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음주운전변호사 “전기차 배터리 화재 막는다”···카이스트, 초정밀 검사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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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6-07-26 10:57본문
성남음주운전변호사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전기차 배터리 화재를 예방하고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초정밀 검사기술을 개발했다.
카이스트는 김영진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열폭주 원인이 될 수 있는 배터리 전극의 미세한 두께 불균일을 머리카락 굵기의 약 1만분의 1 수준까지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전기차에 많이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 전극은 전기가 흐르는 핵심 부품으로, 두께가 조금만 달라도 충·방전 과정에서 전류가 특정 부분에 집중돼 열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열이 계속 쌓이면 배터리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해 화재나 폭발로 이어지는 열폭주 현상이 일어난다.
열폭주를 막기 위해서는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전극 두께를 균일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기존 검사 기술은 생산현장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예컨대 X선 컴퓨터단층촬영(CT)은 내부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지만 검사 시간이 오래 걸리고 레이저 변위센서는 빠른 측정이 가능하지만 전극 내부까지 정밀하게 분석하기가 어렵다.
연구팀은 빛과 전파의 중간 영역에 있는 전자기파인 ‘테라헤르츠파’로 전극 내부 정보를 얻고, 빛의 주파수를 자의 눈금처럼 일정하게 나눠 측정 기준으로 활용하는 ‘광주파수빗’을 활용해 기존 검사기술 한계를 극복했다. 테라헤르츠파를 배터리 전극에 쏴서 내부에서 여러 차례 반사돼 생기는 신호를 얻고, 광주파수빗을 기준으로 신호를 초정밀 분석해 전극의 두께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보정 없이도 전극 두께는 물론 빛의 통과·흡수율을 나타내는 ‘복소 굴절률’까지 한 번에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제 머리카락과 비슷한 50~150㎛ 두께의 배터리 전극을 대상으로 기술 검증을 진행해 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 수준인 7.8나노미터(㎚) 정도 두께 차이도 측정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 기술을 생산라인에 적용하면 전극 전체의 두께를 3차원으로 확인하고, 생산 과정에서 두께가 조금씩 변하는 모습도 실시간 추적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배터리를 분해하거나 손상시키지 않고도 생산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불량을 찾아낼 수 있는 새로운 검사기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가 갖는 의미가 크다”며 “향후 차세대 리튬이온배터리뿐 아니라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의 실시간 품질관리를 위한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강구선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하고, 김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해당 연구 성과는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드디어 ‘강해영’을 만났다. ‘강해영 프로젝트’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강진군, 해남군, 영암군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관광 브랜드다. 전국 최초의 지자체 상생 관광 협력 사업이라, 몇해 전부터 눈여겨보아 왔던 프로젝트다. 올여름 첫선을 보인 ‘강해영 티 스테이’ 투어는 세 고을의 교집합으로 ‘남도의 차 문화’에 집중했다. 도공의 손끝과 티 블렌더의 정성, 정원의 흙 내음에서 남도의 삶과 역사, 사람을 만났다.
강진옹기장과 나눈 천년의 대화
‘강해영 티 스테이’의 시작은 차와 함께였다. 장소는 옹기와 바다가 만나는 곳, 국가무형유산 옹기장이 지켜 온 ‘칠량옹기’였다. 강진은 화려한 청자의 고장으로 알려졌지만, 백성들의 삶과 밀접했던 옹기 역시 오랜 역사를 이어왔다. 강진만 깊숙이 자리한 칠량면 봉황마을은 질 좋은 옹기 생산지로 유명했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작은 마을에 50여개의 공방이 북적였고, 옹기를 가득 실은 옹기 배 30여척이 포구를 드나들었다. 그러나 차츰 플라스틱 사용이 늘고 옹기 수요가 줄면서 그 많던 옹기장들도 다 떠나버렸다.
하지만 정윤석 옹기장의 선택은 달랐다. 고집스레 전통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전남도 무형문화재를 거쳐 2010년에는 국가무형유산 옹기장으로 인정을 받았다. 덕분에 조부로부터 내려온 가업이 아들과 손자까지, 5대로 이어질 수 있었다. 공방에 들어서니 며느리인 이정희 팀장이 다과를 내어주고 옹기 이야기도 함께 풀어주었다.
