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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안아주는 학교 되길”···단원고 교사의 10년[세월호 10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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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64회 작성일 24-04-19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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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16일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특수교사 김덕영씨는 특수학급 학생들을 인솔해 김포공항으로 가고 있었다. 교사도, 학생도 설레는 수학여행이었다. 제주도에서 본 학급과 만나기로 했다. 김씨와 아이들은 제주도에 가지 못했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다는 소식에 황급히 발길을 학교로 돌렸다.
학교는 아수라장이었다. 생존자 명단을 파악하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며칠 전까지 살갑게 인사하던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올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시신을 안치할 곳을 찾아 안산 내 장례식장에 전화를 돌렸다. 학부모들이 학교를 찾아와 오열했다. 새벽에 전화를 걸어 어렵게 얻은 아이인데…라며 흐느끼는 유족도 있었다. 같이 울었다. 그때부터 세월호는 김씨에게 ‘지키지 못한 약속’이 됐다.
억지로 일에 파묻혀 지냈다. 그러면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세월호 희생자였지만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을 인정받지 못했던 고 이지혜·김초원 선생님의 순직 촉구 운동을 벌였다. 2017년 두 선생님의 순직이 인정됐다. 참사 후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그 직후 개인 사정으로 휴직했다. 트라우마가 몰려왔다.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놓으면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김씨는 안 좋은 소식이 전해오지는 않을까. 그런 전화가 오면 어떻게 하나. 계속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약 1년여간 병원에서 트라우마 치료를 받았다.
참사 당시 함께 있던 교사들은 하나둘 다른 학교로 발령 났다. 기간제 교사였던 김씨는 4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며 학교에 남았다. 김씨는 그날을 기억하는 사람이 학교에 한 명은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학교 간 관계의 물꼬를 트려고 노력했다. 김씨는 유가족이 방문하면 이슈가 생기고 그러면 (학교가)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학교는 유가족을 부담스러워했다고 말했다.
결실도 있었다. 2021년 12월30일 단원고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준비한 극 <장기자랑>이 열렸다. 김씨는 여러 차례 일정 취소와 설득 끝에 이뤄낸 결과였다며 단원고는 당사자 학교인 만큼 더 유가족을 포용하고 먼저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신청한 재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 ‘416공방 애프터클래스’ 수업이 진행됐다. 강사로 나선 유가족들이 재학생과 만났다. 김씨는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유가족들이 어렵게 느껴졌는데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막상 만나보니 동네 어머니, 이모 같다’는 반응을 보였을 때 뿌듯했다고 말했다.
학교 풍경은 달라졌다. 참사 후 중단됐던 수학여행은 지난해 재개됐다. 김씨는 봄을 맞는 아이들 표정을 보면 참사 후 침체됐던 학교가 참사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학교에 ‘마을공동체 개방형 사회적 협동조합’ 공간이 마련됐다. 단원고 재학생과 졸업생 등이 운영하는 카페 및 휴게공간이다. 이곳에서 유가족과 단원고 학생들 간의 접점을 넓혀가는 게 김씨 목표다.
2009년부터 단원고에서 근무한 김씨는 올해 학교를 떠났다. 떠난 이유에 대해 개인적 사정이라며 말을 아낀 그는 단원고 협동조합 활동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도 ‘내가 그 배에 타고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며 참사 이후 나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고, 세월호를 끝까지 기억해야 하는 소명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토피를 앓는 네 살배기와 열 살 자녀를 둔 장원정씨(41)는 아이들의 거친 피부를 볼때마다 마음이 아리다. 아토피 전문병원에도 가봤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장씨는 주변 환경의 영향 탓이라고 생각했다. 환경오염과 환경호르몬 물질이 원인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6개월간 목감기로 고생한 적이 있었는데 같은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장씨는 18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나와 자녀의 몸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를 데이터로 확인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씨는 올해 바이오모니터링 사업에 참가했다.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바이오모니터링과 같은 분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바이오모니터링은 체액(피·소변) 검사를 통해 내 몸 안에 있는 환경호르몬 등 유해인자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구를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시민과 함께하는 바이오모니터링 사업’을 하고 있다. 시민단체를 통해 참가 신청을 받았다. 참가비는 무료다. 참여 가구는 지난해 28가구(성인 42명, 어린이 41명)에서 올해 48가구(성인 78명, 어린이 83명)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프탈레이트 대사체 11종, 과불화화합물 17종 등 환경호르몬 52종이 주요 분석 대상이다. 알레르기와 우울증 등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으로, 심하면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박은정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팀장은 주로 중금속 노출 등 환경 이슈에 민감한 분들이나 아토피, 비염을 앓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1차 검사는 지난 2일부터 나흘간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조사 기간 매일 소변을 채취했다. 채혈은 한 차례 했다. 집안 내 먼지도 포집해 시료로 제출했다. 모니터링 후에는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지침에 따라 생활습관 개선에 나서고 8월에 한 차례 추가 검사를 한다.
모니터링을 마친 장씨는 프탈레이트 성분이 들어간 헤어스프레이 사용을 중단했다. 락스·세정제·로션 등도 성분표를 확인해서 사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장씨는 매일 먹는 음식이 체내 환경호르몬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말을 듣고 인스턴트 음식도 줄이고 있다며 당장 변화를 체감한다기보다는 꾸준히 실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참가자인 김태정씨(45)는 10년간 교외 지역에 살아서 환경호르몬 수치가 좋게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높게 나와 놀랐다며 비닐 대신 종이봉투, 플라스틱 대신 유리 제품을 사용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아이들이 ‘플라스틱은 좋지 않은 것’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했다.
중년에 접어들면서 몸이 예전같지 않다고 느껴 참가한 이들도 있다. 지난해 참가자 나영윤씨(47)는 불규칙한 생활을 해도 금세 회복되던 과거와는 달리 몸이 무거워진 걸 느꼈다. 고혈압 등 성인병 지표도 나빠졌다. 나씨는 환경호르몬 수치를 눈으로 확인하니 생활을 개선해야겠다는 게 실감났다고 말했다. 그는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 등도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는 요인이라는 걸 알고 사용을 최소로 줄였다며 식당에서 포장음식을 주문할 때도 직접 냄비를 가져가서 담아 온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자들에게 연구과제도 생겼다. 지난해 28가구를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과 관리 결과를 보면 산화성 손상지표와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환경성 페놀류는 수치가 감소했지만, 프탈레이트 대사체 수치는 오히려 증가했다.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센터장은 아직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며 올해는 좀 더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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