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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성범죄전문변호사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대한민국의 B형 간염, 다 나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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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6-06-0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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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성범죄전문변호사 병 가운데는 죽음에 이를 수 있지만 저절로 나아 자신이 앓은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병이 있다. B형 간염이 그러하다. 잘못 진행되면 간경화증을 거쳐 간암에 이르게 되지만, 감염된 성인들의 70% 이상이 자연 치유된다고 한다.
이는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윤석열 정권 3년과 2024년 말의 계엄 사태는 많은 이들이 윤석열 집단을 위시한 일부 인물들의 엽기적인 일탈 행위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윤석열 정권 3년간 우리는 나라 전체가 붕괴할 위험을 안고 있는 상태였다고 진단해야 한다. 이재명 정권이 출범한 지 꼭 1년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그 3년간의 위기를 다시 복기해보아야 하며, 과연 지금의 대한민국이 그 중병을 떨쳐버리고 완쾌되었는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2010년대 말과 2020년대 초는 1990년대의 지구화와 거기에서 생겨난 자유주의적 세계 질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격랑의 시기였다. 첫째, 1990년대에 마련된 미국 주도의 일극 세계 질서와 거기에서 나오는 자유무역과 ‘평화배당금’의 혜택이 미국과 중국의 대립 격화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둘째, 인공지능(AI)의 출현과 제조업의 위상 변화로 인해 기존의 산업 기술 패러다임이 근본적인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 셋째, 선진 산업국 전체의 잠재성장률 저하가 나타나고 있었다. 넷째, 어느 나라라 할 것 없이 국내의 민주주의 질서가 극심한 혼란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지정학적인 위치로 보나 국내 경제의 체질과 산업구조로 보나 대외적 환경에 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으로서는 큰 경각심을 안고 사회 전체가 단결해 새로운 적응의 활로를 뚫고 나가야 할 비상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그 전 몇십년 동안 굳어져 있는 정치 경제 질서의 체질을 바꾸는 심기일전의 도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는 대한민국에서 윤석열 정권의 출범은 혁신과 적응은커녕 붕괴를 가속화시키는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먼저 경제를 보자. 첫해인 2022년의 경제성장률은 2.6%로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해 5월에 출범한 윤석열 정권에 그 공을 돌리기는 힘들다. 그다음 해인 2023년에는 잠재성장률 추정치에도 크게 미달하는 1.4%였다. 물론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때는 그 전에도 있었지만 이는 오일쇼크, 외환위기, 글로벌 경제위기, 팬데믹과 같은 특수 상황에 기인한 것이었으니, 평시에 이와 같은 일을 겪은 것은 사실상 초유의 사태이다.
그리고 그 원인의 상당 부분은 시대착오적인 감세 정책에 돌릴 수밖에 없다. 이 당시는 반도체 순환 주기의 하락이 일부 겹쳐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한 때였으나,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대대적인 감세 및 긴축 정책을 행했다. 액셀을 힘차게 밟아야 할 시점에 브레이크를 밟는 것도 모자라 사이드브레이크까지 걸어버린 셈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일은 그러면서도 재정은 파탄이 나버렸고, 2024년에 발생한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00조원을 넘어버렸다. 별다른 외부 요인이 없는데도 국가 스스로가 경제성장을 내리눌렀을 뿐만 아니라 나라 살림까지 파탄을 내버린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3년은 재앙
거시 지표만의 문제가 아니다. AI의 도래로 산업 기술의 대격변이 시작되고 나라마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던 이 시기에 윤석열 정권은 무엇을 했던가? AI와 소프트웨어 연구 과제는 오히려 줄었고, 2024년에는 33년 만에 처음으로 연구 및 개발 예산이 삭감되어 대형 국책 과제가 감소하고 연구자들과 산업계가 어려움을 겪으며 위축되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은 칩스법으로 인텔에 100억달러를 지원하고 일본도 소프트뱅크에 거대한 보조금을 지급한 반면, 한국의 세계 AI 거점연구소 조성 사업 예산은 연간 80억원뿐이었다. 특히 2024년은 AI 전환이 가장 절실했던 시점이었으나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을 연구·개발 예산 삭감으로 메운 셈이었고 그 직격탄을 AI와 첨단 기술 분야가 맞아야 했다. 그야말로 ‘골든타임’을 놓친 정도가 아니라 엉뚱한 방향으로 헛짓을 하고 만 셈이다.
