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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독점’ 소송에 ‘AI 경쟁’선 뒤처져…무너지는 ‘애플의 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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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30회 작성일 24-04-0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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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공불락 같던 애플의 성채에 금이 가고 있다.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으로 회사가 분리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유럽에선 ‘빅테크 갑질 방지법’인 디지털시장법의 첫 조사 대상에 올랐다. 중국 시장 스마트폰 실적 악화에, 10년을 공들인 ‘애플카’ 개발 포기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애플이 처한 위기의 배경이 인스타 팔로워 이전에는 애플의 성공 원인으로 꼽혔던 터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로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월드 가든·walled garden)이라 불리는 폐쇄적 ‘애플 생태계’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의 재편과 맞물린 애플의 위기는 ‘개방형 대 폐쇄형’ 생태계 이슈를 다시 불러내고 있다.
■ 골칫거리된 ‘애플 생태계’
소비자들은 아이폰을 통해 애플의 ‘정원’에 들어간다. 모양만 예쁜 줄 알았더니 운영체제 iOS의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성능에 놀라고, 앱스토어에서 다양한 서비스들을 만나게 된다. 아이클라우드·애플페이·애플뮤직·아이메시지·페이스타임을 통해 일상생활이 애플과 연결되면, 어느새 애플워치·에어팟·아이패드·맥북까지 사게 된다. 소비자를 애플 생태계에 끌어들여 가두리치는 전략은 애플에 십수년간 엄청난 이익을 안겨줬지만, 미국·유럽 규제기관이 칼을 대는 동시에 경쟁자들로 둘러싸이게 만들었다.
애플의 ‘월드 가든’은 업계 기준으로 봐도 이례적으로 포괄적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통합돼 애플 소비자들이 다른 기기를 사용하거나 경쟁 생태계로 옮겨가는 걸 매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애플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에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됐다. 애플이 아이폰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혁신을 제한하고 이용자에게 비싼 비용을 지불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아이메시지의 폐쇄적 운영, 애플페이와 애플워치의 다른 서비스 연동 제한, 다른 앱스토어 사용 제한 등이 지적됐다. 이를테면 아이메시지는 아이폰 사용자 메시지는 파란색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는 초록색으로 표기되게 만들어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 안드로이드폰 사용을 기피하는 압박 요인까지 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시장을 떠올려봐도 애플페이는 현대카드로만 이용 가능하고, 수수료가 없는 다른 업체와 달리 0.15%나 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연합(EU)에선 지난달 ‘디지털시장법(DMA)’이 전면 시행됐다. DMA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자 일정 규모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 키퍼’로 지정해 특별 규제하는 법이다. 애플을 비롯한 빅테크 6곳이 지정됐다. 역시 핵심은 폐쇄적인 생태계를 열고, 자사 서비스만 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과징금이 전 세계 연간 매출의 20%까지 올라갈 정도로 큰 데다, 한국 등 여러 국가에서 유사한 법을 준비하고 있어 디지털 규제의 중대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소송을 5년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삼스러운 이슈는 아니라는 얘기다. 어느 임계를 넘어서며 동시다발적 견제가 시작된 셈인데, 문제는 시점이다. 생성형 AI 중심으로 산업이 전환되는 시점에 AI 경쟁에서 밀려난 게 결정적이다.
애플은 2011년 음성인식 AI 서비스 ‘시리’를 내놓으며 시장을 선도했지만, 이후 아마존·구글에 따라잡혔다.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2022년 생성형 AI ‘챗GPT’를 내놓으며 세계를 흔들었다. 주력 스마트폰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실시간 통·번역 등 AI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 S24 시리즈를 먼저 선보였다.
매출 비중이 높은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올해 첫 6주 동안 전년 동기 대비 24% 줄었다. 시장 점유율은 1년 새 19%에서 15.7%로 떨어져 순위도 2위에서 4위로 밀렸다. 이 와중에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출시 계획을 접었다는 소식은 미래 먹거리를 포기했다는 의미로 읽혔다. 지난 2월 확장현실(XR)을 구현하는 헤드셋 ‘비전프로’가 나왔지만, 워낙 고가여서 당장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이던 애플의 주가는 하락세를 그리며 올해 들어 시가총액이 3000억달러(약 400조원) 증발했다. 블룸버그는 AI 없는 애플은 고성장주보다 코카콜라 같은 가치주와 비슷하다는 분석을 전했다. 애플이 ‘혁신의 아이콘’에서 멀어졌다는 얘기다.
■ AI 대응 따라 업계 재편
애플 실적에 따라 매출이 움직이는 한국 부품사들은 ‘탈애플’ 전략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대표적 애플 관련주로 꼽히는 LG이노텍은 전체 매출의 80% 정도가 애플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는 LG이노텍은 애플카 포기 소식까지 더해져 주가가 연초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다. LG이노텍은 사업 구조를 전장·반도체 기판으로 재편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애플 의존도가 높다. 전체 매출 중 애플 비중이 LG디스플레이가 30%, 삼성디스플레이가 20%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역시 차량용 올레드(OLED) 패널 사업과 XR 기기 쪽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애플의 위기가 삼성전자에 기회가 될지는 선뜻 답을 내리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애플이 부상했는데 최근 생성형 AI의 등장이 그러한 시장 변화를 떠올리게 한다며 AI라는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플레이어의 재편이 이뤄질 수 있는 중요한 국면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폰의 강점으로 개방형 생태계를 내세우고 있다. 하드웨어, 칩 설계 등 자신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 운영체제(OS)·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는 구글과,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앱 프로세서(AP)는 퀄컴과 협력하는 방식이다. 애플에 앞서 갤럭시 S24를 AI폰으로 낼 수 있었던 것도 ‘개방형 협업’ 덕분이라는 분석이 있다. 자체 개발한 온디바이스 AI에 파트너사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활용한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앞으로 애플이 더욱 개방된 시장 전략을 취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보다는 규제와 제한에 부딪힐 것이라는 점이다. 당장 애플은 유럽에서 앱스토어 독점 정책을 포기했다. 구글의 생성형 AI를 아이폰에 탑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중국 판매 아이폰에는 바이두의 생성형 AI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관심은 오는 6월 열리는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 쏠린다. 업계에선 애플이 이 행사에서 구체적인 AI 전략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이폰 16 출시가 반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시장의 불안을 서둘러 잠재워야 하기 때문이다.
멜리우스리서치의 벤 레이츠 애널리스트는 AI 기능이 애플의 새로운 슈퍼사이클을 만들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소비자들이 AI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 기기 교체에 나서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플이 제대로 된 AI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면, 제 스스로 만든 수렁에 더욱 빠져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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