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팔로워 구매 최상목 “상속세 제도 개편”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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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10회 작성일 24-05-29 10:28본문
인스타 팔로워 구매 정부가 다음달부터 공청회를 통해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와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 등 상속세 제도 전반에 대한 개편에 착수한다.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확대 기업에 법인세를 감면하고, 배당소득세를 낮추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사실상 ‘부자 감세’를 위한 신호탄이라는 평가와 함께, 가뜩이나 큰 세수 결손이 심화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상속세는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 대상·한도 확대, 밸류업 기업만 가업상속공제 폭 확대 등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6월부터 공청회나 의견수렴 절차 등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가 상속세 개편 방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상속세 개편 과정에서 구체적인 안을 먼저 제시하지 않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정부안을 먼저 인스타 좋아요 구매 말하는 방식보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대안을 놓고 공청회를 한 뒤 좁혀가겠다고 말했다.
상속세는 상속금액이 30억원을 넘을 경우 최고세율 50%를 적용한다. 대기업의 경우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20%를 할증해 평가하므로 최고세율은 60%까지 오른다.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과도한 할증 과세라며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법인세·배당소득세도 감면 가능성…상속 문턱 낮아지면 대기업만 유리
가업상속공제는 국내 거주자인 창업주가 생전에 10년 이상 운영한 중소기업(중견기업의 경우 매출액 5000억원 미만)을 자녀나 배우자에게 물려준 경우,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 공제를 해주는 제도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꾸준히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와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를 주장해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6일 ‘상속세제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현 상속세제는 부의 재분배보다는 경제 역동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인 ‘밸류업’ 대책으로 법인세와 배당소득세 감면에 대해서도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법인세는 자사주 증가분 등에 대해 세액공제하겠다고 했는데 얼마만큼 해주느냐가 관심이고, 배당소득세도 저율 분리과세 대상과 배당소득의 범위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다며 형평성과 효율성의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주환원 증가액의 일부에 대해 법인세를 깎아주겠다는 방침은 밝혔지만, 법인세 경감 대상이 되는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확대의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서는 따로 내놓지 않았다. 배당 확대 기업 주주에 배당소득세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 역시 자세한 기준은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정부가 추진하는 것처럼 상속 문턱이 낮아질 경우 세수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상속·증여 주식에 대한 할증평가 제도를 폐지하면 상속세·증여세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재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상속세 부담을 지속적으로 낮춰왔다. 정부는 세법 개정을 통해 2020년부터 중소기업의 최대주주 주식을 할증평가에서 제외한 데 이어 2023년에는 중견기업도 제외했다. 가업상속공제도 대상과 한도를 그동안 꾸준히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 대해 20% 할증해 과세하는 것이 과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는 상황에서 최대주주 할증을 폐지하면 대기업 상속만 원활히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최대주주의 지분 가격이 주식시장 등에 형성된 시장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기업들의 상속세 부담이 부풀려졌다는 주장도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각종 세금 공제로 2022년 기준, 실제로 납부하는 세율인 실효세율은 41.4%로 명목세율(50%)보다 낮았다. 상속재산 규모가 500억원을 초과하는 슈퍼부자 26명(0.16%)을 제외하면 상속세 실효세율은 28.9%에 그쳤다.
2020년대 한국 자본주의는 대외 요인의 규정력이 커진 상태다. 오늘 한국 경제에 대한 새로운 사고는 외부로부터의 지정학적 영향이 점증하는 현실에 대한 인식을 요청한다. 역사로부터 조금이라도 배우겠다면, 우리를 둘러싼 국제정치경제 지형과 그 지형을 형성시킨 국제적 갈등의 구조가 그간에 한국 자본주의 발전을 어떻게 조건지었는지, 그리고 한국 정부와 자본이 그 지형 변화에 축적 전략을 어떻게 조응시켜 왔는지 규명하는 작업을 미룰 수 없다. 바야흐로 지정학의 정치경제학이 경제 분석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21세기 한국 경제를 규정하는 국제 갈등의 기축 구조는 적어도 동서 냉전이 개시되던 무렵에는 그 원형이 완성되었다고 볼 법하다. 전선의 한쪽에는 미국과 일본의 연합이 태평양전쟁 후 미국 주도의 강화된 동일체로 재구성되었고 반대쪽에는 소련과 중국의 동맹이 들어섰다. 한국의 경제개발이 미국 세계전략의 일환으로 출발하게 된 배경이다. 한국 자본주의는 병영적 노동통제와 저임금-저곡가 수탈구조의 그늘에도 불구하고 후발국이 갖추기 가장 어려운 요소로 알렉산더 거셴크론이 지목한 생산적인 산업 노동력의 창출에 성공했다. 그것은 고도성장의 문을 연 열쇠였다.