칠량옹기는 오직 전라남도에서만 고수하는 ‘판성형’ 기법으로 만든다. 흙을 쳐서 판판하고 얇은 흙판을 만든 뒤 올려붙이는 방식이다. 시간도 흙도 절약되는 장점이 있다. 재료도 다르다. 소나무 아래에서 오랜 세월을 썩어 유기물이 풍부한 ‘약토’를 사용하고, 조개껍데기를 고열로 끓여 천연 석회 유약도 만든다. 초벌 접시를 바닷물에 담가 천연 코팅을 입히는 전통 기법도 적용하고 있다. 대량 생산되는 옹기와는 태생적으로 다르고 결과적으로도 다르다.
전통방식을 고수하지만 공방의 외관은 현대적이다. 2019년 스페인 건축가가 설계한 공방은 옹기의 제작 과정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것이다. 하지만 마당 한쪽에는 여전히 흙먼지 가득한 옹기가마와 장인의 땀을 씻어줄 낡은 선풍기가 작동하고 있다. “천년 전 도공의 손결이 내게 있듯이, 천년 후 도공의 손길에 내가 있기를.” 장인의 신념은 옹기에 천년의 숨을 불어넣는 주문이 되었다.
해남차밭의 푸른 숨과 편백숲의 촉감
본격적인 차 공부는 해남의 ‘설아다원’에서 가능했다. ‘다성(茶聖, 차의 성인)’이라 불리는 초의선사가 꺼져가던 조선 후기 차 문화를 되살린 곳이 바로 해남 두륜산 대흥사다. 그 두륜산의 동남쪽 자락에 걸친 설아다원은 30년 가까이 가족이 함께 일군 유기농 다원이다. 아버지 오근선 대표가 젊은 날 묘목으로 시작한 차밭은 이제 울창한 초록 바다가 되었다. 그의 차밭은 반듯하게 정리된 정원식 차밭이 아니라, 거칠게 자란 차나무 위로 그늘을 드리우는 녹나무, 동백나무, 다양한 풀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숲이었다. 숲 해설사이기도 한 그를 1시간 동안 따라다니며 풀의 이름을 배우고, 잎을 비벼 비릿한 냄새를 맡았다.
산책 뒤에는 딸 오울림씨가 진행하는 다도 체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은은하게 우려낸 발효차와 산뜻한 녹차를 차례로 맛보며 지친 목을 축였다. 곧이어 레몬그라스, 귤피 등 준비된 허브와 천연 재료들을 직접 배합해 나만의 티백을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티백에 ‘오후의 빛’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니 다원에서의 향긋한 시간이 티백 속으로 쏙 들어왔다.
해남의 오후는 치유농원 ‘달보드레숲’에 맡겼다. 빽빽하게 우거진 편백숲에 들어서자 피톤치드 향이 확 몰려왔다. 해방의 시간. 신발을 벗어 던지고 맨발로 흙을 밟으며 걸었다. 걷는 동안 서서히 긴장이 풀리면서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도 생겼다. 해먹에 누우니 짙푸른 나뭇잎 사이로 오후의 빛이 포근하게 쏟아졌고, 해먹이 흔들릴 때마다 소소한 걱정들이 날아갔다.
체험의 절정은 ‘와락당’에서 이루어졌다. ‘와락 누워서’ 소리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이다. 숲지기의 안내에 따라 매트에 누우니, 싱잉볼의 묵직하고도 맑은 진동이 공간을 채웠다. 몸의 7개 차크라(에너지 중심점)와 공명한다고 알려진 싱잉볼 소리가 머릿속 잡음을 지워주었다. 달보드레숲 치유농원은 수희재라는 숙박시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저녁은 쫄깃한 돼지고기 편백찜, 아침은 전복죽으로, 맛과 영양까지 부족함이 없었다.
