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선택한 ‘22대 총선 공약 월드컵’…각 정당 인기 공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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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4-04-07 17:50본문
4·10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내놓은 공약 중 민생 분야가 가장 호응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이, 더불어민주당은 주4(4.5)일제 도입 지원이 가장 인기가 높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2∼29일 국민 소통플랫폼 ‘소플’로 ‘22대 총선 공약 월드컵’ 설문을 진행해 1만2000명의 응답을 취합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설문은 교섭단체 구성 정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경제·사회분야 공약을 7개 부문으로 나눈 뒤 여야 각 6000명을 대상으로 인기 공약을 뽑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민의힘의 경제·사회 분야 공약에서는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8.5%)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985168;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 공약은 예금자 보호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리자는 내용으로, 2001년 이후 23년째 묶여 있는 제도를 현실화하자는 취지다. 이 공약을 선택한 수도권에 사는 40대 직장인 A씨는 일본만 해도 1000만엔(약 8900만원), 미국은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까지 보장해준다며 경제 규모가 성장한 만큼 여러 은행에 분산 예치하는 불편함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청년 청약통장 가입 대상·지원 요건 확대(3.2%), 채용 갑질 근절(3.1%)이 선호하는 공약으로 뽑혔다. 온누리상품권 발행액 및 활용 확대(2.5%)와 휴대폰 구입부담 경감 및 청년요금제 적용 확대(2.4%)도 각각 4, 5위를 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 공약은 주4(4.5)일제 도입 기업 지원(5.9%)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최근 미국 등 해외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국내에도 도입 기업이 하나둘 늘어나는 것에 따른 관심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대한상의는 설명했다.
가구당 10년 만기로 최대 1억원을 대출해주는 결혼 출산 지원금 지급(3.8%), 18세까지 월 20만원 아동 바우처를 지급하는 우리 아이 키움카드(3.5%) 공약이 뒤를 이었다. 이 공약을 필요하다고 꼽은 충청권에 사는 40대 주부 B씨는 헝가리가 출산 시 빚을 탕감해주는 정책을 실행해 출산율을 반등시킨 것으로 안다며 이처럼 판을 뒤집는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근로소득 세액공제 기준 및 한도 상향(3.1%)과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등 가계 부채 부담 완화(3.0%)도 인기 공약으로 선택을 받았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는 새 국회가 추진해야 할 정책 분야로 민생(33.6%)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저출산(22.7%) 해결과 경제재생(기업지원 12.3%, 자영업 지원 12.3%), 지역균형(8.8%), 복지(6.6%), 기후 위기(3.7%)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와 저성장, 저출산, 저소비 등 3저가 우리 경제에 복합적으로 그림자를 드리운 상황이라며 서민 살림부터 기업 경영, 잠재성장률까지 새 국회가 경제 전반을 살펴주길 바라는 국민적 염원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태조 왕건은 고려의 다른 국왕과는 위상이 완전히 다르다. 시조라는 점 때문만이 아니라 고려 400여년 동안 반신반인 정도로 숭배를 받던 존재라 그렇다. 예를 들어 고려의 양대 축제라는 연등회와 팔관회는 태조 왕건에게 고하는 것으로 의례를 시작한다. 수도인 개경만이 아니라 지방 곳곳에 그 초상을 모신 진전이 있었고, 전쟁이나 지방의 반란 진압 같은 큰일이 있을 때면 이러한 진전에서 일이 잘되기를 기원하곤 했다.
왕건으로 이어지는 왕실 조상의 혈통도 신비화되었다. 건국 설화에는 당대 유행한 온갖 요소를 다 집어넣었다. 그래서 태조의 조상 중에는 산신도 있고, 명궁수도 있으며, 오줌 꿈을 꾼 할머니, 심지어 당나라 황제와 용왕의 딸도 있다. 또 도선만이 아니라 팔원이라는 풍수사까지 그 집과 그 고을의 풍수를 봐주며 왕업의 개창을 예언했다. 궁예처럼 미륵이라고 하지만 않았을 뿐 나머지 유행하던 요소는 다 넣었고, 고려 왕실은 용손을 자처했다. 왕권이 위태로울 때면 이런 혈통적 신비함에 기대는 이들이 더욱 극성했다. ‘태조가 시작했다’든가 ‘태조가 예언했다’는 등의 딱지가 붙은 일들이 늘어나고, 목전의 일들은 회피한 채 신비한 효과를 노리는 일들만 벌이는 경우가 많았다. 땅의 덕을 보완한다는 궁궐이 늘어나고, 새롭게 연 절, 거창한 행사가 많아졌다. 권력의 꼭대기에서 그런 사업을 좋아하니, 그런 종류를 찾아내서 건의하며 출세하는 사람들도 무성했다.
