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총격범’은 중국인?” 또 혐오·음모론···시민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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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5-07-23 04:30본문
22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 총격 사건의 피의자는 한국 국적인 60대 남성 조모씨로 밝혀졌다. 조씨는 지난 20일 밤 인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로 친아들을 살해했다. 하지만 극우 커뮤니티 등에선 조씨의 국적이 중국이라는 얘기가 확산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조씨가 ‘중국에서 들여온 사제 총기로 양아들을 살해한 귀화 한국인’이라는 또 다른 주장도 떠돌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왜 자꾸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피의자는) 한국에서 국방 의무까지 마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가짜 정보 유포·확산 경로는 지난해 12·3 불법계엄 당시 극우세력이 부정선거 의혹과 함께 제기한 ‘중국인 음모론’과 비슷하다. 지난 21일 엑스(X·옛 트위터)에는 “쌍문동 패륜 중국인 총기사건. 중국인인데 총기 10정 이상 소지”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쌍문동 출신 이분 민주화 운동 하던 사람인가요? 부모 자식 죽이는 건 공산당인데”, “전라도 아님 불가능!!” 등 지역 비하성 혐오 표현 글도 올라왔다. SNS 댓글에는 “총기들 중국에서 가져왔겠죠”, “노무현 때 들어온 중국인이라는 얘기가 있다”는 등 근거 없는 이야기가 붙었다.
극우 성향의 유튜브 채널 영상도 이 같은 움직임을 거들고 나섰다. ‘인천 송도 총기 사고 미스터리’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인천 송도에 중국인 조선족들이 상당히 많이 거주한다” 등 혐중 댓글이 이어졌다. 이 영상에는 “자 이제 누가 내란이지? 계엄 때 사람이 죽었나?” 같은 계엄을 정당화하는 댓글도 1300개 넘는 추천을 받았다.
근거 없는 혐오와 음모는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반감으로도 번지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인천 송도 총기 살해범이 중국인 제모씨’라는 글에는 “(피의자가) 한국에 없는 제씨이고 중국 출신 외노자(외국인 노동자)를 하다가 결혼해 귀화, 국적 쇼핑을 했다”는 가짜 서사가 붙었다. 피해자 유족에 대해 2차 가해를 하거나 여성 혐오성 표현도 난무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지겹다’는 반응이 먼저 나왔다. 대학생 한모씨(25)는 “(극우 세력이) 궁지에 몰리니 여기에서까지 그런 혐오와 음모론을 들이대나 싶다”며 “이젠 소음으로만 들려 지친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씨(32)는 “부정선거 음모론에도 항상 중국인이 등장하지 않나.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신기할 정도”라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계속 퍼나르는 걸 보니 관심을 주지 않는 게 답인 것 같다”고 했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교수는 “소수자를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방식으로 커뮤니티 안에서 주목받고, 타인의 지지를 얻으려는 인정 욕구가 작동한 결과”라며 “혐오 표현이 일종의 놀이 문화처럼 자리 잡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멕시코 이주민을 배척하자 미국에 혐오와 갈등이 퍼진 것처럼 혐오에 기반한 허위·조작 정보가 지금은 소수 극단의 얘기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꾸 소비되고 유통되면 일반 시민 사이의 혐오·차별 의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누구든 사회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기본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한편, 민주주의 기반을 흔드는 가짜뉴스에는 시민들도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터밤의 계절이다. 워터밤은 관객과 아티스트가 물총싸움을 하는 참여형 페스티벌로, 2015년 처음 개최되었다. 물 낭비, 일회용 물총 쓰레기 생산, 성희롱과 안전 문제 등 논란이 매해 반복되지만 워터밤은 올해에도 죽지 않고 돌아왔다. 그말인 즉, 워터밤에 수반되는 섹슈얼리티의 발산을 둘러싼 논의 또한 ‘밤(bomb)’되는 시기란 뜻이다. 노출이나 섹스어필이 강한 워터밤 무대가 끝나면, 알고리즘이나 일상 대화에서 “워터밤 OOO”가 여름날 초파리처럼 자욱하게 피어오르곤 한다. 대표적인 예가 솔로가수 권은비의 퍼포먼스. 2023년 권은비는 ‘워터밤 여신’으로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솔로곡 <언더워터>를 역주행 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개인의 무대 수행 능력과 육체적 매력이 결합한 결과였다. 올해에도 권은비의 무대는 관심과 화제의 중심이었고, 다양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워터밤이 분출하는 신체 이미지를 찬양하는 목소리와 비판하고 우려하는 목소리에는 저마다의 맥락과 의도가 얽혀 있다. 이런 문제는 비단 워터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디어에서 넘쳐나는 여성 육체의 재현, 이를 둘러싼 논의는 결국 여성이 어떻게 주체가 될 수 있는가와 같은 정치적 질문과 연루된다.