영암월출산 맑은 기운에 젖어드니
한국의 전통 차 유적지는 크게 화엄사·쌍계사 중심의 ‘지리산 권역’과 무위사·월남사지, 도갑사가 포함된 ‘월출산 권역’으로 나뉜다. 거대한 맥반석으로 이뤄진 월출산은 원활한 배수와 깨끗한 물로 차 재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도선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월출산 도갑사는 전성기에는 약 780명의 승려가 수행했다고 전해질 만큼 큰 사찰이었다. 여러 차례 중건된 도갑사는 현재 시점에서도 매우 화려한 사찰이다. 해탈문 앞에 서면 참배객의 시선은 광제루를 지나 오층석탑과 대웅보전까지 일직선으로 단숨에 빨려 들어간다. 하지만 해탈문을 그냥 지나치면 보물 하나를 놓치는 것이다. 도갑사 해탈문은 1473년에 중건되어 보기 드물게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국보다. 해탈문 안에는 사천왕상과 함께 ‘목조 문수·보현동자상’이 서 있다. 진품은 바로 옆 성보박물관에 있으니 잠시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유홍준 교수가 이 동자들의 얼굴을 극찬한 이유를 알게 된다.
나만의 진품, 소장할 추억을 만드는 체험도 강해영 티 스테이의 일부다. ‘아라리요’는 젊은 도예가 신병석 작가가 꾸려가는 현대적인 도예 공방이다. 작업실을 흔쾌히 공개하며 물레를 돌리고 흙을 빚는 과정을 쉽게 설명해 주었다. 신 작가의 시그니처 문양은 섬세하게 조각한 이화(배꽃) 문양이다. 앙증맞으면서도 품위가 있다. 이곳의 연화문 접시 만들기 체험은 컵이나 잔이 아니라 활용도 높은 접시라는 점에서 참여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비뚤비뚤 서툴지만 직접 무늬를 새긴 접시가 가마에서 구워져 2주 후 집으로 배송되면 추억을 푸짐하게 담아둘 수 있겠다.
영암에서의 마지막 발길은 조경 정원, ‘새실 정원’에 닿았다. 월출산 자락에 자리한 약 5000평 규모의 영암 제1호 민간 정원이다. 대학에서 조경을 전공한 정서진 대표는 조부모와 아버지의 분재업을 이어받아 새실마을에 정원과 카페를 조성했다. 정 대표의 어릴 적 별명이었다는 뱁새와 정원 습지에 사는 토종 민물 거북 남생이가 이곳의 마스코트다. 이미 SNS상에서는 뷰 맛집으로 소문이 크게 났다. 통유리창 너머 연못 조경이 일품이어서다. 하지만 정 대표의 정원 도슨트 투어에 참여해야만 보이는 풍경들이 있다. 새실 정원의 상징, 단풍나무들은 나뭇가지가 아래로 늘어진 독특한 수형이라 ‘처진 단풍나무’라고도 부른다. 뿌리가 되는 대목의 아랫부분에 접목하는 ‘저접(低接) 기술’을 이용해 3대에 걸쳐 65년간 정성껏 가꾸어 온 특별한 나무들이다. 일본에서 어렵게 구해와 70년을 키운 고텐 단풍나무, 천리포수목원에서 건너왔다는 무늬향나무, 고목의 풍취를 자아내는 향피단풍나무가 각별한 보살핌 속에 자라고 있었다. 가을에 오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감히 상상도 안 된다.
한여름의 강해영 티 스테이는 벌써 가을의 남도 여행을 기약하게 했다. 로컬 여행을 행정 구역이 아니라 문화 권역으로 확대했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자연과 어우러진 문화와 전통의 힘은 경계와 시대를 넘어 면면히 이어진다는 것. 강해영의 협업이 빛났다.
쉼, 여기도 좋아요
해남 오소재 약수터
두륜산 삼산면과 북일면을 잇는 고갯마루인 오소재에 자리 잡은 약수터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엄청난 수량과 청량함을 자랑해, 인근 지역 주민들이 생수통을 들고 줄을 서는 숨은 명소다. 방금 산 생수병을 과감히 비우고 약수를 채웠다. 과연 그만한 값어치가 충분했다.
영암 예담은 월출소반
천연염색 공방인 ‘예담은’은 영암의 맛을 담은 도시락 소반 메뉴를 개발해 예약제로 제공하고 있다. 애기멜론 장아찌, 연근 피클, 영암의 특산물인 무화과를 넣고 튀겨낸 무화과 볼카츠가 입맛을 돋운다. 천연 재료로 물들인 삼색 주먹밥은 이곳의 정체성과 관련이 깊다. 알고 보니 대한민국 천연염색 명장인 이혜숙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식사는 핑계일 뿐, 천연염색 체험을 추천한다.
