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세월호 10주기에 전국노래자랑?”…항의 받은 영광군, 6월로 녹화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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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20회 작성일 24-04-06 07:52본문
세월호 참사 10주기 당일에 KBS 전국노래자랑 녹화를 진행하려던 전남 영광군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일정을 연기했다.
영광군은 4일 오는 16일 영광스포티움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KBS 전국노래자랑 전남 영광군 편의 녹화 일정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군은 ‘2024년 영광방문의 해’를 전국에 알리고 ‘제63회 전남체전 및 제32회 전남장애인체전’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KBS 전국노래자랑을 준비했다.
하지만 방송 녹화일이 304명이 목숨을 잃은 세월호 참사 당일이어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4월16일은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됐다.
영광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전국노래자랑 녹화 일정을 변경해 달라’는 항의성 글이 15건 정도 게시됐다. 한 시민은 4월16일은 국민들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되새겨야 하는 날이라면서 이런 날에 노래자랑대회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영광군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추모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일정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BS 전국노래자랑 영광군 편은 오는 6월11일 녹화될 예정이다.
영광군 관계자는 노래자랑 예비심사에 참가 신청한 군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잠시 미뤄진 만큼 더욱 내실 있게 준비하여 많은 군민이 끼와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전공사상심의위, 지난달 29일 순직 결정군 ‘강제 전역’ 처분으로 우울증 생겨 사망 판단국방부 심의위 결정 수용…유족에 전달
고 변희수 하사가 사망한 지 약 3년 만에 순직을 인정받았다. 성확정(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군 당국이 내린 강제 전역 조치가 우울증을 유발해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변 하사의 순직을 인정할 수 없다는 군의 결정이 약 1년4개월 만에 뒤집혔다.
국방부는 4일 독립된 의사결정 기구인 중앙전공사상심의위원회에서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관련 법과 절차에 따라 심사한 결과 (변 하사의 사망을) 순직으로 결정했고 국방부는 이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유족에게 순직 인정 사실을 전달했다.
심사위는 군의 강제 전역 처분으로 발병한 변 하사의 우울증을 사망의 주된 원인으로 판단해 지난달 29일 회의에서 순직 결정을 내렸다. 변 하사를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사유로 발생한 정신 질환이 악화해 사망한 사람에 해당한다고 보고 순직 3형으로 결정한 것이다.
#128204;[플랫]또 다른 변희수·이예람의 죽음을 막지 못하면 ‘강한 군’은 없다
이로써 변 하사는 앞으로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고 유족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상도 가능해졌다. 다만 유족연금과 보훈연금이 지급되려면 소관 부처의 별도 심사가 필요하다.
앞서 군 당국은 변 하사가 2019년 휴가 중 해외에서 성확정 수술을 받고 오자 수술로 인한 신체적 변화가 심신장애 3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2020년 1월 강제 전역 처분을 내렸다. 변 하사는 여군으로서 군 복무를 계속하고 싶다며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으나 2021년 3월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해 10월 법원은 변 하사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순직 결정을 요구했지만 육군은 2022년 12월 보통전공사상심의위원회를 열어 변 하사의 사망이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며 순직이 아닌 일반 사망으로 분류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월 국방부에 순직 재심사를 권고했고 변 하사는 사망 3주기를 넘겨 비로소 순직을 인정받게 됐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역 처분 취소 소송 당시 법원은 강제 전역이 성전환자 차별에 기반한 육군의 위법한 처분임을 분명히 밝혔다. 위법한 처분이 한 사람의 소중한 꿈을 무너뜨렸던 것이라며 그렇기에 변 하사의 죽음은 국가와 군이 책임져야 마땅한 일이었다. 그 책임을 인정받기까지 너무 길고 아픈 시간을 보냈지만 그립고 애통한 마음으로 뒤늦은 순직 결정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유새슬 기자 yooss@khan.kr
그래픽노블 ‘로봇 드림’
흥미로운 만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매주 금요일 찾아옵니다.
그래픽 노블 <로봇 드림(Robot Dreams)>(놀)의 주인공은 개와 조립식 로봇입니다. 혼자 살던 개는 어느 날 로봇 키트 하나를 주문합니다. 배송된 박스에는 철로 된 납작한 판과 긴 원통 몇 개가 들어있습니다. 개는 매뉴얼을 보며 정성껏 철판을 오리고 꿰매고 붙입니다. 마지막으로 팔과 다리를 만들자, 로봇이 완성됩니다.
