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문 바다…‘엉또’ 한혜민이 다시 그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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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42회 작성일 26-07-19 08:08본문
세상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도, 화려한 일상을 내보이지 않아도 자신이 선택한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세상 대부분은 그런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엉또’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는 한혜민 작가도 그중 한 사람이다. 10여 년 전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긴 뒤 풍경을 그렸고, 한동리에 작은 작업실과 가게를 열었다. 이제는 일곱 살 아이를 키우는 ‘그림 그리는 엄마’이기도 하다.
한 작가의 개인전 《제주, 마음이 머문 바다》가 7월 15일부터 8월 3일까지 제주 조천읍 대섬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2017년 전시 《제주, 순간의 온도》에서였다. 당시 한 작가는 제주 바다를 마주하며 느낀 마음의 온도와 바다에서 불어오는 온도를 색연필로 그렸다고 했다. 그때의 바다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풍경에 가까웠다면, 이번 전시의 바다에는 그사이 지나온 삶과 감정이 한층 깊게 스며들었다.
“지난 전시에는 바라만 보아도 좋았던 바다들이 담겼다면, 이번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마주한 기쁨과 따뜻함, 행복함, 슬픔과 쓸쓸함, 어려움 같은 여러 감정을 함께 담았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그의 삶에는 작업실과 가게가 생겼고 아이가 태어났다. 작업의 폭도 넓어졌다. 주로 바다를 그리던 그는 섬과 폭포, 오름과 숲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바다로 돌아왔다. 다른 풍경들을 거쳐 다시 만난 바다는 전보다 다채롭고 풍성해졌다.
그러나 바다가 건네는 위로는 달라지지 않았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바쁜 일상에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제 감정과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좋았던 감정은 다시 떠올려보고, 어렵고 힘들었던 감정에는 괜찮다고 말해주는 바다의 온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이번 전시는 제주 전체를 그려나가겠다는 그의 긴 계획 가운데 하나다. 광치기해변에서 남쪽 법환까지 이어지는 동남쪽 해안과 제주의 섬을 색연필로 기록했다. 늘 같은 자리에 있는 바다와 해안이 빛과 바람, 계절에 따라 매일 다른 풍경으로 변하는 순간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담았다.
한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먼저 보여주고 싶은 작품은 《밀꾸루시 위미바당》이다. ‘밀꾸루시’는 제주어로 ‘물끄러미’를 뜻한다.
작품은 위미 해안도로에서 우연히 만난 저녁 풍경에서 시작됐다. 남쪽에서 동쪽으로 돌아오던 길, 그대로 집에 가기에는 아쉬운 빛을 만난 그는 차를 위미 해안도로 쪽으로 돌렸다. 저녁빛이 하늘과 바다, 해안의 돌 위로 스며들며 온 풍경을 주황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한 작가는 그 앞에 한참 머물렀고, 그 장면을 그림에 담았다.
돌과 절벽을 표현하는 데 평소보다 두 배 가까운 시간이 들었다. 돌 하나하나를 그린 뒤 그 위에 내려앉은 주황과 노랑, 살구색의 빛을 다시 입혔다. 하늘에는 노랑과 주황, 분홍과 보랏빛을 겹겹이 쌓았다. 순간마다 달라지는 노을의 색을 붙잡기 위해서였다.
그의 그림은 대부분 색연필로 완성된다. 한 가지 색을 그대로 쓰기보다 여러 색을 계산해 층층이 쌓으며 원하는 색을 만든다. 작은 사물과 사람까지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도 그가 색연필을 놓지 않는 이유다. 그림 한 점을 완성하는 데에는 한 달가량이 걸린다.
제주를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다. 처음 이주했을 때 바다는 거대하게 보였고, 그 안에서 마을과 사람은 작은 점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건물과 사람, 자동차와 간판이 많아졌다. 그에게 바다는 예전보다 작게 보인다.
“예전에는 바닷가에 제주 옛집이 많이 보였는데, 지금은 사각형 건물이 더 많이 보입니다.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보다 바다와 함께 자신을 찍는 사람도 많아진 것 같고요.”