소련 붕괴는 유럽에서 냉전을 종식시켰으나 한국을 둘러싼 국제 지형은 사정이 달랐다. 이삼성의 지론처럼 동아시아 역내 갈등의 기축 구조는 유럽에서 냉전이 끝난 뒤로도 중국의 존재로 인해 여태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는지 모른다. 기억할 점은 한국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길을 선택하게 된 데에는 1990년대 체제 이완과 그에 따른 미국의 전략 변경이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그 선택의 결과가 한국 경제에 대한 초국적 자본의 지배력 확대로 귀결된 것이 우연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나 중국 효과와 함께 맞은 21세기 첫 10년은 한국 제조업에 분명 축복의 시간이었다.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저임금 노동과 완제품의 판로를 확보하는 데 열을 올렸다. 한국 대기업들도 해외 직접투자를 개시하며 ‘수직적 언번들링’(공정을 분해해 해외에 배치)에 나섰고 개방형 부분장치와 완제품 수준에서 단기간에 고도화를 달성했다. 다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본격화된 것도 그때부터였다. 자동화 설비투자를 늘린 자본이 노동 유연화에 사활을 걸자 ‘민주’정부가 기간제법과 파견법으로 화답하며 비정규직 사용이 양산된 탓이었다.
2010년대는 세계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장기침체로 접어드는 가운데 중국의 군사력 현대화와 경제적 인스타 좋아요 구매 팽창을 경계한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시동을 걸며 활로를 모색한 시기였다. 중국이 과거 중저위 영역에 머물렀던 기술력을 끌어올리면서 중간재 조달의 자국 내 비중을 확대한 효과는 괄목할 만했다. 2010년대 한국 제조업은 그 대목에서 경쟁력의 한계를 노정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연금개혁
경제 흐름과 정책 타이밍
윤 대통령이 정치인에게 주는 교훈
지정학적 갈등의 불길은 경제 영역으로 옮겨붙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쌓은 관세장벽은 2020년대 바이든 행정부에 의해 더 높아지는 중이다. 미국은 주변국을 동원해 첨단 분야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밀어붙인다. 그것은 강대국들이 기술 지배력을 놓고 벌이는 대결이다. ‘기술제국’의 확립이 보장할 막대한 독점이윤이 목적이다. 그것은 또한 제국주의적이기도 하다. 공급망을 자국 내부로 집중시키는 미국의 기도는 한국 등 ‘가치동맹’ 참여국의 국내 제조업 기반을 약화시킨다. 장차 일자리도 앗아갈 것이다. 중국 배제와 블록화, 고금리 지속으로 주변국들은 고비용과 고환율에 수반된 고물가 부담을 떠안게 되기 쉽다. 오랜만에 하나가 됐다는 ‘네오콘’과 자유주의적 관여 노선의 공통 목표도 결국 전 세계 어디든 미국에 맞설 도전자는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일 터이다.