외교 노선을 생각하면 더욱 아찔하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되고 복잡한 지정학적 대립 구도가 출현하기 시작하던 그 시점에 윤석열 정권은 감세 정책만큼이나 시대착오적인 ‘가치외교’를 내걸고 전 세계를 돌며 천방지축의 위험한 행보를 보였다. 2024년 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확인되자 윤석열은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우크라이나 지원 방식을 바꿔야 한다면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에 러시아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켜 메드베데프 안보회의 부의장은 한국이 무기를 지원하면 러시아는 북한에 무기를 지원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놓았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방문한 시점에서는 이란을 ‘UAE의 적’이라고 표현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역사와 종교 등이 복잡하게 얽힌 중동 내 역학 구도에서 섣불리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는 한국 외교의 오랜 문법을 깨버리면서 한국과 이란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고, 이란은 한국의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출에 반대하는 나라가 되어버렸다.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계엄 사태는 이러한 붕괴가 표면으로 드러나는 균열이 필연적으로 가져온 파국이었을 뿐이다. 서두에 이야기한 전환기, 총체적인 위기와 재적응의 시기는 집단 내 갈등을 신속히 해결하면서 의지의 총화와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의 모색과 힘의 결집을 위한 리더십이 필요한 때이며, 이때야말로 정치가 결정적인 열쇠를 쥐는 때이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는 오랜 진영 간의 대립으로 인해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잡고 국가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비토크라시’로 전락한 상태였다. 윤석열 정권은 이러한 막다른 골목의 상태에 처한 정치를 풀어내기는커녕 일방적인 거부권 행사와 의회를 우회하기 위한 행정명령 남발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말았다. 그리고 과정과 절차의 최소한의 합리성과 신중함을 갖추어야 할 행정기구의 일부 상층은 그러한 소수 권력 집단의 전횡에 휘둘리는 정도가 아니라 부화뇌동하는 하수인이 되어버렸고, 국가기구의 마비에 가까운 상태를 만들어버렸다.
털 수 있는 건 털고 넘어가야
이러한 재앙에 가까운 정권이 5년 임기를 채웠다면 대한민국의 붕괴는 어디까지 계속되었을까. 많은 이들이 느끼듯 계엄 사태는 그 정권을 절반 정도로 끝냈다는 점에서 오히려 축복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상을 본다면 이는 우연적인 행운이 아니라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윤석열 정권 그리고 나아가 그전 십몇년 동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시스템 전체의 낙후와 기능부전이 누적되어 벌어진 필연적인 사건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대한민국은 그 오랜 기간 동안 계속 침몰하고 있었으며, 마지막 3년간 급격히 아래로 처박혔던 것으로 보는 것이 올바른 진단이었을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큰 병을 앓았던 것이며, 그것이 각혈과 고름으로 터져나오면서 병의 진행에 일정한 전환점을 가져올 수 있었던 셈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되었다. 아무리 박하게 평가하는 이라고 해도 그렇게 아래로 처박히던 우리나라에 중대한 변곡점을 가져왔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후하게 평가하는 이라고 해도 그러한 붕괴 사태에서 우리나라가 완전히 빠져나와 새로운 경로를 찾아냈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모든 나라들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던 그 소중한 3년의 시간 동안 우리가 놓치고 잃은 기회는 어떤 것이었는지를 찾아내고 또 활용하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번주는 정부 출범 1주년이자 지방선거가 마무리되는 시점이다. 이제 국가 전체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일로 눈을 돌리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새로이 정비된 대한민국은 갈등과 분란만을 낳는 과거의 퇴행적인 문제들에 붙들려 있지 말고 털 수 있는 것들을 과감히 털고 넘어서야 한다. 이제는 미래다.
