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손끝에서 살아난 ‘베토벤 소나타 17번’ 각양각색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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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26회 작성일 24-04-08 10:14본문
손열음·조성진 등 배출…올해는 성악·플루트 등 7개 부문 경연지난달 28일 중학부 피아노 예선…음악으로 위로 주고 싶어
여느 때라면 친구들과 시끌벅적 웃으며 떠들 법한 아이들이 모였는데, 이날만큼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듯 고요하다. 하나같이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아이들의 얼굴엔 긴장감을 넘어 엄숙함까지 감돈다. 조별로 정해진 시간에 모인 아이들은 연주 순서를 추첨한 뒤 차례로 연습실에 들어간다. 간략히 손을 풀 수 있는 몇분간의 연습 시간이 주어진다.
연습을 마치면 무대 뒤편 대기 장소로 향한다. 앞 순서 참가자의 연주를 들으며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한 채 허공의 보이지 않는 건반을 누르며 연습하기도 하고, 손이 굳을세라 핫팩을 만지작거리기도 한다. 마침내 순서가 되면 심사위원과 참관객이 지켜보는 무대로 오른다. 지난 몇 달간 이날을 위해 수천 번 연습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 1악장을 연주할 시간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73회 이화경향음악콩쿠르 피아노 중학부 예선 현장이다. 이날 100여명의 참가자들이 모여 본선 진출을 위해 실력을 겨뤘다.
한창 배우는 학생이지만 동작과 표정은 그럴싸했다. 같은 곡이 매번 반복되는데도 저마다 다른 연주처럼 들렸다. 아직 어린이 티를 벗지 못한 참가자도, 성인처럼 큰 키의 참가자도 동등한 조건에서 갈고닦은 연주를 뽐냈다.
예원학교 3학년 최빈아양(15)은 작곡가(베토벤)를 위해 연주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최양은 베토벤이 청각을 잃은 것을 숨기기 위해 스트레스 받아가며 쓴 곡이다. 당시 자살 시도도 했다고 한다. 베토벤의 무너지는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슬럼프가 왔을 때 손열음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들으며 다시 건반 앞에 설 용기를 얻었다는 최양은 음악으로 위로를 주는 행복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선화예중 3학년 손영우군(15)은 조금 흥분해서 급하게 친 것 같지만, 음악적으로 괜찮았다고 자신의 연주를 자평했다. 콩쿠르 참가를 권한 사람은 없었지만 스스로를 테스트하고 싶어 지원하게 됐다는 손군은 지난 3개월간 하루 4~5시간씩 맹연습했다.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선욱을 좋아한다는 손군은 매일 연습해도 매번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있어서 피아노가 좋다. 클래식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는 걸 알려주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예원학교 3학년 홍해원양(15)은 연주를 잘 못했다면서 울기 직전의 표정이었다. 다니엘 바렌보임의 베토벤 소나타를 들으며 연습하는 과정을 떠올리면서 겨우 표정이 풀렸다. 홍양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쓰다듬고, 공감할 수 있는 연주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화경향음악콩쿠르는 전쟁 중이던 1952년 ‘어린 음악가 발굴’을 내세우며 처음 열렸다. 70여년의 역사를 거치며 1회 피아노 부문 수상자인 신수정을 비롯해 정경화, 김대진, 김선욱, 손열음, 선우예권, 김봄소리, 조성진, 양인모, 박재홍 등 숱한 연주자를 배출했다. 올해는 바이올린, 비올라, 피아노,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성악 등 7개 부문에 1000명 가까이 참여했다.
심사위원 윤철희 국민대 교수는 감수성이 뛰어나고 음악을 느끼며 연주하는 수준 높은 참가자가 많았다며 콩쿠르 준비 과정에서는 명연주자 흉내만 내지 말고 곡의 템포, 구성, 밸런스를 이해하면서 기본기를 다져 음악에 맞는 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978년 제27회 이화경향음악콩쿠르에 참가한 백혜선 뉴잉글랜드 음악대학원 교수는 음악을 시작한 지 반세기가 훌쩍 넘어도 이화경향음악콩쿠르의 지정곡은 잊히지 않는다며 콩쿠르와 시험 때만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쌓아 올린 실력은 어떤 힘든 방해물이 있어도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국 꼭 빛을 발한다는 것을 믿고 꾸준히 노력하라고 격려했다.