한국 경제는 이제 어느 길을 갈 것인가. 우리는 미국 뜻을 따라야 하는 운명인가. 그렇게 지정학적 비전을 과거의 이분법에 가두고 미·일연합의 첨병 노릇을 하며 과거사는 덮고 이웃한 중국과 적대하는 길이 과연 최선인가. 아니면 아시아 역내 국가들과의 평화, 공동 번영, 기후위기 공동 대응을 위한 협력 공간을 자기 결정으로 능동적으로 창출해가는 편이 바람직할까. 우리는 동독과의 미니 데탕트로 통일과 냉전 해소를 예비했던 과거 서독이나, 미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브릭스와 상하이협력기구에 참여하는 최근 인도의 균형 외교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우리를 둘러싼 국제적 갈등 구조의 불리한 영향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신부터 주체적인 변화를 시작할 수 있음을 스스로 믿어야 한다.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신이시여/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강원도 강릉시 경포해변 한쪽에 들어선 ‘소방관 추모비’에는 이 구절로 시작하는 ‘소방관의 기도’가 적혀있다. 불길 속에서 시민의 생명을 구하려는 소방관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2017년 9월17일 불타 사라진 ‘석란정(石蘭亭)’ 자리에 세워졌다. 1956년 건축된 40㎡의 작은 목조건물 석란정은 화재로 붕괴하면서 두 소방관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영욱 소방위(당시 59세·순직 후 소방경 특진)와 이호현 소방사(당시 29세·순직 후 소방교 특진)다.
당시 이 소방위는 정년을 1년 앞둔 노장이었고, 이 소방사는 소방관 8개월 차 새내기였다. 추모비는 두 소방관을 ‘영웅 소방관’으로 칭하며 기린다. 남겨진 가족들은 ‘사람도 없고 문화재 가치도 없는’ 건물에 난 불을 끄다 소방관이 2명이나 숨졌다는 사실을 지금도 믿지 못한다.
경향신문은 지난 10일 강원도 강릉과 원주에서 두 소방관 가족을 만났다. 경기도에서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가 동료 구급대원을 잃은 소방관이 어렵게 취재진에게 심경을 토로했다.
이들의 ‘기도’는 간절했다. 제발 소방관들이 가족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오게 해주소서.
#할머니와 장난감 소방차
할머니는 소방차 소리가 싫지?
강원도 원주 이연숙씨(61) 집에 있는 장난감 소방차와 경찰차에는 모조리 건전지가 빠져 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손녀가 경찰차와 소방차를 가지고 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손녀가 빨간색 장난감 소방차를 가지고 처음 집에 왔을 때 아들이 말했다. 엄마 미안해요, 아이가 워낙 좋아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손녀는 할머니가 소방차를 싫어하는 줄로만 안다.
7년이 지났지만, 이씨는 아직도 긴급 출동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먹먹하고 숨이 가빠져 온다. 소방서 앞을 지날 때는 눈을 꾹 감는다.
손녀가 ‘이거 봐’ 하면서 장난감 소방차 버튼을 누르면 사이렌 소리가 나는데 죽을 것 같은 거야. 초등학생이 되면 ‘할아버지가 소방관으로 순직하셨다’고 설명해 줘야지.
남편 이영욱 소방위는 강릉 석란정 화재현장에서 순직했다. 경포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던 이 소방위는 그날 두 번이나 석란정에 출동했다. 10여 분 만에 첫 화재를 진압하고 돌아왔는데 새벽에 불씨가 살아났다.
확실한 진압을 위해 이 소방위는 함께 출동한 이호현 소방사와 건물 나무 바닥을 뜯고 물을 집어넣었다. 이들이 밖으로 나오려던 순간 건물이 무너지며 굵은 기왓장과 기둥이 덮쳤다. 매몰 18분 만에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두 소방관은 순직했다.
순직 이후 주변에서는 ‘소방 영웅’이라고 추켜세웠지만 남편 빈자리는 누구도 대신하지 못한다. 이씨는 순직 소방관이 영웅으로 예우 되고 기억되는 기간은 장례 3일 정도였다고 했다.
이 소방위는 1988년 소방관 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 강릉으로 옮겨왔고 2019년부터 경포119안전센터 화재진압 팀장을 맡았다. 30년 넘게 소방관으로 활동한 그는 순직 당시 정년을 1년 앞두고 있었다.
이씨는 (사고)1년 전에 그만두라고 했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겠지라는 후회를 한다면서 소방관 가족은 매일 가슴 졸이며 퇴근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고가 나니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강릉 곳곳에는 부부의 추억이 깃들었다. 불이 나면 빨리 소방서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 소방위 때문에 부부는 강릉을 벗어나 나들이를 즐긴 적이 많지 않다. 휴가를 내고 여행을 가다가도 남편은 화재 소식을 들으면 차를 돌렸다.