정작 왕건은 자신이 인간이라는 점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는 병세가 깊어지자 천하의 온갖 사물이 태어나면 다 죽는 것이 천지의 이치라며 태자에게 정치를 일임했다. 그 며칠 후 유조(유언으로 남기는 조서)를 불러주다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으니, 신하들은 왕이 죽은 줄 알고 목 놓아 울었다. 그러자 웃으면서 인생이 원래 덧없는 것이다라고 하고는 잠시 후 세상을 떠났다. 왕건은 신격화를 거부하고 사람으로서의 삶과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왕건은 왕위 역시 이런 신성성이나 혈연의 특별함에만 기댈 수 없다는 점을 잘 알았다. 왕위 계승의 원칙을 담은 훈요 제3조에서, 그는 맏아들의 자질이 모자라면 그다음 아들, 그다음 아들도 안 되겠으면 추대를 받은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라고 했다. 그러면서 요 임금이 순 임금에게 선양한 일, 즉 자기 자식이 아닌데도 왕위를 물려준 일을 언급했다. 요 임금이 그렇게 한 것은 바로 ‘공심’ 때문이었다고 말이다. 여기에서 ‘공심’은 요즘 말로는 여론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고, 혹은 권력을 공적으로 여기는 마음이라고도 풀이할 수 있다. 어느 쪽이건 혈통에 의한 세습 왕조를 세웠음에도 왕위라는 것이 내 맘대로 막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1100년 전에 말이다.
그러나 고려 말, 어리석게도 이러한 ‘공심’에 대한 시조의 경고는 무시한 채, 국왕들은 엉뚱한 방향으로 시조를 계승하겠다고 몰두했다. 공양왕은 연복사라는 큰 절을 짓고 연못 세 개와 우물 아홉 개를 파면 중흥할 수 있다고 믿었다. 임금이 이런 일에 몰두할 때 아래에서는 뇌물이 횡행하고 아무나 관직을 얻었으며, 옳고 그름 따위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잠시라면 사람들이 이런 권력의 현란한 아우라에 현혹될 수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하루하루의 일상이 그 권력의 효용과 공정함을 확인하고 평가하게 되어 있다.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지 않고 신성함의 아우라에만 기대려 한 고려 왕실은 결국 망했다. ‘친분으로 사사롭게 관직을 주면 아랫사람들이 그 사람을 원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라가 오래갈 수가 없다’고 한 훈요 9조의 엄중한 경고는 왕건이 수십년간 죽을 위기를 거쳐가며 나라를 세우면서 피부로 절감한 ‘공심’에 대한 이야기다. 1100년 전에도 무섭던 ‘공심’, 21세기에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당파와 도덕적 책임의 범위
1565년 유생 상소와 야당 공천투표
역사가는 시시포스의 운명
영국사 전문가인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명예교수가 동북아역사재단 제7대 이사장에 선임됐다.
이영훈 교수는 우리나라를 ‘거짓말의 나라’, 우리 국민을 거짓말하는 국민, 우리 역사를 거짓투성이의 역사로 규정했다(<반일종족주의>). 박지향 이사장이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란 저서를 이영훈 교수와 공저로 펴낸 것을 보면 그가 뉴라이트 성향의 학자임이 분명하다.
박지향 이사장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2023년 한국의 국민 수준은 1940년대 영국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그의 역사관이 우리 민족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음을 드러낸 발언이라 생각된다.