앞으로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는 어떤 보호시설에서든 25세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머무를 수 있게 된다. 피해자에게 보다 안정적인 보호와 상담·자립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성평등가족부는 2일 이 같은 내용의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성폭력방지법 개정 사항을 반영한 후속 조치다.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회복과 자립 지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에 중점을 뒀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호시설 입소 당시 미성년이었던 성폭력 피해자는 시설 유형과 관계없이 25세가 될 때까지 시설에 머물 수 있다. 기존에는 일반보호시설의 경우 최대 4년 6개월, 특별지원 보호시설은 최대 21세, 자립지원 공동생활시설은 최대 4년까지 입소가 가능해 피해 회복이나 자립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피해자가 퇴소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성폭력 피해자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제도도 마련됐다. 앞으로 학교장은 성폭력 피해와 관련한 치료·상담·보호조치 등에 필요한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상담소, 보호시설, 통합지원센터, 중앙·지역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 성폭력 피해자 지원시설 종사자에 대한 범죄경력조회 절차도 구체화했다.
이경숙 성평등정책실장은 “앞으로 아동·청소년 피해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회복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피해자 보호 정책을 지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선 태조가 한양도성 쌓을 때‘허약한 동쪽’ 큰 문제 안됐지만임진왜란 직후 수면 위로 거론
참전 명장수들 관우 사당 추진에전란 책임 의식한 선조, 풍수 활용“지세 보완하려면 동쪽에 지어야”
조선 왕들 왕릉 갈 때 으레 방문명나라에 대한 의리 되새긴 공간
이중환(1690~1756)은 <택리지>에서 한양도성에 대해 이렇게 서술한다. “(조정에서 한양에다) 외성을 쌓으려고 했는데, 둘레의 범위를 미처 결정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 큰 눈이 내렸다. 그런데 바깥쪽에만 (눈이) 쌓이고 안쪽에는 녹아버렸다. 태조가 이상하게 여겨 눈을 따라 성터를 정하라고 명하였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성 모습이다. 비록 산세를 따라 성을 쌓기는 하였지만, 정동쪽과 서남쪽이 낮고 허하다. 게다가 성 위에 작은 담을 쌓지 않았고 해자도 파지 않았다. 그래서 임진년과 병자년 두 난리 때에 모두 지킬 수가 없었다.”
이 글에서는 당대 대중적 인식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산세를 따라 정한 성곽이 정동쪽과 서남쪽이 낮고 허한 지세상의 결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때문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큰 전쟁 때 도성을 지킬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의 지적처럼 한양도성은 지형적으로 서남쪽과 정동쪽이 허약한 구조였다. 특히 조선인들이 골머리를 앓은 곳은 바로 동편이었다. 한양도성은 풍수적 용어로는 사신사라고 불리는 네 개의 산 능선을 연결하며 축조됐는데, 주산인 북쪽의 백악, 우백호인 서쪽의 인왕산, 안산인 남쪽의 목멱산(남산)이 250~350m 사이의 높이를 지닌 데 비해 좌청룡인 동쪽의 타락산(낙산)은 125m로 그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도성 축조 당시 태조가 직접 현장을 살필 만큼 동쪽의 낮은 산세는 우려의 대상이었으나, 이것이 당장 심각한 문제로 비화하지 않았다. 세종 대 최양선의 상언(上言)으로 주산 논쟁이 불거졌을 때도 주산을 무엇으로 볼 것인지가 문제였지, 낙산의 산세가 쟁점이지는 않았다. 동쪽의 낮은 산세를 보완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작은 산이나 숲을 조성하기는 했으나, 이때까지만 해도 그리 큰 문제로 인식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것이 본격적으로 문제시된 것은 바로 임진왜란이라는, 건국 200년 만에 겪은 초유의 전란 때문이었다.
