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관철 칼럼] AI 3강, 제3의 길을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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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5-07-03 21:26본문
보스턴컨설팅그룹이 7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해 말 내놓은 ‘AI 성숙도 매트릭스’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2위 그룹이었다. ‘AI 선도국’에는 미국, 중국,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가 포함됐으며 다음 단계인 ‘AI 안정적 경쟁국가’에는 한국을 비롯해 호주, 프랑스, 독일, 일본, 말레이시아, 대만 등이 속했다. AI 3강은 결코 쉽지 않은 목표다. 대내외 여건과 한국의 실상을 면밀히 돌아보고 전략을 가다듬을 때다.
지난달 25일 열린 <2025 경향포럼> 참석차 방한했던 보 안 싱가포르 난양공대 컴퓨터과학과 석좌교수는 “중국의 딥시크가 기업들에 희망을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접한 가장 인상적인 AI 관련 뉴스로 딥시크의 저비용 AI모델 ‘R1’을 꼽았다. 스타트업 딥시크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AI 기업들에 ‘우리도 가능하다. 추격에 능한 중국 기업이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게 뭐냐’는 자신감을 심어주었을 법하다.
그러나 딥시크가 이미 존재하는 기술 위에 새로운 가치를 쌓아 올렸다 할지라도 기저에는 중국의 과학기술 백년지계가 있었음을 잊어선 안 된다. 과학계 원로에 대한 국가 차원의 극진한 예우, 기초과학을 중시하는 일관된 정책이 핵심이다. 기존 기술을 잘 활용해 단기간에 좋은 제품을 만드는 개발에만 주력하는 것 같지만 중국은 원천기술과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를 결코 등한시하지 않았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정한 AI 인재 순유출국이지만 중국은 전 세계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을 무작정 따라 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첨단산업에서 무섭게 굴기하는 중국에 배울 건 배우자는 분위기가 싹트는 건 다행이지만 배울 것과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을 냉철하게 구분해야 한다. 중국은 체제 성격상 AI의 그늘을 보완하는 작업보다 기술 개발에만 주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빅브러더로서 국가의 역할을 절대시하는 한 AI를 둘러싼 수많은 우려와 부작용을 해소할 정책을 펼 것으로 보긴 어렵다. 연구 실적에 관한 한 가혹하리만큼 적자생존 논리가 퍼져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기술과 투자에서 가장 앞선 미국의 AI 산업 현황은 거대 기업의 기술 장악과 부의 집중으로 요약된다. 메타,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 등 4개 빅테크 기업의 올해 AI 투자 규모는 3200억달러(434조원)에 달한다. 반면 변화에 뒤처질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 대한 관심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오픈AI를 두고는 인류를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서겠다며 비영리조직으로 출범한 기업이 초심을 잃고 공룡 기업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는 혹평도 나온다. AI법을 가장 먼저 만든 유럽은 윤리·투명성 중심의 강력한 규제에 발목이 잡혀 투자 유치에 애를 먹고 있다. 스포츠 경기로 치면 과도하게 수비 위주의 플레이를 펼치는 셈이다.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이재명 정부가 참고할 절대적 모델은 없다. 기술과 자본에서 현저한 격차가 있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을 따라 하기도 불가능하다. 전 세계는 하나의 시장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명심하면서, 한국 경제의 장단점과 사회문화적 토양에 걸맞은 길을 찾아가야 한다. 예컨대 한국은 제조업에서 수집한 막대한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빅테크의 AI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통제할 수 있는 ‘소버린 AI’도 절실하다.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한국이 거대언어모델(LLM)을 만드는 방식을 통해 강대국을 따라잡기는 비현실적이란 우려도 있지만 핵심산업의 보호란 국익 관점에서 보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한국 경제는 IT혁명에 올라타며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었다. 지금은 AI 물결 속에서 반드시 저성장 타개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하며 과학기술계의 사기를 꺾어버린 윤석열 정부가 못내 아쉽지만, 허비한 시간을 만회할 토대는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진정한 글로벌 3강은 양적 위주의 성장이 아니라 AI를 통해 사회 전체가 성장하고,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는 구조를 만드는 질적 성장이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일본산 수입품에 대해 지난 4월 발표한 상호관세율(24%)보다 높은 30~3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과 무역 협상이 잘 풀리지 않자 관세율을 높여 부르며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일본과 협상을 진행해왔다”며 “합의를 할 수 있을지 확신을 못하겠다.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일본)에게 서한을 보내 ‘매우 감사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당신들이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당신들은 30%, 35% 또는 우리가 정한 세율만큼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하겠다”고 했다. 이어 “왜냐하면 우리는 매우 큰 무역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 규모는 약 685억달러(약 93조원)로,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약 699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사랑하고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도 정말 좋아한다”면서 “그들은 우리에게서 30~40년간 뜯어가면서 잘못 길들었고 합의를 하기가 정말로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일부 국가에는 아예 (미국과의) 무역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나 대부분은 수치(세율)를 정해 1쪽이나 1쪽 반 정도 분량의 친절한 서한을 단순하게 써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유예가 끝나는 오는 8일까지 무역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는 국가에는 관세율을 일방 통보하겠다고 말해왔다.