그때마다 남편은 퇴직하고 여행 많이 다니자며 이씨를 달랬다. 강릉에서 불쑥불쑥 떠오르는 남편과의 기억은 견디기 어려웠다. 결국 아들이 사는 원주로 이사했다.
이씨는 그나마 남편의 죽음 이후 소방 인력이 대폭 늘어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씨는 남편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구나, 아주 허무한 죽음은 아니었다는 생각에 조금은 치유가 된다고 말했다.
고통이 다시 찾아올 때가 있다. 이씨는 지금도 이어지는 소방관 순직 소식을 들을 때면 며칠 동안 잠을 못 잔다. 뉴스에 화재 현장이 나오면 ‘소방관이 인스타 좋아요 구매 다치지 않아야 한다’는 걱정부터 한다는 그는 제발 아무 일 없이 소방관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아버지와 ‘연금’
아들이 사고 나기 며칠 전 그러더라고요. ‘아빠 혹시 내가 근무 중에 잘못되면 연금이 조금 나와. 그 돈 노후자금으로 쓰고 아무에게도 주지 마.
이광수씨(61)는 아들이 보내는 ‘용돈’을 받는다고 했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매월 통장에 찍히는 ‘유족 연금’을 보면 진짜 아들이 용돈을 주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한다. 연금을 받을 때마다 맛있는 거 먹고 이제 편하게 살라며 입버릇처럼 말하던 아들이 떠오른다. 그래,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건강하게 살아야겠다. 한때 술 없이 잠들 수 없었던 시간을 보낸 이씨는 인제야 꿈에 나타난 아들을 편하게 본다고 했다.
이씨 아들 이호현 소방사도 석란정 화재 현장에서 순직했다. 해병대를 전역한 뒤 대학 소방 관련 학과에 편입했던 이 소방사는 경력 특채로 소방관이 됐다. 2017년 1월 임용됐는데 첫 발령지가 경포119안전센터였다.
이 소방사는 아버지에게 나중에 소방서장이 될 때까지 지켜봐 달라는 말을 자주 했을 정도로 소방관 직업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고 한다. ‘응급구조사’ 자격증 취득도 준비하던 성실한 청년 소방관이었다.
아내와 이혼한 이씨에게 아들은 ‘친구’ 같은 존재였다. 그날 새벽 자고 있던 이씨집 현관문을 누군가 급하게 두드렸다. 아드님이 좀 다치신 것 같습니다. 이씨는 근무 잘하고 아침에 온다고 했던 아들이 뭘 다치긴 다치냐며 병원으로 향하는 순간까지도 믿지 못했다.
아들을 잃은 뒤 삶도 무너졌다. 2∼3년은 술 없이 살 수 없었다. 아빠 문 열어줘라는 말을 듣고 뛰쳐나가면 밖에 아무도 없었다. 아들은 이듬해 결혼을 약속한 동갑내기 여자친구도 있었다. 결혼을 목전에 두고 세상을 떠난 아들이 가슴에 사무쳤다.
실의에 빠진 이씨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도 아들이었다. 이씨는 아들이 혼자 남은 아버지가 걱정됐는지 자꾸 꿈에 나타나서는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더라면서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정신을 차렸다고 했다.
이씨는 이제 1주일에 서너 차례 경포해변 아들의 추모비를 찾는다. 아침 일찍 찾아가 비석을 닦고 쓰레기를 줍는다. 주변에 꽃 잔디도 심어 가꾼다.
④32년차 베테랑도 작전때마다 공포…현장 중심 조직 돼야
③‘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의 허상
③‘혹시 있을지 모를 생명’ 구하려…아무도 없는 화염 속으로
아들처럼 순직한 소방관들의 가족들을 위로하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이씨는 2023년 3월 전북 김제 단독주택 화재와 그해 12월 제주 감귤창고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들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올해도 지난 1월 경북 문경 공장 화재로 순직한 두 소방관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이씨는 앞으로 30년은 국민의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이들이 너무 허망하게 떠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례식장을 찾을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길, 이번이 마지막이길 빈다며 최근 젊은 소방관들이 연이어 순직하면서 아들 생각이 더 많이 난다고 했다.
