라서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 제도적인 대책이 없다면 ‘거리의 공동체’는 늘 사라지고 말 것이다.
* 이 칼럼에 게재된 사진은 셀수스협동조합 사이트(celsus.org)에서 다운로드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해도 됩니다.
2003년 ‘콩코드’ 은퇴 이후 사라졌던 초음속 여객기가 부활할 날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소리보다 빨리 나는 중형 여객기를 제작하기 위한 시제기가 첫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최대 80명이 타는 초음속 중형 여객기의 목표 비행 시점은 2026년이다.
최근 과학기술매체 뉴아틀라스 등은 미국 민간기업 붐 슈퍼소닉이 개발한 초음속 시제기 ‘XB-1’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 상공에서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XB-1은 길이 19m, 날개 폭 6m짜리 기체다. 제트엔진 3개가 달렸고, 조종사 1명이 탄다. 이날 시험비행에서는 고도 2170m까지 상승했고, 최고 시속 440㎞를 달성했다.
첫 비행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번에는 초음속 비행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향후 비행에서는 속도를 높여 음속(시속 1220㎞)을 돌파할 계획이다.
붐 슈퍼소닉은 안정적인 이착륙과 초음속 순항 비행이 모두 가능한 최적화된 동체 모양을 만들기 위해 수천 번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려 XB-1 동체 설계도를 그려냈다. 또 동체 대부분을 가벼우면서 견고한 탄소 섬유 복합재로 제작했다. 전방에서 빨려 들어오는 공기를 강하게 압축해 초음속을 뿜어낼 수 있는 엔진 흡입구도 만들었다.
붐 슈퍼소닉이 XB-1을 개발한 이유는 ‘오버추어’라는 이름의 덩치 큰 초음속 여객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64~80명의 승객을 태우고 마하 1.7(시속 2080㎞)로 비행하는 것이 목표인 중형 여객기다.
현재 상용화된 여객기들은 대개 마하 0.8~0.9(시속 980~1100㎞)로 운항한다. 오버추어가 약 2배 빠르다. 오버추어를 타면 현재 10시간쯤 걸리는 인천과 로스앤젤레스 비행 시간을 5시간으로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단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버추어의 첫 시험비행은 2026년으로 예정돼 있다.
오버추어는 신기술을 동원해 초음속 비행 때 생기는 폭음, 즉 ‘소닉붐’을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거리의 소음 수준인 85데시벨(dB)로 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6년부터 운항하다가 폭발 사고와 운영 비용 과다로 인해 2003년 퇴역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소음은 110dB에 달했다. 전기톱을 돌리는 소음이다.
붐 슈퍼소닉은 공식 자료를 통해 콩코드가 은퇴한 지 20년이 지났다며 XB-1이 초음속 여행의 부활을 위한 길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현재 초음속 여객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X-59’라는 시제기를 제작했고, 올해 안에 첫 시험비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향후 지구촌을 하루 생활권으로 만들기 위한 경쟁에도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간병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녹색정의당은 각각 4·10 총선 주요 공약으로 ‘간병비 부담 완화’를 내걸었다. 간병 문제가 국가가 나서 함께 고민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재원 마련 방안이나 간호인력 확보 방안 등 공약 현실화까지 선결과제가 많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대 정당의 간병비 공약의 초점은 ‘요양병원’ 간병 지원에 맞춰져 있다. 보통 급성기 환자들은 종합병원 이상 상급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이후 회복기 환자나 만성기 환자들은 요양병원 또는 요양시설(요양원)을 이용한다. 병원에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요양원에선 장기요양보험 대상자라면 간병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요양병원에선 이러한 기존 간병 지원 제도를 아예 이용할 수 없다.
가장 큰 관건은 재정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이다. 건강보험연구원 추계에 따르면 국내 요양병원 환자들의 간병비에 건보를 적용하면 매년 최소 15조원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당은 일단 대상자를 선별해 간병비를 지원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건강보험 재정으로 장기요양보험 1·2등급 대상자에 한해서 간병비를 지원(일부 본인부담)하자고 했다. 건강보험 재정 투입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국민의힘 공약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와 당정협의를 통해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담았다. 보건복지부는 이달부터 내년 12월까지 요양병원 20곳에서 의료필요도 최고도·고도 환자이면서 장기요양 1·2등급인 환자 1200여명을 대상으로 간병비 지원(일부 본인부담)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여기에 85억원의 국고가 투입된다. 향후 본사업의 재정 투입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맞지만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에 총선 공약을 ‘다 해주겠다’는 것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정치권이 해결에 나섰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면서 요양병원이 1500개가 넘고 다양하게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구조 개편도 필요하다고 했다.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제도화 이전에 경증환자가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는 관행을 바꾸고 집에서 의료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는 지역통합돌봄체계를 만드는 정책을 더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시민단체 및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건강보험 재정) 확대를 주문했다. 2015년 도입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보호자 없이 간호사가 간호조무사, 보조인력 등과 팀을 이뤄 간호·간병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사업이다. 일반 병동보다 간호사 배치 인원이 많은데다 사적 간병비를 이용할 때보다 의료비가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어 이용자 만족도가 높다.
그러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요양·군·정신병원 제외)이 운영할 수 있는데, 지난해 말 기준 대상 병상의 26% 수준인 7만4867개에서만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의료기관이 상대적으로 돌보기 쉬운 경증 환자 위주로 통합병동에 입원시키면서 오히려 중증환자가 이용하기 어려웠다.
3개 정당 모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공급 확대를 공약했다. 국민의힘은 복지부가 현재 추진 중인 내용 그대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혜택을 연 230만명에서 400만명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민주당은 요양병원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인력배치 기준을 마련해 회복기 및 만성기 환자에 적합한 간병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녹색정의당은 공공병원, 상급종합병원은 물론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및 요양병원의 모든 병동에서 전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리려면 통합병동 간호사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 의료기관 보상을 늘리면서 요양병원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역시나 건보 재정이 많이 소요된다. 정부와 정치권이 건강보험 재정 확보, 정책 지원 방안을 두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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