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혼전문변호사 탄소 감축 ‘더 빨리·더 많이’…시민 78% ‘조기 감축’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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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6-04-16 10:37본문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는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공론화위원회로부터 시민대표단 숙의 결과를 보고 받았다. 숙의·토론을 거친 시민들은 한국이 탄소를 전 세계 평균 수준에 맞춰, 보다 빠르게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지했다.
이번 공론화는 2024년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추진됐다. 헌재는 해당 법이 2030년까지의 감축목표만 정하고 2031년부터 2049년까지 19년간의 감축목표에 관해서는 어떤 형태의 정량적인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으며 미래 세대에 과도한 감축부담을 지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가 정한 법 개정 시한은 지난 2월28일까지였지만 국회는 시한을 3주 앞두고서야 공론화 절차에 착수했다. 총 31명으로 구성된 의제숙의단이 2박3일간의 워크숍을 통해 의제를 정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300명의 시민대표단과 40명의 미래세대 시민대표단이 4일간 숙의·토론을 진행했다. 조사는 토론회 직전과 토론회 직후 두 차례 이뤄졌다.
감축목표에서는 ‘전 세계 평균감축률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보기가 39.1%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전 세계 평균감축률보다 높은 수준’은 35.8%로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전 세계 평균감축률보다 낮은 수준’은 25.0%로 가장 낮은 답변률을 보였다.
‘전 세계 평균감축률 수준’은 사전 조사(50.1%)와 최종 조사(39.1%) 모두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으나, 토론을 거치며 최종 조사에서 응답률이 11.0%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전 세계 평균감축률보다 높은 수준’은24.5%에서 11.3%포인트 증가한 35.8%로 상승했다. 공론화 과정을 주관한 한국리서치는 “숙의 후 보다 적극적인 감축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감축경로에 관해서는 ‘초기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식(오목형 경로)’이 77.9%로 압도적인 선택을 받았다. ‘전체 기간 동안 비슷하게 감축하는 방식(선형 경로)’는 19.9%, ‘나중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식(볼록형 경로)’는 2.1%에 그쳤다.
사전 조사와 비교하면 오목형 경로는 51.2%에서 26.7%포인트 증가하고, 선형 경로와 볼록형 경로는 각각 17.2%포인트, 4.8%포인트 감소했다. 한국리서치는 “숙의 과정에서 감축 시점을 앞당기는 방향으로 의견이 전반적으로 수렴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숙의를 거쳐 생각할수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한 이른 시일에 줄이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앞서 의제숙의단이 선택지에서 배제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공론화위에서 선택지에 포함하기로 결정한 ‘나중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식(볼록형 경로)’은 사전 조사(6.9%)와 최종 조사(2.1%) 모두에서 가장 적은 선택을 받았다.
이행방안으로는 온실가스 배출 기업·제품 규제,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사용하는 기업·개인 지원, 탄소중립 과정에서 피해를 받는 지역·산업·노동자 지원, 탄소중립에 필요한 정부 예산과 민간 재원을 확보 등 모든 세부 의제에서 ‘매우 동의’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사전 조사에 비해 최종 조사에서 ‘매우 동의’ 비율이 모든 항목에서 크게 증가했다.
시민사회는 설문 조사 결과를 반기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은 한국이 전 세계 평균 이상으로 탄소를 감축할 책임이 있고, 지금 당장 감축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며 “국회는 더 이상 법 개정을 지연하지 말고 5월 내 입법을 완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 기후특위는 공론화 설문 조사 결과와 헌재 결정 취지 등을 종합해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국회는 이미 헌재가 제시한 법 개정 시한을 넘겼으며, 국회 기후특위 활동 기한은 오는 5월29일까지다.
1936년 11월20일, 일본인 고미술상들이 세운 미술품 거래기관 경성미술구락부가 모리 고이치 전 조선저축은행장 소장품 경매를 열었다. 이날 경매 중반에 “여러 사람이 마음 졸이며 기다리던 ‘청화백자양각진사철채난국초충문대병’(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이 나왔다고 고미술 수집가 이영섭이 1974년 2월 ‘월간 문화재’에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에 지부를 둔 고미술 거상 야마나카 상회와 간송 전형필이 호가 경쟁을 벌였다. “검과 검이 부딪쳐 불을 뿜는 듯”했던 경쟁의 승자는, 당시 기와집 15채 값인 1만4580원을 부른 전형필이었다. 이영섭은 “다시 현해탄을 건너려 하던 조선백자 중 가장 귀중한 한점을 그 일보 직전에서 수호하고야 말았다”며 “장하도다. 일본인 거상을 모두 물리치고 우리 민족에게 영광을 가져온 간송”을 칭송했다.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오는 15일 개막하는 특별전 ‘문화보국 : 신념으로 지켜낸 우리의 얼’에서는 전형필이 경성미술구락부 경매에서 사들여 지켜낸 주요한 유물을 소개한다. 전형필이 일제강점기 반출을 막고자 여러 경로로 사들인 유물 중 경성미술구락부 경매에서 사들인 것에 주목했다.
