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책과 삶]유럽보다 빛났다, ‘교역의 시대’ 동남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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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5-09-27 22:35본문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언어와 문화가 매우 다양해 하나로 묶기가 쉽지 않다. 번역자인 박소현 번역가에 따르면,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동남아시아를 하나의 지역으로 묶어보려는 시도조차 미미한 상황에서 저자는 ‘닥치는 대로’ 사료를 읽고 연결점을 찾아내 가능할 법한 더 큰 이야기를 찾아 나서는 방법을 택했다”.
저자가 복잡다기한 동남아시아사를 관통하기 위해 찾아낸 주제는 ‘교역’이다. 저자는 “천혜의 물길을 통해 교역으로 연결되고 국제 교역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는 역동적인 세계”였던 15~17세기 동남아시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거대 시장인 중국과 인도, 중동과 유럽을 잇는 해상 무역로에 자리 잡은 동남아시아의 교역은 ‘바람’을 타고 이뤄졌다. 인도양의 계절풍이 뱃길을 예측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줬다. 계절풍을 타고 도달할 수 있는 곳이라는 뜻에서 ‘바람 아래의 땅’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리적 위치 때문에 동남아시아는 로마 시대와 중국 한나라 시대부터 교역이 발달했으나 15~17세기 사이에는 교역의 비중이 특히 커졌다. 후추, 정향, 육두구 등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향료들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1620년대 유럽 국가들이 연간 사들인 향료는 정향 300t, 육두구 200t, 메이스 80t에 달했다. 17세기 포르투갈, 네덜란드, 잉글랜드, 스페인은 교역 과정에서 식민지 아메리카의 은을 대량으로 동남아시아로 가져왔는데, 대량의 은 유입은 동남아시아에서 도시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됐다.
16~17세기 동남아시아 주요 도시 인구는 당시 서유럽 주요 도시보다 인구가 많았다. 저자의 추정에 따르면 16세기 아유타야는 26만명, 브루나이는 16만2000명으로 추정되는데, 비슷한 시기 런던(10만명)보다 많은 규모다. 17세기 중반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도시였던 탕롱, 아유타야, 마타람의 인구는 15만~20만명으로 추정된다. 아체, 마카사르, 반튼, 낌롱 등은 17세기 중반 약 10만명이 살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7세기 중반 동남아시아의 대도시 거주자 비율은 5%로, 인도 무굴제국이나 중국보다는 낮았지만 당시 서유럽보다는 높았다.
여성이 사회생활에서 타 문화권에 비해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폴리네시아, 마다가스카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을 포함하는 오스트로네시아 사회에서는 여왕이 드물지 않았다. 14세기에 건국된 인도네시아 보네 왕국은 역대 서른두 명의 왕 중 여섯 명이 여왕이었다. 특히 교역이 꽃을 피웠던 15~17세기 동남아시아에서는 여성이 왕좌에 오른 사례가 많았다. 현재 태국에 속하는 파타니에서는 100년 이상, 수마트라섬 북부 아체에서는 58년간 여왕들이 연속해서 통치했다. 여성들은 상인으로 활동한 것은 물론이고 외국과 협상을 위한 특사로도 활약했다. 수마트라나 필리핀에서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문해력이 뛰어났다는 기록도 있다.
저자는 여성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여성들이 교역에 친화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남성은 높은 지위 의식과 전장에서의 명예를 지킬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재산을 낭비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시장을 움직이는 힘을 이해하고 면밀하게 협상하며 자본을 지키는 것은 여성의 일이었다. 대체로 여성 통치자에 대한 이러한 기대는 배반당하지 않았다.”
번영했던 동남아시아는 17세기를 거치며 쇠락했다. 1621년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전쟁, 서유럽을 덮친 흉작으로 유럽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은 생산량이 급감했다. 중국의 동남아시아 무역도 중국의 정치적 혼란으로 침체에 빠졌다. 활황기에 교역의 중심지였던 동남아시아의 상품 수출은 급감했다. 여기에 1690년경 소빙하기가 찾아와 전 세계적 농산물 작황이 타격을 받았다. 이 와중에도 향료 무역을 독점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동남아시아의 주요 도시들은 “비통하게 침체된 오지”로 전락했다.
저자는 유럽과의 군사충돌에서 패배한 것이 동남아시아가 자본주의적 근대화에 실패한 결정적 이유라고 본다. 유럽인들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라면 군사력을 거침없이 사용했다. 동남아시아의 주요 도시들은 바다를 낀 항구들이어서 유럽 선박들의 해상 포격에 취약했다. 반면 당시 동남아시아의 전쟁 역량으로는 유럽인들의 요새를 공략할 수 없었다.
