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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진의 우주로 읽는 과학]우주 공간 활용한 가치 창출·글로벌 국가전략 내다보는 ‘천리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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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6-04-1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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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 5월, 소련 영공에서 군사시설을 촬영하던 미국의 U-2 정찰기가 미사일에 격추됐다. 이 사건으로 미·소관계가 급격히 악화하며 냉전의 긴장이 크게 고조됐다. 이후 미국은 유인 정찰의 한계를 인식하고, 위성 기반 정찰 체계를 발전시켜 소련의 핵실험장과 전략폭격기, 잠수함 기지 등을 지속해서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U-2기 사건은 위성 정찰의 전략적 필요성을 부각하고, 그 실용화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기상이 악화하거나 구름이 많을 경우, 광학 위성을 이용한 지표 관측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적외선 센서와 합성개구레이더(SAR) 같은 다양한 관측 기술이 개발됐으며, 현재는 전자기파의 파장별 특성을 활용해 대기 중 수증기·오존·이산화탄소 등 기체 성분의 농도 변화까지 탐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봄철 황사와 같은 에어로졸 오염 물질의 발생과 이동은 정지궤도 기상위성의 다중 분광 센서로 준실시간으로 관측해 국민 건강과 일상생활에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다.
상업용 광학 위성영상의 최고 해상도는 약 30㎝ 내외로 항공기나 드론 영상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광범위한 지역을 비교적 제약 없이 주기적으로 관측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지표면에는 다양한 공간적 요소가 존재한다. 산맥과 하천·해안선 같은 자연 지형이 있고, 행정 경계와 구역처럼 인간이 설정한 구분도 있다. 그리고 도로와 철도·공항, 항만 등의 네트워크 역시 공간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또한 병원과 학교, 발전소 같은 사회 기반시설과 주거지 및 상업지역, 농지와 산림 등 토지 이용 형태와 그 분포도 중요한 가치를 형성한다.
더 나아가 인구 밀도, 소득 수준, 교통량과 같은 사회·경제적 지표도 특정 위치와 결합하면 중요한 공간적 정보가 된다. 결국 공간정보란 자연과 인간 활동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요소들의 위치와 분포, 그리고 상호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종합정보라 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다양한 공간 요소와 속성 정보를 통합한 지리정보시스템(GIS)이 보편화돼 있다. 위치 기반의 다양한 데이터를 포함하는 공간정보는 국가 행정 및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므로 지속적인 구축과 갱신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공간정보는 항공기 및 드론을 활용한 고정밀 데이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다만 해양이나 산악, 접경 지역과 같이 물리적 접근이 어렵거나 상시적인 관측이 필요한 경우에는 위성영상이 가장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관측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성영상은 국내 공간정보 체계의 구축과 갱신을 위한 기초 데이터의 제공과 전 지구적 변화 및 접근이 제한된 지역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이라는 두 가지 역할로 크게 구분이 가능하다.
한국은 1999년 아리랑 1호(KOMPSAT-1)를 시작으로 중량 1.5t급 다목적 실용위성 시리즈를 개발해왔다. 초기 성능은 약 6m급 해상도의 광학 관측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발사된 아리랑 7호 위성 영상은 0.3m급 초고해상도 성능을 갖췄다. 지상 자동차 종류가 세단인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지 구분이 가능한 정도로 발전했다.
또한 일부 위성은 적외선(IR) 센서와 SAR을 탑재해 주야간 및 기상과 무관하게 전천후 관측도 가능하다.
이러한 고해상도 위성은 국내 공간정보의 정밀도를 크게 향상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외에도 500㎏급 차세대 중형위성의 촬영 영상은 국내 공간정보 체계를 완성하는 중요한 구성 요소로 활용된다. 차세대 중형위성 2호는 고해상도 광학 영상으로 국토 관리 및 재난 대응에 활용되고 있으며, 4호는 다중 분광 센서로 농업 및 환경 감시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다만, 2호의 0.5m급 해상도가 일반적인 국토 관리 임무에는 충분하나 초정밀 분석이 요구되는 일부 분야에서는 고해상도의 해외 영상을 추가로 도입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일부 지자체는 초소형 위성으로 자체적인 영상을 확보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활용 측면에서는 분명한 기술적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위성영상은 전 지구를 대상으로 하는 광역성, 특정 지역을 주기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반복성,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연속성이 있고, 또한 영상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시계열 변화 분석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위성영상은 공간정보 데이터와는 구분되는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 지구적 환경 및 기후변화 모니터링과 해양오염 감시는 물론 홍수, 지진, 화산 분출 같은 대규모 재난의 관측 등이 가능하다. 이렇게 분석된 결과는 국가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중요한 정보 수단이 된다.
