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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캠피싱해결 [시론]AI 부정행위로 돌아본 대학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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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25-12-18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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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캠피싱해결 미국 유학 시절 ‘테이크홈 시험’(take-home exam)을 처음 접하고 당혹스러워한 경험을 소개한다. 교수는 월요일에 문제를 받아 가서 목요일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그때 한 학생이 자신은 수요일에 다른 시험이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교수는 쿨하게 목요일에 받아서 그다음주 월요일까지 제출하라면서, 전체 학생들에게 어느 쪽을 선택할지 손을 들라고 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나는 ‘당연히’ 목요일 쪽을 택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월요일파가 압도적이었고 목요일파는 2명뿐이었다. 시험 문제가 월요일에 공개되므로 답안 작성에 일주일을 벌었다고 생각한 나는 월요일파 학생에게 그 ‘비합리적’ 선택의 이유를 물었다. 학칙상 테이크홈 시험에는 학생끼리 이야기하는 것이 금지돼 있고 이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후에 <표절론>을 저술할 때, 실제 미국 대학 테이크홈 시험에서 상의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똑같은 오답이 발견된 학생 둘에게 학칙 위반으로 정학 처분한 사례(테이텀 외 1인 vs 테네시 대학)가 있음을 알게 됐다.
최근 몇몇 대학의 비대면 평가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답안을 작성한 것이 부정행위로 적발됐는데, 고등학교의 수행평가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생성형 AI의 활용이 확산함에 따라 당연히 예상됐던 일인데, 언론에서는 가이드라인 부재를 질타하고 대학마다 부랴부랴 관련 규정을 만든다고 난리다. 그런데,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는 “남의 저작물 또는 독창적 아이디어를 출처 표시 없이 자기 것인 양”하는 표절에 해당하고, 대학마다 표절을 금하는 연구윤리 규정이 있으며, 교육부 훈령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도 있기 때문이다.
표절과 저작권 침해는 엄연히 다른 문제다. 인간의 창작물을 가져다 쓴 것이 아니라면 저작권 침해는 면할 수 있을지 모르나, 표절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표절 정의의 ‘남’은 ‘나’가 아닌 모든 것으로서, 타인뿐 아니라 AI를 비롯한 ‘비인간’(non humanbeings)을 포함한다. 따라서 인간이 아닌 생성형 AI가 산출한 것을 학생이 자신의 것인 양 평가의 답으로 낸다면 이는 정확히 표절에 해당한다.
또 저작권 침해는 ‘동의’ 여부가 중요하지만, 표절은 ‘피해’ 여부를 중시한다. 민형사 책임이 따르는 저작권 침해는 저작권자의 사전·사후 동의로 책임을 면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윤리 영역인 표절은 표절당한 사람의 동의·용서로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표절 피해자에는 표절당한 사람 외에도 교수·교사, 동료, 학교 등 교육계와 학계 전체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I를 써서 답안을 제출한 학생과 그렇게 하지 않은 학생이 같은 클래스에서 상대평가를 받게 될 때, 전자의 학생은 시간을 덜 쓰고도 우수한 평가(학점)를 받는 데 반해 후자의 학생은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평가자인 교수·교사를 속인 행위로, 그 피해는 동료 학생과 학교 전반에 미친다. 같은 조건으로 시험을 치를 때 전문가에게 문의해 답안을 내는 것이 반칙인 것처럼 평가자 몰래 AI를 사용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일은 학교를 벗어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도 한다. 몇년 전 프로바둑 입단대회에서 상의 안쪽에 소형 카메라를 부착하고 한쪽 귀에 무선 이어폰을 꽂은 채 대국 중인 바둑판을 몰래 촬영해 전송하면 바깥에서 AI 바둑 프로그램을 이용해 다음 수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공모한 이들에 대해 업무방해로 징역형이 선고된 적이 있다.