카이스트는 김영진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열폭주 원인이 될 수 있는 배터리 전극의 미세한 두께 불균일을 머리카락 굵기의 약 1만분의 1 수준까지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전기차에 많이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 전극은 전기가 흐르는 핵심 부품으로, 두께가 조금만 달라도 충·방전 과정에서 전류가 특정 부분에 집중돼 열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열이 계속 쌓이면 배터리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해 화재나 폭발로 이어지는 열폭주 현상이 일어난다.
열폭주를 막기 위해서는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전극 두께를 균일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기존 검사 기술은 생산현장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예컨대 X선 컴퓨터단층촬영(CT)은 내부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지만 검사 시간이 오래 걸리고 레이저 변위센서는 빠른 측정이 가능하지만 전극 내부까지 정밀하게 분석하기가 어렵다.
연구팀은 빛과 전파의 중간 영역에 있는 전자기파인 ‘테라헤르츠파’로 전극 내부 정보를 얻고, 빛의 주파수를 자의 눈금처럼 일정하게 나눠 측정 기준으로 활용하는 ‘광주파수빗’을 활용해 기존 검사기술 한계를 극복했다. 테라헤르츠파를 배터리 전극에 쏴서 내부에서 여러 차례 반사돼 생기는 신호를 얻고, 광주파수빗을 기준으로 신호를 초정밀 분석해 전극의 두께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보정 없이도 전극 두께는 물론 빛의 통과·흡수율을 나타내는 ‘복소 굴절률’까지 한 번에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제 머리카락과 비슷한 50~150㎛ 두께의 배터리 전극을 대상으로 기술 검증을 진행해 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 수준인 7.8나노미터(㎚) 정도 두께 차이도 측정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 기술을 생산라인에 적용하면 전극 전체의 두께를 3차원으로 확인하고, 생산 과정에서 두께가 조금씩 변하는 모습도 실시간 추적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배터리를 분해하거나 손상시키지 않고도 생산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불량을 찾아낼 수 있는 새로운 검사기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가 갖는 의미가 크다”며 “향후 차세대 리튬이온배터리뿐 아니라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의 실시간 품질관리를 위한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강구선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하고, 김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해당 연구 성과는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드디어 ‘강해영’을 만났다. ‘강해영 프로젝트’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강진군, 해남군, 영암군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관광 브랜드다. 전국 최초의 지자체 상생 관광 협력 사업이라, 몇해 전부터 눈여겨보아 왔던 프로젝트다. 올여름 첫선을 보인 ‘강해영 티 스테이’ 투어는 세 고을의 교집합으로 ‘남도의 차 문화’에 집중했다. 도공의 손끝과 티 블렌더의 정성, 정원의 흙 내음에서 남도의 삶과 역사, 사람을 만났다.
강진옹기장과 나눈 천년의 대화
‘강해영 티 스테이’의 시작은 차와 함께였다. 장소는 옹기와 바다가 만나는 곳, 국가무형유산 옹기장이 지켜 온 ‘칠량옹기’였다. 강진은 화려한 청자의 고장으로 알려졌지만, 백성들의 삶과 밀접했던 옹기 역시 오랜 역사를 이어왔다. 강진만 깊숙이 자리한 칠량면 봉황마을은 질 좋은 옹기 생산지로 유명했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작은 마을에 50여개의 공방이 북적였고, 옹기를 가득 실은 옹기 배 30여척이 포구를 드나들었다. 그러나 차츰 플라스틱 사용이 늘고 옹기 수요가 줄면서 그 많던 옹기장들도 다 떠나버렸다.
하지만 정윤석 옹기장의 선택은 달랐다. 고집스레 전통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전남도 무형문화재를 거쳐 2010년에는 국가무형유산 옹기장으로 인정을 받았다. 덕분에 조부로부터 내려온 가업이 아들과 손자까지, 5대로 이어질 수 있었다. 공방에 들어서니 며느리인 이정희 팀장이 다과를 내어주고 옹기 이야기도 함께 풀어주었다.