동남아시아가 15~17세기 전성기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저자는 동남아시아가 19세기와 20세기 식민주의의 그늘을 털어버리고 교역의 시대에 누렸던 번영의 기억을 디딤돌 삼아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직전의 과거는 정치적 혼란과 분열, 사회적 불평등과 계층화, 외세의 경제적 지배에 대한 체념의 기억으로 가득하지만, 그보다 앞선 시대는 급속한 경제적 변화에 맞선 다채롭고 창조적인 대응, 다종의 사회 형태, 다양한 정치적·지적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역사적 증거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넥스트 씽킹
노벨 물리학상 수상 물리학자 솔 펄머터, 철학자 존 캠벨, 심리학자 로버트 매쿤이 인류의 난제들을 해결할 지혜를 찾아보자는 취지로 쓴 책이다. 저자들은 과학적 사고법과 과학적 낙관주의에 기반한 생각도구들을 제시한다. 노승영 옮김. 위즈덤하우스. 2만3000원
▲가까스로-있음
사회학자인 김홍중 서울대 교수는 기후위기와 제6의 대멸종이 임박한 지금 인간의 실존을 ‘가까스로-있음’이라는 표현으로 규정하고 파국을 횡단하기 위한 사유를 펼친다. 2022년 타계한 프랑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의 이론을 면밀하게 살핀 책이다. 이음. 3만3000원
▲북받친밭 이야기
북받친밭은 제주 4·3사건 당시 제주 사람들이 숨어 지낸 곳이다. 그림책 작가 김영화는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수십 차례 이곳을 찾은 뒤 당시 사건을 높이 2.7미터, 길이 17미터 크기의 세필화를 그렸다. 책은 이 그림을 축소해 병풍 형태로 담았다. 이야기꽃. 3만2000원
▲머스크 리스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세계 최고 부자로 기술 권력과 경제 권력의 정점에 섰다. 워싱턴포스트 테크 전문 기자가 그의 치부를 파헤쳤다. 머스크의 별난 행동은 위험한 리스크이며, 리더십은 비효율적이고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한다. 페즈 시디키 지음. 이경남 옮김. 2만6000원
▲위험한 미국사
미국 정치, 경제, 외교, 사회, 문화의 역사적 흐름을 훑으며 역사 속에서 현재의 미국을 돌아본다. 미국은 왜 끊임없이 외부의 적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오바마케어가 왜 정치적 양극화의 불씨가 되었는지 등의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김봉중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1만8500원
지난해 40대 사망원인 1위가 처음으로 암이 아닌 자살로 바뀌었다. 198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10대~30대 사망원인 1위는 여전히 자살이었다. 자살자 수도 2011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4년 사망원인통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자살자 수는 1만4872명으로 1년 전보다 894명(6.4%) 늘었다. 자살자 수는 2011년 이후 가장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10~40대에서 자살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40대에서 처음으로 자살(26.0%)이 암(24.5%)을 앞질렀다. 2023년만 해도 40대 사망원인 1위는 암(25.9%)이었고 2위가 자살(23.4%)이었는데 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50대 이상에서는 암이 여전히 사망원인 1위이고 자살은 2위였다.
사망 원인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10대 사망자 중 자살이 자치하는 비중은 2023년 46.1%에서 지난해 48.2%로, 20대는 52.7%→54.0%, 30대는 40.2%→44.4%, 50대는 11.1%→12.2%, 60대는 4.8%→5.0%로 확대됐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인 자살률은 29.1명으로 1년 전보다 1.8명(6.6%) 증가했다. 성별로는 남자(41.8명)가 여자(16.6명)보다 2.5배 많았다. 증가율도 남자(9.1%)가 여자(1.0%)보다 높았다. 지난해 하루 평균 자살 사망자는 40.6명이었다. 시간당 1.7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이는 하루 평균 알코올 관련 사망자 수(13.2명)의 3배가 넘는다.
한국 자살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연령표준화 기준 자살률이 26.2명으로, 회원국 평균인 10.8명의 2배가 넘는다. 연령표준화 자살률이란 국가 간 연령 구조 차이를 보정한 지표로, 국제 비교에 활용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생활상의 어려움 외에도 유명인 자살 보도 등 다양한 요인 자살률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예방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중장년이 겪는 실직·정년·채무·이혼 등 다양한 문제, 유명인의 자살과 자극적인 보도, 지역의 정신건강·자살 대응 인력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외환위기·동일본대지진처럼 대형 사건 이후 2~3년 시차를 두고 자살률이 급증했던 사례를 토대로 코로나19의 사회경제적 여파도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12일 ‘국가 자살 예방 전략’을 발표했다. 자살 시도자 위기 개입 강화, 지방자치단체 자살 예방 전담 조직·인력 보강, 인공지능(AI) 기반 자살 상담 전화 실시간 분석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범부처 자살 예방 대책 추진본부’도 설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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