그는 변화한 제주를 모두 그대로 옮기지는 않는다. 달라진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림에 들어오지만, 변하지 않는 바다는 조금 더 강하게 그리고 새로 생긴 사물들은 은은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아이의 탄생은 그림 속 풍경까지 바꿨다. 이전에는 사람보다 자연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산책하는 사람과 바닷가에서 모래놀이를 하는 아이들에게도 눈길이 간다. 작품 속에는 한 작가 자신과 아이도 아주 작게 등장한다.
아이를 낳은 뒤의 시간이 언제나 따뜻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출산 후 2∼3년 동안 작업을 쉬면서 좋아했던 제주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더는 가볼 곳도 없이 섬을 다 안다고 생각했고, 제주를 떠나고 싶기도 했다.
그의 마음을 다시 돌려놓은 것은 그림이었다. 작업을 위해 제주의 섬들을 찾아다니며 걷지 않았던 길을 걷고, 땀을 흘려 새로운 장소를 찾았다. 그 여정에서 자신이 제주의 일부만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뒤로는 눈길이 닿는 제주의 모든 순간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제주가 가진 무궁무진함을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그리고 싶습니다.”
‘엉또’는 작은 굴을 뜻하는 제주어다. 한 작가는 작은 굴에서 나와 바다와 오름, 숲을 넘어 더 넓은 제주의 풍경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한때는 더는 가볼 곳이 없다고 생각했던 섬이다. 그러나 다시 걷고, 다시 바라보고, 다시 그리자 제주는 또 다른 얼굴을 내보였다.
한혜민은 아직 그리지 못한 제주 앞에 다시 물끄러미 머문다.
미, 테헤란 인근까지 공세 확대…지상군 투입·핵 시설 공습 검토이란, 강경파 결집에도 ‘인질 석방’ 등 대화 신호…트럼프 “감사”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서 단계적 철군…‘시범 구역’ 지정 합의
미국과 이란이 엿새째 공습을 주고받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상군 투입 등을 포함한 작전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지도부 내에서는 미국을 향한 공격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협상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엇갈리며 균열이 심화하고 있다.
AP통신은 16일(현지시간) 미군이 이날 새벽 이란을 겨냥한 공습을 강화해 북부 지역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북부 셈난주와 중서부 로레스탄주, 마르카지주 등 내륙 곳곳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이란 남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이어지던 공세가 수도 테헤란 인근까지 확대된 것이다.
미군은 전날에도 두 차례에 걸쳐 공습을 이어갔다. 미 중부사령부는 전날 오전 이란의 군사 및 미사일 기지가 있는 그레이터 툰브섬에 미 동부시간 오전 6시(테헤란 시간 오후 1시30분)부터 90분간 공습을 했다. 이어 같은 날 미 동부시간 오후 3시(테헤란 시간 오후 10시30분) 두 번째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그간 이란에 대해 야간 공습 한 차례만을 해온 것과 달리 미군이 하루에 두 차례 공격하면서 공세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바레인, 요르단, 쿠웨이트를 겨냥해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이란 보건부에 따르면 최근 재개된 미군의 공습으로 이란에서 최소 35명이 사망하고 300명이 다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미군의 작전 확대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검토안에는 공습 강화,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섬들을 점령하기 위한 지상군 파병, 비밀 핵 활동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지하 핵시설 공습 등이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14일 발전소와 교량을 타격할 수 있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15일에도 ‘이란의 민간 인프라 공격 전 별도의 데드라인이 있냐’는 질문에 “나는 시한을 정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란은) 얌전히 행동하는 것이 좋다”고 경고했다.
이란 당국은 미국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이란 최고합동사령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기반 시설을 공격하겠다는 위협을 실제로 시행할 경우, 이란은 역내 모든 기반 시설을 공격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지도부 내부에서는 미국을 향한 더 강한 보복을 시행해야 한다는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결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대미 압박은 역내 대리세력으로도 확산하는 양상이다. 예멘 후티 반군이 이란을 대신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으며, 소말리아 무장단체 알샤바브와 물밑 협력을 진행 중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아덴만·인도양을 잇는 길목으로 전 세계 연간 해상 교역의 10~12%가 이곳을 통해 수에즈 운하를 오간다.