아들은 국립 대전현충원 소방관묘역에 묻혔다. 이씨는 묘비가 늘어나는 것을 볼 때마다 괴롭다고 했다. 더는 현충원 아들 옆자리에 다른 소방관들이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됩니다. 국가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합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상속세는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 대상·한도 확대, 밸류업 기업만 가업상속공제 폭 확대 등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6월부터 공청회나 의견수렴 절차 등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가 상속세 개편 방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상속세 개편 과정에서 구체적인 안을 먼저 제시하지 않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정부안을 먼저 인스타 좋아요 구매 말하는 방식보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대안을 놓고 공청회를 한 뒤 좁혀가겠다고 말했다.
상속세는 상속금액이 30억원을 넘을 경우 최고세율 50%를 적용한다. 대기업의 경우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20%를 할증해 평가하므로 최고세율은 60%까지 오른다.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과도한 할증 과세라며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법인세·배당소득세도 감면 가능성…상속 문턱 낮아지면 대기업만 유리
가업상속공제는 국내 거주자인 창업주가 생전에 10년 이상 운영한 중소기업(중견기업의 경우 매출액 5000억원 미만)을 자녀나 배우자에게 물려준 경우,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 공제를 해주는 제도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꾸준히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와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를 주장해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6일 ‘상속세제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현 상속세제는 부의 재분배보다는 경제 역동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인 ‘밸류업’ 대책으로 법인세와 배당소득세 감면에 대해서도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법인세는 자사주 증가분 등에 대해 세액공제하겠다고 했는데 얼마만큼 해주느냐가 관심이고, 배당소득세도 저율 분리과세 대상과 배당소득의 범위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다며 형평성과 효율성의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주환원 증가액의 일부에 대해 법인세를 깎아주겠다는 방침은 밝혔지만, 법인세 경감 대상이 되는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확대의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서는 따로 내놓지 않았다. 배당 확대 기업 주주에 배당소득세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 역시 자세한 기준은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정부가 추진하는 것처럼 상속 문턱이 낮아질 경우 세수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상속·증여 주식에 대한 할증평가 제도를 폐지하면 상속세·증여세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재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상속세 부담을 지속적으로 낮춰왔다. 정부는 세법 개정을 통해 2020년부터 중소기업의 최대주주 주식을 할증평가에서 제외한 데 이어 2023년에는 중견기업도 제외했다. 가업상속공제도 대상과 한도를 그동안 꾸준히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 대해 20% 할증해 과세하는 것이 과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는 상황에서 최대주주 할증을 폐지하면 대기업 상속만 원활히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최대주주의 지분 가격이 주식시장 등에 형성된 시장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기업들의 상속세 부담이 부풀려졌다는 주장도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각종 세금 공제로 2022년 기준, 실제로 납부하는 세율인 실효세율은 41.4%로 명목세율(50%)보다 낮았다. 상속재산 규모가 500억원을 초과하는 슈퍼부자 26명(0.16%)을 제외하면 상속세 실효세율은 28.9%에 그쳤다.
2020년대 한국 자본주의는 대외 요인의 규정력이 커진 상태다. 오늘 한국 경제에 대한 새로운 사고는 외부로부터의 지정학적 영향이 점증하는 현실에 대한 인식을 요청한다. 역사로부터 조금이라도 배우겠다면, 우리를 둘러싼 국제정치경제 지형과 그 지형을 형성시킨 국제적 갈등의 구조가 그간에 한국 자본주의 발전을 어떻게 조건지었는지, 그리고 한국 정부와 자본이 그 지형 변화에 축적 전략을 어떻게 조응시켜 왔는지 규명하는 작업을 미룰 수 없다. 바야흐로 지정학의 정치경제학이 경제 분석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21세기 한국 경제를 규정하는 국제 갈등의 기축 구조는 적어도 동서 냉전이 개시되던 무렵에는 그 원형이 완성되었다고 볼 법하다. 전선의 한쪽에는 미국과 일본의 연합이 태평양전쟁 후 미국 주도의 강화된 동일체로 재구성되었고 반대쪽에는 소련과 중국의 동맹이 들어섰다. 한국의 경제개발이 미국 세계전략의 일환으로 출발하게 된 배경이다. 한국 자본주의는 병영적 노동통제와 저임금-저곡가 수탈구조의 그늘에도 불구하고 후발국이 갖추기 가장 어려운 요소로 알렉산더 거셴크론이 지목한 생산적인 산업 노동력의 창출에 성공했다. 그것은 고도성장의 문을 연 열쇠였다.
