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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권 축소 관련 헌소, 법무부 쓴 변호사 비용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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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4-04-2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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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시절 ‘검찰 수사권 축소’ 입법에 반발해 헌법소송을 하면서 정부가 쓴 변호사 비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김순열)는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법무부는 2022년 6월 국회를 통과한 검찰 수사권 축소법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지난해 3월 헌재는 검사의 수사·소추권이 헌법상 권한이 아닌 입법사항이며 검찰에만 독점적으로 부여한 게 아니다라며 청구를 각하했다.
헌재 결정 이후 A씨는 재판에 사용한 경비 및 세부내역, 선임한 변호인 명단과 소속 로펌 이름, 개인정보를 제외한 로펌계약서 등을 달라며 법무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법무부는 변호인 측의 영업상 비밀 보호를 이유로 비공개 결정했다. 이에 A씨는 최소한 변호사 수임료는 정부의 예산으로 지급되는 만큼 구체적 액수가 공개돼야 한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A씨 측은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예산 집행의 투명성 확보라는 공익을 위해 구체적인 액수가 공개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국가기관인 법무부 등이 다른 국가기관인 국회를 상대로 국가기관 상호 간 권한침해를 주장하며 제기된 것으로 어느 사건보다도 더 공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건이라며 법무부는 비용의 실질 지출자인 국민을 납득시키기에 충분한 정당성과 투명성을 갖출 의무가 있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고 밝혔다.
또 심판을 대리한 법인 등은 사건을 수임할 때 공적인 관심 사항에 속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며 이 사건의 변호사 수임료가 공개된다고 해도 관련 심판을 대리한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엄마, 바라고 바라던 20살 성인이 되면서 친구들과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한창 놀러 다닐 때인데 왜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나에게 이런 병이 생겼을까. 남들처럼 군대도 가보고 싶고 여행도 가고 여가생활을 즐기고 싶었는데 희망이 없어졌어. 너무 아프고 괴로워서 매일 울었고 안 좋은 생각도 많이 했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괴로워.
삼성전자 1차 하청업체 노동자 수현씨(21·가명)의 어머니는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아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대학생현장실습대응팀·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49개 단체는 삼성전자의 하청업체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묻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수현씨는 특성화고 3학년 때인 2021년 10월 경북 구미에 있는 삼성전자 1차 하청업체 ‘케이엠텍’에서 일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추천 현장실습생으로 3개월간 일했고, 2022년 1월부터는 영진전문대 소속으로 고숙련 일·학습병행제(P-TECH)를 통해 일을 이어갔다.
수현씨가 한 업무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일이었다. 납땜이 돼 넘어온 휴대폰 기판 위에 플라스틱 부품을 수작업으로 하루 2000개씩 조립했다. 반올림은 부품 조립 전 기판 위에 묻은 먼지나 이물질 제거를 위해 에어건(공기총)을 매번 사용했는데 그때마다 과일 향과 기름 냄새가 났다며 조립 후에는 휴대폰 뒷면을 고온으로 압착하는데 갤럭시 S21, S22, S23 기종은 방수폰이라 고온에서 접착제가 녹아 유해물질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배기와 환기가 안 돼 작업현장 공기 질은 좋지 않았다고 했다.
수현씨는 일을 시작한 지 약 2년 만인 지난해 9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6개월간 7차례에 걸쳐 항암치료를 받았고 지난달 29일 조혈모세포이식(골수이식) 수술을 받았다.
케이엠텍은 수현씨가 무급휴직을 한 지 4개월 만인 지난 1월 근로관계를 종료했고 치료비도 지급하지 않았다. 영진전문대는 수현씨가 2년간의 일학습병행 과정을 이수하지 못하게 되자 자퇴처리를 했다. 수현씨 어머니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골무 하나만 낀 상태로 하루에 부품 수천개를 반복 조립하다 병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는데 회사 관계자들은 방문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올림 등 49개 단체는 케이엠텍의 원청인 삼성전자가 하청 노동자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노동인권, 안전보건 등에 대한 행동규범을 마련해 모든 협력사에 이 규범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케이엠텍은 행동규범을 준수하지 않았다. 삼성은 이제라도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며 행동규범대로 케이엠텍 대응을 조사하고 백혈병 피해자 지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현씨 대리인인 반올림은 이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요양급여 신청을 했다.