그렇다고 교육기관에서 무조건 AI의 사용을 금지하라는 것은 아니다. AI 활용법을 가르치는 과목에서는 당연히 써야 하지만, 그 밖의 과목에서 AI를 써도 좋다는 지침이 없으면 쓰지 말아야 하는 것이 기본값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AI 시대, 대학은 ‘정보 전달 기관’이 아니라 ‘정체성을 형성하는 기관’이라는 뉴욕대학 클레이 셔키 교수의 지적은 귀담을 만하다. 검증할 수 없는 정보는 지식이 아니다. 내 것과 남의 것을 구분할 줄 알고, 논증을 통해 단단한 지식을 만드는 과정을 배우는 곳이 대학이다. 이번 해프닝이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대학의 본질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의 초·중등 교육은 200개 남짓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항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학 이론으로 보면 학교 수업(교육과정)이 몸통이고 수능(평가)은 꼬리지만, 교육 현실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교육은 물론이고 공교육 자체가 수능 문제 풀이에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얼마나 가르칠지 결정하는 교육과정 개편을 흔히 권력투쟁에 비유하지만, 수능에 무슨 과목을 어느 정도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지 정하는 일도 그 못지않다.
사상 최악의 수능 ‘불영어’로 대학 입시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수능 영어 문제가 영국 BBC나 미국 뉴욕타임스 같은 외신에 “고대 문자 해독 수준” “미친 시험”이라며 웃음거리로 소개될 정도다. 교육부는 2018학년도부터 수능 영어에 절대평가를 도입했는데 올해 90점 이상을 받은 1등급이 3.11%에 불과하다. 상대평가 1등급(4%)보다 비율이 낮게 나왔으니 입시 경쟁 완화와 학생들의 학습 부담 경감이라는 절대평가 도입 취지에 정면으로 거스른다. 기본적으로 입시가 ‘제로섬게임’이라 이득을 본 수험생도 있지만, 수시모집에서 지망 대학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고배를 든 수험생들은 벌써 재수학원을 기웃거린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는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수능 영어를 초등학교부터 준비해야 한다며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영어영문학회 등 학계의 압력과 수능 영어 출제진의 ‘미필적 고의’ 때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주지하듯 영어학계는 영어 절대평가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표면적으론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유지만, 1945년 이후 유지되고 있는 입시의 ‘국·영·수’ 체제에서 영어가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깔려 있다. 30여개 학회의 모임인 ‘한국영어학술단체협의회’는 이번 불영어 사태에 “영어만 절대평가 하는 불공정한 정책의 실패를 더는 외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교육의 핵심인 영어의 아성도 흔들리고 있다. 영어 절대평가 시행 이후 서울 일반고에서 기초 교과목 중 영어를 선택한 비율은 2019년 92.7%에서 2023년 80.6%로 떨어졌다.
영어는 중요하다. 국제화·세계화 시대 공용어다. 충분한 실력 없이 대학에 들어가면 원서 강독이나 영어 강의 수강에 어려움을 겪는다. 인터넷의 방대한 정보 대부분이 영어로 제공된다. 영어 능력은 최신 지식과 정보에 접근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 역할을 한다. 학교에서 영어를 제대로 가르치고 배우지 않으면 가정 배경이나 경제력에 따라 영어 능력 격차가 커져 계층 이동을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영어는 여러 외국어 중 하나다. 첨단 기기가 등장하면서 예전보다 학습 여건이 월등히 좋아졌다. 휴대폰에 앱을 깔면 언제 어디서나 24시간 단어 학습과 원어민 회화를 할 수 있다. 영어를 몰라도 인공지능(AI) 통번역 기능을 이용하면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이 어렵지 않다. 초중고교에선 기초 문법이나 가벼운 회화 정도를 익힌 뒤 나중에 성인이 돼서 필요할 때 공부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학교 교육이 영어에 편중돼 독일어와 프랑스어는 물론이고 중국어와 일본어, 동남아시아 등의 언어 교육 기회가 줄어드는 부작용도 크다. 시대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영어영문학과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국력이 강해지고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지면 영어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수능 불영어 사태는 심히 유감이지만, 이번 기회에 영어의 경중을 종합적으로 따져 영어 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정해야 한다. 유치원부터 고3까지 그렇게 많이 영어를 공부하고도 국민 대다수가 외국인 앞에서 입을 뻥끗 못하는 작금의 교육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학생들의 총 공부 시간은 정해져 있다. 영어 공부를 늘리면 사회·과학 등 다른 과목 공부나 음·미·체 활동 시간이 줄어든다. 돈과 자원도 한정돼 있다. 영어 사교육에 지출을 늘리면 외식과 여행은 포기해야 한다. 이런 고려와 반성 없이 영어학계가 수능 영어 절대평가 폐지만을 주장하면, 사회의 공감을 얻기 어렵고 ‘밥그릇 지키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수능 문항 난이도 조절 실패로 축소할 사안이 아니다. 수능 관리 책임자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사퇴로 봉합해서도 안 된다. 덮고 뭉개면 당장은 편하지만 내년에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 설령 수능을 폐지해도 영어 교육에 관한 사회적 합의는 필요하다.