제73회 이화경향음악콩쿠르 본선은 11~18일 부문별로 열려 미래의 명연주자를 선보인다.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삼성웰스토리 B2B 식음박람회 ‘2024 푸드페스타’에서 부스 관계자가 동남아 등지에서 온 수입채소류를 소개하고 있다.
가장 적게 벌지만 가장 많이 여행을 떠나는 세대. 미국 경제전문방송사 CNBC뉴스가 묘사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생)의 여행 성향이다. 부모세대가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을 구할 때까지 여행을 즐기지 않은 것과 달리, Z세대는 세상이 정한 성공을 이룰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미국 Z세대의 절반 이상은 여행경비가 부족해도 가진 예산에 맞춰 1년에 최소 3번 여행을 떠났다.
MZ세대는 왜 여행에 빠졌을까. MZ세대가 남긴 여행 발자국을 따라가 봤다.
여행하듯 살아가는 MZ세대
30대 직장인 이경아씨는 몇년 전 서른 살 생일을 앞두고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제출했다. 영국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기 위해서였다. 그는 영국에서 1년 동안 일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유럽 여러 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지에서 비슷한 또래의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다양한 국적 친구들을 사귀며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했다. 이씨는 이후 여행의 매력에 푹 빠져 제주도에 일터를 잡았다. 여행하듯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이씨에게 여행은 특별한 이벤트나 일탈이 아니라, 삶의 여정을 채우는 과정이다. 이씨처럼 많은 MZ세대가 부모세대보다 여행을 삶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 자료를 보면, 지난해 2월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MZ세대의 절반 이상(52%)이 최근 1년간 3번 이상 여행을 갔다고 답했다. 같은 대답을 한 비율은 X세대(1965~1979년생) 41%, 베이비부머세대(전후세대)는 35%였다. X세대(25%)와 베이비부머세대(28%) 4명 중 한 명은 1년 동안 한 번도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같은 응답을 한 MZ세대는 17%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MZ세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때문에 더 많이 여행한다고 지적했다. SNS에 여행 사진을 올리고 소통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다녀온 여행지를 방문하는 순환이 더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온라인 여행사 클룩이 지난해 한국, 중국, 홍콩, 일본, 인도, 태국 등 12개 아시아 나라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MZ세대의 절반 이상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에서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 업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조사를 보면 MZ세대가 여행 영감을 가장 많이 얻는 SNS는 인스타그램(46%), 페이스북(34%), 틱톡(29%) 순이었다. X세대 중 여행지 선정에 SNS의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MZ세대는 여행지를 선택할 때 자신이 즐겨 보는 영화나 드라마를 고려했다. TV쇼·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여행지를 선택했다는 응답은 MZ세대의 70%에 달했지만, X세대는 43%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반지의 제왕> <에밀리, 파리에 가다> (사진)등의 콘텐츠에 등장하는 장소들이 인기 있는 여행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SNS 때문에 MZ세대가 더 여행을 즐긴다고 설명할 수는 없다. 글로벌 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여행자들은 쉼과 휴식, 일상에서의 탈출, 친구·가족과의 시간 등을 여행의 주된 목적으로 꼽았다. Z세대 또한 여행에서 이러한 요소를 우선순위에 뒀지만, 기성세대보다 모험, 정신 건강, 문화적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미국 여행회사 스튜던트유니버스가 지난해 18~25세 대학생 40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복수 응답)에서 Z세대는 관광(70%) 외에도 새로운 문화(68%)와 음식(59%), 자연(58%),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37%) 등을 여행의 주된 목적으로 여겼다. 여행 중 클럽 방문과 같은 유흥을 즐기고자 하는 Z세대는 21%에 불과했다.
옷 쇼핑보다 여행 좋아
MZ세대의 지출 성향을 보면, 이들이 어떤 것을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다. 온라인 할인사이트 스튜던트빈스가 지난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는 여행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다른 지출을 줄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2년 미국과 영국의 Z세대 품목별 지출 현황을 보면, 전년에 비해 패션, 식료품 지출은 각각 7%, 12% 줄었지만 여행 비용은 60% 급증했다.
지난해 Z세대 학생의 32%가 재정 상태 때문에 대학 중퇴를 고려하고 있고, 83%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사실상 다른 지출을 줄이면서까지 여행길에 오르는 셈이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가 돈 걱정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스튜던트유니버스 설문조사를 보면, MZ세대의 76%가 여행 시 ‘비용’을 가장 큰 고려사항으로 여긴다고 답했다. MZ세대 3명 중 2명은 여행 시 가장 저렴한 선택지를 찾는다고 답했다. 이들은 글로벌온라인여행사 애플리케이션과 항공사들의 프로모션을 활용해 ‘최저가’를 적극적으로 찾아내는 세대이기도 하다.