김영욱 간송미술관 전시교육팀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1920~1940년대 언론 매체 아카이브와 경성미술구락부 경매 도록을 중심으로 223회의 경매 기록을 확인했으며, 이중 전형필은 32회 응찰했다”며 “전형필이 사들인 유물은 약 350건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이 중 36건 46점을 엄선했다. 17~19세기를 아우르며 특정 작가에 국한되지 않고, 서화와 백자 등 종류도 다양하다.
1922년 설립된 경성미술구락부는 한반도의 고미술 유산이 일본으로 유출되는 통로이기도 했다. 이들이 여는 경매에는 일본인과 극소수 조선인만 출입할 수 있었는데, 전형필은 일본인 신보 기조를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은 “전형필의 생각에 공감하는 일본인들도 많았다”며 “간송 콜렉션은 많은 조선인과 일본인의 협력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출품작의 이름과 재료 등 일반적으로 공개되는 정보와 함께 유물을 사들인 경매의 명칭, 경매 출품 때의 유물명 등도 함께 소개된다. 출품작 중 유일한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18세기)은 경매 상황을 묘사한 이영섭과 박병래의 글(1973년 10월19일자 중앙일보 ‘간송의 쾌거’)이 함께 걸렸다. 백자병은 서로 다른 온도에서 색을 내는 세 물감가 모두 제 색을 낼 정도로 수준 높은 기술이 쓰였다. 일제 강점기 때도 가치가 높았던 이유다.
18세기 이름난 서화가인 강세황과 화가 심사정이 글·그림을 주고받은 연작 화첩 <표현연화첩> 또한 1943년 경매에서 전형필이 샀다. 심사정이 암벽과 수목을 그린 화첩의 3면, 강세황이 “맑음이 기이한 운치를 이루네”라고 글을 쓴 4면은 최초 공개된다.
‘간송 컬렉션’의 한 축을 이루는 추사 김정희와 추사학파의 글·그림도 경성미술구락부 경매에서 전형필이 사들였다. 김정희에게 서화를 배운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화첩 <석파묵란첩>도 전형필이 1930년 2월 경매에서 산 것이다. 이는 현존하는 전형필의 소장품 중 경성미술구락부 경매에서 가장 먼저 사들인 것으로 확인된다. 김정희가 문인 윤정현의 호를 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인 편액 ‘침계’는 전형필이 1940년 경매에서 샀는데, 윤정현에게 글씨 부탁을 받고 이를 잊지 않다가 30년 만에 써냈다는 기록이 함께 쓰였다.
전시에는 전형필이 1950년대 대한고미술협회 경매에서 사들인 유물 2건 3점도 출품된다. 전형필은 해방 후 유물 수집을 중단했으나, 한국전쟁 여파로 본인의 소장품이 훼손·유실되고 시장에서 거래되자 일부를 다시 사들였다. 1934년 입수했다가 잃어버린 후 1956년 경매에서 다시 산 이용림의 ‘서당아집도’(1864)은 그중 하나다. 4만환에 사들였다는 부기가 남았는데, 당시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명품이 3만~6만환에 거래됐다고 하니 적잖은 금액을 지불한 것이다.
간송미술관 건물 보화각 앞을 새로 지킬 석호상 한 쌍(19세기 말~20세기 초)도 선을 보인다. 원래 자리의 석사자상은 지난 1월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에 반환키로 합의된 상태다. 석사자상을 대신할 석호상 역시 전형필이 1935년 3월 경성미술구락부 경매에서 1200원에 사들였다.
전시는 6월14일까지. 관람료 성인 5000원.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갈 때마다 들르는 동네 일식당이 있다. 호텔 주방장 출신인 사장님은 은퇴 후 서너 평 남짓한 작은 식당을 차리고 정갈한 솜씨의 가정식을 깔끔하게 내놓으신다. 메뉴의 가짓수는 몇개 없지만 요리솜씨가 늘 감탄스러운 곳이다. “결제되셨습니다.” “식사 나왔습니다.” “식판은 퇴식구에 갖다 놔주세요.” 허튼 말을 절대 안 하는 사장님은 하루 종일 세 문장을 반복하면서 묵묵히 돈가스를 튀기고 우동을 삶는다.