칠량옹기는 오직 전라남도에서만 고수하는 ‘판성형’ 기법으로 만든다. 흙을 쳐서 판판하고 얇은 흙판을 만든 뒤 올려붙이는 방식이다. 시간도 흙도 절약되는 장점이 있다. 재료도 다르다. 소나무 아래에서 오랜 세월을 썩어 유기물이 풍부한 ‘약토’를 사용하고, 조개껍데기를 고열로 끓여 천연 석회 유약도 만든다. 초벌 접시를 바닷물에 담가 천연 코팅을 입히는 전통 기법도 적용하고 있다. 대량 생산되는 옹기와는 태생적으로 다르고 결과적으로도 다르다.
전통방식을 고수하지만 공방의 외관은 현대적이다. 2019년 스페인 건축가가 설계한 공방은 옹기의 제작 과정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것이다. 하지만 마당 한쪽에는 여전히 흙먼지 가득한 옹기가마와 장인의 땀을 씻어줄 낡은 선풍기가 작동하고 있다. “천년 전 도공의 손결이 내게 있듯이, 천년 후 도공의 손길에 내가 있기를.” 장인의 신념은 옹기에 천년의 숨을 불어넣는 주문이 되었다.
해남차밭의 푸른 숨과 편백숲의 촉감
본격적인 차 공부는 해남의 ‘설아다원’에서 가능했다. ‘다성(茶聖, 차의 성인)’이라 불리는 초의선사가 꺼져가던 조선 후기 차 문화를 되살린 곳이 바로 해남 두륜산 대흥사다. 그 두륜산의 동남쪽 자락에 걸친 설아다원은 30년 가까이 가족이 함께 일군 유기농 다원이다. 아버지 오근선 대표가 젊은 날 묘목으로 시작한 차밭은 이제 울창한 초록 바다가 되었다. 그의 차밭은 반듯하게 정리된 정원식 차밭이 아니라, 거칠게 자란 차나무 위로 그늘을 드리우는 녹나무, 동백나무, 다양한 풀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숲이었다. 숲 해설사이기도 한 그를 1시간 동안 따라다니며 풀의 이름을 배우고, 잎을 비벼 비릿한 냄새를 맡았다.
산책 뒤에는 딸 오울림씨가 진행하는 다도 체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은은하게 우려낸 발효차와 산뜻한 녹차를 차례로 맛보며 지친 목을 축였다. 곧이어 레몬그라스, 귤피 등 준비된 허브와 천연 재료들을 직접 배합해 나만의 티백을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티백에 ‘오후의 빛’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니 다원에서의 향긋한 시간이 티백 속으로 쏙 들어왔다.
해남의 오후는 치유농원 ‘달보드레숲’에 맡겼다. 빽빽하게 우거진 편백숲에 들어서자 피톤치드 향이 확 몰려왔다. 해방의 시간. 신발을 벗어 던지고 맨발로 흙을 밟으며 걸었다. 걷는 동안 서서히 긴장이 풀리면서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도 생겼다. 해먹에 누우니 짙푸른 나뭇잎 사이로 오후의 빛이 포근하게 쏟아졌고, 해먹이 흔들릴 때마다 소소한 걱정들이 날아갔다.
체험의 절정은 ‘와락당’에서 이루어졌다. ‘와락 누워서’ 소리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이다. 숲지기의 안내에 따라 매트에 누우니, 싱잉볼의 묵직하고도 맑은 진동이 공간을 채웠다. 몸의 7개 차크라(에너지 중심점)와 공명한다고 알려진 싱잉볼 소리가 머릿속 잡음을 지워주었다. 달보드레숲 치유농원은 수희재라는 숙박시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저녁은 쫄깃한 돼지고기 편백찜, 아침은 전복죽으로, 맛과 영양까지 부족함이 없었다.