소련 붕괴는 유럽에서 냉전을 종식시켰으나 한국을 둘러싼 국제 지형은 사정이 달랐다. 이삼성의 지론처럼 동아시아 역내 갈등의 기축 구조는 유럽에서 냉전이 끝난 뒤로도 중국의 존재로 인해 여태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는지 모른다. 기억할 점은 한국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길을 선택하게 된 데에는 1990년대 체제 이완과 그에 따른 미국의 전략 변경이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그 선택의 결과가 한국 경제에 대한 초국적 자본의 지배력 확대로 귀결된 것이 우연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나 중국 효과와 함께 맞은 21세기 첫 10년은 한국 제조업에 분명 축복의 시간이었다.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저임금 노동과 완제품의 판로를 확보하는 데 열을 올렸다. 한국 대기업들도 해외 직접투자를 개시하며 ‘수직적 언번들링’(공정을 분해해 해외에 배치)에 나섰고 개방형 부분장치와 완제품 수준에서 단기간에 고도화를 달성했다. 다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본격화된 것도 그때부터였다. 자동화 설비투자를 늘린 자본이 노동 유연화에 사활을 걸자 ‘민주’정부가 기간제법과 파견법으로 화답하며 비정규직 사용이 양산된 탓이었다.
2010년대는 세계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장기침체로 접어드는 가운데 중국의 군사력 현대화와 경제적 인스타 좋아요 구매 팽창을 경계한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시동을 걸며 활로를 모색한 시기였다. 중국이 과거 중저위 영역에 머물렀던 기술력을 끌어올리면서 중간재 조달의 자국 내 비중을 확대한 효과는 괄목할 만했다. 2010년대 한국 제조업은 그 대목에서 경쟁력의 한계를 노정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연금개혁
경제 흐름과 정책 타이밍
윤 대통령이 정치인에게 주는 교훈
지정학적 갈등의 불길은 경제 영역으로 옮겨붙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쌓은 관세장벽은 2020년대 바이든 행정부에 의해 더 높아지는 중이다. 미국은 주변국을 동원해 첨단 분야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밀어붙인다. 그것은 강대국들이 기술 지배력을 놓고 벌이는 대결이다. ‘기술제국’의 확립이 보장할 막대한 독점이윤이 목적이다. 그것은 또한 제국주의적이기도 하다. 공급망을 자국 내부로 집중시키는 미국의 기도는 한국 등 ‘가치동맹’ 참여국의 국내 제조업 기반을 약화시킨다. 장차 일자리도 앗아갈 것이다. 중국 배제와 블록화, 고금리 지속으로 주변국들은 고비용과 고환율에 수반된 고물가 부담을 떠안게 되기 쉽다. 오랜만에 하나가 됐다는 ‘네오콘’과 자유주의적 관여 노선의 공통 목표도 결국 전 세계 어디든 미국에 맞설 도전자는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일 터이다.
한국 경제는 이제 어느 길을 갈 것인가. 우리는 미국 뜻을 따라야 하는 운명인가. 그렇게 지정학적 비전을 과거의 이분법에 가두고 미·일연합의 첨병 노릇을 하며 과거사는 덮고 이웃한 중국과 적대하는 길이 과연 최선인가. 아니면 아시아 역내 국가들과의 평화, 공동 번영, 기후위기 공동 대응을 위한 협력 공간을 자기 결정으로 능동적으로 창출해가는 편이 바람직할까. 우리는 동독과의 미니 데탕트로 통일과 냉전 해소를 예비했던 과거 서독이나, 미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브릭스와 상하이협력기구에 참여하는 최근 인도의 균형 외교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우리를 둘러싼 국제적 갈등 구조의 불리한 영향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신부터 주체적인 변화를 시작할 수 있음을 스스로 믿어야 한다.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신이시여/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강원도 강릉시 경포해변 한쪽에 들어선 ‘소방관 추모비’에는 이 구절로 시작하는 ‘소방관의 기도’가 적혀있다. 불길 속에서 시민의 생명을 구하려는 소방관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2017년 9월17일 불타 사라진 ‘석란정(石蘭亭)’ 자리에 세워졌다. 1956년 건축된 40㎡의 작은 목조건물 석란정은 화재로 붕괴하면서 두 소방관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영욱 소방위(당시 59세·순직 후 소방경 특진)와 이호현 소방사(당시 29세·순직 후 소방교 특진)다.