개는 동그란 눈이 자신과 닮은 로봇과 친구가 됩니다. 둘은 손을 잡고 도서관에 가고, 팝콘을 먹으며 <천공의 성 라퓨타>를 봅니다. 어느 날 둘은 버스를 타고 해변에 놀러 갑니다. 로봇은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물 앞에서 겁을 먹습니다. 하지만 망설임도 잠깐, 이미 물 안으로 뛰어든 개를 보며 용기를 냅니다. 개와 함께하는 물놀이는 어찌나 재밌는지! 신나게 놀던 둘은 해변의 모래밭에서 깜박 잠이 듭니다.
얼마나 잤을까요. 먼저 깬 개가 로봇을 깨웁니다. 그런데 로봇의 상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소금물을 잔뜩 먹어서인지, ‘끼이이이익’ 하는 불안한 소리와 함께 로봇의 몸이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로봇을 업고 가기에 개는 너무 작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어느새 해가 지고 밤이 됩니다. 개는 로봇을 해변에 둔 채 일단 혼자 집에 옵니다. 그리고 수리 도구를 갖고 다시 해변을 찾죠.
하지만 여름 개장이 끝난 해변의 문은 이미 닫힌 상태입니다. 내년 여름에 다시 문을 연다는 공지와 함께요. 지금은 8월. 개는 혼자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렇게 둘은 헤어집니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을까요. 이제는 얼굴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 친구들부터 사회에서 잠깐 스쳐 지나간 사람들까지. 딱히 사교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도 살다 보면 셀 수 없이 많은 이들과 엮이게 됩니다.
여러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다 보면 어느 순간 ‘관계’라는 것은 나와 상대 간의 호의적인 감정만으로 유지될 순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큰 우연과 작은 실수. 예상치 못한 사건과 그 순간의 선택. 이런 것들이 어떤 시점에 어떻게 발생하느냐에 따라 오래 갈 줄 알았던 관계가 쉽게 깨지기도, 금방 끝날 줄 알았던 관계가 오래 지속되기도 합니다. <로봇 드림>은 이런 삶의 순간을 우아하게 표현한 만화입니다.
혼자 남겨진 로봇은 셀 수 없이 많은 꿈을 꿉니다. 꿈의 내용은 다 다르지만, 요약하면 ‘만약에’ 일 것 같습니다. 만약에 내가 물에 들어가지 않고 해변에서 개를 기다렸다면 어땠을까. 그럼, 물에서 놀고 나온 개와 사이좋게 집에 돌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해변에서 우연히 만난 토끼, 갈매기를 보고도 꿈을 꿉니다. 만약에 저 토끼가 내게 기름을 한 스푼만 준다면 난 다시 회복해 개를 만나러 갈 수 있지 않을까. 만약에 저 갈매기의 다리를 잡고 날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로봇의 꿈은 끈질기게 로봇을 배신합니다. 도움을 줄 줄 알았던 토끼는 오히려 로봇의 부품만 떼어가고, 갈매기는 로봇을 지나칩니다. 로봇은 실망하면서도 꿈 꾸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로봇의 꿈은 최종적으로는 이루어집니다. 로봇이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요. 마침내 꿈이 이루어졌을 때, 로봇은 누구보다 성숙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소중했던 인연을 보내줍니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일까요. 개는 로봇이 움직이지 못하게 됐을 때 무조건 곁을 지켰어야 했을까요. 로봇은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을 때 개를 더 적극적으로 찾았어야 할까요. 만약에 그랬다면, 둘은 계속 함께 행복했을까요.
결과를 놓고 어떤 선택의 옳고 그름을 논한다면 아마 이 세상에 잘한 선택이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누구나 그 순간 주어지는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뒤, 그 선택에 책임을 지고 살아갑니다. 개가 로봇의 꿈을 모르듯, 로봇 역시 자신을 두고 간 개가 얼마나 오랫동안 헤맸는지 알지 못합니다.
사라 바론은 208쪽에 달하는 그래픽 노블에 단 한 줄의 대사도 쓰지 않았습니다. 그림체도 매우 단순합니다. 아무런 대사도, 복잡한 그림도 없지만 첫 장을 펼치면 웬만한 소설책보다 깊이 몰입하게 됩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은 <로봇 드림>의 원작입니다. 출판사 놀에서 절판됐던 만화를 14년 만에 단행본으로 재출간했습니다.