영암월출산 맑은 기운에 젖어드니
한국의 전통 차 유적지는 크게 화엄사·쌍계사 중심의 ‘지리산 권역’과 무위사·월남사지, 도갑사가 포함된 ‘월출산 권역’으로 나뉜다. 거대한 맥반석으로 이뤄진 월출산은 원활한 배수와 깨끗한 물로 차 재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도선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월출산 도갑사는 전성기에는 약 780명의 승려가 수행했다고 전해질 만큼 큰 사찰이었다. 여러 차례 중건된 도갑사는 현재 시점에서도 매우 화려한 사찰이다. 해탈문 앞에 서면 참배객의 시선은 광제루를 지나 오층석탑과 대웅보전까지 일직선으로 단숨에 빨려 들어간다. 하지만 해탈문을 그냥 지나치면 보물 하나를 놓치는 것이다. 도갑사 해탈문은 1473년에 중건되어 보기 드물게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국보다. 해탈문 안에는 사천왕상과 함께 ‘목조 문수·보현동자상’이 서 있다. 진품은 바로 옆 성보박물관에 있으니 잠시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유홍준 교수가 이 동자들의 얼굴을 극찬한 이유를 알게 된다.
나만의 진품, 소장할 추억을 만드는 체험도 강해영 티 스테이의 일부다. ‘아라리요’는 젊은 도예가 신병석 작가가 꾸려가는 현대적인 도예 공방이다. 작업실을 흔쾌히 공개하며 물레를 돌리고 흙을 빚는 과정을 쉽게 설명해 주었다. 신 작가의 시그니처 문양은 섬세하게 조각한 이화(배꽃) 문양이다. 앙증맞으면서도 품위가 있다. 이곳의 연화문 접시 만들기 체험은 컵이나 잔이 아니라 활용도 높은 접시라는 점에서 참여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비뚤비뚤 서툴지만 직접 무늬를 새긴 접시가 가마에서 구워져 2주 후 집으로 배송되면 추억을 푸짐하게 담아둘 수 있겠다.
영암에서의 마지막 발길은 조경 정원, ‘새실 정원’에 닿았다. 월출산 자락에 자리한 약 5000평 규모의 영암 제1호 민간 정원이다. 대학에서 조경을 전공한 정서진 대표는 조부모와 아버지의 분재업을 이어받아 새실마을에 정원과 카페를 조성했다. 정 대표의 어릴 적 별명이었다는 뱁새와 정원 습지에 사는 토종 민물 거북 남생이가 이곳의 마스코트다. 이미 SNS상에서는 뷰 맛집으로 소문이 크게 났다. 통유리창 너머 연못 조경이 일품이어서다. 하지만 정 대표의 정원 도슨트 투어에 참여해야만 보이는 풍경들이 있다. 새실 정원의 상징, 단풍나무들은 나뭇가지가 아래로 늘어진 독특한 수형이라 ‘처진 단풍나무’라고도 부른다. 뿌리가 되는 대목의 아랫부분에 접목하는 ‘저접(低接) 기술’을 이용해 3대에 걸쳐 65년간 정성껏 가꾸어 온 특별한 나무들이다. 일본에서 어렵게 구해와 70년을 키운 고텐 단풍나무, 천리포수목원에서 건너왔다는 무늬향나무, 고목의 풍취를 자아내는 향피단풍나무가 각별한 보살핌 속에 자라고 있었다. 가을에 오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감히 상상도 안 된다.
한여름의 강해영 티 스테이는 벌써 가을의 남도 여행을 기약하게 했다. 로컬 여행을 행정 구역이 아니라 문화 권역으로 확대했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자연과 어우러진 문화와 전통의 힘은 경계와 시대를 넘어 면면히 이어진다는 것. 강해영의 협업이 빛났다.
쉼, 여기도 좋아요
해남 오소재 약수터
두륜산 삼산면과 북일면을 잇는 고갯마루인 오소재에 자리 잡은 약수터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엄청난 수량과 청량함을 자랑해, 인근 지역 주민들이 생수통을 들고 줄을 서는 숨은 명소다. 방금 산 생수병을 과감히 비우고 약수를 채웠다. 과연 그만한 값어치가 충분했다.
영암 예담은 월출소반
천연염색 공방인 ‘예담은’은 영암의 맛을 담은 도시락 소반 메뉴를 개발해 예약제로 제공하고 있다. 애기멜론 장아찌, 연근 피클, 영암의 특산물인 무화과를 넣고 튀겨낸 무화과 볼카츠가 입맛을 돋운다. 천연 재료로 물들인 삼색 주먹밥은 이곳의 정체성과 관련이 깊다. 알고 보니 대한민국 천연염색 명장인 이혜숙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식사는 핑계일 뿐, 천연염색 체험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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