멧갈라에 간 제니, 워터밤에 간 권은비, 트월킹을 추는 걸그룹과 여성 댄서…여성의 성적 매력 어필과 신체는 오늘날 ‘과하다’라고 여겨질 만큼 흔한 시각적 정보다. 그런데 언제나 문제시되는 것,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오로지 여성의 몸이다. 여성이 육체를 드러내고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행위에는 상충하는 두 가지 의미가 공존한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가부장제와 성적 엄숙주의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여성을 육체적 존재로 제한하고 관음하는 가부장제의 욕망과 여성의 몸을 자원으로 삼는 산업에 착취당할 위험. 누군가는 드러난 육체에 환호하고, 누군가는 불편해하고, 누군가는 ‘싸매라’고 오열한다. 이 분열을 김주현의 저서 『외모 꾸미기 미학과 페미니즘』(책세상, 2009)의 사유에 기대 성찰해 보자. 김주현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통제함으로써, 즉 노출이나 외모 꾸미기를 중단함으로써 가부장제의 대상화와 착취에 저항하고자 하는 선택을 ‘미적 금욕주의’라고 명명했다. 이 아해는 꾸미기를 멈추고 몸을 가리라고 한다. 한편 전통적인 여성미를 여성의 긍정적 미덕으로 보고 이를 강화하는 전략은 ‘도취적 나르시시즘’이다. 이 아해는 여성들이 외모 권력을 통해 가부장제의 시선을 역전 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워터밤 여신’이나 ‘섹시 직캠’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고, 인플루언서처럼 아름다움 자체가 직업이 되는 현실에서 여성의 아름다움이나 섹슈얼리티는 언뜻 권력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성중심주의 미학은 여성을 미적으로 경멸해왔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여성들의 미는 ‘신체미’에 불과하다고 믿었다. 이는 여성을 육체적 존재로 제한하며, 여성에게는 정신이나 이성이 깃들지 않는다고 보았다(113쪽). 실제로는 지적이고 영민했던 마릴린 먼로를 ‘백치’의 이미지에 가두거나 영화 <금발이 너무해>의 리즈 위더스푼이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로스쿨에서 철저히 무시 받았던 것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 여성의 신체미조차 남성적 기준을 따르기에 여성은 남성 쾌락의 대상에 불과하다는 폄하다. 소위 말하는 여성의 아름다움이라는 개념 자체가 (권력자가) ‘보시기 좋은 것’으로 구성되었으니, 아름다움을 소유한 여성조차도 결국은 주체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부장제는 여성에게 아름다움이 전부라고 주장하면서도, 여성이 아름다움으로 무언가를 획득하면 이를 부당한 거래로 취급한다. 대상의 쾌락을 위한 것이기에 여성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이용할 수 없다. 미적 금욕주의는 이러한 경멸을 벗어나고자, ‘아름답고자 하는 욕망’을 줄이기를 선택하는 전략이다. 여성이 신체미에 국한되지 않는 존재라고 선언하고 대상화를 거부하는 것이다(114-115쪽). 목적과 전략의 차원에서 탈코르셋 운동 또한 이 갈래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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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 금욕주의는 보호의 외피를 두르기에 일견 매력적으로 보인다. 현실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이나 섹슈얼리티를 드러내는 여성은 마음껏 성희롱하고 노출을 요구해도 되는 존재로 전락한다.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고 성폭력 문화를 바로잡는 일은 너무 아득하고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여성들이 몸을 가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조절하는 것은 훨씬 쉽고 빠른 해결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문제는 몸이나 성적 대상화 그 자체가 아니다. 올해 워터밤에서 엑소의 카이가 잘 관리한 몸을 드러냈을 때, 남성은 아무도 그를 꽁꽁 싸매서 보호하려 하지 않았다. 성적 대상화는 매력을 주고받는 인간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신체와 호감을 자원으로 삼는 케이팝 산업에서는 필수적이다. 핵심은 성적 대상화가 성적 물화—개인이 신체의 일부로 불리거나, 몸이 전부인 존재로 여겨지거나, 감정이나 의사는 고려하지 않고 희롱하거나 침범해도 되는 것으로 취급하는—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이다. “여성이 외모에 관심을 갖고 멋을 내면 남성적 시선의 대상이 될 뿐이니 외모 꾸미기에 무관심해져라”(116쪽)라는 미적 금욕주의는 여성을 멸시하는 전제를 그대로 둔 채, 멸시를 피할 방법만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최악의 경우는 미적 금욕주의자들의 탈심미화가 곧바로 여성 스스로 여성임을 부정하는 탈성별화에 그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남성화로 귀결되는 것”(130-131)이라는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그렇다면 역시, 억압과 해방을 다 벗어던지고 시원하게 즐겨야 ‘쿨한’ 것일까? 