다만 양측이 협상의 여지를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았다. 이란 협상단을 이끄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국가적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외교와 협상의 수단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사적 수단과 외교적 수단 간의 조화를 이뤄야 하며 전쟁도 협상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극적인 대화 재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은 간첩 혐의로 1년6개월 이상 억류했던 미국·이란 이중국적자 데나 카라리(53)의 출국을 15일 허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내린 선의의 조치에 감사드린다”며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례적인 “감사” 공표는 ‘전쟁 준비와 대화는 병행할 수 있다’고 여지를 둬온 이란에 물밑 협상 재개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이란 종전 양해각서(MOU) 협상의 주요 쟁점인 레바논 남부의 분쟁도 접점 마련이 시도되고 있다. 레바논 남부 일대 두 곳의 ‘시범 구역’에서 이스라엘군이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레바논군이 통제권을 넘겨받는 안에 양국이 합의했다. 양측은 이후 성과에 따라 철수 지역 확대 및 후속 협상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자신이 패배했던 지난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미 정보기관의 기밀 보고서를 근거로 이같은 주장을 폈다. 약 26분 연설 하는 동안 그는 이란 전쟁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생방송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오늘 미국 선거 인프라의 충격적인 취약성을 보여 주는 중요한 정보자료를 즉시 기밀 해제하여 공개할 것을 발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해당 문서는 백악관 정부 투명성 태스크포스 및 대통령 정보자문위원회가 수집하고 미 정보기관들이 검토한 결과로, 백악관은 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2020년 대선에 개입하려 시도했으며, 미국 정부가 이를 은폐·축소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선거를 전후로 중국이 “약 2억2000만명의 미국 유권자 정보를 불법적으로 확보했다”며 “중국이 목적 달성을 위해 별도의 데이터 활용 조직까지 운영했다는 사실을 정보기관이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정부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서도 “이를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고, 당시 대통령이었던 내게 보고하지 않았으며, 의회에도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선거 개입과 관련한 중앙정보국(CIA)·국가안보국(NSA)의 중요 보고 수십 건이 대통령 보고에서 의도적으로 제외됐다”며 “의도적 은폐가 아니라 담당자들의 심각한 업무 태만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가정보국(DNI)·법무부(DOJ)·연방수사국(FBI)·CIA에 조사를 지시했다며 “은폐에 관여한 이들을 즉시 해임하고, 필요한 경우 형사 기소까지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전자 투표기와 개표 시스템이 외부공격에 취약하다는 내용의 기밀문서를 공개하면서 “러시아·중국·북한 등 미국의 적대국 등이 미국 선거 인프라를 공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했다. 2020년 대선 때 미시간주에서 발생한 민주당의 유권자 동원 의혹에 대해 조 바이든 전임 정부가 수사를 무마했다고 주장하면서 전면 재수사를 지시했다. 그는 당시 작성된 FBI 문서를 언급하며 “사건을 담당했던 FBI 수사관들은 실제 범죄가 발생했다 판단했지만, 이후 바이든 정부 법무부가 수사를 지연시키고 사실상 종결시켰다고 문서는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토안보부(DHS)가 실시한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약 27만8000명의 비시민권자가 연방 선거 유권자로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투표권이 없는 사람이 유권자로 등록돼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들 근거를 토대로 그는 투표 시 유권자 신분 확인을 강화하고 우편투표를 제한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인 ‘세이브 아메리카 법안’ 의회 통과를 촉구했다. 그는 “이러한 정보를 공개하는 목적은 선거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법안에 반대하는 유일한 이유는 부정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 CNN, NBC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내용이 대부분 기존에 알려진 내용이나 일각에서 회자하는 음모론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소속의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새로운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중국도 반발했다. 주미 중국 대사관은 CNN에 보낸 성명에서 “중국은 줄곧 타국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미국의 대선은 미국의 내정 문제이며, 그 결과는 미국 국민의 투표로 결정된다”고 밝혔다고 CNN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에서 나올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이란 전쟁 관련 내용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머지않아 그 결과를 여러분께서 직접 보시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부정선거 문제로 넘어갔다.
