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지하역사 331곳 전체에 라돈 농도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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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10회 작성일 24-04-09 07:30본문
서울시가 시내 지하철 역사 331곳 전체에 1군 발암물질인 라돈 농도 조사를 시행한다. 어린이와 노인, 임산부 등이 주로 찾는 다중이용시설 검사 폭도 지난해의 약 7배로 늘리기로 했다.
서울시는 시 보건환경연구원과 함께 이달부터 다중이용시설 500곳과, 100가구 이상의 신축 공동주택, 지하철 11개 노선 차량에 대한 실내공기질 관리 점검에 나선다며 7일 이같이 밝혔다. 서울시는 시설이 실내공기질 법적 기준을 준수하는지를 측정해 기준을 위반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개선명령 처분을 내리고 있다.
검사 대상이 되는 신축 공동주택은 100가구 이상 규모의 신축 아파트, 연립주택, 기숙사다. 지하철 노선은 서울 지하철 1~9호선과 경전철 우이신설선, 신림선이다.
서울에 위치한 지하철 지하역사 331곳에는 라돈 농도 전수조사도 한다. 그간 라돈 농도 조사는 권고기준 초과 이력이 있는 중점 관리역사 37곳에서만 실시됐으나, 이번에는 모든 역사에 선제적으로 조사를 시행한다고 서울시는 전했다. 서울시는 전 지하역사의 라돈 농도를 2026년까지 분석해 향후 합리적 관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서울시는 산후조리원, 노인요양시설, 실내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어린이놀이시설, 의료기관 등 건강민감계층이 이용하는 4개 시설군 전체 724곳 중 240곳에 오염도 검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검사 장소 수(36곳)의 6.7배 수준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환경부 지침상 다중오염시설 오염도 검사는 시설군별 5~15%를 하면 되지만, 서울시는 건강민감계층 이용 시설군은 33%를 검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의 어린이집과 노인요양시설 등 건강 약자 이용 시설에 창문 환기형 미세먼지 저감장치 230여대도 지원하기로 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 개발한 ‘실내공기질 통합환기 지수’도 사물인터넷(IoT) 기반 자동측정기가 설치된 어린이집 516곳에 시범적용하기로 했다. 지수가 높으면 시설 관리자에게 적절한 시점에 환기하도록 알려 어린이집의 공기 질을 유지하는 게 목표다.
여장권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시민 일상생활 밀착 시설에 대한 실내공기질 관리를 강화해 시민의 생활 공간을 더욱 안전하게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쇼와 18년(1943년) 여름방학이었을 겁니다. 바닷가에서 수영하다 참외를 먹고 있었습니다. 여자애가 먹고 싶어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습니다. 가즈오의 여동생이었습니다. 물이 풍부하고 쌀농사를 지어 자급자족이 가능한 섬이었지만, 태평양 전쟁 때문에 다들 살기가 힘들었습니다. 나는 참외를 돌로 쪼개 여자애에게 나눠줬습니다.
1936년생인 우에즈씨의 고향은 구메지마(久米島). 오키나와 본섬에서 서쪽으로 100㎞ 떨어진 면적 63.5㎢인 섬이다. 눈빛이 정직하고 입매가 우아한 소년이 눈부신 태양빛 아래서 참외를 쪼개던 그 여름, 그 섬엔 조선인 구중회씨 가족이 살았다. 그 섬에 이주해 일용잡화 행상을 하던 구(具)씨의 이름을 그는 다니가와 노보루로 기억하고 있다.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오키나와에는 ‘군부’와 ‘위안부’를 비롯해 조선인들이 살고 있었다. 가즈오는 우에즈씨의 동급생으로 구씨의 장남이었다. 가즈오에게는 여동생이 둘 있었습니다. 아야코, 야에코. 그리고 남동생 쓰기오, 갓난아기. 둘째여동생이 가즈오 껌딱지여서 우리가 바닷가에 놀러가면 항상 따라왔습니다.