또한 접근이 어려운 지역을 지속적으로 관찰함으로써 군사와 안보 정보를 확보할 수 있고, 국제적 농작물 작황이나 에너지 생산 및 저장시설의 가동과 주요 자원의 물류 현황 등 세계 경제 활동 변화를 분석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선진국들은 국제 정세와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지구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국가 전략의 수립을 지원하는 핵심 인프라로 활용하고 있다. ‘뉴 스페이스 시대’를 주도하는 맥사 테크놀로지, 플래닛 랩스, 아이스아이 등은 자체 위성을 운영하며, 전 지구적 관측 데이터와 분석 결과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보유 위성은 없지만 팔란티어 역시 다양한 영상 및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고객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 데이터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위성영상 산업의 중심이 위성 보유와 촬영에서 벗어나 AI 기반 데이터 분석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가까운 미래에 20㎝ 이하의 초고해상도 위성영상이 가능해지면, AI 데이터 플랫폼은 지구 변화를 준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다. 이러한 플랫폼은 대용량의 고해상도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AI와 컴퓨팅 인프라의 기술 역량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관련 역량을 보유한 국가와 그러지 못한 국가 사이의 격차는 점점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은 충분히 위성영상의 활용을 준비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지난 30여년간 많은 우주개발 성과를 얻었지만, 여전히 우리의 영상 활용은 한반도 국토에 집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반도 북쪽과 일부 동북아시아를 관찰하고 있지만, 한반도 중심의 기상 변화와 국토 지리, 농업, 수자원, 산림자원에 관한 정보 수집과 공간정보 생산이 대부분이다.
세계 경제, 국제 정세, 해양물류, 대형 재난·재해와 국지전 전황 분석을 위한 정보는 상당 부분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한계는 기술의 부족보다는 위성 운영과 데이터 활용에 대한 권한 체계 분산 같은 구조적 문제와 관련돼 있는 듯하다.
위성영상을 국가 핵심 자산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위성 관제, 촬영 권한, 영상 배포 권한, 활용 인프라 및 운영 규정 등 단계별 권한 체계의 정비와 재편이 필요하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촬영하고, 어떻게 저장하고 배포하며, 누가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권한과 역할을 명확히 정립하고, 이를 총괄·조정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은 위성영상 활용 분야를 확장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현재 한국에서 위성 관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총괄하고 있으나 촬영권, 데이터 배포, 저장 및 활용 체계, 운영 규정 등은 여전히 체계적인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통합된 정보 활용이 이뤄지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지난해 3월, 경남 산청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과 같은 사례에서 몇몇 위성영상과 해외 자료를 활용한 개별적인 분석 시도는 있었으나, 각 부처에 분산된 위성 정보를 통합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범정부 차원의 분석 체계가 작동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최근 이란을 중심으로 하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에너지 및 물류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용 가능한 우리의 우주자산과 위성영상으로 독자적인 분석을 시도한 사례는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은 국내 위성 자원의 통합적 활용 체계가 아직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며, 위성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범정부 차원의 플랫폼 구축과 지휘 체계의 일원화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한편, 위성영상의 활용 환경 측면에서도 제도적인 제약이 존재한다. 선진국에서는 동일한 해상도의 광학이나 SAR 및 적외선 영상을 해외 사업자를 통해 확보할 경우, 비교적 자유롭고 폭넓은 활용이 가능하다.
반면 한국은 보안 및 반출 규제 등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모든 고해상도 영상의 활용에 제약이 있으며, 관련 정책도 부처별로 분산돼 있어 일관된 운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초고해상도 및 SAR 영상의 생산·배포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통합된 관리 체계가 미흡해 민간 기업의 고부가가치 정보 생산 및 산업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 이런 환경은 민간의 대규모 투자 유인과 AI 분석 플랫폼 개발을 제한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다.
우주 강국은 단지 우주 기술 보유가 아니라 데이터와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서 실현된다. 이런 영향력은 플랫폼 개발을 통해 구현된다는 점에서, 이제는 ‘우주에 갈 수 있는 능력’을 넘어 ‘우주를 활용한 분석과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시급히 필요하다.
지난달 3일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공기열 에너지’를 재생에너지에 포함한다는 것이었다. 공기열 에너지는 히트펌프로 자연 상태의 대기에 존재하는 열을 에너지화한 것을 말한다.