당시 이 소방위는 정년을 1년 앞둔 노장이었고, 이 소방사는 소방관 8개월 차 새내기였다. 추모비는 두 소방관을 ‘영웅 소방관’으로 칭하며 기린다. 남겨진 가족들은 ‘사람도 없고 문화재 가치도 없는’ 건물에 난 불을 끄다 소방관이 2명이나 숨졌다는 사실을 지금도 믿지 못한다.
경향신문은 지난 10일 강원도 강릉과 원주에서 두 소방관 가족을 만났다. 경기도에서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가 동료 구급대원을 잃은 소방관이 어렵게 취재진에게 심경을 토로했다.
이들의 ‘기도’는 간절했다. 제발 소방관들이 가족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오게 해주소서.
#할머니와 장난감 소방차
할머니는 소방차 소리가 싫지?
강원도 원주 이연숙씨(61) 집에 있는 장난감 소방차와 경찰차에는 모조리 건전지가 빠져 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손녀가 경찰차와 소방차를 가지고 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손녀가 빨간색 장난감 소방차를 가지고 처음 집에 왔을 때 아들이 말했다. 엄마 미안해요, 아이가 워낙 좋아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손녀는 할머니가 소방차를 싫어하는 줄로만 안다.
7년이 지났지만, 이씨는 아직도 긴급 출동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먹먹하고 숨이 가빠져 온다. 소방서 앞을 지날 때는 눈을 꾹 감는다.
손녀가 ‘이거 봐’ 하면서 장난감 소방차 버튼을 누르면 사이렌 소리가 나는데 죽을 것 같은 거야. 초등학생이 되면 ‘할아버지가 소방관으로 순직하셨다’고 설명해 줘야지.
남편 이영욱 소방위는 강릉 석란정 화재현장에서 순직했다. 경포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던 이 소방위는 그날 두 번이나 석란정에 출동했다. 10여 분 만에 첫 화재를 진압하고 돌아왔는데 새벽에 불씨가 살아났다.
확실한 진압을 위해 이 소방위는 함께 출동한 이호현 소방사와 건물 나무 바닥을 뜯고 물을 집어넣었다. 이들이 밖으로 나오려던 순간 건물이 무너지며 굵은 기왓장과 기둥이 덮쳤다. 매몰 18분 만에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두 소방관은 순직했다.
순직 이후 주변에서는 ‘소방 영웅’이라고 추켜세웠지만 남편 빈자리는 누구도 대신하지 못한다. 이씨는 순직 소방관이 영웅으로 예우 되고 기억되는 기간은 장례 3일 정도였다고 했다.
이 소방위는 1988년 소방관 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 강릉으로 옮겨왔고 2019년부터 경포119안전센터 화재진압 팀장을 맡았다. 30년 넘게 소방관으로 활동한 그는 순직 당시 정년을 1년 앞두고 있었다.
이씨는 (사고)1년 전에 그만두라고 했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겠지라는 후회를 한다면서 소방관 가족은 매일 가슴 졸이며 퇴근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고가 나니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강릉 곳곳에는 부부의 추억이 깃들었다. 불이 나면 빨리 소방서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 소방위 때문에 부부는 강릉을 벗어나 나들이를 즐긴 적이 많지 않다. 휴가를 내고 여행을 가다가도 남편은 화재 소식을 들으면 차를 돌렸다.
그때마다 남편은 퇴직하고 여행 많이 다니자며 이씨를 달랬다. 강릉에서 불쑥불쑥 떠오르는 남편과의 기억은 견디기 어려웠다. 결국 아들이 사는 원주로 이사했다.