그에게는 자신의 고향 섬을 철새처럼 스쳐간 위안부들에 대한 기억도 남아 있다. 1944년 10·10공습 이전에도, 이후에도 위안부들이 그 섬으로 실려 왔다. 7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는 누나들의 얼굴이 선연하다. 조선삐라는 경멸의 단어로 누나들을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그녀들을 ‘누나’라고 불렀습니다. 한번은 내가 ‘누나’ 하고 부르니까 그녀들 중 하나가 달려오더니 나를 끌어안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그 누나에게 나만 한 남동생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당시 오키나와에서 식민지 출신 조선인은 삼등국민, 일본군 노예, 잡부로 인식됐다. 구씨의 아내는 오키나와인인데, 그녀의 친정어머니는 딸이 조선인과 살고 있다는 것 때문에 고향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다닐 만큼 수치심을 느꼈다. 오키나와전이 터지고 본섬에 퍼진 ‘스파이 공포’가 구메지마까지 확산되기 전까지, 구씨 가족에 대한 이웃들의 평판은 호의적이었다. 일본의 무조건 항복 닷새 뒤인 1945년 8월20일 밤. 구씨 가족은 스파이 혐의로 일본군(구메지마에 주둔하고 있던 해군 통신대)에 의해 ‘생후 수개월의 아기’까지 무참히 학살당한다. 조선인이라는 것과 행상을 하며 집들을 돌아다닌 것이 ‘스파이’ 혐의의 원인이 됐다. 가즈오 가족이 정말 스파이였다면 수입(먹을 게)이 있었겠지만, 정말 가난했습니다. 1944년 5월 소풍을 갔을 때 혼자 외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그 애를 봤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점심으로 고구마나 감자도 싸오지 못해 굶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가난했기에 스파이는 절대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에즈씨는 일본군의 총검에 찔려 사망한 친구를 생각하며 안타까워서, 미안해서 운다.
그녀는 느리다, 아름답다, 임하은씨
‘그릇 빚는 남자’ 박현원 도공
‘만두 빚는 중국 여인’ 왕회이제씨
내 고향 섬사람들은 유이마르의 정신(ユイマ-ルの精神·품앗이 정신)으로 누구라도 따뜻하게 맞아주는 상냥한 이들입니다. 우에즈씨는 오키나와인인 자신들이 일으키지 않았지만 속수무책으로 휘말려 들어간 ‘전쟁’이 그 시절 고향 섬을, 섬사람들을 끔찍한 괴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오키나와가 미국 통치하에 있던 시기, 그는 24세 되던 해 고향 섬을 떠나 본섬 나하로 진출했다. 53년간 미군 아스팔트 롤러의 오퍼레터, 택시 드라이버, 노선버스 기사, 학교급식원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다 73세에 고향 섬으로 돌아왔다. 아흔 살을 앞두고 산신(오키나와 전통악기) 연주를 제자에게 가르치며 노년을 보내는 그의 손에는 여전히 쪼갠 참외가 단내를 풍기며 들려 있다. 오키나와 방언에 이차리바초데이(イチャリバチョデ-·出えば皆な兄弟)라는 말이 있습니다. ‘만나면 모두 형제’라는 뜻입니다. 가즈오는 그에게 형제였다.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오키나와 방언에 치무(チム)라는 말도 있습니다. 마음으로 알아채는 것… 마음 깊이… 그걸 잃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
가즈오를 만날 수 있다면 묻고 싶습니다. 가즈오, 여동생들은 왜 집에 두고 도망쳤어? 함께 도망가면 죽임을 당할까봐 두고 간 거지? 군인들이 어린 여자애들은 죽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인간의 수가 절반으로 준다면 얼마나 많은 숲이 살아남을까. 인간이 100분의 1로 준다면 쏟아내는 독도 100분의 1이 될까. 지구에 사는 누군가가 문득 생각했다. ‘모든 생물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고.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온 기생생물이 인간들의 몸을 빼앗고 인간 사회를 위협한다. 이와아키 히토시가 1988년부터 1995년까지 연재한 만화 <기생수>는 ‘현대의 고전’이라고 부를 만하다. 첫 연재 이후 30년이 넘게 흘렀지만 애니메이션, 영화, 스핀오프(번외편) 만화로 활발하게 변주됐다. 넷플릭스는 오는 5일 <기생수>가 원작인 한국 드라마 <기생수: 더 그레이>(이하 더 그레이)를 공개한다. 일본 영화 <기생수> 파트 1·2는 각각 10일과 17일 극장 개봉 10주년을 기념해 재개봉한다.