‘엉또’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는 한혜민 작가도 그중 한 사람이다. 10여 년 전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긴 뒤 풍경을 그렸고, 한동리에 작은 작업실과 가게를 열었다. 이제는 일곱 살 아이를 키우는 ‘그림 그리는 엄마’이기도 하다.
한 작가의 개인전 《제주, 마음이 머문 바다》가 7월 15일부터 8월 3일까지 제주 조천읍 대섬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2017년 전시 《제주, 순간의 온도》에서였다. 당시 한 작가는 제주 바다를 마주하며 느낀 마음의 온도와 바다에서 불어오는 온도를 색연필로 그렸다고 했다. 그때의 바다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풍경에 가까웠다면, 이번 전시의 바다에는 그사이 지나온 삶과 감정이 한층 깊게 스며들었다.
“지난 전시에는 바라만 보아도 좋았던 바다들이 담겼다면, 이번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마주한 기쁨과 따뜻함, 행복함, 슬픔과 쓸쓸함, 어려움 같은 여러 감정을 함께 담았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그의 삶에는 작업실과 가게가 생겼고 아이가 태어났다. 작업의 폭도 넓어졌다. 주로 바다를 그리던 그는 섬과 폭포, 오름과 숲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바다로 돌아왔다. 다른 풍경들을 거쳐 다시 만난 바다는 전보다 다채롭고 풍성해졌다.
그러나 바다가 건네는 위로는 달라지지 않았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바쁜 일상에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제 감정과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좋았던 감정은 다시 떠올려보고, 어렵고 힘들었던 감정에는 괜찮다고 말해주는 바다의 온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이번 전시는 제주 전체를 그려나가겠다는 그의 긴 계획 가운데 하나다. 광치기해변에서 남쪽 법환까지 이어지는 동남쪽 해안과 제주의 섬을 색연필로 기록했다. 늘 같은 자리에 있는 바다와 해안이 빛과 바람, 계절에 따라 매일 다른 풍경으로 변하는 순간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담았다.
한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먼저 보여주고 싶은 작품은 《밀꾸루시 위미바당》이다. ‘밀꾸루시’는 제주어로 ‘물끄러미’를 뜻한다.
작품은 위미 해안도로에서 우연히 만난 저녁 풍경에서 시작됐다. 남쪽에서 동쪽으로 돌아오던 길, 그대로 집에 가기에는 아쉬운 빛을 만난 그는 차를 위미 해안도로 쪽으로 돌렸다. 저녁빛이 하늘과 바다, 해안의 돌 위로 스며들며 온 풍경을 주황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한 작가는 그 앞에 한참 머물렀고, 그 장면을 그림에 담았다.
돌과 절벽을 표현하는 데 평소보다 두 배 가까운 시간이 들었다. 돌 하나하나를 그린 뒤 그 위에 내려앉은 주황과 노랑, 살구색의 빛을 다시 입혔다. 하늘에는 노랑과 주황, 분홍과 보랏빛을 겹겹이 쌓았다. 순간마다 달라지는 노을의 색을 붙잡기 위해서였다.
그의 그림은 대부분 색연필로 완성된다. 한 가지 색을 그대로 쓰기보다 여러 색을 계산해 층층이 쌓으며 원하는 색을 만든다. 작은 사물과 사람까지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도 그가 색연필을 놓지 않는 이유다. 그림 한 점을 완성하는 데에는 한 달가량이 걸린다.
제주를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다. 처음 이주했을 때 바다는 거대하게 보였고, 그 안에서 마을과 사람은 작은 점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건물과 사람, 자동차와 간판이 많아졌다. 그에게 바다는 예전보다 작게 보인다.
“예전에는 바닷가에 제주 옛집이 많이 보였는데, 지금은 사각형 건물이 더 많이 보입니다.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보다 바다와 함께 자신을 찍는 사람도 많아진 것 같고요.”