역사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 데다 우리 민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 박지향 교수를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 선임한 것을 두고 많은 국민들은 의아하게 생각한다. 이는 마치 전통 한식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에 양식 요리사를 주방장으로 앉힌 것처럼 격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경향신문 보도(2024년 3월12일)에 따르면 박 이사장은 취임 간담회에서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한 대응과 관련하여 상당히 우려되는 역사인식을 드러냈다. 재단에서 계획 중인 학술행사에서 일본 우익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라도 적극적으로 환영하여 그들과 토론을 전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이 과거에 대해 사죄하지 않는다는 기성세대의 인식을 젊은 세대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고도 말했다. 이영훈 교수가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은 강제동원이 아니고 위안부는 성노예를 위한 강제연행이 아니다라고 일본을 두둔한 것에서 보듯이 뉴라이트는 일본 친화적이다. 혹여 박 이사장의 발언이 뉴라이트 성향에 의한 것이라면 위험천만한 일이다. 자칫 한국 국민 세금으로 일본 우파 입장을 홍보하는 위험에 빠질 우려가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 대응과 관련해서는 고대 유물을 가지고 네 것, 내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것 주장하며 싸우는 시각은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는데, 이는 동북공정에 대한 진단이 잘못된 것이다. 동북공정은 고대 유물을 가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중국 정부가 배후에서 어용학자를 동원해 고조선, 부여, 고구려 등 한국의 고대국가를 중국의 소수민족, 지방정권이라고 주장하며 한국사 침탈을 시도한 만행이다. 이에 맞서 학술적·논리적으로 대응하기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위해 설립된 한국의 국가기관이 동북아역사재단이다.
그는 또한 공동의 유산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학자로서의 생각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고조선, 고구려, 발해의 한국사를 중국과의 공동 역사로 접근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
시진핑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일 때 그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역사상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동북공정 이론을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세계를 향해 공표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한국의 역사·문화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침탈을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데, 그에 대응하는 한국의 총사령관 격인 박 이사장은 동북공정에 동조하는 듯한 망언을 하니, 어이가 없다. 이에 한심한 인사를 한 정부에 비난의 화살이 겨냥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4·10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의 인기는 바닥을 치고 있다.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집권한 정권이 이런 비상식적인 인사를 집권 초부터 계속해온 것 또한 민심의 이반을 가져온 요인이라고 본다.
이미 지난 간담회를 통해 박 이사장의 역사인식은 동북공정 대응의 총사령탑에 걸맞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역사전쟁 시대에 밖으로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슬기롭게 대응하고, 안으로는 바른 역사를 정립할 새로운 적임자를 발탁하는 것이 국민의 여망이자 시대적 요구이고 재단의 설립 취지에 부응하는 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2∼29일 국민 소통플랫폼 ‘소플’로 ‘22대 총선 공약 월드컵’ 설문을 진행해 1만2000명의 응답을 취합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설문은 교섭단체 구성 정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경제·사회분야 공약을 7개 부문으로 나눈 뒤 여야 각 6000명을 대상으로 인기 공약을 뽑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민의힘의 경제·사회 분야 공약에서는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8.5%)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985168;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 공약은 예금자 보호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리자는 내용으로, 2001년 이후 23년째 묶여 있는 제도를 현실화하자는 취지다. 이 공약을 선택한 수도권에 사는 40대 직장인 A씨는 일본만 해도 1000만엔(약 8900만원), 미국은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까지 보장해준다며 경제 규모가 성장한 만큼 여러 은행에 분산 예치하는 불편함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청년 청약통장 가입 대상·지원 요건 확대(3.2%), 채용 갑질 근절(3.1%)이 선호하는 공약으로 뽑혔다. 온누리상품권 발행액 및 활용 확대(2.5%)와 휴대폰 구입부담 경감 및 청년요금제 적용 확대(2.4%)도 각각 4, 5위를 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 공약은 주4(4.5)일제 도입 기업 지원(5.9%)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최근 미국 등 해외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국내에도 도입 기업이 하나둘 늘어나는 것에 따른 관심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대한상의는 설명했다.