삼성전자 측은 (안전보건 관련) 협력사 교육을 더 강화하겠다면서도 케이엠텍의 작업환경은 전문기관이 매년 측정해 노동부에 제출하는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해당 환자가 근무한 조립공정은 작업환경 측정 대상 물질(화학물질)을 쓰지 않기 때문에 관련법상 작업환경 측정 대상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뉴스레터 점선면 4월16일자( 경향신문 대표 뉴스레터 점선면은 단 하나의 이슈와 기사를 엄선해 입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점선면을 구독해 더 많은 뉴스레터를 메일함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 클릭해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선거가 끝나고
· 선거를 앞두고는 으레 많은 공약이 쏟아집니다. 직전 선거에서도 그랬습니다. ‘선거 개입’ 논란을 무릅쓰고 대통령실까지 나서 이런저런 약속한 게 많습니다.
· 지역구 후보가 지역을 위한 공약을 제시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정당 차원에서 특정 지역을 공략하는 맞춤형 공약을 유난히 많이 내걸었어요.
· 그 시작은 ‘서울시 김포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죠. 얼마 뒤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 민생토론회’를 열고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조속히 이전한다는 대선 공약을 재확인했습니다.
· 선거를 겨우 2주 앞두고 또 대형 공약이 나왔습니다. 서울 여의도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한다. 지난 1월 공개한 총선 공약집에도 없는 내용을 갑자기 던졌습니다.
· 치열했던 선거는 끝났고, 수많은 약속만이 남았습니다. 헌법이 정한 국가의 책무인 지역 균형발전 측면에서 중요한 약속들입니다. 선거 후에도 계속 파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점선면 독자님들께서 뜨겁게 반응하는 이슈이기도 합니다.
· 오늘 점선면Deep에서는 국회의 세종 이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며 균형발전 약속의 겉과 속을 찬찬히 뜯어보겠습니다.
1. 과연 진심일까?
‘이기면 뭐든지 한다’는 선거의 속성을 감안해 공약을 다급하게 던지는 상황은 ‘너그럽게’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공적 책무를 지닌 정당이 일관성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국회의 세종 이전은 2020년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바 있습니다. 청와대(대통령실)까지 함께 옮기는 것으로요. 그때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온 나라 부동산이 쑥대밭인 이 시점…역시 투기 조장 일등 정부와 집권 여당답다고 반응했어요. 그리고 2004년 헌법재판소가 ‘국회 세종 이전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점을 들어 국회를 옮기려야 옮기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불가능이 20년 후엔 어떻게 가능이 된 걸까요? (헌재 판단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룹니다.)
민주당도 딱히 할 말은 없어 보입니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 당시 국회의 세종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도로 무른 적이 있습니다. 역시 과거 헌재 판단에 다른 위헌 시비를 고려했습니다. 그럼에도 상대편인 국민의힘에서 국회의 세종 이전 공약이 다시 나오자 민주당이 오랫동안 취해왔던 입장이라고 맞섰죠.
사실, 국회는 곧 쪼개질 운명에 처했습니다. 헌재 판단 때문에 국회를 완전히 옮기지 못하니 일부라도 옮겨 제2 국회인 ‘국회 세종의사당’을 세우자고 여야가 합의해 관련 법규를 만들었습니다. 국회를 옮길 부지도 마련됐고요. 하지만, 이렇게 의회 분원을 운영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유럽의회뿐이라고 합니다. 국회를 나누는 게 일반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데, 과연 국회를 온전하게 옮기고픈 진심이 어느 한 정당에라도 있긴 할까요?
2. 그렇게 큰일일까?
현재 세종에는 외교부·통일부·국방부 등만 빼고 대부분 행정부처가 모여있습니다. 국회가 세종으로 옮겨가면, 삼권분립 체제에서 대법원 등 사법부만 빼고 행정부·입법부가 사실상 모두 세종에 자리 잡는 셈입니다. 과거 노무현 정부(2003~2008)가 추진했던 ‘행정수도’에 가까운 모습이 되는 거예요.
문제는 국회의 세종 이전이 2004년 헌재가 행정수도에 태클을 걸면서 제시한 주요 논거에 또 걸린다는 점입니다. 헌재가 당시 ‘수도는 정치와 행정의 중추 기능을 하므로 국회와 대통령 소재지가 어디인지가 수도를 결정짓는 요소’란 취지로 판단했거든요.
물론, 헌법이 국회와 대통령실의 위치까지 일일이 지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헌재는 ‘관습헌법(헌법과 같은 힘을 지닌 관행)’이란 개념을 끌어오며 국회와 대통령실이 서울을 벗어나는 것이 위헌이라고 봤습니다.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만들지 못하고 애매하게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로 만든 배경이죠.