영광군은 4일 오는 16일 영광스포티움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KBS 전국노래자랑 전남 영광군 편의 녹화 일정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군은 ‘2024년 영광방문의 해’를 전국에 알리고 ‘제63회 전남체전 및 제32회 전남장애인체전’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KBS 전국노래자랑을 준비했다.
하지만 방송 녹화일이 304명이 목숨을 잃은 세월호 참사 당일이어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4월16일은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됐다.
영광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전국노래자랑 녹화 일정을 변경해 달라’는 항의성 글이 15건 정도 게시됐다. 한 시민은 4월16일은 국민들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되새겨야 하는 날이라면서 이런 날에 노래자랑대회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영광군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추모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일정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BS 전국노래자랑 영광군 편은 오는 6월11일 녹화될 예정이다.
영광군 관계자는 노래자랑 예비심사에 참가 신청한 군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잠시 미뤄진 만큼 더욱 내실 있게 준비하여 많은 군민이 끼와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전공사상심의위, 지난달 29일 순직 결정군 ‘강제 전역’ 처분으로 우울증 생겨 사망 판단국방부 심의위 결정 수용…유족에 전달
고 변희수 하사가 사망한 지 약 3년 만에 순직을 인정받았다. 성확정(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군 당국이 내린 강제 전역 조치가 우울증을 유발해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변 하사의 순직을 인정할 수 없다는 군의 결정이 약 1년4개월 만에 뒤집혔다.
국방부는 4일 독립된 의사결정 기구인 중앙전공사상심의위원회에서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관련 법과 절차에 따라 심사한 결과 (변 하사의 사망을) 순직으로 결정했고 국방부는 이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유족에게 순직 인정 사실을 전달했다.
심사위는 군의 강제 전역 처분으로 발병한 변 하사의 우울증을 사망의 주된 원인으로 판단해 지난달 29일 회의에서 순직 결정을 내렸다. 변 하사를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사유로 발생한 정신 질환이 악화해 사망한 사람에 해당한다고 보고 순직 3형으로 결정한 것이다.
#128204;[플랫]또 다른 변희수·이예람의 죽음을 막지 못하면 ‘강한 군’은 없다
이로써 변 하사는 앞으로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고 유족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상도 가능해졌다. 다만 유족연금과 보훈연금이 지급되려면 소관 부처의 별도 심사가 필요하다.
앞서 군 당국은 변 하사가 2019년 휴가 중 해외에서 성확정 수술을 받고 오자 수술로 인한 신체적 변화가 심신장애 3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2020년 1월 강제 전역 처분을 내렸다. 변 하사는 여군으로서 군 복무를 계속하고 싶다며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으나 2021년 3월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해 10월 법원은 변 하사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순직 결정을 요구했지만 육군은 2022년 12월 보통전공사상심의위원회를 열어 변 하사의 사망이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며 순직이 아닌 일반 사망으로 분류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월 국방부에 순직 재심사를 권고했고 변 하사는 사망 3주기를 넘겨 비로소 순직을 인정받게 됐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역 처분 취소 소송 당시 법원은 강제 전역이 성전환자 차별에 기반한 육군의 위법한 처분임을 분명히 밝혔다. 위법한 처분이 한 사람의 소중한 꿈을 무너뜨렸던 것이라며 그렇기에 변 하사의 죽음은 국가와 군이 책임져야 마땅한 일이었다. 그 책임을 인정받기까지 너무 길고 아픈 시간을 보냈지만 그립고 애통한 마음으로 뒤늦은 순직 결정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유새슬 기자 yooss@khan.kr
그래픽노블 ‘로봇 드림’
흥미로운 만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매주 금요일 찾아옵니다.
그래픽 노블 <로봇 드림(Robot Dreams)>(놀)의 주인공은 개와 조립식 로봇입니다. 혼자 살던 개는 어느 날 로봇 키트 하나를 주문합니다. 배송된 박스에는 철로 된 납작한 판과 긴 원통 몇 개가 들어있습니다. 개는 매뉴얼을 보며 정성껏 철판을 오리고 꿰매고 붙입니다. 마지막으로 팔과 다리를 만들자, 로봇이 완성됩니다.