동관왕묘와 도성의 풍수
한양도성의 동대문인 흥인지문을 나와 동쪽으로 700여m를 걸어가면 동묘가 나온다. 요즈음은 구제 의류와 각종 중고 물품들이 거래되는 벼룩시장으로 더 유명한 동묘는 16세기 조선 선조 대 건설된 동관왕묘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동대문에서 걸어서 10여분, 북쪽으로 해발 95m 정도의 나지막한 동망봉이 보이고, 남쪽으로 청계천이 흐르는 곳에 있는 동관왕묘. 이곳의 입지는 조선의 선조가 결정했다.
임진왜란에 참전한 명 장수들은 조선에 <삼국지연의>의 명장 관우를 모신 사당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의아해했다. 관우는 무장들의 성인이자 상인들의 재물신으로 중국에서 널리 추앙받았으나, 조선에서는 낯선 신앙의 대상이었다. 이에 명 장수들이 주도해 남산 밖에 관왕묘를 건립하니, 이것이 훗날 남관왕묘 혹은 남묘라 불리게 되는 첫 관왕묘다.
명 장수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하나 더 건설하려고 남관왕묘 인근을 후보지로 고려한다. 하지만 선조는 이곳 대신 동대문 밖 조산(造山·인공적으로 조성한 산)이나 성안 동편의 훈련원 근처로 할 수 있도록 알아보라고 명한다. 선조는 “중국 사람에게 들은 말이 있다”, “동방이 길한 곳”이라고 한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도성의 동편에 관왕묘를 건설하고자 했다(<선조실록> 선조 32년 4월29일).
선조가 중국 사람에게서 들었다는 말은 무엇이었을까? 며칠 후 기사에 그 단서가 나온다. “전에 유황상이 우리나라 도성은 동편이 허한 듯하니 건물을 세우고 못을 파서 지맥을 진압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선조실록> 선조 32년 윤4월7일). 유황상은 임진왜란 때 군무를 담당하는 임무를 맡아 명군과 함께 파견된 이다. 그가 한양도성의 지세 문제, 특히 동편이 허하다는 문제를 지적했다는 것이다.
이미 몇년 전부터 선조는 도성과 곳곳의 풍수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전란이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선 1594년(선조 27) 무렵부터 풍수를 잘 아는 명나라 사람을 찾았고, 그렇게 소개받은 이가 섭정국이었다. 선조는 믿을 만한 관료 몇몇을 붙여 섭정국과 함께 궁궐터를 비롯한 여러 곳의 지세를 시찰하게 했는데, 특히 도성이 너무 커서 10만명의 군사를 가지고도 지킬 수가 없다며 도성에 대한 불만을 피력했다(<선조실록> 선조 27년 5월20일). 자신이 도성을 지키려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라는 언설, 파천의 책임을 자신이 아닌 도성의 지리적 한계로 돌리려는 자기방어 기제가 아니었을까.
동관왕묘를 건설할 때, 선조는 초조했다. 관왕묘 추가 건립은 지세가 허한 도성의 동편을 보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혹시 명 장수들이 반대하지는 않을까, 제대로 의사를 타진해보기도 전에 남대문 밖 후보지에 먼저 공사가 시작되면 어쩔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는 다급히 관료들을 닦달했는데, 다행히도 명 장수들은 추가로 건립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그 위치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동대문 밖의 입지도 좋다고 흔쾌히 동의하자 동관왕묘는 순조롭게 완공을 보게 된다.
최종적으로 결정된 동관왕묘의 지세에 대한 당대의 설명은 이러하다. “(이렇게 정하면) 후면이 높은 산맥과 바로 연결되고 또 조산과 가까우니, 바로 수구를 잠그듯 막아주는 곳입니다.”(<선조실록> 선조 32년 7월14일) 한양의 수구인 동망봉과 청계천 사이, 지금 동관왕묘의 입지에 딱 부합하는 서술이다.