그런데 이제 와서 국회가 세종으로 갈 수 있을까요? 헌재 결정을 뒤집는 방법은 헌법 개정, 즉 개헌뿐이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입니다. 예컨대, 헌법에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한 다음 ‘대한민국 수도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수도는…’이란 조항을 만드는 겁니다. 이런 조치없이 국회를 이전하려고 하면 헌재가 또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장담할 수 없습니다.
3. 관습헌법이 뭐길래?
2004년 헌재의 이른바 ‘관습헌법 해석’은 숱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오죽하면 당시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건설에 반발해 헌법소원을 낸 당사자(이석연 변호사·전 법제처장)마저 관습헌법은 논리의 비약이라며 헌재의 일부 결론에 의문을 제기했어요.
헌재가 ‘수도는 서울’이 관습헌법에 해당한다고 해석한 주요 근거 중 하나는 바로 <경국대전>(1397)입니다.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이 쓴 이 책은 ‘경복궁의 서쪽엔 사직을 두고, 동쪽엔 종묘를 두고…’ 같은 식으로 수도에 관해 세세하게 정의한 일종의 ‘수도 설계 가이드북’입니다. 헌재는 수도를 서울로 정한 것은 비록 헌법 조항에 나오지 않지만, 조선왕조 창건 이후부터 <경국대전>에 수록돼 장기간 국가의 기본 규범으로 효력을 가져왔(다)라고 했습니다.
이를 두고 구시대 왕조가 민주국가의 미래를 결정한 셈이란 비판이 나옵니다. 헌법전문가인 김진한 박사는 수도가 서울이라는 전통은 더 이상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문화유산인 것도 아니다. 이미 경제력과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서울은 점점 더 다양한 것, 많은 것을 삼키는 괴물이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헌재가 관습헌법을 바꿀 길 역시 꽉 막아뒀다는 점입니다. 국회 내 여야의 합의로도, 국민투표로도 관습헌법을 바꿀 수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수도=서울’은 관습헌법이다→국민투표를 하려면 관습헌법이 먼저 사라져야 한다, 이런 논리 구조를 세웠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요? ‘수도=서울’이란 인식이 사라져야만 국민투표로 행정수도를 정할 수 있다는 건데요, 사실 국민이 ‘수도=서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상황이면 굳이 수도가 서울인지 아닌지 따지는 국민투표를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할 이유도 없습니다. 이렇듯 2004년 헌재가 세운 관습헌법은 지금도 논란의 대상입니다.
1. 국정이 불안하다
정치권이 선거 국면에서 표를 의식해 걸핏하면 국회의 세종 이전을 약속하는 것을 꼭 냉소적으로만 보기도 어렵습니다.
세종의 행정부 공무원들이 서울의 국회·대통령실을 오가면서 쓰는 출장비만 1년에 약 200억원이라고 합니다. 회의가 잦은 고위 공무원은 정작 세종에선 얼굴 보기가 힘들고 후배 공무원들과 메신저로만 소통한다고 해서 ‘카(카카오톡) 국장’, ‘길 과장’ 같은 말이 나올 정도예요.
길에 쓰는 돈만 문제일까요? 조판기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더 큰 문제는 공무원들이 잦은 출장으로 인해 국가 정책을 함께 고민할 시간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우리가 일할 때 미리 정한 시각에 준비한 회의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죠. 한 공간에서 자주 부딪치다가, 함께 식사 혹은 커피 한잔을 하다가 가볍게 주고받은 말들이 다 경험이 되고 아이디어가 되곤 합니다. 최근 구글 등 미국의 빅테크 업체들이 재택근무를 줄이고 사무실 출근을 늘린 이유이기도 해요.
공무원 조직도 똑같습니다. 행정연구원 보고서는 회의와 자문 등 대면 접촉이 줄면서 ‘정책 품질’이 떨어질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실제로 공무원들은 체크포인트를 다 고려할 시간이 없다, 브레인스토밍이 실종됐다, 피드백의 질이 떨어졌다고 토로합니다. 다른 일도 아니고 국가 정책을 다루는 공무원들의 근무 여건, 단지 그들만의 문제로 치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2. 서울에서도 이렇게 할까?
지난 3월27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완전한 국회를 세종으로 이전해서 세종을 정치·행정의 수도로 완성하겠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의도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국회의사당은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겠습니다. 역사적 상징성을 감안해 프랑스의 오르세미술관이나 영국의 테이트모던 같은 세계적인 전시 공간으로 만들어 (…) 국회의 세종시 완전 이전이 서울의 개발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저희는 기대합니다.