CNBC는 과거 젊은 세대들은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직장으로 옮기거나 저축금을 충분히 모을 때까지 여행을 자주 떠나지 않았다며 MZ세대는 돈을 모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예산에 여행 계획을 맞출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베이비붐세대가 40대 초반이던 1989년 이들의 평균 자산은 11만3000달러였다. 하지만 2019년 밀레니얼세대의 순자산은 9만1000달러로 20% 가까이 줄었다.
한국의 MZ세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씨는 첫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여행하는 삶’을 시작할 수 있었던 배경에 낮은 임금 체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첫 직장에서 결국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월 200만원 남짓이었는데, 150만~200만원을 받는 일자리는 언제든지 다시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우리 세대는 ‘평생 직장’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 보니 몇달 여행을 다녀온 뒤 다시 비슷한 일자리를 구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향저격 여행…패키지도 OK
하지만 MZ세대가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자포자기 심정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여행에서 가치관과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글로벌 매니지먼트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포럼 2023년 보고서를 보면, 미국과 영국 Z세대 절반이 환경과 인권 등의 가치를 위해 더 비싼 여행비를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조사에서도 여행 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싶다고 답한 비율은 MZ세대(82%)가 X세대(72%)·베이비붐세대(64%)보다 훨씬 높았다.
MZ세대는 여행을 하면서 다른 문화를 알아가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클룩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여행자의 85%가 여행 중 새로운 경험에 투자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적지 방문은 물론 현지 음식 체험, 지역 작은 상점 방문, 웰니스(웰빙+행복+건강 합성어) 등이 MZ세대 여행의 관심사로 나타났다.
스카이스캐너가 한국인 20~39세 여행객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4%)은 여행 중에도 웰니스를 중요하게 여겼고, 여행 중 피트니스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비용을 지출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취향 또한 MZ세대 여행자를 움직이는 중요 요소다. 30대 직장인 박성훈씨(가명)가 지난해 휴가를 앞두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손흥민이 출전하는 축구 경기 티켓을 알아본 것이었다. 그는 먼저 티켓을 확보한 뒤 이에 맞춰 영국행 항공권과 숙박, 여행 일정을 짰다. 실제로 MZ세대는 취향만 맞는다면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왔던 패키지 여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나투어가 농구팬들을 겨냥해 ‘전문가 동반 NBA 직관 여행’ 상품은 공개 당일 6시간 만에 판매 완료됐다. 올 1월 떠난 ‘조현일 해설위원과 함께하는 NBA 직관 여행 9일’은 NBA를 대표하는 스타선수인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의 경기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여행 상품이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700만~800만원대의 다소 비싼 여행상품이었음에도 빠르게 완판이 됐다면서 예약자의 70%가 2030이었다고 설명했다. 2030은 여행지에서 친구를 사귀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스카이스캐너 조사에 따르면, 2030 여행자 10명 중 8명은 여행 중 현지인이 말을 건넨다면 번역기를 사용해서라도 소통하거나 친해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안84가 출연해 인기를 모았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처럼 현지인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여행 중에는 ‘E(외향형)’ 인간이 되고자 하는 흐름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스카이스캐너는 설명했다. 최근 혼자 동남아시아 여행에 다녀온 김수진씨는 평소에도 혼자 가는 여행을 즐긴다면서 여행자들이 많이 오는 숙소와 식당을 찾으면 다른 국적의 여행자를 쉽게 사귈 수 있다고 말했다.
패키지 상품으로 여행 친구를 만들기도 한다. 하나투어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30대 버킷리스트’ 패키지도 완판이 됐다. 30대 이용자만 예약할 수 있는 상품으로, 여행 기간 일행끼리 편하게 어울리도록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한 30대 또래에게만 판매하는 상품이었다. 최근 하나투어가 여행미디어 여행에미치다와 손잡고 내놓은 ‘밍글링투어’ 또한 MZ세대를 겨냥해 내놓은 대표상품이다. 밍글링투어는 호스트를 중심으로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공통의 테마를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떠나는 상품으로 선보일 때마다 당일 완판되는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MZ세대가 유독 여행에 적극적인 이유에 대해 론리플래닛은 2030 여행자 70% 이상이 인종, 나이, 성별, 체형, 종교 등의 분야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MZ세대는 여행을 통해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자신을 성장시키며 세계를 변화시키려 한다고 했다.
