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나를 알아주는 후보를 알아보는 법 > 갤러리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갤러리

[세상 읽기]나를 알아주는 후보를 알아보는 법

페이지 정보

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5-05-30 14:41

본문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대선 후보 토론을 시청하며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프랑스의 철학자 루소는 시민이 선거 때만 주권자이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노예로 돌아간다고 했다. 하지만 루소가 틀렸다. 선거 때마저 시민은 주권자가 아니다.
상대에 대한 비난과 낙인, 사실이 아닌 거짓말, 소수자를 향한 혐오 선동이 가득한 대선에서 정치는 시민들에게 누가 더 잘 싸우는가를 투표의 기준으로 삼도록 만들고 있다. 지난 4개월 동안 열린 광장에서 시민들은 자신의 사연과 공동체의 미래에 관해 수많은 말을 했지만, 대선 국면에서 그 모든 열망과 논의가 실종됐다.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설계된 정치의 본령은 사람들의 고단한 마음을 어루만지며 세상이 들어주지 않던 목소리를 대변해 들리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현재의 정치에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탓에 많은 시민들은 자기 삶과 정치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 대통령 잘못 뽑으면 비상계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건 모두가 알게 됐지만, 여전히 정치는 보통의 삶과 무관한 세계처럼 보인다.
물론 대선이 자기 삶과 직결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우선 대선 후보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지지자가 있다. 그들은 특정 진영의 세계관이 만들어낸 선악 이분법의 서사에 ‘과몰입’한다. 그러나 정작 그 서사는 정치 엘리트들의 시각인지라 지지자들의 평범한 사연을 담아내지 못한다. 선거로 권선징악이 이뤄진들 실제 삶이 즉각적으로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자기 삶과 거리가 먼 서사에 몰입하는 셈이다.
반면에 누가 정권을 잡는가에 생계가 걸린 이들도 있다. 새로운 정권이 가져올 수많은 자리와 예산을 위해, 베팅을 해서 ‘되는 쪽’에 줄을 선다. 이들을 평범한 시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줄을 선다는 건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자원과 인맥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권에 따라 생계의 풍족함이 달라지는 소수의 사람에게는 삶과 정치가 직결돼 있다.
그렇다면 당신의 삶에 정치는 가까이 있는가? 당신은 과연 어느 쪽인가? 만약 둘 모두 아니라면, 여러 후보 중 누가 당신의 삶을 정치의 긴급한 의제로 다루는가? 먹고사는 데 하루의 에너지를 다 쓰느라 정치에 관심 가질 여유가 없는 당신의 사연을, 누가 대선의 중요 사안이라 말하는가? 버거운 일들로 가득한 삶을 견디는 당신에게 누가 그 고단함을 알아주고 있는가?
나의 어려움을 알아주는 후보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방법이 하나 있다. 후보들이 누구를 ‘호명’하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일단 세 가지 호명은 소거하자. 자신을 뽑아달라고 후보 본인을 자주 호명하는 건 당연한 일이므로 지워도 된다. ‘국민’처럼 막연한 호명도 너무 추상적이다. 정치적 반대파를 자주 호명하는 후보는 주의하자. 본인의 건설적 대안보다 상대 후보나 다른 집단을 비난하는 걸로 이득을 보려는 후보는 걸러야 한다. ‘반국가세력’을 부르짖던 윤석열이 결국 무엇을 했는지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이 세 가지를 빼면, 집단이나 사람의 구체적인 이름을 호명하는 경우가 남는다. 거기에 후보의 철학이 있다. 후보가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려는지, 그 등에 짊어진 사람들이 누구인지, 누구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자 하는지가 거기서 드러난다.
자기 홍보를 해도 부족한 와중에, 미디어가 주목하는 순간을 기회 삼아 이름 없는 시민의 구체적인 이름과 사연을 누가 얼마나 호명하고 있는가? 누가 당신의 이름을 말하는가? 누가 당신의 사연을 알아주는가?
투표는 그저 대통령이 될 사람을 뽑는 일이 아니다. 투표는 뭉툭하지만 강력한 ‘말’이다. 루소는 선거 때만 시민이 주권자로 대접받는다고 냉소했지만, 평소 말 안 듣던 정치도 투표로 말을 하면 듣는다. 그러니 당신의 사연을 다루라고, 투표로 말을 하자. 평범한 당신의 삶은 정치의 중심 의제가 될 자격이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 게시물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접속자집계

오늘
945
어제
1,064
최대
2,948
전체
497,166

그누보드5
Copyright © 소유하신 도메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