미·일은 7차례 장관급 통상 협상을 벌였으나 주요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일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는 “일본은 자동차 관세 면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점차 인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일본은 미국과 어떤 합의를 하더라도 그것이 최종적이며 추가 세율 인상은 없으리라는 것을 보장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2일 토론회에서 “기본적으로 관세보다는 투자로 앞으로도 국익을 지켜갈 것”이라며 과거 발언과 비슷한 취지로 말했다. 일본 측 협상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도 “언급을 자제하겠다”며 “진지하고 성실한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2월7일 백악관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취임 전인 지난해 12월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트럼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미 외교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무역 협상에선 요구 사항을 관철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협상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불만을 나타내면서 상황이 한층 더 엄중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정에 가까운 시각, 텅 빈 밤거리로 나섰습니다. 무더웠던 낮에 비해 기온이 뚝 떨어진 밤공기는 안개가 낀 듯 촉촉했습니다. 여름밤은 나긋했습니다. 기분이 적당히 차분해지는 종류의 서늘함이었습니다. 그때 사거리 신호등의 초록불이 깜빡거리기에 달릴 준비를 했습니다. 저는 혼잣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때가 많은데요. “지금이야. 달려. 달려!” 하면서 달리기 시작하려는데 곧바로 빨간불이 됐습니다. 저는 본격적으로 달리려다가 우뚝 멈춰 서는 우스꽝스러운 모양새가 됐지요.
그때 옆을 보니 거기 남자분이 서 계셨어요. 사거리에는 우리 둘만 있었고 우리는 눈이 마주쳤습니다. 둘밖에 없는 데다 제가 방금 애니 주인공처럼 파이팅 넘치는 혼잣말을 했고 더군다나 우스꽝스럽게 멈춰 섰으니까요. 그분은 애써 모른 척 시선을 돌렸고 저도 아래로 시선을 떨구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정말 귀여운 개 친구들이 있는 게 아니겠어요. 무려 커다란 삽살개가 둘이나요. 하나는 눈처럼 하얗고 다른 하나는 석탄같이 시꺼멨습니다. 둘 다 눈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털이 부숭부숭해서는 혀를 내놓고 잔뜩 신이 나 있었습니다. 잘 길들여진 친구들인지 신호를 기다리는 주인 옆에서 얌전히 자리를 잡고 있었어요.
저는 삽살개들이 귀여워서 종일이라도 쳐다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남의 개들을 빤히 쳐다보는 것이 예의 바른 행동인지 판단할 수 없어 애써 고개를 앞으로 돌렸습니다. 그때 딱딱한 것들이 부딪히는 것 같은 토도독토도독 소리가 났어요. 저는 다시 삽살개들을 보았습니다. 주인이 삽살개들에게 간식을 주는 소리였습니다. 토도독토도독.
그때 다른 쪽 길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어요. 추리닝과 슬리퍼 차림의 남자. 목적지가 없어 보이는 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걸이. 어딘가 의례적인 듯한, 느긋한 듯한 그들의 걸음 끝에는 역시 동행자가 있었습니다. 이번엔 하얀 시추였어요. 시추가 맞나? 하여튼 삽살개의 반만 한 시추였습니다. 시추는 앞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발랄하게 걸어오다가 신호등 기둥에서 멈춰 킁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주인은 무심코 걸어오다가 시추가 멈추자 함께 걸음을 멈췄어요. 그제야 거기가 신호등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듯했습니다. 그러곤 멀지 않은 곳에 커다란 삽살개 두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시추는 신호등 기둥을 향해 한쪽 다리를 번쩍 들어 올렸고, 주인은 삽살개를 힐끔거렸습니다. 쳐다봐도 될까 고민하는 것 같았어요. 삽살개는 토도독토도독 소리를 내고 있었고, 그래도 그게 예의가 맞나, 하는 고민을 하면서요.