여느 때라면 친구들과 시끌벅적 웃으며 떠들 법한 아이들이 모였는데, 이날만큼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듯 고요하다. 하나같이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아이들의 얼굴엔 긴장감을 넘어 엄숙함까지 감돈다. 조별로 정해진 시간에 모인 아이들은 연주 순서를 추첨한 뒤 차례로 연습실에 들어간다. 간략히 손을 풀 수 있는 몇분간의 연습 시간이 주어진다.
연습을 마치면 무대 뒤편 대기 장소로 향한다. 앞 순서 참가자의 연주를 들으며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한 채 허공의 보이지 않는 건반을 누르며 연습하기도 하고, 손이 굳을세라 핫팩을 만지작거리기도 한다. 마침내 순서가 되면 심사위원과 참관객이 지켜보는 무대로 오른다. 지난 몇 달간 이날을 위해 수천 번 연습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 1악장을 연주할 시간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73회 이화경향음악콩쿠르 피아노 중학부 예선 현장이다. 이날 100여명의 참가자들이 모여 본선 진출을 위해 실력을 겨뤘다.
한창 배우는 학생이지만 동작과 표정은 그럴싸했다. 같은 곡이 매번 반복되는데도 저마다 다른 연주처럼 들렸다. 아직 어린이 티를 벗지 못한 참가자도, 성인처럼 큰 키의 참가자도 동등한 조건에서 갈고닦은 연주를 뽐냈다.
예원학교 3학년 최빈아양(15)은 작곡가(베토벤)를 위해 연주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최양은 베토벤이 청각을 잃은 것을 숨기기 위해 스트레스 받아가며 쓴 곡이다. 당시 자살 시도도 했다고 한다. 베토벤의 무너지는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슬럼프가 왔을 때 손열음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들으며 다시 건반 앞에 설 용기를 얻었다는 최양은 음악으로 위로를 주는 행복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선화예중 3학년 손영우군(15)은 조금 흥분해서 급하게 친 것 같지만, 음악적으로 괜찮았다고 자신의 연주를 자평했다. 콩쿠르 참가를 권한 사람은 없었지만 스스로를 테스트하고 싶어 지원하게 됐다는 손군은 지난 3개월간 하루 4~5시간씩 맹연습했다.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선욱을 좋아한다는 손군은 매일 연습해도 매번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있어서 피아노가 좋다. 클래식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는 걸 알려주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예원학교 3학년 홍해원양(15)은 연주를 잘 못했다면서 울기 직전의 표정이었다. 다니엘 바렌보임의 베토벤 소나타를 들으며 연습하는 과정을 떠올리면서 겨우 표정이 풀렸다. 홍양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쓰다듬고, 공감할 수 있는 연주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화경향음악콩쿠르는 전쟁 중이던 1952년 ‘어린 음악가 발굴’을 내세우며 처음 열렸다. 70여년의 역사를 거치며 1회 피아노 부문 수상자인 신수정을 비롯해 정경화, 김대진, 김선욱, 손열음, 선우예권, 김봄소리, 조성진, 양인모, 박재홍 등 숱한 연주자를 배출했다. 올해는 바이올린, 비올라, 피아노,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성악 등 7개 부문에 1000명 가까이 참여했다.
심사위원 윤철희 국민대 교수는 감수성이 뛰어나고 음악을 느끼며 연주하는 수준 높은 참가자가 많았다며 콩쿠르 준비 과정에서는 명연주자 흉내만 내지 말고 곡의 템포, 구성, 밸런스를 이해하면서 기본기를 다져 음악에 맞는 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978년 제27회 이화경향음악콩쿠르에 참가한 백혜선 뉴잉글랜드 음악대학원 교수는 음악을 시작한 지 반세기가 훌쩍 넘어도 이화경향음악콩쿠르의 지정곡은 잊히지 않는다며 콩쿠르와 시험 때만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쌓아 올린 실력은 어떤 힘든 방해물이 있어도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국 꼭 빛을 발한다는 것을 믿고 꾸준히 노력하라고 격려했다.
제73회 이화경향음악콩쿠르 본선은 11~18일 부문별로 열려 미래의 명연주자를 선보인다.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삼성웰스토리 B2B 식음박람회 ‘2024 푸드페스타’에서 부스 관계자가 동남아 등지에서 온 수입채소류를 소개하고 있다.
