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효자동 센트럴에비뉴원 [이윤학의 삼코노미]환율은 결과, 문제는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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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6-01-10 10:29본문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우리는 즉각 금리차를 떠올린다. 미국이 금리를 낮추고 한국은 동결했는데 왜 원화가 약해졌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환율은 단기적인 바람에 흔들리는 파도가 아니라 이미 방향을 바꾼 해류에 더 가깝다.
금리차로 환율을 설명하는 이론은 교과서적으로 유효하지만 현실의 환율은 금리보다 성장률, 더 정확히는 성장에 대한 확신을 반영한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 연 4~5% 성장을 일상적으로 누리던 나라였다. 당시 환율은 위기가 아니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의 탄력은 눈에 띄게 낮아졌고, 한국은행 등 연구기관들은 한국의 잠재 성장률을 2% 안팎으로 보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전망이다. 2023년 이후 2027년까지의 성장률 예상치는 대체로 1%대 중후반에 머물고 있다. 아직 확정된 통계는 아니지만, 시장이 이 기간을 두고 ‘잃어버린 5년’을 우려하는 이유다. 환율은 과거의 성적표가 아니라 앞으로의 성장 기대치를 냉정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무역수지를 살펴봐도 환율의 움직임은 직관적이지 않다. 한국은 최근 무역수지를 다시 흑자로 돌려세웠다.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됐고, 에너지 가격 안정도 도움이 됐다. 과거라면 이 상황은 원화 강세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들어오는 달러가 국내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환율을 설명하는 중심축은 경상수지가 아니라 자본의 방향성으로 이동했다.
2014년은 한국의 순대외 금융자산이 처음으로 흑자 전환된 해다. 이후 해외 투자는 구조적으로 확대됐고, 2024년 말 기준 한국의 순대외 금융자산은 약 1조1023억달러로 사상 최초로 1조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한국이 외화를 벌어 쌓아두는 나라에서 외화를 해외로 분산하는 나라로 구조적으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경상수지가 흑자여도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 이유는 벌어들인 달러보다 해외로 투자하는 달러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해외 증권 투자가 있다. 2014년 말 기준 한국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 잔액은 약 2063억달러에 불과했으나, 개인과 기관의 해외 투자가 일상화되며 2025년 1분기 말에는 1조118억달러로 1조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10여년 만에 5배 가까이로 증가한 셈이다. 중요한 점은 이 자금의 성격이다. 단기 차익을 노리고 치고 빠지는 돈이 아니라, 연금처럼 장기 투자의 성격을 지닌 자금이다.
결국 원화가 강세를 보일 때마다 해외 자산을 더 사들이는 구조가 형성됐다. 원화 강세가 자금 회귀가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해외 투자의 신호가 되는 역설이 발생한 것이다.
기업의 행동도 변화하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대기업들은 더 이상 달러를 벌어 즉시 원화로 바꾸지 않는다. 해외 공장과 설비 투자, 현지 인수·합병이 늘어나면서 달러 매출은 해외에서 다시 사용된다.
자연 헤지와 현지화가 일반화됨에 따라 수출이 늘어도 국내 외환시장에 공급되는 달러는 줄어들고 있다. ‘수출 호황은 원화 강세’라는 과거 공식이 이제 무력화되고 있다.
결국 지금의 환율은 성장 둔화와 해외 자산 축적이 동시에 진행된 구조적 결과다. 따라서 환율은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환율을 낮추기 위해 정부의 구두 개입이나 정책적 대응이 가능하지만, 체온계의 숫자를 낮추는 것과 몸을 회복시키는 것은 다르다. 성장이라는 체력이 회복되지 않는 한, 환율은 계속 불편한 신호를 보낼 것이다.
우리는 열이 난다고 체온계를 탓하지 않는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환율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문제는 성장이다. 해열제가 아니라 체력이 필요하다. 체온계가 보내는 불편한 경고를 소음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환율은 이미 답을 말하고 있다.
지키려는 미국이냐, 추격하는 중국이냐. 이공계 인재들은 ‘판이 바뀌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 이들의 선택은 곧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와도 직결된 문제다.