그는 변화한 제주를 모두 그대로 옮기지는 않는다. 달라진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림에 들어오지만, 변하지 않는 바다는 조금 더 강하게 그리고 새로 생긴 사물들은 은은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아이의 탄생은 그림 속 풍경까지 바꿨다. 이전에는 사람보다 자연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산책하는 사람과 바닷가에서 모래놀이를 하는 아이들에게도 눈길이 간다. 작품 속에는 한 작가 자신과 아이도 아주 작게 등장한다.
아이를 낳은 뒤의 시간이 언제나 따뜻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출산 후 2∼3년 동안 작업을 쉬면서 좋아했던 제주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더는 가볼 곳도 없이 섬을 다 안다고 생각했고, 제주를 떠나고 싶기도 했다.
그의 마음을 다시 돌려놓은 것은 그림이었다. 작업을 위해 제주의 섬들을 찾아다니며 걷지 않았던 길을 걷고, 땀을 흘려 새로운 장소를 찾았다. 그 여정에서 자신이 제주의 일부만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뒤로는 눈길이 닿는 제주의 모든 순간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제주가 가진 무궁무진함을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그리고 싶습니다.”
‘엉또’는 작은 굴을 뜻하는 제주어다. 한 작가는 작은 굴에서 나와 바다와 오름, 숲을 넘어 더 넓은 제주의 풍경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한때는 더는 가볼 곳이 없다고 생각했던 섬이다. 그러나 다시 걷고, 다시 바라보고, 다시 그리자 제주는 또 다른 얼굴을 내보였다.
한혜민은 아직 그리지 못한 제주 앞에 다시 물끄러미 머문다.
미, 테헤란 인근까지 공세 확대…지상군 투입·핵 시설 공습 검토이란, 강경파 결집에도 ‘인질 석방’ 등 대화 신호…트럼프 “감사”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서 단계적 철군…‘시범 구역’ 지정 합의
미국과 이란이 엿새째 공습을 주고받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상군 투입 등을 포함한 작전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지도부 내에서는 미국을 향한 공격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협상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엇갈리며 균열이 심화하고 있다.
AP통신은 16일(현지시간) 미군이 이날 새벽 이란을 겨냥한 공습을 강화해 북부 지역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북부 셈난주와 중서부 로레스탄주, 마르카지주 등 내륙 곳곳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이란 남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이어지던 공세가 수도 테헤란 인근까지 확대된 것이다.
미군은 전날에도 두 차례에 걸쳐 공습을 이어갔다. 미 중부사령부는 전날 오전 이란의 군사 및 미사일 기지가 있는 그레이터 툰브섬에 미 동부시간 오전 6시(테헤란 시간 오후 1시30분)부터 90분간 공습을 했다. 이어 같은 날 미 동부시간 오후 3시(테헤란 시간 오후 10시30분) 두 번째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그간 이란에 대해 야간 공습 한 차례만을 해온 것과 달리 미군이 하루에 두 차례 공격하면서 공세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바레인, 요르단, 쿠웨이트를 겨냥해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이란 보건부에 따르면 최근 재개된 미군의 공습으로 이란에서 최소 35명이 사망하고 300명이 다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미군의 작전 확대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검토안에는 공습 강화,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섬들을 점령하기 위한 지상군 파병, 비밀 핵 활동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지하 핵시설 공습 등이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14일 발전소와 교량을 타격할 수 있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15일에도 ‘이란의 민간 인프라 공격 전 별도의 데드라인이 있냐’는 질문에 “나는 시한을 정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란은) 얌전히 행동하는 것이 좋다”고 경고했다.
이란 당국은 미국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이란 최고합동사령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기반 시설을 공격하겠다는 위협을 실제로 시행할 경우, 이란은 역내 모든 기반 시설을 공격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지도부 내부에서는 미국을 향한 더 강한 보복을 시행해야 한다는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결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대미 압박은 역내 대리세력으로도 확산하는 양상이다. 예멘 후티 반군이 이란을 대신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으며, 소말리아 무장단체 알샤바브와 물밑 협력을 진행 중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아덴만·인도양을 잇는 길목으로 전 세계 연간 해상 교역의 10~12%가 이곳을 통해 수에즈 운하를 오간다.