<더 그레이>는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영화 <부산행>, 드라마 <지옥>으로 유명한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원작 만화 <기생수>에서 정체불명의 기생생물이 인간의 몸을 지배한다는 설정만 가져오고 캐릭터와 줄거리를 완전히 새로 만들었다. 원작 <기생수>의 주인공은 남자 고교생 신이치였지만 <더 그레이>의 주인공은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여자 직원 정수인(전소니)이다. 신이치의 기생생물 ‘오른쪽이’가 활동할 때 신이치는 의식을 유지하지만, 정수인의 기생생물 ‘하이디’가 활동하면 정수인은 의식을 잃는다.
일본에서 제작한 2004년 애니메이션과 2014~2015년 영화는 원작의 줄거리를 비교적 충실하게 따랐다. 애니메이션 <기생수>는 캐릭터와 설정을 장르에 맞게 적절히 변형해 건조한 원작보다 감성적인 연출로 풀어냈다. 영화 <기생수>는 전투 액션을 CG(컴퓨터그래픽)로 실감나게 재현해 일본 최고의 실사 영화 중 하나로 꼽힌다.
만화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로, 국경을 넘어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기생수>가 창작자와 대중들에게 사랑받아온 비결은 뭘까.
이와아키는 질박하면서도 사실적인 특유의 그림체로 하드보일드하고 잔혹한 비인간의 세계를 그렸다. 외계 생명체가 인간의 몸을 빼앗는 이야기는 1955년 미국 작가 잭 피니가 SF소설 <바디 스내처>를 통해 처음 내놓았다. 이후의 많은 작품들이 이같은 ‘신체 강탈자’ 아이디어를 차용했고 <기생수> 역시 이를 기반으로 한다. 언뜻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지만 이와아키는 인간 존재를 비인간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주제로 발전시켰다. ‘자연 보호’ 수준의 납작한 감상을 넘어 다층적인 고민거리를 던진다.
만화 <기생수>에서 기생생물 ‘오른쪽이’는 인간에게 공감하지 않고 순수하게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존재다. 오른쪽이는 자신을 ‘악마’라고 욕하는 주인공 신이치를 냉정하게 질타한다. 신이치, ‘악마’라는 것을 책에서 찾아봤는데, 그것에 가장 가까운 생물은 역시 인간으로 판단된다. 인간은 거의 모든 종류의 생물을 잡아먹지만, 내 ‘동족’들이 먹는 것은 고작 한 두 종류야. 훨씬 간소하지.
이와아키는 <기생수> 단행본에 실린 ‘독자와의 대담’에서 작품의 주인공이란 보통 인간이 흔히 갈 수 없는 곳을 여행하는 여행자라고 생각한다. 신이치와 비인간의 세계를 여행해 달라. 인간에게서 멀리 떠나 보면 반대로 인간이라는 것을 잘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성상민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생수>는 80년대 유행한 호러 장르의 영향을 받았지만 사회성을 부여해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라며 기생수의 존재로 기생수보다 더 잔인한 인간의 문제들을 드러내 곱씹을 만한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드라마 <더 그레이>(1~3회)의 완성도는 기대에 못 미쳤다. 저마다의 강렬한 서사와 주제를 가졌던 원작의 캐릭터와 달리 주요 캐릭터들의 입체감이 부족했다. 주인공 정수인을 비롯해 조직폭력배 설강우(구교환), 기생생물 대응팀장 최준경(이정현) 등 주요 캐릭터들의 인상은 밋밋했고 행동의 개연성도 충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음 장면이 충분히 예상될 만큼 전형적인 전개도 아쉬웠다.