중동전쟁으로 국내 원유·가스 수급의 주요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 에너지 위기가 확대되는 가운데 시행령 개정으로 히트펌프의 핵심 에너지원 중 하나인 공기열 에너지가 재생에너지에 공식 포함됨에 따라 히트펌프의 보급이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에너지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 냉·난방계의 전기차 버전인 히트펌프
히트펌프는 전기 에너지로 주변의 열을 끌어와 냉방이나 난방에 사용하는 장치를 말한다. 가스나 등유 등 화석연료를 직접 연소하지 않아 이산화탄소의 직접적 배출이 없고, 에너지 효율도 기존 화석연료 보일러보다 높아 친환경 장치로 분류된다. 쉽게 말해 ‘냉·난방계의 전기차’라 할 수 있다.
주변에서 끌어오는 열원에 따라 공기열 히트펌프, 수열 히트펌프, 지열 히트펌프로 구분되기도 하는데 향후 대세는 공기열이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수열의 경우 주변에 강·하천·호수 등이 필요하고, 지열 역시 땅속 깊이 설비를 설치해 비용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공기열 히트펌프만 보면, 사실 에어컨과 다를 바 없다. 에어컨이 냉매를 활용해 실내 온도를 낮춘다는 점에서 히트펌프의 한 종류라 할 수 있다. 최근에 출시되는 에어컨은 난방 기능도 포함하고 있는데 공기열을 활용해 공기로 열을 방출·흡수한다고 해서 ‘에어 투 에어(A2A) 히트펌프’라 부른다. 만약 공기열을 활용해 물로 열을 방출·흡수하면 ‘에어 투 워터(A2W) 히트펌프’로 부른다. 국내에서 주택 난방은 방바닥에 온수를 흘려 데우는 방식이 대부분이라 향후 A2W 히트펌프가 시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 ‘탈탄소’ ‘신성장 동력’ 두 마리 다 잡으려는 정부
정부는 올해를 ‘난방 전기화’의 원년으로 삼고, 히트펌프 보급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를 보급해 온실가스 감축과 신성장 동력 확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자료를 보면, 유럽이나 북미 등 다른 국가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히트펌프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며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 히트펌프 시장 규모가 2024년 900억달러(약 134조원)에서 2029년 1578억달러(약 235조원)로 연평균 11.8%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세계 난방 수요의 약 55%를 히트펌프가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일본 기업의 히트펌프가 가장 주목받고 있지만, 한국 기업의 위상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히트펌프 제조사로는 삼성전자, LG전자, 대성히트에너시스, 센추리, 오텍캐리어, 경동나비엔 등이 있다. 공기열 히트펌프는 2020~2023년 평균 성장률 26.7%를 기록했는데, 이 같은 추세라면 2030년 연간 240만대가 국내에서 판매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히트펌프는 설계·시공·배관·유지관리 등 설치 기반 산업 비중이 높아 시장이 커지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성장과 지역경제·내수 확대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 보급 확대 걸림돌은 높은 설치 비용, 아파트 위주 주거
히트펌프가 유럽이나 북미·중국 등에서는 차세대 친환경 냉·난방 장치로 주목받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여러 걸림돌이 존재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가격이 비싼 것과 마찬가지로 히트펌프는 일반 보일러보다 가격이 약 10배 비싸다. 일반 가스보일러 판매가는 100만원가량이지만, 히트펌프는 650만~75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히트펌프는 온수 등을 가둬두는 200만~300만원가량의 축열조도 필요해 초기비용만 1000만원에 육박한다.
국내 주거 유형 대부분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라는 점도 보급 확대의 걸림돌로 꼽힌다. 각 세대별로 히트펌프를 구축해야 하고, 기계실 등 공용공간에 대형 축열조가 필요해 히트펌프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주택건설기준 등 관련 규정을 바꿔야 한다.
