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좋아요 구매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죽은 줄기 곁에서 살아온 15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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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6-07-21 23:57본문
인스타 좋아요 구매 강원 삼척시 도계읍 늑구리의 산꼭대기에 오래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높이 20m 남짓 되는 이 은행나무는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1500년 된 나무라고 하지만, 그만큼 크지도 않고 생김새도 반듯하지 않다.
나무줄기는 오래전에 썩어 사라졌다. 줄기가 있던 자리 둘레에 몇백년은 됐음직한 새로운 줄기가 굵게 자랐고, 그 곁으로 그보다 젊은 줄기, 다시 그 옆으로 어린줄기가 수직으로 솟아오르며 몸피를 키웠다. 하나의 뿌리에서 솟아난 여러 세대의 줄기가 모여 한 그루를 이룬 것이다.
원래의 줄기를 대신한 이 줄기들은 은행나무에서 잘 발달하는 맹아지다. 큰 줄기 곁에 솟아난 맹아지는 저절로 스러지는 경우가 많지만, 줄기가 없는 빈자리에서는 세월의 켜를 겹겹이 쌓으며 애초의 줄기만큼 굵어지기도 한다.
삼척 늑구리 은행나무는 옛 줄기가 쇠하고 무너지는 동안에도 새로 솟아난 맹아지를 키우며 긴 세월을 모질게 살아남았다. 나무에 새겨진 1500년 세월은 세대를 교체하며 보태진 맹아지가 잇달아 쌓아 올린 경이로운 시간이다.
이 나무의 흥미로운 특징은 또 있다. 은행나무는 절집이나 향교와 서원, 혹은 마을 어귀에 사람이 심어 키우는 나무인데 삼척 늑구리 은행나무는 마을에서 떨어진 산꼭대기에 홀로 서 있다. 남다른 풍경이다.
수수께끼의 실마리는 나무에 전해오는 이야기에 있다. 오래전 한 스님이 이 은행나무의 줄기 껍질을 벗기려고 큰 칼을 밀어 넣었다고 한다. 그러자 나무에서 검붉은 피가 흐르고 나무의 피에 휩싸인 스님은 큰 구렁이로 변해 나무줄기 안에 들어가 나무를 지키게 됐다는 이야기다.
나무 곁에 스님의 절집이 있었다는 짐작을 가능하게 한다. 산 아래 마을 사람들이 나무가 서 있는 자리를 ‘절골’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짐작의 근거를 보탠다. 필경 절집에서 심어 키운 나무였으리라는 이야기다.
절집도 사람도 모두 떠났지만, 나무는 긴 세월을 버텨 사람살이의 자취를 증명하는 생명으로 살아남았다.
마크 그레이엄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공저 에서 인공지능(AI)을 ‘추출 기계’로 규정한다. 인간의 노동력, 성우의 목소리, 작가의 문장, 예술가의 창작물 등을 빨아들여 빅테크의 이윤으로 바꾸는 기계가 AI라는 것이다. 먹성 좋은 AI는 인간뿐 아니라 자연 자원도 집어삼킨다. AI의 몸이라 할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고 서버를 냉각하는 데 전력과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식자’의 과도한 추출에는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최근 빅테크들의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미국 뉴욕주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과 관련한 환경 허가를 1년간 유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으로 불리는 이 유예조치를 주 단위에서 도입한 건 뉴욕주가 처음이다.
미국의 경우 주 단위는 아니지만 지역 차원에선 비슷한 선례가 적지 않다. 이미 300곳 넘는 지방자치단체가 신규 데이터센터를 금지·제한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지어봐야 고용 효과는 미미한데 전기요금 급등, 수자원 고갈, 소음 등 부작용은 뚜렷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3월 빅테크들로부터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은 자급자족한다는 서약을 받았지만 반대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18일에는 ‘휴먼스 퍼스트’라는 우익 단체가 조직한 데이터센터 반대 시위가 42개 주에서 열리기도 했다.
한국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정부가 앞장서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35년까지 총 18.4GW(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부지·전력 확보, 인허가 등을 전폭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미국 사례는 지역사회의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데이터센터 건설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90개가량의 데이터센터가 국가 전력수요의 23%를 소비하자 데이터센터에 자체 발전을 의무화했다. 연일 속도전·총력전을 강조하는 정부는 빅테크의 장밋빛 미래 서사만 좇을 뿐 그림자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 ‘의도된 침묵’이 지역사회와 생태계의 희생으로 결말날까 우려스럽다.