서울시는 시 보건환경연구원과 함께 이달부터 다중이용시설 500곳과, 100가구 이상의 신축 공동주택, 지하철 11개 노선 차량에 대한 실내공기질 관리 점검에 나선다며 7일 이같이 밝혔다. 서울시는 시설이 실내공기질 법적 기준을 준수하는지를 측정해 기준을 위반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개선명령 처분을 내리고 있다.
검사 대상이 되는 신축 공동주택은 100가구 이상 규모의 신축 아파트, 연립주택, 기숙사다. 지하철 노선은 서울 지하철 1~9호선과 경전철 우이신설선, 신림선이다.
서울에 위치한 지하철 지하역사 331곳에는 라돈 농도 전수조사도 한다. 그간 라돈 농도 조사는 권고기준 초과 이력이 있는 중점 관리역사 37곳에서만 실시됐으나, 이번에는 모든 역사에 선제적으로 조사를 시행한다고 서울시는 전했다. 서울시는 전 지하역사의 라돈 농도를 2026년까지 분석해 향후 합리적 관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서울시는 산후조리원, 노인요양시설, 실내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어린이놀이시설, 의료기관 등 건강민감계층이 이용하는 4개 시설군 전체 724곳 중 240곳에 오염도 검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검사 장소 수(36곳)의 6.7배 수준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환경부 지침상 다중오염시설 오염도 검사는 시설군별 5~15%를 하면 되지만, 서울시는 건강민감계층 이용 시설군은 33%를 검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의 어린이집과 노인요양시설 등 건강 약자 이용 시설에 창문 환기형 미세먼지 저감장치 230여대도 지원하기로 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 개발한 ‘실내공기질 통합환기 지수’도 사물인터넷(IoT) 기반 자동측정기가 설치된 어린이집 516곳에 시범적용하기로 했다. 지수가 높으면 시설 관리자에게 적절한 시점에 환기하도록 알려 어린이집의 공기 질을 유지하는 게 목표다.
여장권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시민 일상생활 밀착 시설에 대한 실내공기질 관리를 강화해 시민의 생활 공간을 더욱 안전하게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쇼와 18년(1943년) 여름방학이었을 겁니다. 바닷가에서 수영하다 참외를 먹고 있었습니다. 여자애가 먹고 싶어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습니다. 가즈오의 여동생이었습니다. 물이 풍부하고 쌀농사를 지어 자급자족이 가능한 섬이었지만, 태평양 전쟁 때문에 다들 살기가 힘들었습니다. 나는 참외를 돌로 쪼개 여자애에게 나눠줬습니다.
1936년생인 우에즈씨의 고향은 구메지마(久米島). 오키나와 본섬에서 서쪽으로 100㎞ 떨어진 면적 63.5㎢인 섬이다. 눈빛이 정직하고 입매가 우아한 소년이 눈부신 태양빛 아래서 참외를 쪼개던 그 여름, 그 섬엔 조선인 구중회씨 가족이 살았다. 그 섬에 이주해 일용잡화 행상을 하던 구(具)씨의 이름을 그는 다니가와 노보루로 기억하고 있다.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오키나와에는 ‘군부’와 ‘위안부’를 비롯해 조선인들이 살고 있었다. 가즈오는 우에즈씨의 동급생으로 구씨의 장남이었다. 가즈오에게는 여동생이 둘 있었습니다. 아야코, 야에코. 그리고 남동생 쓰기오, 갓난아기. 둘째여동생이 가즈오 껌딱지여서 우리가 바닷가에 놀러가면 항상 따라왔습니다.