그러다 시추가 드디어 삽살개를 발견한 겁니다. 시추는 목줄이 허락하는 데까지 삽살개를 향해 돌진했습니다. 시추의 주인은 그들이 너무 가까워지지 않도록 목줄을 잡아 저지했습니다. 반면 삽살개 주인은 미동도 하지 않았어요. 삽살개의 주인은 개들의 털을 사이좋게 섞어놓은 듯이 머리가 멋있는 색으로 세어 있었습니다. 역시 잘 훈련된 듯한 삽살개들은 시추를 보고도 주인 곁을 떠나지 않았어요. 하얀 삽살개만이 그 자리에서 시추를 바라보며 쇳소리를 냈습니다. 개들은 어떻게 저런 희미하면서도 무시하기 어려우면서도 분명한 쇳소리를 내는 걸까. 저는 감탄했고 시추와 삽살개는 서로의 냄새를 맡고 싶어 했습니다.
그때 별로 멀지 않은 곳에서 또 한 명의 추리닝, 슬리퍼, 같은 속도의 걸음걸이, 그리고 역시나 또 하나의 개가 종종거리며 다가오고 있었어요. 귀를 쫑긋 세운 웰시코기였습니다. 요즘이 산책하기 좋은 시기인가 봐요. 그쵸. 많이 덥지도 않고, 적당히 서늘하고. 그래서인가 봐요. 벌써 자정인데, 이렇게 한적한 사거리가 오후 두 시처럼 개판이 벌어졌습니다. 이거 뭐 나이트 워커스네. 귀여운 강아지들을 예의에 어긋나지 않을 정도로만 흘깃거리고 있는데, 어느새 다시 초록불이 되었습니다.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로드리고 차베스 코스타리카 대통령이 기소될 위기에 처했다. 코스타리카 재판부가 대통령 형사 불소추특권 효력을 해제해달라는 검찰 요청을 의회에 전달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코스타리카 일간지 라나시온은 1일(현지시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찬성 15명, 반대 7명 의견으로 차베스 대통령과 호르헤 로드리게스 문화부 장관의 형사 불소추특권 해제안을 의결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 직후 자신의 최측근이 운영하는 회사 ‘RMC 라프로둑토라’가 정부 사업 수주 업체로 선정될 수 있게 하려고 당시 통신부 장관이었던 로드리게스 장관에게 ‘맞춤형 공고’를 내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코스타리카 정부는 RMC 라프로둑토라와 의사소통 전략 컨설팅, 여론 분석, 대국민 메시지 제작 사업을 계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계약이 체결되기 전 사건 관계자들은 대통령 관저에서 여러 차례 접촉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계약 조건을 RMC 라프로둑토라 대표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 업체에 전달된 정부 사업비 일부는 차베스 대통령 측근의 주택 구매비로 흘러갔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헌법에 따라 형사 불소추특권을 가진 코스타리카 대통령은 기소될 수 없다. 다만 검찰의 불소추 특권 해제 요청과 대법원의 심사 및 의회 통보 절차를 거친 뒤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대통령도 기소될 수 있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차베스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여당 사회민주진보당(PPSD)은 전체 57석 중 8석만을 갖고 있어 이 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혐의가 인정되면 차베스 대통령은 징역 2년에서 8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2022년 대선 당시 불법 선거자금을 받은 혐의로도 검찰에서 별도 수사를 받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 측은 뇌물수수와 선거자금 불법 모금 등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내년 2월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그가 정치 공작의 희생자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대통령 불소추특권 해제 요청이 의회로 넘어간 것은 코스타리카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검찰은 2022년 2월 권한남용 혐의를 받았던 카를로스 알바라도 당시 대통령에 대해서도 불소추특권 효력 정지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다만 재판부가 이 사안을 의회로 넘길지 결정하기 전인 같은 해 5월 그의 임기가 끝났다.
