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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총선 현수막 재활용 한다더니, 재활용 공장엔 왜 안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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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4-04-17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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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친환경 섬유 패널 제작업체 세진플러스의 충북 진천군 상신리 공장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널따란 부지에 들어선 300평 규모의 건물에는 성인 남성 키의 두 배 정도 되는 커다란 타면기만 놓여있었다. 기계는 멈춰있었다. 이 회사 대표 박준영씨(59)는 현수막을 잘게 부숴 솜으로 만드는 이 기계를 ‘솜 터는 기계’라고 부르곤 했다.
아무리 그래도 선거가 끝났는데…. 한 곳도 연락 안 올 줄은 몰랐어요. 솜 터는 기계 돌린 지는 한 달이 넘었고요. 답답할 노릇입니다. 박씨가 타면기 입구에 남아 있는 현수막 조각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공장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공원 벤치 용도로 만들어진 의자와 작고 동그란 테이블 여러 개가 구석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모두 폐현수막을 분해한 뒤 열과 압력을 가해 만든 물건이다. 박씨는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폐현수막을 섬유 널빤지로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 5년 전부터 상용화에 나섰다. 친환경 기술을 개발했다는 자부심이 크지만 마음 한켠엔 씁쓸함도 있다고 했다. 정작 원료로 쓸 폐현수막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박씨는 그 많은 현수막이 다 어디로 간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어김없이 선거 현수막이 버려지며 쓰레기 산을 이루고 있지만 정작 재활용업체는 ‘오지 않는 현수막’을 기다리며 한산한 모습이다. 정당에서 거리마다 내걸었던 현수막 대부분이 소각장으로 향하기 인스타 팔로워 구매 때문이다.
지난해 환경부가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1557t, 2022년 대선에서는 1110t, 2020년 총선에서는 1739t의 폐현수막이 발생했다. 재활용률은 20%대에 그쳤다. 자원 순환의 중간 단계인 ‘수거→분류→이송’ 과정이 체계화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폐현수막 재활용 사업이 홍보와 독려에만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박씨는 순환의 중간고리가 끊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사용한 현수막으로 친환경 자재를 활용한 집을 짓는다면 6평짜리 기준 130채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어마어마한 양의 현수막이 다 소각장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수막을 사용한 정당은 의지가 없으니 그냥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고, 지자체 쓰레기 집하장에 모인 현수막은 관행대로 소각장이나 매립지로 간다면서 그렇다고 이송비·분류비를 감당하며 우리가 직접 현수막을 가져오면 제품 단가가 무한정 올라간다고 말했다.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했다. 경기지역에서 업사이클링 회사를 운영하는 김선애씨는 선거 이후 정당이나 지자체로부터 현수막 재활용 관련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자체에 선거 현수막 재활용 사업을 독려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행정안전부와 환경부는 지난 8일 예산 15억원을 투입해 ‘폐현수막 재활용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사업 공문을 받고 서울 관내 25개 자치구에 참여 의사를 확인하는 중인데 아직 신청한 곳은 없다면서 현수막을 재활용해 만들어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은 데다 재활용 업체와 네트워킹이 안 된 문제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번 ‘관성적인 대책’만 반복된다는 지적도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환경부나 행안부가 처음부터 재활용 업체와 사전 협의하는 식으로 재활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잡아주지 않는 이상 지자체가 자발적·개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면서 결국은 정책 기획과 홍보의 실패인 셈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애초 현수막을 줄이는 게 최선이지만 재활용이라도 하려면 먼저 수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선거 현수막의 경우 게시자인 각 정당에 수거와 재활용 책임을 부여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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