다만 양측이 협상의 여지를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았다. 이란 협상단을 이끄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국가적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외교와 협상의 수단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사적 수단과 외교적 수단 간의 조화를 이뤄야 하며 전쟁도 협상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극적인 대화 재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은 간첩 혐의로 1년6개월 이상 억류했던 미국·이란 이중국적자 데나 카라리(53)의 출국을 15일 허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내린 선의의 조치에 감사드린다”며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례적인 “감사” 공표는 ‘전쟁 준비와 대화는 병행할 수 있다’고 여지를 둬온 이란에 물밑 협상 재개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이란 종전 양해각서(MOU) 협상의 주요 쟁점인 레바논 남부의 분쟁도 접점 마련이 시도되고 있다. 레바논 남부 일대 두 곳의 ‘시범 구역’에서 이스라엘군이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레바논군이 통제권을 넘겨받는 안에 양국이 합의했다. 양측은 이후 성과에 따라 철수 지역 확대 및 후속 협상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자신이 패배했던 지난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미 정보기관의 기밀 보고서를 근거로 이같은 주장을 폈다. 약 26분 연설 하는 동안 그는 이란 전쟁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생방송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오늘 미국 선거 인프라의 충격적인 취약성을 보여 주는 중요한 정보자료를 즉시 기밀 해제하여 공개할 것을 발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해당 문서는 백악관 정부 투명성 태스크포스 및 대통령 정보자문위원회가 수집하고 미 정보기관들이 검토한 결과로, 백악관은 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2020년 대선에 개입하려 시도했으며, 미국 정부가 이를 은폐·축소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선거를 전후로 중국이 “약 2억2000만명의 미국 유권자 정보를 불법적으로 확보했다”며 “중국이 목적 달성을 위해 별도의 데이터 활용 조직까지 운영했다는 사실을 정보기관이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정부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서도 “이를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고, 당시 대통령이었던 내게 보고하지 않았으며, 의회에도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선거 개입과 관련한 중앙정보국(CIA)·국가안보국(NSA)의 중요 보고 수십 건이 대통령 보고에서 의도적으로 제외됐다”며 “의도적 은폐가 아니라 담당자들의 심각한 업무 태만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가정보국(DNI)·법무부(DOJ)·연방수사국(FBI)·CIA에 조사를 지시했다며 “은폐에 관여한 이들을 즉시 해임하고, 필요한 경우 형사 기소까지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전자 투표기와 개표 시스템이 외부공격에 취약하다는 내용의 기밀문서를 공개하면서 “러시아·중국·북한 등 미국의 적대국 등이 미국 선거 인프라를 공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했다. 2020년 대선 때 미시간주에서 발생한 민주당의 유권자 동원 의혹에 대해 조 바이든 전임 정부가 수사를 무마했다고 주장하면서 전면 재수사를 지시했다. 그는 당시 작성된 FBI 문서를 언급하며 “사건을 담당했던 FBI 수사관들은 실제 범죄가 발생했다 판단했지만, 이후 바이든 정부 법무부가 수사를 지연시키고 사실상 종결시켰다고 문서는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토안보부(DHS)가 실시한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약 27만8000명의 비시민권자가 연방 선거 유권자로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투표권이 없는 사람이 유권자로 등록돼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들 근거를 토대로 그는 투표 시 유권자 신분 확인을 강화하고 우편투표를 제한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인 ‘세이브 아메리카 법안’ 의회 통과를 촉구했다. 그는 “이러한 정보를 공개하는 목적은 선거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법안에 반대하는 유일한 이유는 부정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 CNN, NBC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내용이 대부분 기존에 알려진 내용이나 일각에서 회자하는 음모론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소속의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새로운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중국도 반발했다. 주미 중국 대사관은 CNN에 보낸 성명에서 “중국은 줄곧 타국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미국의 대선은 미국의 내정 문제이며, 그 결과는 미국 국민의 투표로 결정된다”고 밝혔다고 CNN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에서 나올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이란 전쟁 관련 내용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머지않아 그 결과를 여러분께서 직접 보시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부정선거 문제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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