경제학자 출신이자 세계은행에서 30년가량 근무한 차베스 대통령은 2022년 신생 정당인 PPSD를 창당하고 정치 개혁과 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당선됐다. 중도우파로 분류되는 그는 공공예산 삭감, 자원 개발 확대 등 정책을 추진하며 야당과 갈등을 겪어왔다.
2009년부터 4년 동안 방영된 <화이트 채플>이라는 영국 드라마가 있다. 런던의 동네 지명인 제목이 암시하듯이 이 드라마의 첫 시즌은 ‘잭 더 리퍼’ 사건의 모방범 이야기로 시작한다. 담당 경찰서의 수사반장 조셉 챈들러와 그의 조언자 에드가 중심인물이다. 에드는 경찰이 아니라 재야의 잭 더 리퍼 사건 마니아로서, 그가 평생 축적한 잭 더 리퍼 사건 관련 세부 지식은 조셉이 범인을 좁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는 잭 더 리퍼 사건 외에도 다양한 과거 범죄에 대한 지식을 지니고 있어서, 두 번째 시즌의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 이런 유용함을 고려한 조셉은, 세 번째 시즌에서 에드를 정식으로 경찰서의 기록관리원으로 채용하며, 과거의 범죄 기록을 정리하고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마침 이 시즌에서 과거와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 애매한 연쇄 살인 사건이 터진다.
경찰서의 수많은 범죄 기록을 눈앞에 두고, 의욕과 자신감이 과도해진 상태였던 에드는 이 살인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 만한, 비슷한 부류의 과거 기록을 열심히 찾아온다. 영국의 옛날 사건은 물론 한국의 지존파까지 언급할 정도니, 참으로 가상한 노력이었으나 불행히도 잘못된 참조였다. 마침내 수없는 헛발질 끝에 최종 해결에 의미 있는 조언을 함으로써 존재 의의를 증명하기는 했지만, 에드는 내내 자책감에 시달린다. ‘조금만 더 일찍 제대로 찾았다면 희생자가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이 드라마는 역사가나 역사 애호가들이 흔하게 저지르는 오류를 잘 보여준다. 사람들은 흔히 현실의 모든 사안에 대해 역사가 어떤 의미 있는 거울이 되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역사라는 건 일종의 인간 사회에 대한 광대한 데이터베이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실의 문제를 보고, ‘이런 비슷한 건이 있었을까’ 하며 역사책을 조금만 뒤적뒤적해보면 비슷해 보이는 건이 수없이 보인다. 어리석은 권력자와 사악한 배우자의 조합은 동서양에 넘쳐나며, 부자의 도덕적 타락과 빈자의 감당할 수 없는 고난은 체제의 해체를 불러온다. 어리석은 전쟁과 끔찍한 피해는 또 어떠한가. 인간은 언제나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세상은 모순에 가득 차 있으며 불안정하다. 아, 역시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렇게 손쉽게 역사와 현실을 유비하면 안 된다. 인간의 삶은 역사적, 사회적 조건에 따라 몹시 다르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현상이 비슷해 보인다고 과거의 일이 어떤 의미 있는 교훈을 줄 수 있다고 쉽게 단정해버리면, 에드가 그런 것처럼 연쇄 살인의 희생자만 늘어날 수 있다. 더구나 과거를 과거 그대로 보는 것도 불가능하고 논쟁적인데, 현실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덤블도어가 과거의 기억들을 모아 놓고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어떤 일은 지나고 나야 무슨 일인지 알 수 있게 된다고. 이처럼 그 시절이 지나고 나야 그것이 무슨 일이었는지 똑똑하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역사란 죽은 자가 남긴 글과 흔적을 산 자가 읽고 풀이하고 다시 쓰는 행위를 통해 만들어진다. 이 공정의 어디에서든 의도적이건 의도적이지 않건 여러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죽은 자도 자신의 현실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의 의도를 담아 글을 남기기 마련이며 산 자는 죽은 자의 현실도, 자신의 현실도 불완전하게 이해하는 상태에서 자기 의도를 담아 역사를 읽고 쓰게 되어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팸플릿 쓰듯이 ‘역사의 교훈’을 외치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현재와 과거 어디에서건 발생할 수 있는 몰이해, 양자의 비교 판단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오류 등, 역사의 교훈을 찾고 말하는 행위 곳곳에는 상당한 오해의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역사 리터러시 규칙 제11조가 있다. “역사에서 손쉽게 교훈을 찾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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