가구당 10년 만기로 최대 1억원을 대출해주는 결혼 출산 지원금 지급(3.8%), 18세까지 월 20만원 아동 바우처를 지급하는 우리 아이 키움카드(3.5%) 공약이 뒤를 이었다. 이 공약을 필요하다고 꼽은 충청권에 사는 40대 주부 B씨는 헝가리가 출산 시 빚을 탕감해주는 정책을 실행해 출산율을 반등시킨 것으로 안다며 이처럼 판을 뒤집는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근로소득 세액공제 기준 및 한도 상향(3.1%)과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등 가계 부채 부담 완화(3.0%)도 인기 공약으로 선택을 받았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는 새 국회가 추진해야 할 정책 분야로 민생(33.6%)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저출산(22.7%) 해결과 경제재생(기업지원 12.3%, 자영업 지원 12.3%), 지역균형(8.8%), 복지(6.6%), 기후 위기(3.7%)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와 저성장, 저출산, 저소비 등 3저가 우리 경제에 복합적으로 그림자를 드리운 상황이라며 서민 살림부터 기업 경영, 잠재성장률까지 새 국회가 경제 전반을 살펴주길 바라는 국민적 염원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태조 왕건은 고려의 다른 국왕과는 위상이 완전히 다르다. 시조라는 점 때문만이 아니라 고려 400여년 동안 반신반인 정도로 숭배를 받던 존재라 그렇다. 예를 들어 고려의 양대 축제라는 연등회와 팔관회는 태조 왕건에게 고하는 것으로 의례를 시작한다. 수도인 개경만이 아니라 지방 곳곳에 그 초상을 모신 진전이 있었고, 전쟁이나 지방의 반란 진압 같은 큰일이 있을 때면 이러한 진전에서 일이 잘되기를 기원하곤 했다.
왕건으로 이어지는 왕실 조상의 혈통도 신비화되었다. 건국 설화에는 당대 유행한 온갖 요소를 다 집어넣었다. 그래서 태조의 조상 중에는 산신도 있고, 명궁수도 있으며, 오줌 꿈을 꾼 할머니, 심지어 당나라 황제와 용왕의 딸도 있다. 또 도선만이 아니라 팔원이라는 풍수사까지 그 집과 그 고을의 풍수를 봐주며 왕업의 개창을 예언했다. 궁예처럼 미륵이라고 하지만 않았을 뿐 나머지 유행하던 요소는 다 넣었고, 고려 왕실은 용손을 자처했다. 왕권이 위태로울 때면 이런 혈통적 신비함에 기대는 이들이 더욱 극성했다. ‘태조가 시작했다’든가 ‘태조가 예언했다’는 등의 딱지가 붙은 일들이 늘어나고, 목전의 일들은 회피한 채 신비한 효과를 노리는 일들만 벌이는 경우가 많았다. 땅의 덕을 보완한다는 궁궐이 늘어나고, 새롭게 연 절, 거창한 행사가 많아졌다. 권력의 꼭대기에서 그런 사업을 좋아하니, 그런 종류를 찾아내서 건의하며 출세하는 사람들도 무성했다.
정작 왕건은 자신이 인간이라는 점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는 병세가 깊어지자 천하의 온갖 사물이 태어나면 다 죽는 것이 천지의 이치라며 태자에게 정치를 일임했다. 그 며칠 후 유조(유언으로 남기는 조서)를 불러주다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으니, 신하들은 왕이 죽은 줄 알고 목 놓아 울었다. 그러자 웃으면서 인생이 원래 덧없는 것이다라고 하고는 잠시 후 세상을 떠났다. 왕건은 신격화를 거부하고 사람으로서의 삶과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왕건은 왕위 역시 이런 신성성이나 혈연의 특별함에만 기댈 수 없다는 점을 잘 알았다. 왕위 계승의 원칙을 담은 훈요 제3조에서, 그는 맏아들의 자질이 모자라면 그다음 아들, 그다음 아들도 안 되겠으면 추대를 받은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라고 했다. 그러면서 요 임금이 순 임금에게 선양한 일, 즉 자기 자식이 아닌데도 왕위를 물려준 일을 언급했다. 요 임금이 그렇게 한 것은 바로 ‘공심’ 때문이었다고 말이다. 여기에서 ‘공심’은 요즘 말로는 여론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고, 혹은 권력을 공적으로 여기는 마음이라고도 풀이할 수 있다. 어느 쪽이건 혈통에 의한 세습 왕조를 세웠음에도 왕위라는 것이 내 맘대로 막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1100년 전에 말이다.