정부는 보급 초기인 현재는 이 같은 걸림돌이 있지만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히트펌프의 보급이 확대될수록 판매 단가가 낮아지고, 관련 기술이 발전해 에너지 효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병철 기후에너지환경부 열산업혁신과장은 “히트펌프가 설치 비용은 기존 보일러보다는 비싸지만, 에너지 효율이 높아 정부 보조금을 빼고 실제로 부담하는 비용은 3~4년 지나면 회수하는 구조”라며 “현재는 데이터센터 등에서 발생하는 미활용 열이나 폐열을 활용하는 대용량 히트펌프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관련 법령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936년 11월20일, 일본인 고미술상들이 세운 미술품 거래기관 경성미술구락부가 모리 고이치 전 조선저축은행장 소장품 경매를 열었다. 이날 경매 중반에 “여러 사람이 마음 졸이며 기다리던 ‘청화백자양각진사철채난국초충문대병’(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이 나왔다고 고미술 수집가 이영섭이 1974년 2월 ‘월간 문화재’에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에 지부를 둔 고미술 거상 야마나카 상회와 간송 전형필이 호가 경쟁을 벌였다. “검과 검이 부딪쳐 불을 뿜는 듯”했던 경쟁의 승자는, 당시 기와집 15채 값인 1만4580원을 부른 전형필이었다. 이영섭은 “다시 현해탄을 건너려 하던 조선백자 중 가장 귀중한 한점을 그 일보 직전에서 수호하고야 말았다”며 “장하도다. 일본인 거상을 모두 물리치고 우리 민족에게 영광을 가져온 간송”을 칭송했다.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오는 15일 개막하는 특별전 ‘문화보국 : 신념으로 지켜낸 우리의 얼’에서는 전형필이 경성미술구락부 경매에서 사들여 지켜낸 주요한 유물을 소개한다. 전형필이 일제강점기 반출을 막고자 여러 경로로 사들인 유물 중 경성미술구락부 경매에서 사들인 것에 주목했다.
김영욱 간송미술관 전시교육팀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1920~1940년대 언론 매체 아카이브와 경성미술구락부 경매 도록을 중심으로 223회의 경매 기록을 확인했으며, 이중 전형필은 32회 응찰했다”며 “전형필이 사들인 유물은 약 350건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이 중 36건 46점을 엄선했다. 17~19세기를 아우르며 특정 작가에 국한되지 않고, 서화와 백자 등 종류도 다양하다.
1922년 설립된 경성미술구락부는 한반도의 고미술 유산이 일본으로 유출되는 통로이기도 했다. 이들이 여는 경매에는 일본인과 극소수 조선인만 출입할 수 있었는데, 전형필은 일본인 신보 기조를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은 “전형필의 생각에 공감하는 일본인들도 많았다”며 “간송 콜렉션은 많은 조선인과 일본인의 협력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출품작의 이름과 재료 등 일반적으로 공개되는 정보와 함께 유물을 사들인 경매의 명칭, 경매 출품 때의 유물명 등도 함께 소개된다. 출품작 중 유일한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18세기)은 경매 상황을 묘사한 이영섭과 박병래의 글(1973년 10월19일자 중앙일보 ‘간송의 쾌거’)이 함께 걸렸다. 백자병은 서로 다른 온도에서 색을 내는 세 물감가 모두 제 색을 낼 정도로 수준 높은 기술이 쓰였다. 일제 강점기 때도 가치가 높았던 이유다.
18세기 이름난 서화가인 강세황과 화가 심사정이 글·그림을 주고받은 연작 화첩 <표현연화첩> 또한 1943년 경매에서 전형필이 샀다. 심사정이 암벽과 수목을 그린 화첩의 3면, 강세황이 “맑음이 기이한 운치를 이루네”라고 글을 쓴 4면은 최초 공개된다.
‘간송 컬렉션’의 한 축을 이루는 추사 김정희와 추사학파의 글·그림도 경성미술구락부 경매에서 전형필이 사들였다. 김정희에게 서화를 배운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화첩 <석파묵란첩>도 전형필이 1930년 2월 경매에서 산 것이다. 이는 현존하는 전형필의 소장품 중 경성미술구락부 경매에서 가장 먼저 사들인 것으로 확인된다. 김정희가 문인 윤정현의 호를 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인 편액 ‘침계’는 전형필이 1940년 경매에서 샀는데, 윤정현에게 글씨 부탁을 받고 이를 잊지 않다가 30년 만에 써냈다는 기록이 함께 쓰였다.
전시에는 전형필이 1950년대 대한고미술협회 경매에서 사들인 유물 2건 3점도 출품된다. 전형필은 해방 후 유물 수집을 중단했으나, 한국전쟁 여파로 본인의 소장품이 훼손·유실되고 시장에서 거래되자 일부를 다시 사들였다. 1934년 입수했다가 잃어버린 후 1956년 경매에서 다시 산 이용림의 ‘서당아집도’(1864)은 그중 하나다. 4만환에 사들였다는 부기가 남았는데, 당시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명품이 3만~6만환에 거래됐다고 하니 적잖은 금액을 지불한 것이다.
간송미술관 건물 보화각 앞을 새로 지킬 석호상 한 쌍(19세기 말~20세기 초)도 선을 보인다. 원래 자리의 석사자상은 지난 1월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에 반환키로 합의된 상태다. 석사자상을 대신할 석호상 역시 전형필이 1935년 3월 경성미술구락부 경매에서 1200원에 사들였다.
전시는 6월14일까지. 관람료 성인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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