가장 적게 벌지만 가장 많이 여행을 떠나는 세대. 미국 경제전문방송사 CNBC뉴스가 묘사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생)의 여행 성향이다. 부모세대가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을 구할 때까지 여행을 즐기지 않은 것과 달리, Z세대는 세상이 정한 성공을 이룰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미국 Z세대의 절반 이상은 여행경비가 부족해도 가진 예산에 맞춰 1년에 최소 3번 여행을 떠났다.
MZ세대는 왜 여행에 빠졌을까. MZ세대가 남긴 여행 발자국을 따라가 봤다.
여행하듯 살아가는 MZ세대
30대 직장인 이경아씨는 몇년 전 서른 살 생일을 앞두고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제출했다. 영국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기 위해서였다. 그는 영국에서 1년 동안 일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유럽 여러 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지에서 비슷한 또래의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다양한 국적 친구들을 사귀며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했다. 이씨는 이후 여행의 매력에 푹 빠져 제주도에 일터를 잡았다. 여행하듯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이씨에게 여행은 특별한 이벤트나 일탈이 아니라, 삶의 여정을 채우는 과정이다. 이씨처럼 많은 MZ세대가 부모세대보다 여행을 삶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 자료를 보면, 지난해 2월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MZ세대의 절반 이상(52%)이 최근 1년간 3번 이상 여행을 갔다고 답했다. 같은 대답을 한 비율은 X세대(1965~1979년생) 41%, 베이비부머세대(전후세대)는 35%였다. X세대(25%)와 베이비부머세대(28%) 4명 중 한 명은 1년 동안 한 번도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같은 응답을 한 MZ세대는 17%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MZ세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때문에 더 많이 여행한다고 지적했다. SNS에 여행 사진을 올리고 소통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다녀온 여행지를 방문하는 순환이 더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온라인 여행사 클룩이 지난해 한국, 중국, 홍콩, 일본, 인도, 태국 등 12개 아시아 나라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MZ세대의 절반 이상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에서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 업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조사를 보면 MZ세대가 여행 영감을 가장 많이 얻는 SNS는 인스타그램(46%), 페이스북(34%), 틱톡(29%) 순이었다. X세대 중 여행지 선정에 SNS의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MZ세대는 여행지를 선택할 때 자신이 즐겨 보는 영화나 드라마를 고려했다. TV쇼·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여행지를 선택했다는 응답은 MZ세대의 70%에 달했지만, X세대는 43%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반지의 제왕> <에밀리, 파리에 가다> (사진)등의 콘텐츠에 등장하는 장소들이 인기 있는 여행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SNS 때문에 MZ세대가 더 여행을 즐긴다고 설명할 수는 없다. 글로벌 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여행자들은 쉼과 휴식, 일상에서의 탈출, 친구·가족과의 시간 등을 여행의 주된 목적으로 꼽았다. Z세대 또한 여행에서 이러한 요소를 우선순위에 뒀지만, 기성세대보다 모험, 정신 건강, 문화적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미국 여행회사 스튜던트유니버스가 지난해 18~25세 대학생 40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복수 응답)에서 Z세대는 관광(70%) 외에도 새로운 문화(68%)와 음식(59%), 자연(58%),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37%) 등을 여행의 주된 목적으로 여겼다. 여행 중 클럽 방문과 같은 유흥을 즐기고자 하는 Z세대는 21%에 불과했다.
옷 쇼핑보다 여행 좋아
MZ세대의 지출 성향을 보면, 이들이 어떤 것을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다. 온라인 할인사이트 스튜던트빈스가 지난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는 여행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다른 지출을 줄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2년 미국과 영국의 Z세대 품목별 지출 현황을 보면, 전년에 비해 패션, 식료품 지출은 각각 7%, 12% 줄었지만 여행 비용은 60% 급증했다.
지난해 Z세대 학생의 32%가 재정 상태 때문에 대학 중퇴를 고려하고 있고, 83%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사실상 다른 지출을 줄이면서까지 여행길에 오르는 셈이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가 돈 걱정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스튜던트유니버스 설문조사를 보면, MZ세대의 76%가 여행 시 ‘비용’을 가장 큰 고려사항으로 여긴다고 답했다. MZ세대 3명 중 2명은 여행 시 가장 저렴한 선택지를 찾는다고 답했다. 이들은 글로벌온라인여행사 애플리케이션과 항공사들의 프로모션을 활용해 ‘최저가’를 적극적으로 찾아내는 세대이기도 하다.