초유의 전쟁으로 인한 불안감과 그 이유를 찾고자 하는 열망, 그리고 근저에 도사렸을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 등은 도성의 지세와 풍수에 대한 의구심을 낳았다. 이는 특히 도성 동편의 낮은 지세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으로 모이며, 지금의 위치에 관왕묘의 창건을 끌어냈다. 조선 관왕묘의 창건은 명 장수들의 주장에서 비롯했으나, 지금 우리에게까지 계승된 ‘동관왕묘의 입지’는 선조의 강력한 의사와 추진으로 정해진 것이다.
잊혀버린 동관왕묘의 풍수 이야기
선조가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동관왕묘의 입지를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건립 당시의 풍수 논의나 설화가 별로 전해지지 않는다. 도성 동편의 허한 지세를 보완하기 위해 동대문의 현판에 ‘之’자를 추가해 ‘흥인지문(興仁之門)’이라고 했다는 설화 같은 것은 확실한 근거가 없음에도 왕성히 전파된 데 비해, 동관왕묘는 확실한 역사적 사실이 있음에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몇가지 가설을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선조와 광해군에 대한 평가의 차이다. 광해군은 인왕산에 왕기가 있다는 설을 믿고 도성 안에 인경궁과 경덕궁(경희궁)을 건설하는 등 풍수에 집착해 재위 기간 내내 토목공사를 벌였다. 이는 인조반정 때 그가 쫓겨나야 하는 대표적 이유로 꼽힌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록을 보면 선조의 풍수 집착도 광해군 못지않았다. 선조는 명 출신 풍수가를 신뢰하며 곳곳의 풍수를 보아달라고 부탁하고 그 말에 혹했다. 그런데도 사관들은 선조 대의 풍수 문제는 신하의 책임으로 돌린 반면, 광해군에 대해서는 ‘(임금이) 이처럼 기이한 술법에 현혹되어 민력을 돌보지 않았다’며 임금 자신을 공격했다(<광해군일기> 광해군 3년 3월16일). 이러한 서술의 차이가 동관왕묘와 풍수에 대한 기억을 퇴색시키는 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다음으로는 후대 동관왕묘의 의미가 바뀌었다는 데 있다. 훗날 관왕묘의 제례가 정비되면서 동관왕묘는 그 입지보다는 임진왜란 때 건립됐다는 내력이 더 중시된다. 특히 숙종 대 이후에는 임진왜란 때 원군을 보내준 명에 대한 의리를 되새기는 장소로 의미가 부여된다. 숙종은 관왕묘를 배알하는 것을 관행화했고, 영조와 정조는 그러한 관심을 계승하고 확장해 국가의 예전(禮典)에 이를 정식으로 등재한다. 정기적으로 국가 제례를 드려야 하는 곳으로 정했다는 의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동관왕묘는 교외의 왕릉을 찾는 후대의 국왕들이 으레 방문하는 장소가 된다. 흥미로운 점은 조선의 국왕들이 이곳에서 명에 대한 의리를 되새긴 반면, 조선에 온 청 사신들은 자신들이 거둔 승리를 기념했다는 사실이다. 동관왕묘와 남관왕묘는 병자호란 당시 청군의 주둔지였기 때문이다.
후대에 조선의 국왕이나 청 사신처럼 권력자들이 주도하는 다양한 의미가 덧칠되자 이곳의 창건기 풍수 이야기는 점점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차라리 후대에 잊힌 공간이 되었다면 초기의 서사가 더 잘 살아남았을까? 이제는 창건기는 물론이고 후대의 서사까지 묻힌 채 동관왕묘는 ‘힙스터 성지 동묘 ’로 새로운 명성을 얻고 있다. 그러나 ‘힙한’ 노점으로 둘러싸인 동관왕묘는 전란의 트라우마와 도성 지세를 보완하려 했던 당대의 풍수적 심성이 새겨진 가장 생생한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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