그날은 어쩐 일인지 사장님이 안 계셨고, 다른 요리사가 주방에서 밀가루를 반죽하고 있었다. 심심찮게 건물이 바뀌고 주인이 바뀌는 빠른 속도에 인사도 없이 단골식당과 헤어진 게 벌써 여러 번, 이번에도 단골을 잃어버리게 된 건가 싶어 기운이 빠졌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도마를 앞에 두고 식재료를 다듬는 어정쩡하게 구부정한 자세, 콘트라베이스를 연상시키는 저음, 되도록 입을 다물고 있는 편이 낫다는 듯 핵심만 전달하는 짤막한 어투, 미동 없이 일자로 굳게 다문 단단한 입술, 내 앞에 선 남자는 분명히 사장님을 닮아 있었다. 다만 백발이 아닌 새까만 흑발을 하고. 사장님을 20년 전으로 되돌린다면 지금과 같은 모습일 것 같았다. 어쩌면 그는 사장님의 아들이거나 친척이 아닐까? 사장님이 아프셔서 대타로 며칠간 식당일을 맡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혹시, 여기 사장님이 바뀌셨나요?”
“아니요, 이 일식당은 제가 계속 운영해왔는데요.”
염색·스타일 변화로 달라진 사장님
낯선 남자가 내게 대답했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나는 할 말을 잃고 다시 남자를 쳐다봤다. 그 사람은 뿔테안경을 새로 맞추고, 백발을 블루블랙으로 염색해 스무 살이나 더 젊어 보이는 사장님이었다. 가르마를 바꿔 타고 앞머리에 잔뜩 힘을 줘 세련되게 스타일링한 헤어스타일은 패션잡지의 모델 같았다. 사장님이 스타일을 바꾸셨던 거였다.
나는 평소대로 구석자리에 앉아 통통한 우동 면발을 빨아들이며 사장님의 요리솜씨를 즐겼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사장님은 왜 훌륭한 요리솜씨만으로 당당할 수 없었을까? 백발을 손님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고 결심한 순간, 자기 나이를 버리고 스무 살이나 젊어지기로 결심한 순간, 새까맣고 윤기 나는 흑발이 되는 한순간, 내가 알던 사장님은 정말 사라지고 만 게 아닐까?
미헬 파버르의 소설 <언더 더 스킨>에는 여성의 육체를 뒤집어쓴 채 인간 남성을 사냥하는 외계인이 등장한다. 여성으로 살면서 남성의 육체를 식량으로 삼는 이 외계인은 여성도, 외계인도 아니다. 겉모습과 그 안쪽, 피부 밑과 뒤집어쓴 육체의 완전한 불일치. 안쪽과 바깥쪽의 두 존재는 영영 만날 수 없다.
젊고 건강한 것만 추구하는 우리 사회는 노인이 자연스럽게 늙을 수 있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노인이라면 되도록 자기 나이를 숨겨야 한다. 근육이 퇴화하지 않도록 운동하고, 유행하는 새 옷으로 피부를 가리고, 염색한 흑발을 뒤집어써야 한다. 늙어도 늙지 못하는, 젊은이인 척하지만 결코 젊어질 수 없는 이 가짜 젊은이들은 노인도 젊은이도 되지 못한다. 젊은 피부를 뒤집어쓰고 젊은이 흉내를 내는 이들은, 젊음이 뭔지는 이미 오래전에 잊어버리고 늙음은 만났어도 만난 척 안 해본 새로운 존재들이다. 소설 속 여성의 육체를 뒤집어쓴 외계인처럼, 그들은 젊음도, 늙음에 대해서도 영영 알 수 없다.
젊은 손님보다 더 검은 머리카락을 자랑하며 요리사가 묻는다. 늙은 사람이 젊어 보이는 게 왜 나쁘냐고, 관절이 쑤시는 걸 꾹 참고 젊은 피부를 뒤집어쓴 채 조금이라도 더 일해 돈을 벌어보겠다는데 왜 힐책이냐 따진다. 젊은 손님도 지지 않고 대든다. 분홍색 캡모자를 벗어던지며 모자 안쪽에 숨겨둔 백발을 공개한다. 늙은 게 뭐 자랑이냐고, 실은 나도 노인이라고, 오십견이 와서 팔이 안 올라가고 화장을 지우면 기미와 주름투성이인 피부가 이제 쉬고 싶다 호소한다고, 이런 늙은 모습으로는 마음 편히 외출도, 식사도 못하는데, 왜 내게 이러냐며 신경질을 부린다.
젊음 추구 사회, 갈 곳 없는 노인들
젊음을 뒤집어쓴 노인 둘이 서로의 늙음을 뒤늦게 알아챈다. “만약에 손님이 노인인 줄 진작 알았다면 굳이 염색을 안 했을 텐데요!” 사장이 후회한다. “만약에 사장님이 노인인 줄 알았다면 나도 굳이 모자를 뒤집어쓰지 않았을 텐데요!” 손님이 고백한다. “하지만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은? 여기 있는 다른 누군가는 진짜 젊은이가 아닐까요?” 두 사람은 머쓱해져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저기, 사장님을 닮은, 수상한 젊은 남자가 주방을 차지하고 앉아 자기가 사장님인 척한다. 여기, 단골손님을 닮은, 수상한 늙은 여자 하나가 자기가 단골인 척 우동 국물을 홀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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