CNBC는 과거 젊은 세대들은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직장으로 옮기거나 저축금을 충분히 모을 때까지 여행을 자주 떠나지 않았다며 MZ세대는 돈을 모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예산에 여행 계획을 맞출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베이비붐세대가 40대 초반이던 1989년 이들의 평균 자산은 11만3000달러였다. 하지만 2019년 밀레니얼세대의 순자산은 9만1000달러로 20% 가까이 줄었다.
한국의 MZ세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씨는 첫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여행하는 삶’을 시작할 수 있었던 배경에 낮은 임금 체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첫 직장에서 결국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월 200만원 남짓이었는데, 150만~200만원을 받는 일자리는 언제든지 다시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우리 세대는 ‘평생 직장’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 보니 몇달 여행을 다녀온 뒤 다시 비슷한 일자리를 구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향저격 여행…패키지도 OK
하지만 MZ세대가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자포자기 심정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여행에서 가치관과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글로벌 매니지먼트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포럼 2023년 보고서를 보면, 미국과 영국 Z세대 절반이 환경과 인권 등의 가치를 위해 더 비싼 여행비를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조사에서도 여행 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싶다고 답한 비율은 MZ세대(82%)가 X세대(72%)·베이비붐세대(64%)보다 훨씬 높았다.
MZ세대는 여행을 하면서 다른 문화를 알아가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클룩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여행자의 85%가 여행 중 새로운 경험에 투자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적지 방문은 물론 현지 음식 체험, 지역 작은 상점 방문, 웰니스(웰빙+행복+건강 합성어) 등이 MZ세대 여행의 관심사로 나타났다.
스카이스캐너가 한국인 20~39세 여행객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4%)은 여행 중에도 웰니스를 중요하게 여겼고, 여행 중 피트니스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비용을 지출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취향 또한 MZ세대 여행자를 움직이는 중요 요소다. 30대 직장인 박성훈씨(가명)가 지난해 휴가를 앞두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손흥민이 출전하는 축구 경기 티켓을 알아본 것이었다. 그는 먼저 티켓을 확보한 뒤 이에 맞춰 영국행 항공권과 숙박, 여행 일정을 짰다. 실제로 MZ세대는 취향만 맞는다면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왔던 패키지 여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나투어가 농구팬들을 겨냥해 ‘전문가 동반 NBA 직관 여행’ 상품은 공개 당일 6시간 만에 판매 완료됐다. 올 1월 떠난 ‘조현일 해설위원과 함께하는 NBA 직관 여행 9일’은 NBA를 대표하는 스타선수인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의 경기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여행 상품이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700만~800만원대의 다소 비싼 여행상품이었음에도 빠르게 완판이 됐다면서 예약자의 70%가 2030이었다고 설명했다. 2030은 여행지에서 친구를 사귀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스카이스캐너 조사에 따르면, 2030 여행자 10명 중 8명은 여행 중 현지인이 말을 건넨다면 번역기를 사용해서라도 소통하거나 친해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안84가 출연해 인기를 모았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처럼 현지인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여행 중에는 ‘E(외향형)’ 인간이 되고자 하는 흐름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스카이스캐너는 설명했다. 최근 혼자 동남아시아 여행에 다녀온 김수진씨는 평소에도 혼자 가는 여행을 즐긴다면서 여행자들이 많이 오는 숙소와 식당을 찾으면 다른 국적의 여행자를 쉽게 사귈 수 있다고 말했다.
패키지 상품으로 여행 친구를 만들기도 한다. 하나투어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30대 버킷리스트’ 패키지도 완판이 됐다. 30대 이용자만 예약할 수 있는 상품으로, 여행 기간 일행끼리 편하게 어울리도록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한 30대 또래에게만 판매하는 상품이었다. 최근 하나투어가 여행미디어 여행에미치다와 손잡고 내놓은 ‘밍글링투어’ 또한 MZ세대를 겨냥해 내놓은 대표상품이다. 밍글링투어는 호스트를 중심으로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공통의 테마를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떠나는 상품으로 선보일 때마다 당일 완판되는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MZ세대가 유독 여행에 적극적인 이유에 대해 론리플래닛은 2030 여행자 70% 이상이 인종, 나이, 성별, 체형, 종교 등의 분야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MZ세대는 여행을 통해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자신을 성장시키며 세계를 변화시키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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