도취적 나르시시즘은 “더 많은 대상화는 더 많은 권력을 가져다준다”(198쪽)고 믿으며, 마돈나처럼 가부장제 미학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마침내 욕망의 주체이자 권력의 상층부에 이른 사례를 근거로 삼는다. 실제로 마돈나와 같은 ‘퀸’이 빼어난 능력과 아름다운 외모, 섹슈얼리티를 과감하게 활용하면 여성을 ‘성적 매력은 있으나 그것을 활용할 줄 모르는 순진한 소녀 또는 처녀’로 제한하는 가부장제를 일부 타격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이것이 여성들 간의 위계를 만들어내고, 결국 외모 권력으로 인한 차별을 지지하게 되기에 문제적이다. 심지어 도취적 나르시시즘의 논리는 ‘여성은 예쁘게 태어난 것이 고시 3관왕’처럼, 여성이 성취할 수 있는 분야를 아름다움에 한정하는 가부장제의 언어와 흡사한 면이 있다. 워터밤 여신으로 건물주가 되었다는 신화를 내세우며 여자 연예인에게 ‘뜨고 싶으면’ 워터밤에서 노출하라고 강요하는 목소리가 실존하는 현실에서, “몇몇의 탁월한 성공담을 과시하는 것은 대부분 가부장제의 하층부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여성에게 ’보여지는 대상‘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묵묵히 순응하도록 독려하는 가부장제의 장치가 되지는 않는가?”(201쪽)
호시탐탐 ‘돈 되는’ 여성의 몸을 노리는 산업, 여성이 몸을 드러낼 때 가장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구조, 여성이 자신의 육체와 섹슈얼리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자랑스러워할 때 쏟아지는 멸시(“너 그 정도 아니야”)와 조롱…. 그럼에도 질문해야 한다. 여성은 그렇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나? 뭘 해도 대상화되는 피해자일 수밖에 없으니 그저 몸을 사려야 하는가? 뿌리 깊고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 그동안이라도 싸매고 있으라기에는, 가부장제가 보호와 관리의 명목으로 여성을 통제하고 섹슈얼리티와 아름다움의 주도권을 빼앗은 역사가 이미 너무 길다. 여성의 아름다움과 섹슈얼리티는 여성 자신의 것이다. 탈취와 타자화를 두려워하여 억누르기만 한다면, 칼자루는 넘어간다. 남성적 시선을 비판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것이 지나치게 이성애 중심적이며 오히려 남성 주체에게 권위를 부여한다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
대안 중 하나로 ‘저항적 나르시시즘’을 소개한다. 저항적 나르시시즘은 가부장제의 시선에서 보고 싶지 않거나 아름답지 않은 몸을 실천하며 여성 신체미를 재구성하기에,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223쪽). 제멋대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구성하며 다른 방식으로 섹슈얼리티를 발산하고 만끽해보는 것이다. 현대 예술가처럼 행위 예술을 하거나 바디 호러의 주인공이 될 필요까지는 없다. 타인의 아름다움을 외부의 잣대로 평가하거나, ‘보기 좋지 않음’(이를테면 ‘천박해보임’)을 감지했을 때 잠깐 머물며 이것이 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지 성찰하는 것으로도 가능하다. 성적 대상화가 성적 물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연결고리를 끊고 신체나 섹슈얼리티를 열등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 구조적 변화가 수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워터밤 무대에서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뽐낸 여성이, 그렇다고 해서 폭력과 착취에 동의한 것은 아님을 명백히 하면서 말이다.
▼ 이진송 계간 홀로 발행인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지층 내부에서도 거세지고 있다. 일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까지 불태우며 반발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소셜미디어에 빨간색 마가 모자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이는 영상들을 잇달아 게시하고 있다. 엡스타인 관련 의혹을 일축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엡스타인 사기극”이라며 “지지자들이 이 ‘헛소리’에 속아 넘어갔다”고 적었다.
최근 미국 정치권은 정·재계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된 성접대 목록,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의 실체를 둘러싼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핵심 쟁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루 가능성이다. 지난 7일 미국 법무부와 연방수사국이 단 2쪽짜리 메모를 통해 엡스타인 파일의 증거는 없으며 그의 타살설도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한 뒤 논란은 더욱 격화됐다.