나무줄기는 오래전에 썩어 사라졌다. 줄기가 있던 자리 둘레에 몇백년은 됐음직한 새로운 줄기가 굵게 자랐고, 그 곁으로 그보다 젊은 줄기, 다시 그 옆으로 어린줄기가 수직으로 솟아오르며 몸피를 키웠다. 하나의 뿌리에서 솟아난 여러 세대의 줄기가 모여 한 그루를 이룬 것이다.
원래의 줄기를 대신한 이 줄기들은 은행나무에서 잘 발달하는 맹아지다. 큰 줄기 곁에 솟아난 맹아지는 저절로 스러지는 경우가 많지만, 줄기가 없는 빈자리에서는 세월의 켜를 겹겹이 쌓으며 애초의 줄기만큼 굵어지기도 한다.
삼척 늑구리 은행나무는 옛 줄기가 쇠하고 무너지는 동안에도 새로 솟아난 맹아지를 키우며 긴 세월을 모질게 살아남았다. 나무에 새겨진 1500년 세월은 세대를 교체하며 보태진 맹아지가 잇달아 쌓아 올린 경이로운 시간이다.
이 나무의 흥미로운 특징은 또 있다. 은행나무는 절집이나 향교와 서원, 혹은 마을 어귀에 사람이 심어 키우는 나무인데 삼척 늑구리 은행나무는 마을에서 떨어진 산꼭대기에 홀로 서 있다. 남다른 풍경이다.
수수께끼의 실마리는 나무에 전해오는 이야기에 있다. 오래전 한 스님이 이 은행나무의 줄기 껍질을 벗기려고 큰 칼을 밀어 넣었다고 한다. 그러자 나무에서 검붉은 피가 흐르고 나무의 피에 휩싸인 스님은 큰 구렁이로 변해 나무줄기 안에 들어가 나무를 지키게 됐다는 이야기다.
나무 곁에 스님의 절집이 있었다는 짐작을 가능하게 한다. 산 아래 마을 사람들이 나무가 서 있는 자리를 ‘절골’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짐작의 근거를 보탠다. 필경 절집에서 심어 키운 나무였으리라는 이야기다.
절집도 사람도 모두 떠났지만, 나무는 긴 세월을 버텨 사람살이의 자취를 증명하는 생명으로 살아남았다.
마크 그레이엄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공저 에서 인공지능(AI)을 ‘추출 기계’로 규정한다. 인간의 노동력, 성우의 목소리, 작가의 문장, 예술가의 창작물 등을 빨아들여 빅테크의 이윤으로 바꾸는 기계가 AI라는 것이다. 먹성 좋은 AI는 인간뿐 아니라 자연 자원도 집어삼킨다. AI의 몸이라 할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고 서버를 냉각하는 데 전력과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식자’의 과도한 추출에는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최근 빅테크들의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미국 뉴욕주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과 관련한 환경 허가를 1년간 유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으로 불리는 이 유예조치를 주 단위에서 도입한 건 뉴욕주가 처음이다.
미국의 경우 주 단위는 아니지만 지역 차원에선 비슷한 선례가 적지 않다. 이미 300곳 넘는 지방자치단체가 신규 데이터센터를 금지·제한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지어봐야 고용 효과는 미미한데 전기요금 급등, 수자원 고갈, 소음 등 부작용은 뚜렷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3월 빅테크들로부터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은 자급자족한다는 서약을 받았지만 반대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18일에는 ‘휴먼스 퍼스트’라는 우익 단체가 조직한 데이터센터 반대 시위가 42개 주에서 열리기도 했다.
한국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정부가 앞장서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35년까지 총 18.4GW(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부지·전력 확보, 인허가 등을 전폭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미국 사례는 지역사회의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데이터센터 건설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90개가량의 데이터센터가 국가 전력수요의 23%를 소비하자 데이터센터에 자체 발전을 의무화했다. 연일 속도전·총력전을 강조하는 정부는 빅테크의 장밋빛 미래 서사만 좇을 뿐 그림자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 ‘의도된 침묵’이 지역사회와 생태계의 희생으로 결말날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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