중국의 기술굴기를 논할 때 이공계 인재 양성이 빠질 수 없다. 중국은 내부에서 인재를 기르는 동시에, 미국 등지에서 기술을 익힌 자국 과학기술 인재를 불러들이는 걸 넘어 해외 인력을 적극 끌어안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카이스트(KAIST)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초 카이스트 교수 149명이 중국으로부터 포섭 e메일을 받았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중국의 이 같은 ‘일해보자’는 제안은 대학원생들에게도 향했다.
그러나 중국행은 여전히 쉽지 않은 선택지다. 배신자로 낙인찍히거나 기술 유출 의심을 받기도 해서다. 역사적 맥락도 있다. 한국은 서방국가의 과학기술 패러다임을 충실히 따르며 성장해왔다. 국내 대학 교수진은 미국 및 유럽 출신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정년퇴직 후 중국으로 건너가 연구하는 교수가 많다’는 사실은 요즘 이공계에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포항공대(포스텍) 박사후연구원 A씨(29)는 “중국이 한 분야를 따라잡기 시작하면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할 정도”라고 했다.
기술 경쟁과 국제질서 변화는 멀리 있지 않다. 카이스트 자연과학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인 마준석씨(29)는 “반도체·인공지능(AI)·통신 인프라와 같은 전략산업은 국가 간 규제와 제재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커리어 선택 자체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연동된다”고 말했다. 포항공대에서 반도체 소재를 연구 중인 권민구씨(27)도 “대학원 졸업 후 진로를 결정할 때 미·중 경쟁의 영향이 클 것 같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11~12월 이공계 학부생과 대학원생, 박사후연구원, 현직자 등 총 16명과 대면·전화·서면 인터뷰를 해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 한국 이공계의 목소리를 들었다. 대면 및 전화 인터뷰는 각각 약 1시간씩 소요됐다. 인터뷰는 수도권을 비롯해 대전 카이스트와 경북 포항공대에서도 진행했다.
이들은 미국이나 중국으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선 인재에 대한 낮은 처우 개선은 물론, 국내로 유턴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도 한국만의 틈새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했다. 또 미·중 이외 국가들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운신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인터뷰 참여자의 62.5%(16명 중 10명)는 학업이나 취업을 위해 해외로 나갈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 중 학창 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1명을 제외하곤 모두 미국을 ‘가장 가고 싶은 국가’로 꼽았다. 독일·영국·호주·싱가포르·일본 등이 차순위로 꼽혔다. “바로 대답할 수 있는 건 미국 딱 하나” “의문의 여지가 없이 당연히 미국” 등 미국이 유일한 ‘꿈의 국가’인 사례도 있었다.
미국과 중국으로 선택지를 좁히면 미국 선호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 ‘미국, 중국 기업이나 대학 등에서 동시에 영입 제안이 온다면 어디로 갈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모르겠다”고 답한 1명을 제외한 15명 모두가 미국행을 택했다. 단, “학교라면 미국을 가겠지만 기업이라면 중국을 가겠다”며 학업과 취업을 분리해 답변한 경우도 있었다.
우수한 연구환경과 높은 성장 가능성, 굴지의 테크 기업 등 미국행을 고려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포항공대 AI대학원 박사과정생인 신경수씨(37)는 “학·석사 때 미국에 다녀왔는데 실력 있는 연구직 종사자가 많아 연구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었다”며 “대부분의 행정 처리가 투명하게 이뤄지고 연구 외의 잡무가 적었다”고 했다.
전문직을 그만두고 AI 박사과정 중인 B씨(36)는 “전 세계 뛰어난 사람들이 다 미국에 모이지 않느냐”며 “그래서 한번 구경하고 싶다. ‘그런 사람들이랑 같이 일하면 어떨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국내 대기업에서 메모리반도체를 연구하는 C씨(33)는 “엔비디아·AMD 등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구글·아마존웹서비스(AWS)·메타 등 플랫폼 기업들도 데이터센터를 위한 시스템온칩(SoC)을 자사가 설계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할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문직 비자 신청 수수료를 대폭 올리는 등 이민자 홀대 정책을 펴면서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취업을 희망하지만 “트럼프 정부일 때는 미국에 가고 싶지 않다”는 답변이 나왔다. 미국 비자가 나오지 않아 취업을 포기하고 국내 대기업으로 향한 사례도 있었다.