그에게는 자신의 고향 섬을 철새처럼 스쳐간 위안부들에 대한 기억도 남아 있다. 1944년 10·10공습 이전에도, 이후에도 위안부들이 그 섬으로 실려 왔다. 7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는 누나들의 얼굴이 선연하다. 조선삐라는 경멸의 단어로 누나들을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그녀들을 ‘누나’라고 불렀습니다. 한번은 내가 ‘누나’ 하고 부르니까 그녀들 중 하나가 달려오더니 나를 끌어안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그 누나에게 나만 한 남동생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당시 오키나와에서 식민지 출신 조선인은 삼등국민, 일본군 노예, 잡부로 인식됐다. 구씨의 아내는 오키나와인인데, 그녀의 친정어머니는 딸이 조선인과 살고 있다는 것 때문에 고향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다닐 만큼 수치심을 느꼈다. 오키나와전이 터지고 본섬에 퍼진 ‘스파이 공포’가 구메지마까지 확산되기 전까지, 구씨 가족에 대한 이웃들의 평판은 호의적이었다. 일본의 무조건 항복 닷새 뒤인 1945년 8월20일 밤. 구씨 가족은 스파이 혐의로 일본군(구메지마에 주둔하고 있던 해군 통신대)에 의해 ‘생후 수개월의 아기’까지 무참히 학살당한다. 조선인이라는 것과 행상을 하며 집들을 돌아다닌 것이 ‘스파이’ 혐의의 원인이 됐다. 가즈오 가족이 정말 스파이였다면 수입(먹을 게)이 있었겠지만, 정말 가난했습니다. 1944년 5월 소풍을 갔을 때 혼자 외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그 애를 봤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점심으로 고구마나 감자도 싸오지 못해 굶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가난했기에 스파이는 절대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에즈씨는 일본군의 총검에 찔려 사망한 친구를 생각하며 안타까워서, 미안해서 운다.
그녀는 느리다, 아름답다, 임하은씨
‘그릇 빚는 남자’ 박현원 도공
‘만두 빚는 중국 여인’ 왕회이제씨
내 고향 섬사람들은 유이마르의 정신(ユイマ-ルの精神·품앗이 정신)으로 누구라도 따뜻하게 맞아주는 상냥한 이들입니다. 우에즈씨는 오키나와인인 자신들이 일으키지 않았지만 속수무책으로 휘말려 들어간 ‘전쟁’이 그 시절 고향 섬을, 섬사람들을 끔찍한 괴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오키나와가 미국 통치하에 있던 시기, 그는 24세 되던 해 고향 섬을 떠나 본섬 나하로 진출했다. 53년간 미군 아스팔트 롤러의 오퍼레터, 택시 드라이버, 노선버스 기사, 학교급식원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다 73세에 고향 섬으로 돌아왔다. 아흔 살을 앞두고 산신(오키나와 전통악기) 연주를 제자에게 가르치며 노년을 보내는 그의 손에는 여전히 쪼갠 참외가 단내를 풍기며 들려 있다. 오키나와 방언에 이차리바초데이(イチャリバチョデ-·出えば皆な兄弟)라는 말이 있습니다. ‘만나면 모두 형제’라는 뜻입니다. 가즈오는 그에게 형제였다.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오키나와 방언에 치무(チム)라는 말도 있습니다. 마음으로 알아채는 것… 마음 깊이… 그걸 잃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
가즈오를 만날 수 있다면 묻고 싶습니다. 가즈오, 여동생들은 왜 집에 두고 도망쳤어? 함께 도망가면 죽임을 당할까봐 두고 간 거지? 군인들이 어린 여자애들은 죽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인간의 수가 절반으로 준다면 얼마나 많은 숲이 살아남을까. 인간이 100분의 1로 준다면 쏟아내는 독도 100분의 1이 될까. 지구에 사는 누군가가 문득 생각했다. ‘모든 생물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고.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온 기생생물이 인간들의 몸을 빼앗고 인간 사회를 위협한다. 이와아키 히토시가 1988년부터 1995년까지 연재한 만화 <기생수>는 ‘현대의 고전’이라고 부를 만하다. 첫 연재 이후 30년이 넘게 흘렀지만 애니메이션, 영화, 스핀오프(번외편) 만화로 활발하게 변주됐다. 넷플릭스는 오는 5일 <기생수>가 원작인 한국 드라마 <기생수: 더 그레이>(이하 더 그레이)를 공개한다. 일본 영화 <기생수> 파트 1·2는 각각 10일과 17일 극장 개봉 10주년을 기념해 재개봉한다.