솔직히 좀 헷갈립니다. 이것은 과연 세종과 서울 중 어느 쪽을 위한 약속이었을까요? 세종에는 오로지 정치와 행정 기능만, 서울에는 문화·교육·산업 등 다양한 기능을 이야기했습니다. 독자님은 어느 쪽을 내가 살 곳으로 택하실까요?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으로 국회 등 공공기관을 옮긴다는 생각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민 역시 매우 환영합니다. 하지만, 한동훈 전 위원장의 구상에서 보듯 구체적인 접근법에선 여전히 서울 중심적 사고가 드러납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세종엔 중앙부처를 옮기면서, 중앙부처의 산하 공공기관은 강원 원주, 경북 김천, 경남 진주, 충북 진천, 전남 나주 등으로 각각 옮겨 ‘혁신도시’를 조성했습니다. 하지만 지역 발전을 꾀한다는 명분과는 달리 대부분 혁신도시를 신도시 형태로 만들면서, 오히려 지방도시를 원래 사람들이 모여살던 ‘구도심’과 혁신도시 ‘신도심’으로 나눠버렸다는 비판이 많이 나왔어요. 구도심 인구가 신도심으로 유출되자 구도심은 쇠퇴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혁신도시에서 수도권으로 인구가 유출되는 현상도 일어났습니다.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간다’는 수도권의 시각에서 쓴 서사입니다.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지방의 시각에서 그 공공기관이 어디에 어떻게 정착하면 좋을지도 정밀하게 설정했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혁신도시가 되레 지방도시를 죽였다든지, 혁신도시에 공공기관만 가득할 뿐 의료·교육시설은 부족하다든지 하는 아우성이 지금같지는 않았겠죠.
최근 진주시를 발칵 뒤집은 사건이 있습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의 대전 이전 논란입니다. 이 사건은 균형발전에 무신경하게 접근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기연은 2014년 진주 혁신도시로 옮겼습니다. 그 상위 기관인 방위사업청은 서울에 남았고요.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대선 때 방위사업청을 대전으로 옮긴다고 약속하면서 일부가 대전으로 2023년 7월 옮겼습니다. 방사청과 국기연은 하는 일이 밀접한 기관인데 계속 떨어져 있게 된 거죠. 그래서 국기연 일부가 대전으로 옮기려고 하자 ‘혁신도시 이탈 첫 사례’, 이렇게 논란이 벌어진 겁니다.
국기연 사태는 마치 지방에 베풀듯 공공기관을 여기저기 흩뿌린 결과, 그 어느 쪽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게 된 현실을 보여줍니다. 지방을 이렇게 ‘시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부터 먼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 관점이 달라지지 않는 한 균형발전은 시작조차 못 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래 그림은 공공기관을 각 혁신도시에 나눠주기식으로 옮긴 사례를 잘 보여줍니다. ‘농업지원’ 관련 공공기관 13개도 지방으로 이주하면서 광주전남, 전북전주완주, 경북김천 등 3개 혁신도시로 흩어졌습니다. 업무 연관성보다는 지역 안배에 치중한 결과, 유관 기관 협업 등 집적효과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3. 끊임없이 의심하기
선거를 눈앞에 두고 꺼낸 약속이란 걸 뻔히 알면서도 ‘이번엔 다를까?’라며 흔들립니다. 서울 다음으로 큰 도시인 부산마저 수도권에 인구를 뺏기는 현실에서 균형발전을 정말 간절하게 바라기 때문이겠죠. 그럴수록 냉철하게 직시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서울을 지역구로 두지 않은 국회의원 3명 중 1명이 서울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공무원의 자녀 3명 중 1명만이 세종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균형발전을 앞장서 추구할 책무를 지닌 사람들마저 ‘서울 패권주의’에 기대 집값 상승을 누리거나, 지방도시의 학교 등 인프라를 외면했어요.
이렇게 정책 설계자도 믿지 않는 균형발전 정책을 무작정 믿고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혁신도시가 숱한 구도심을 집어삼켰듯이 어쩌면 그 길은 정말 선의로 포장된 지옥, 즉 ‘지방소멸’로 가는 길인지도 모릅니다. 선거가 끝났으니, 이제는 의심의 눈초리를 좀 더 날카롭게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 22대 총선에선 유난히 특정 지역을 겨냥한 대형 공약이 많이 나왔어요. 공약집에도 없던 ‘국회의 세종시 이전’이 대표적입니다.
◆ 거대 양당은 국회의 세종 이전에 관해 일관된 자세를 보였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2004년 헌법재판소의 ‘관습헌법’ 판단을 뛰어넘으려면 개헌이 필요합니다.
◆ ‘공공기관 나눠주기’에만 매몰된 균형발전 정책은 여전히 막강한 수도권 중심 시각을 보여줍니다. 달콤한 약속을 끊임없이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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