미·중 패권 경쟁은 중국행을 망설이는 이유로 작용했다. 중국에서 경력을 쌓는다는 것은 향후 미국이나 기타 자유주의 진영 국가에서 일하지 못할 위험 부담을 떠안는 것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포항공대 화학공학 전공 석박사 통합과정생인 조성재씨(26)는 “당장 크게 와닿진 않지만,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 진로 범위에 제약이 생길 것”이라며 “어느 한쪽을 선택해버린 순간 다른 한쪽에 대한 길은 완전히 차단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중용도(dual-use) 기술 연구·개발(R&D) 참여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카이스트 AI 전공 박사후연구원인 D씨(30)는 최근 중국 기업으로부터 ‘같이 연구하자’는 취지의 e메일 2개를 받았다. 그는 “중국 회사에는 웬만하면 답장을 안 한다”며 “겉으로 봤을 때만 IT(정보기술) 회사고, 군사 쪽으로 (기술이) 쓰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화웨이와 인텔리퓨전에서 대학원생들에게 홍보성 e메일을 많이 보낸다고 말했다.
일부는 중국 빅테크 기업 앞에서 ‘X’가 ‘O’로 바뀌었다. 스타트업에서 AI 개발자로 일하는 E씨(29)는 “중국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알리바바 정도의 회사에서 저를 쓰겠다 하면 당연히 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구글을 ‘꿈의 기업’으로 꼽은 서버 개발자 F씨(28)는 화웨이에서 입사 제안이 온다면 어떨지 묻자 “좋을 거 같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를 고려하면 ‘△’가 되기도 했다. F씨는 “해외 경험을 쌓더라도 결국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한국”이라며 “중국에서 일하고 왔다고 하면 평판이 좀 안 좋을 수도 있을 거 같다”고 했다.
미·중이 전 세계 인재를 앞다퉈 흡수하는 가운데 한국은 인재 유출 방지라는 과제에 직면했다. A씨는 “제 주변엔 그렇게 막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떠밀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해외에 박사후연구원을 나갔다가 한국에는 일자리가 없어 그냥 해외에 정착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AI 등 수요가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이공계의 해외 이직은 이미 활발하다. 한국은행 보고서 ‘BOK 이슈노트 2025-36’(박근용 외)에 따르면 링크드인 기반 조사 결과, 2024년 기준 한국 AI 인력의 약 16%가 해외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타 업종 근로자에 비해 약 6%포인트 높은 수치다.
낮은 처우는 한국 잔류 의지를 꺾었다. 해외 취업을 고려 중인 한 박사과정생은 “한국에선 만족스러운 연봉을 받지 못한다”며 “그 돈을 받고 다닐 거면 (애초에) 유학을 안 가도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의대 쏠림 현상과도 연결된다. 고급 인재들이 기대소득이 높은 의대로 향하기 때문이다. 한 응답자는 “의대하면 확실히 ‘돈을 잘 번다’는 인식도 있다”며 “공대도 전반적으로 대우를 향상시켜주면 좋을 거 같다”고 했다. “의대라든지 다른 좋은 데를 갈 실력으로 이공계 대학원에 온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보장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해외 연구 경력이 한국에서 연봉을 높이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한 서구권 국가에서 한국 기업의 채용설명회를 다녀왔다는 응답자는 “같은 박사인데도 한국에서 뽑히면 1억원, 현지에서 데려가는 조건이면 3억원을 받더라”고 전했다.
부족한 연구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포항공대 화학공학과에서 연구 중인 G씨(25)는 “연구를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못하면 ‘이걸 그만해야 되나’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톱티어 대학 이외의 대학들에 경제적 지원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씨는 “연구를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건 결국 돈”이라고 했다.