개는 동그란 눈이 자신과 닮은 로봇과 친구가 됩니다. 둘은 손을 잡고 도서관에 가고, 팝콘을 먹으며 <천공의 성 라퓨타>를 봅니다. 어느 날 둘은 버스를 타고 해변에 놀러 갑니다. 로봇은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물 앞에서 겁을 먹습니다. 하지만 망설임도 잠깐, 이미 물 안으로 뛰어든 개를 보며 용기를 냅니다. 개와 함께하는 물놀이는 어찌나 재밌는지! 신나게 놀던 둘은 해변의 모래밭에서 깜박 잠이 듭니다.
얼마나 잤을까요. 먼저 깬 개가 로봇을 깨웁니다. 그런데 로봇의 상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소금물을 잔뜩 먹어서인지, ‘끼이이이익’ 하는 불안한 소리와 함께 로봇의 몸이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로봇을 업고 가기에 개는 너무 작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어느새 해가 지고 밤이 됩니다. 개는 로봇을 해변에 둔 채 일단 혼자 집에 옵니다. 그리고 수리 도구를 갖고 다시 해변을 찾죠.
하지만 여름 개장이 끝난 해변의 문은 이미 닫힌 상태입니다. 내년 여름에 다시 문을 연다는 공지와 함께요. 지금은 8월. 개는 혼자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렇게 둘은 헤어집니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을까요. 이제는 얼굴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 친구들부터 사회에서 잠깐 스쳐 지나간 사람들까지. 딱히 사교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도 살다 보면 셀 수 없이 많은 이들과 엮이게 됩니다.
여러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다 보면 어느 순간 ‘관계’라는 것은 나와 상대 간의 호의적인 감정만으로 유지될 순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큰 우연과 작은 실수. 예상치 못한 사건과 그 순간의 선택. 이런 것들이 어떤 시점에 어떻게 발생하느냐에 따라 오래 갈 줄 알았던 관계가 쉽게 깨지기도, 금방 끝날 줄 알았던 관계가 오래 지속되기도 합니다. <로봇 드림>은 이런 삶의 순간을 우아하게 표현한 만화입니다.
혼자 남겨진 로봇은 셀 수 없이 많은 꿈을 꿉니다. 꿈의 내용은 다 다르지만, 요약하면 ‘만약에’ 일 것 같습니다. 만약에 내가 물에 들어가지 않고 해변에서 개를 기다렸다면 어땠을까. 그럼, 물에서 놀고 나온 개와 사이좋게 집에 돌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해변에서 우연히 만난 토끼, 갈매기를 보고도 꿈을 꿉니다. 만약에 저 토끼가 내게 기름을 한 스푼만 준다면 난 다시 회복해 개를 만나러 갈 수 있지 않을까. 만약에 저 갈매기의 다리를 잡고 날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로봇의 꿈은 끈질기게 로봇을 배신합니다. 도움을 줄 줄 알았던 토끼는 오히려 로봇의 부품만 떼어가고, 갈매기는 로봇을 지나칩니다. 로봇은 실망하면서도 꿈 꾸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로봇의 꿈은 최종적으로는 이루어집니다. 로봇이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요. 마침내 꿈이 이루어졌을 때, 로봇은 누구보다 성숙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소중했던 인연을 보내줍니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일까요. 개는 로봇이 움직이지 못하게 됐을 때 무조건 곁을 지켰어야 했을까요. 로봇은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을 때 개를 더 적극적으로 찾았어야 할까요. 만약에 그랬다면, 둘은 계속 함께 행복했을까요.
결과를 놓고 어떤 선택의 옳고 그름을 논한다면 아마 이 세상에 잘한 선택이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누구나 그 순간 주어지는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뒤, 그 선택에 책임을 지고 살아갑니다. 개가 로봇의 꿈을 모르듯, 로봇 역시 자신을 두고 간 개가 얼마나 오랫동안 헤맸는지 알지 못합니다.
사라 바론은 208쪽에 달하는 그래픽 노블에 단 한 줄의 대사도 쓰지 않았습니다. 그림체도 매우 단순합니다. 아무런 대사도, 복잡한 그림도 없지만 첫 장을 펼치면 웬만한 소설책보다 깊이 몰입하게 됩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은 <로봇 드림>의 원작입니다. 출판사 놀에서 절판됐던 만화를 14년 만에 단행본으로 재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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