이씨는 그나마 남편의 죽음 이후 소방 인력이 대폭 늘어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씨는 남편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구나, 아주 허무한 죽음은 아니었다는 생각에 조금은 치유가 된다고 말했다.
고통이 다시 찾아올 때가 있다. 이씨는 지금도 이어지는 소방관 순직 소식을 들을 때면 며칠 동안 잠을 못 잔다. 뉴스에 화재 현장이 나오면 ‘소방관이 인스타 좋아요 구매 다치지 않아야 한다’는 걱정부터 한다는 그는 제발 아무 일 없이 소방관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아버지와 ‘연금’
아들이 사고 나기 며칠 전 그러더라고요. ‘아빠 혹시 내가 근무 중에 잘못되면 연금이 조금 나와. 그 돈 노후자금으로 쓰고 아무에게도 주지 마.
이광수씨(61)는 아들이 보내는 ‘용돈’을 받는다고 했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매월 통장에 찍히는 ‘유족 연금’을 보면 진짜 아들이 용돈을 주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한다. 연금을 받을 때마다 맛있는 거 먹고 이제 편하게 살라며 입버릇처럼 말하던 아들이 떠오른다. 그래,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건강하게 살아야겠다. 한때 술 없이 잠들 수 없었던 시간을 보낸 이씨는 인제야 꿈에 나타난 아들을 편하게 본다고 했다.
이씨 아들 이호현 소방사도 석란정 화재 현장에서 순직했다. 해병대를 전역한 뒤 대학 소방 관련 학과에 편입했던 이 소방사는 경력 특채로 소방관이 됐다. 2017년 1월 임용됐는데 첫 발령지가 경포119안전센터였다.
이 소방사는 아버지에게 나중에 소방서장이 될 때까지 지켜봐 달라는 말을 자주 했을 정도로 소방관 직업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고 한다. ‘응급구조사’ 자격증 취득도 준비하던 성실한 청년 소방관이었다.
아내와 이혼한 이씨에게 아들은 ‘친구’ 같은 존재였다. 그날 새벽 자고 있던 이씨집 현관문을 누군가 급하게 두드렸다. 아드님이 좀 다치신 것 같습니다. 이씨는 근무 잘하고 아침에 온다고 했던 아들이 뭘 다치긴 다치냐며 병원으로 향하는 순간까지도 믿지 못했다.
아들을 잃은 뒤 삶도 무너졌다. 2∼3년은 술 없이 살 수 없었다. 아빠 문 열어줘라는 말을 듣고 뛰쳐나가면 밖에 아무도 없었다. 아들은 이듬해 결혼을 약속한 동갑내기 여자친구도 있었다. 결혼을 목전에 두고 세상을 떠난 아들이 가슴에 사무쳤다.
실의에 빠진 이씨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도 아들이었다. 이씨는 아들이 혼자 남은 아버지가 걱정됐는지 자꾸 꿈에 나타나서는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더라면서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정신을 차렸다고 했다.
이씨는 이제 1주일에 서너 차례 경포해변 아들의 추모비를 찾는다. 아침 일찍 찾아가 비석을 닦고 쓰레기를 줍는다. 주변에 꽃 잔디도 심어 가꾼다.
④32년차 베테랑도 작전때마다 공포…현장 중심 조직 돼야
③‘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의 허상
③‘혹시 있을지 모를 생명’ 구하려…아무도 없는 화염 속으로
아들처럼 순직한 소방관들의 가족들을 위로하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이씨는 2023년 3월 전북 김제 단독주택 화재와 그해 12월 제주 감귤창고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들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올해도 지난 1월 경북 문경 공장 화재로 순직한 두 소방관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이씨는 앞으로 30년은 국민의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이들이 너무 허망하게 떠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례식장을 찾을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길, 이번이 마지막이길 빈다며 최근 젊은 소방관들이 연이어 순직하면서 아들 생각이 더 많이 난다고 했다.
아들은 국립 대전현충원 소방관묘역에 묻혔다. 이씨는 묘비가 늘어나는 것을 볼 때마다 괴롭다고 했다. 더는 현충원 아들 옆자리에 다른 소방관들이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됩니다. 국가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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