트럼프 측근 인사들까지 엡스타인 파일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마가 진영의 대표적 인플루언서인 로라 루머는 전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이 논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를 소모해버릴 것”이라며 특별검사 임명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은 지난 15일 보수 언론인 베니 존슨의 팟캐스트 방송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드러내고 사람들이 결정하게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육군 장병들이 집중호우로 큰 피해가 발생한 광주광역시·충청남도·경상남도 등 지역에서 피해 복구를 돕고 있다고 육군이 21일 밝혔다.
육군은 이날 광주광역시에서 31보병사단 장병 270여명, 충남에서 32보병사단과 제2작전사령부 직할부대 장병 460여명, 전북 순창에서 35보병사단 장병 40여명, 하동·합천 등 경남지역에서 39보병사단 장병 300여명 등 총 1070여명의 병력이 피해복구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약 20여대의 장비도 함께 운용하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호우 피해 지역에 투입된 육군 장병은 누적 기준 2500여명이다.
육군은 “병력의 안전을 확보한 가운데 침수 민가 정비, 토사물 제거, 물자 정리 등의 작업을 우선 지원하고 있다”며 “호우피해 복구지원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프리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여성의 나체가 그려진 외설적인 편지를 보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엡스타인 파일’ 공개 요구를 묵살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싸고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논란이 한층 더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 뉴스”라며 고소하겠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WSJ는 엡스타인의 연인이자 그의 미성년자 성 착취를 도운 기슬레인 맥스웰이 2003년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 축하 앨범을 만들기 위해 그와 친분이 있는 수십 명의 지인들에게 생일 축하 편지를 요청했는데, 그중 한 명이 트럼프 대통령이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편지는 앨범의 다른 편지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외설적이라고 WSJ는 전했다. WSJ에 따르면 편지에는 두꺼운 마커로 직접 그린 듯한 나체 여성의 윤곽과 함께 여성의 가슴을 연상케 하는 둔덕이 그려져 있다. 허리 아래 지점에는 음모를 표현한 듯한 구불구불한 선으로 쓴 ‘도널드’ 서명이 적혀 있다.
또 나체 여성의 윤곽 안에는 트럼프와 엡스타인의 가상 대화처럼 보이는 3인칭 시점의 타이핑된 메시지도 있었다.
WSJ는 편지를 보낸 사람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 외에도 빅토리아시크릿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억만장자 레슬리 웩스너와 변호사 앨런 더쇼비츠가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WSJ에 “이건 내가 아니다. WSJ의 가짜 기사”라면서 “나는 평생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고, 여성의 그림을 그리지도 않는다. 그건 내 언어가 아니고, 내 말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기사를 내보내면 WSJ를 고소하겠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로 체포된 뒤 2019년 교도소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억만장자 금융인이다. 엡스타인의 사망 이후 그에게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포함된 고객 리스트가 있다거나 사인이 타살이라는 등의 음모론이 끊이지 않았다.
엡스타인과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에 자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NBC 방송 기록보관소에서 발견된 1992년 테이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마러라고 별장 파티에서 한 여성을 끌어당겨 엉덩이를 두드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개인 제트기 비행기록에도 여러 번 등장했다.
2002년 뉴욕매거진 기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프리는 함께 있으면 정말 즐거운 사람이다. 저만큼 아름다운 여성을 좋아한다는 말도 있는데, 그중 상당수가 어린 편”이라고 발언한 내용도 있다. 다만 둘의 관계는 엡스타인이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로 체포되기 전 이미 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친분이 WSJ의 기사로 다시 한번 조명되면서, 이미 미국 정계를 뒤흔들고 있는 ‘엡스타인 파일’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과 다투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엑스에 “연방수사국이 엡스타인 사건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그 명단 안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가 나중에 글을 삭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딥스테이트(선출되지 않은 권력 집단)가 민주당 인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엡스타인 파일을 숨기는 것이라 주장하면서 자신이 당선되면 바로 파일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해 마가 진영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7일 법무부가 엡스타인 ‘고객 명단’이 존재하지 않고 타살 증거도 없다고 밝힌 후 마가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마가 지지자들은 소셜미디어(SNS)에 붉은 마가 모자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이는 동영상을 잇달아 게시하고 있다. 앞서 로라 루머, 터커 칼슨, 스티브 배넌 등 마가 인플루언서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파일을 음모론 취급한다며 불만을 표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사건 정보 공개를 촉구하고 나선 의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다만 마가 핵심 인사들은 WSJ에 보도된 트럼프의 생일 축하편지에 대해 “가짜 같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루머는 엑스에 “엡스타인에게 보낸 트럼프의 ‘생일 편지’는 완전히 가짜”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가 된 머스크도 “트럼프가 한 말 같지 않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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