그러나 고려 말, 어리석게도 이러한 ‘공심’에 대한 시조의 경고는 무시한 채, 국왕들은 엉뚱한 방향으로 시조를 계승하겠다고 몰두했다. 공양왕은 연복사라는 큰 절을 짓고 연못 세 개와 우물 아홉 개를 파면 중흥할 수 있다고 믿었다. 임금이 이런 일에 몰두할 때 아래에서는 뇌물이 횡행하고 아무나 관직을 얻었으며, 옳고 그름 따위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잠시라면 사람들이 이런 권력의 현란한 아우라에 현혹될 수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하루하루의 일상이 그 권력의 효용과 공정함을 확인하고 평가하게 되어 있다.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지 않고 신성함의 아우라에만 기대려 한 고려 왕실은 결국 망했다. ‘친분으로 사사롭게 관직을 주면 아랫사람들이 그 사람을 원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라가 오래갈 수가 없다’고 한 훈요 9조의 엄중한 경고는 왕건이 수십년간 죽을 위기를 거쳐가며 나라를 세우면서 피부로 절감한 ‘공심’에 대한 이야기다. 1100년 전에도 무섭던 ‘공심’, 21세기에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당파와 도덕적 책임의 범위
1565년 유생 상소와 야당 공천투표
역사가는 시시포스의 운명
영국사 전문가인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명예교수가 동북아역사재단 제7대 이사장에 선임됐다.
이영훈 교수는 우리나라를 ‘거짓말의 나라’, 우리 국민을 거짓말하는 국민, 우리 역사를 거짓투성이의 역사로 규정했다(<반일종족주의>). 박지향 이사장이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란 저서를 이영훈 교수와 공저로 펴낸 것을 보면 그가 뉴라이트 성향의 학자임이 분명하다.
박지향 이사장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2023년 한국의 국민 수준은 1940년대 영국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그의 역사관이 우리 민족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음을 드러낸 발언이라 생각된다.
역사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 데다 우리 민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 박지향 교수를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 선임한 것을 두고 많은 국민들은 의아하게 생각한다. 이는 마치 전통 한식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에 양식 요리사를 주방장으로 앉힌 것처럼 격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경향신문 보도(2024년 3월12일)에 따르면 박 이사장은 취임 간담회에서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한 대응과 관련하여 상당히 우려되는 역사인식을 드러냈다. 재단에서 계획 중인 학술행사에서 일본 우익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라도 적극적으로 환영하여 그들과 토론을 전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이 과거에 대해 사죄하지 않는다는 기성세대의 인식을 젊은 세대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고도 말했다. 이영훈 교수가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은 강제동원이 아니고 위안부는 성노예를 위한 강제연행이 아니다라고 일본을 두둔한 것에서 보듯이 뉴라이트는 일본 친화적이다. 혹여 박 이사장의 발언이 뉴라이트 성향에 의한 것이라면 위험천만한 일이다. 자칫 한국 국민 세금으로 일본 우파 입장을 홍보하는 위험에 빠질 우려가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 대응과 관련해서는 고대 유물을 가지고 네 것, 내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것 주장하며 싸우는 시각은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는데, 이는 동북공정에 대한 진단이 잘못된 것이다. 동북공정은 고대 유물을 가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중국 정부가 배후에서 어용학자를 동원해 고조선, 부여, 고구려 등 한국의 고대국가를 중국의 소수민족, 지방정권이라고 주장하며 한국사 침탈을 시도한 만행이다. 이에 맞서 학술적·논리적으로 대응하기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위해 설립된 한국의 국가기관이 동북아역사재단이다.
그는 또한 공동의 유산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학자로서의 생각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고조선, 고구려, 발해의 한국사를 중국과의 공동 역사로 접근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
시진핑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일 때 그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역사상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동북공정 이론을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세계를 향해 공표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한국의 역사·문화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침탈을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데, 그에 대응하는 한국의 총사령관 격인 박 이사장은 동북공정에 동조하는 듯한 망언을 하니, 어이가 없다. 이에 한심한 인사를 한 정부에 비난의 화살이 겨냥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4·10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의 인기는 바닥을 치고 있다.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집권한 정권이 이런 비상식적인 인사를 집권 초부터 계속해온 것 또한 민심의 이반을 가져온 요인이라고 본다.
이미 지난 간담회를 통해 박 이사장의 역사인식은 동북공정 대응의 총사령탑에 걸맞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역사전쟁 시대에 밖으로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슬기롭게 대응하고, 안으로는 바른 역사를 정립할 새로운 적임자를 발탁하는 것이 국민의 여망이자 시대적 요구이고 재단의 설립 취지에 부응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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