부당한 일을 겪는다고 누구나 저항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닥쳐올 불이익을 계산하며 억울함을 삼키는 경우가 다반사다. 누구나 적당히 비겁하다는 걸 나는 꽤 뒤늦게서야, 어른이 된 후에 깨달았다. 어린 시절의 나는 손해의 계산을 선순위에 두지 않았고, 그게 일반적이지 않다는 걸 몰랐기 때문이다.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는 피멍이 들도록 교사가 학생을 패는 게 일상이었다. 언젠가 나는 머리에 ‘고속도로’를 내고 죽도록 학생을 패는 교사들을 제지하고 언쟁하며 그들에게 대항하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 ‘이상한 애’라며 학교에서 고립되고 불이익과 비난이 닥쳐왔다. 무척 억울한 일이었지만, 나를 고립시킨 교사나 친우에 대한 원망은 크지 않았다. 고립된 상황에서 겁이 나 용기 내기를 주저하는 자신을 질책하며 몰아붙이는 데 마음의 대부분을 썼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당시엔 그 누구도, 나 자신마저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어른이 되고 과거보다 세상이 더 좋아졌대도, 온갖 비난과 부정의 시선에 포위된 채로 말하기를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12·21 제천 화재참사 유가족들도 그런 이들 중 하나다. 2017년 12월21일 제천시 하소동 복합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총 29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건물 불법 증축 및 안전관리 소홀, 그리고 참사 현장에서 미흡한 소방 대응이 참사를 낳았다.
잃어버린 사람들을 향한 기억이 그 몸에 새겨진 유가족에게 손해를 계산하거나 비겁해질 겨를이 있었을까. 현장으로 달려가 참사의 과정을 직접 목격했던 유가족들은 진상과 책임의 규명을, 앞으로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지 않을 사회가 되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건물주와 안전관리 및 대피에 책임이 있던 자들만 법적 처벌을 받았을 뿐, 정작 중징계받았던 소방지휘관들은 불기소 처분됐다.
유가족의 목소리는 법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법적 구제의 길이 닫혀버렸다. 검찰은 경찰 수사 결과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을 수개월간 뭉개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위원회는 사안의 충분한 검토 과정 없이 불기소 처분 권고를 냈다. 이후 건물 안전관리와 지방직 소방공무원 지휘에 책임이 있던 충청북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됐다. 소방 전문가들은 소방청과의 관계로 인해 유가족들의 자문 요청과 재판 출석을 거절했고, 말을 바꿔가며 책임 부인의 논리를 폈다.
참사 직후 사과 및 지원을 약속한 민주당 도지사는 말을 바꿔 어떠한 책임도 인정하지 않겠다며 보상금이 아닌 ‘위로금’을 지급할 테니 앞으로 이의제기 않겠다는 약속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작년에 발의된 참사 유가족 지원 조례안은 국민의힘이 다수당인 충북도의회가 부결시켰다. 양당 모두 유가족을 외면한 것이다. 언론과 지역사회는 마치 유가족이 참사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 전원의 처벌을 요구하는 것처럼 호도하며 피해자 비난을 부추겼다. 이웃들은 보상에 관한 유언비어를 믿으며 비난에 동참했다. 그렇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안타까운 희생자는 세 명이 늘었다.
비열하고 비겁한 사회가 부정과 망각으로 자신을 유지하려 한다. 불편한 참사의 기억을 지워버림으로써 그들은 앞으로도 이 사회가 그런 곳으로 남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결코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 무엇보다 유가족이 기억을 간직하고 있으므로. 유가족에게 종종 찾아오는 생생한 고통은 잊지 말아달라는 목소리 그 자체일 것이다. 그리고 진실규명이라는 말로 이 비겁한 사회를 질책하는 유가족의 외로운 목소리가 분명 누군가에게 닿아, 기억은 계속 퍼져나갈 것이므로.
곧 제천 화재참사 8주기가 온다. 제주항공 참사도 1주기를 맞는다. 이번 겨울은 안전하기를, 부디 외롭지 않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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