<더 그레이>는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영화 <부산행>, 드라마 <지옥>으로 유명한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원작 만화 <기생수>에서 정체불명의 기생생물이 인간의 몸을 지배한다는 설정만 가져오고 캐릭터와 줄거리를 완전히 새로 만들었다. 원작 <기생수>의 주인공은 남자 고교생 신이치였지만 <더 그레이>의 주인공은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여자 직원 정수인(전소니)이다. 신이치의 기생생물 ‘오른쪽이’가 활동할 때 신이치는 의식을 유지하지만, 정수인의 기생생물 ‘하이디’가 활동하면 정수인은 의식을 잃는다.
일본에서 제작한 2004년 애니메이션과 2014~2015년 영화는 원작의 줄거리를 비교적 충실하게 따랐다. 애니메이션 <기생수>는 캐릭터와 설정을 장르에 맞게 적절히 변형해 건조한 원작보다 감성적인 연출로 풀어냈다. 영화 <기생수>는 전투 액션을 CG(컴퓨터그래픽)로 실감나게 재현해 일본 최고의 실사 영화 중 하나로 꼽힌다.
만화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로, 국경을 넘어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기생수>가 창작자와 대중들에게 사랑받아온 비결은 뭘까.
이와아키는 질박하면서도 사실적인 특유의 그림체로 하드보일드하고 잔혹한 비인간의 세계를 그렸다. 외계 생명체가 인간의 몸을 빼앗는 이야기는 1955년 미국 작가 잭 피니가 SF소설 <바디 스내처>를 통해 처음 내놓았다. 이후의 많은 작품들이 이같은 ‘신체 강탈자’ 아이디어를 차용했고 <기생수> 역시 이를 기반으로 한다. 언뜻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지만 이와아키는 인간 존재를 비인간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주제로 발전시켰다. ‘자연 보호’ 수준의 납작한 감상을 넘어 다층적인 고민거리를 던진다.
만화 <기생수>에서 기생생물 ‘오른쪽이’는 인간에게 공감하지 않고 순수하게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존재다. 오른쪽이는 자신을 ‘악마’라고 욕하는 주인공 신이치를 냉정하게 질타한다. 신이치, ‘악마’라는 것을 책에서 찾아봤는데, 그것에 가장 가까운 생물은 역시 인간으로 판단된다. 인간은 거의 모든 종류의 생물을 잡아먹지만, 내 ‘동족’들이 먹는 것은 고작 한 두 종류야. 훨씬 간소하지.
이와아키는 <기생수> 단행본에 실린 ‘독자와의 대담’에서 작품의 주인공이란 보통 인간이 흔히 갈 수 없는 곳을 여행하는 여행자라고 생각한다. 신이치와 비인간의 세계를 여행해 달라. 인간에게서 멀리 떠나 보면 반대로 인간이라는 것을 잘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성상민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생수>는 80년대 유행한 호러 장르의 영향을 받았지만 사회성을 부여해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라며 기생수의 존재로 기생수보다 더 잔인한 인간의 문제들을 드러내 곱씹을 만한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드라마 <더 그레이>(1~3회)의 완성도는 기대에 못 미쳤다. 저마다의 강렬한 서사와 주제를 가졌던 원작의 캐릭터와 달리 주요 캐릭터들의 입체감이 부족했다. 주인공 정수인을 비롯해 조직폭력배 설강우(구교환), 기생생물 대응팀장 최준경(이정현) 등 주요 캐릭터들의 인상은 밋밋했고 행동의 개연성도 충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음 장면이 충분히 예상될 만큼 전형적인 전개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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