인재 이탈을 원천봉쇄하는 건 비현실적일뿐더러 다양한 연구 경험을 중시하는 이공계 문화와도 맞지 않다. 특히 국내 교수 임용을 꿈꾸는 이공계 학도에게 해외 유수의 과학자들과 연구 성과를 내고 인맥을 쌓는 것은 ‘필수 코스’로 꼽힌다.
한 응답자는 “부동산이랑 똑같다. 서울에 살고 싶어 하듯 더 좋은 일자리에 가고 싶은 것”이라며 “어차피 나갈 사람은 나가는데, 부동산 규제하듯 조이면 한국에 더 돌아오기 싫을 것”이라고 했다.
중요한 건 출국을 막는 게 아니라 성공적인 유턴 사례 축적이란 게 다수 연구자들의 생각이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이런 모습이겠구나’ 하는 롤모델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유학이나 취업을 고려하는 이들 대부분은 “나중에 한국에 돌아오고 싶다”고 답했다. ‘가족이 한국에 있어서’ ‘언어와 문화가 다른 국가에서 평생을 사는 건 쉽지 않아서’ 등 이유는 다양했다. A씨는 “해외 기업에 가면 ‘잠시 찍고 오는’ 느낌”이라며 “창업을 하지 않는 이상 국내 대기업에 가고 싶다”고 했다.
한국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도 있었다. 미국에 박사후연구원으로 가고 싶다는 D씨는 “처음엔 한국 연구자가 미국이라는 메이저 게임판에서 살아남아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있었다”며 “최근 생각이 바뀌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미국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 뭔가 잘 꾸려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잔류를 택한 이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생인 김진유씨(35)는 진행 중인 연구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해외로 나가는 것을 고려해본 적 없다고 했다.
김씨는 “현재 상당한 규모의 국가 R&D 예산이 특정 부처나 기관에서 기획된 과제를 중심으로 소모되고 있으나, 실제 연구를 수행하는 대학원생과 연구원에게 체감되는 지원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직접적 지원이 강화돼야 우수 인재가 연구 현장에 머무를 수 있으며, 이는 결국 국가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미·중 패권 경쟁을 위기로만 볼 게 아니라, 한국의 ‘대체 불가능한’ 기술 영역을 넓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건국대 자유전공학부 1학년 H씨(20)는 “한국은 미·중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며 활발히 교류해야 하고, 한국 자체의 기술력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 속에서 한국의 입지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김진유씨는 “미국, 중국과 비교해 한국의 인적·물적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 모든 분야에서 정면 경쟁하기보다는 이미 강점을 보유한 문화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하거나 배터리, 반도체 공정, 로봇, 의료 AI 등 특정 틈새기술 영역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도 촉구했다. 기초과학 연구자들 사이에서 ‘AI만 붙이면 과제가 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고 한다. 정부가 과학기술 육성에 막대한 투자를 해도 반도체나 AI·로봇 등에 비해 기초과학 연구에 돌아가는 돈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미국 뉴욕대 졸업 후 카이스트 생명과학 박사과정 중인 장현수씨(31)는 “전문가 검토를 거쳐 (여러 분야에) 분산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장에서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봐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기초과학에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했다. 실험주기가 긴 기초과학 특성을 고려해 장기간 꾸준히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전자 가위나 mRNA 백신도 기초과학에서 비롯돼 발전된 것”이라며 “언제 성과를 낼지 모르는 분야”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대학원총학생회장인 이슬기씨(29)는 넓은 시야를 강조했다. 이씨는 “‘세계’를 말할 때 미국과 중국밖에 없는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다”며 “미·중 외의 국가들과 맺는 관계를 더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고 했다.
막연한 위기담론은 경계했다. 그는 “‘지금 기회가 열렸어. 해보자’라는 기대감과 ‘우리는 빨리해내야 한다. 위급하다’는 불안감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고 했다.
현실적인 목표부터 차근차근 이루자는 의견도 나왔다. B씨는 “우리가 처음부터 챗GPT를 만들 순 없다”며 “우리 생태계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내수용 AI 개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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